'풍전등화 새누리당' 여권발 정계 개편 시나리오

갈라선 친박-비박 분당이냐 창당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제 갈라서는 일만 남은 걸까. 친박-비박은 이미 ‘루비콘강’을 건넌지 오래다. 전국위를 무산시킨 친박계의 움직임에 비박계는 혀를 내두르는 상황인 반면, 친박계는 비박계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다며 성토한다. 이래서 내년 대선까지 함께 갈 수 있겠냐는 성토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지사. 한 지붕 아래서 원수가 되어버린 두 계파의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담아봤다.

“새누리당은 노답입니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의 이 넋두리는 작금의 당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위시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비대위·혁신위 출범을 통해 총선 동안 빚어진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자 했다. 그러나 비대위·혁신위 추인을 위한 전국위가 열리는 날, 대다수의 친박계 인사들은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비박계는 즉시 친박계를 겨냥하고 나섰다.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한 순간이었다.

한지붕 아래
원수로 으르렁

앞서 17일 새누리당은 제4차 전국위 개최를 예고했다. 비대위·혁신위 출범을 의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런데 1시간가량 지연된 전국위는 결국 열리지 못했다. 상임전국위원 52명 중 20명도 채 참석하지 않아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국위가 무산되자 회의장에서는 “그러니까 새누리당이 욕먹지!” “이게 뭐냐! 국민들 앞에 부끄럽지도 않나”라는 당원들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현장에 있던 비박계 참석자들은 즉시 친박계를 비난했다. 전국위를 무산시키기 위해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무산 직후 정 원내대표 측에서는 “친박계의 자폭 테러로 당이 공중분해됐다”는 성토가 나왔다. 비박계 정두언 의원은 “동네 양아치들도 아니고… 아무 명분이 없다. 이런 패거리 집단에 있어야 되나”라며 친박계 인사들에 대해 맹비난했다.

당일 혁신위원장 추인을 받을 예정이었던 비박 인사 김용태 의원은 전국위가 무산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지난 17일) 전국위가 무산됐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나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국민과 당원께 엎드려 용서를 구한다. 지난 이틀간 우리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가졌었다. 그러나 오늘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 새누리당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잃었다. 나 같은 사람에게 세 번이나 국회의원이 되는 은혜를 주신 국민과 당원들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 나는 혁신위원장을 사퇴한다. 국민에게 무릎을 꿇을지언정 그들(친박계)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다.”
 

이혜훈 비대위 내정자는 참담한 심정과 동시에 친박계를 향해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무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이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빠졌다”며 “(새누리당이) 바뀌지 않으면 정권을 주지 않겠다고 (국민이) 강력히 경고했는데 이를 무시한 채 한 달이 지났다. 국민들이 다시 저희를 기다려주실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 내정자는 전국위가 무산된 이유를 ‘계파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제(지난 16일) ‘친박계가 누구(정 원내대표)를 밀어줬는데 왜 (비대위원 자리를) 우리한테 하나도 안 주냐’며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이 내정자의 말처럼 친박계 초·재선 의원 20명은 전국위가 열리기 전날 ‘정직석 비대위·김용태 혁신위’ 출범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비대위·혁신위의 인적 구성이 비박계에 치우쳐 있다고 진단한 그들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김선동·김태흠·박대출·이완영·이장우 의원 등은 모두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성명서를 발표한 현장에서 김태흠 의원은 “계파 갈등의 부정적 인식을 씻을 수 있는 중립적인, 당내 인사가 아닌 외부인사 중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일부 비대위원은 총선 과정에서 실무 책임을 맡아 공천 파동의 책임을 면키 어려운 분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장우 의원은 “당내 의견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인선했다는 데 문제가 있고, 그동안 당내서 편향적 시각으로 일부 계파에 앞장섰던 사람을 중심으로 했다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TK-PK 충돌
주도권 쟁탈

이들의 성토는 친무(친 김무성)계와 친유(친 유승민)계가 비대위원이 되는 것에 대한 작심발언이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이번 비대위 인선에서 정 원내대표는 친무계로 분류되는 김영우 의원과 친유계인 김세연·이혜훈 의원 등을 내정했다. 앞서 김 의원이 말한 ‘공천파동’과 이 의원이 말한 ‘일부 계파’는 결국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말이란 해석이다.
 

이장우 의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지난 총선 패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나도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지만 가장 책임이 무거운 사람은 당을 총 지휘한 당 대표”라며 “당 대표의 최측근들이 대거 (비대위에) 배치됐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 총선에 정무적인 판단을 잘못해서 당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선거 승리를 이끌지 못한 모든 책임은 당대표에게 있는 것”이라고 말해 김 전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총선 참패 정신 못차리고…"네탓" 공방
전국위 무산 결국 김용태 혁신위 사퇴

그렇다면 친박계는 왜 출범도 하지 않은 비대위·혁신위 행보를 우려하고 나선 것일까. 전국위 무산이라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비박계를 압박한 이유는 앞서 정 원내대표와 내정된 비대위원들이 ‘당 정체성’에 위배되는 말들을 했다는 것이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비박계 인사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했는데, 해당 비대위는 회의를 통해 유승민 의원 등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필요성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를 마친 비대위원들은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해 “유 의원을 포함한 무소속 당선자들에 대한 복당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된다”고 일제히 말했다.

이러한 부분이 당 정체성을 현저히 훼손했다는 게 친박계의 주장이다. 전국위를 무산시킨 후 친박계 의원들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언급한 데는 이런 연유가 있다. 총선을 통해 밝혀진 것처럼 친박계가 주장하는 ‘당 정체성’은 ‘박근혜 대통령과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점을 비춰봤을 때 친박계는 정 원내대표와 그가 내정한 비대위원들이 해당 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분당 불가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새누리당이 ‘정신적 분당’을 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공천 막바지에 유승민 의원에 대한 배제 압박이 한창일 당시, 친박계 내에서는 “의석수가 줄더라도 정체성이 통일된 당이 돼야 박 대통령을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연장선에서 지금의 122석보다 더 주는 한이 있더라도 통제 가능한 당을 만들어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늦춰야 한다는 논리까지 온 셈이다.

길잃은 새누리
새판짜기 시작?

최근 강성 발언을 내고 있는 김태흠 의원은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난다”며 “정당은 이념이나 목표의 방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한 대목은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결국 비대위·혁신위를 무산시킨 친박계는 정 원내대표 사퇴카드를 들고 나왔다. 김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내 본인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한 본인(정 원내대표)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 사퇴를 말하는 데는 친박계의 배신감도 한몫한다. 알려진 것처럼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지지를 업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그럼에도 친박계를 비대위 인선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은 것이다. 정가에서는 과거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오버랩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 원내대표는 사퇴 압박에 한때 칩거에 들어갔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던 그는 KTX로 귀경 도중 지역구인 공주서 돌연 하차했다.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그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집권 여당에서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큰 충격을 받았다”며 “전국위 무산의 의미가 무엇인지 판단이 안 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상구가 안 보인다”
심화되는 계파 갈등

친박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정 원내대표는 반면, 비박계에게는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원내대표단을 친박계 인사 위주로 뽑았다며 ‘친박계의 새로운 하수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를 털어내고 입장을 같이 하는 모습이다.

비박계 중진 정병국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새누리당의 주인이 누군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위임받은 사람들이 함부로 얘기해선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청산의 대상, 혁신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원내대표를 누가 지명하거나 임명을 했나. 몇몇 사람들이 그런 소리(정 원내대표 사퇴)를 한다고 해서, 또 어떤 세력(친박계)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물러서서는 안 된다”고 독려했다.

친박-비박의 끝을 알 수 없는 갈등의 이면에는 과거 3당 합당 때 있었던 TK·PK의 정서 충돌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즉 갈등의 기저에서 TK를 중심으로 한 패권주의와 PK의 민주화 정서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의 모체는 3당(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민주자유당(민자당)이다. 합당 당시 민자당에는 크게 민주정의계(민정), 통일민주계(민주), 신민주공화계(공화)의 3개의 계파가 생겨났다. 당이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지속·발전하면서 이들 계파도 함께 명맥을 이어왔다. 즉 지금의 친박-비박이란 계파 속에도 민정·민주·공화계가 섞여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비박계 내에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민주·PK 세력이 많이 들어가 있다. 대표적으로 김무성 전 대표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이 공화·TK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와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것이 지금의 계파 갈등이라고 정가는 관측한다.

과거를 보면
답이 보인다

갈등의 원천은 단순히 TK·PK라는 지역 기반이 아니다. 이들은 정서 상 큰 차이를 보인다. ‘부마항쟁’에서 알 수 있듯 PK 인사들에는 야성이 있다. 그런데 공화·TK가 패권주의를 내세우며 당을 지배하려 들자 반기를 든 것이란 해석이다. PK 인사들이 TK 거수기 역할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익명의 새누리당 관계자는 과거부터 이어져온 TK·PK 갈등에 대해 “과거만큼은 아니더라도 아직 앙금이 남아있을 수 있다”며 “TK가 워낙 수구 쪽으로 가니 (PK에서) 정서적인 반감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용태의 작심발언

제4차 새누리당 전국위원회가 무산되자 혁신위원장에서 자진 사퇴한 김용태 의원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그는 성경 시편 1장 1-6절을 인용해 친박계를 비판하고 나섰는데, 이들을 사실상 ‘악’으로 규정한 모습이다.

그는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며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라 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 행사가 다 형통하리로다”고 적었다.

이어 “악인은 그렇지 않음이여 오직 바람에 나는 겨와 같도다. 그러므로 악인이 심판을 견디지 못하며 죄인이 의인의 회중에 들지 못하리로다. 대저 의인의 길은 여호와께서 인정하시나 악인의 길은 망하리로다”고 덧붙였다. 자진사퇴를 밝힌지 하루 만에 올라온 글이라는 점에서 친박계를 직접 겨냥한 맹비난으로 보인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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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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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