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새누리당' 여권발 정계 개편 시나리오

갈라선 친박-비박 분당이냐 창당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제 갈라서는 일만 남은 걸까. 친박-비박은 이미 ‘루비콘강’을 건넌지 오래다. 전국위를 무산시킨 친박계의 움직임에 비박계는 혀를 내두르는 상황인 반면, 친박계는 비박계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다며 성토한다. 이래서 내년 대선까지 함께 갈 수 있겠냐는 성토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지사. 한 지붕 아래서 원수가 되어버린 두 계파의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담아봤다.

“새누리당은 노답입니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의 이 넋두리는 작금의 당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위시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비대위·혁신위 출범을 통해 총선 동안 빚어진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자 했다. 그러나 비대위·혁신위 추인을 위한 전국위가 열리는 날, 대다수의 친박계 인사들은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비박계는 즉시 친박계를 겨냥하고 나섰다.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한 순간이었다.

한지붕 아래
원수로 으르렁

앞서 17일 새누리당은 제4차 전국위 개최를 예고했다. 비대위·혁신위 출범을 의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런데 1시간가량 지연된 전국위는 결국 열리지 못했다. 상임전국위원 52명 중 20명도 채 참석하지 않아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국위가 무산되자 회의장에서는 “그러니까 새누리당이 욕먹지!” “이게 뭐냐! 국민들 앞에 부끄럽지도 않나”라는 당원들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현장에 있던 비박계 참석자들은 즉시 친박계를 비난했다. 전국위를 무산시키기 위해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무산 직후 정 원내대표 측에서는 “친박계의 자폭 테러로 당이 공중분해됐다”는 성토가 나왔다. 비박계 정두언 의원은 “동네 양아치들도 아니고… 아무 명분이 없다. 이런 패거리 집단에 있어야 되나”라며 친박계 인사들에 대해 맹비난했다.

당일 혁신위원장 추인을 받을 예정이었던 비박 인사 김용태 의원은 전국위가 무산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지난 17일) 전국위가 무산됐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나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국민과 당원께 엎드려 용서를 구한다. 지난 이틀간 우리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가졌었다. 그러나 오늘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 새누리당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잃었다. 나 같은 사람에게 세 번이나 국회의원이 되는 은혜를 주신 국민과 당원들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 나는 혁신위원장을 사퇴한다. 국민에게 무릎을 꿇을지언정 그들(친박계)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다.”
 

이혜훈 비대위 내정자는 참담한 심정과 동시에 친박계를 향해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무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이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빠졌다”며 “(새누리당이) 바뀌지 않으면 정권을 주지 않겠다고 (국민이) 강력히 경고했는데 이를 무시한 채 한 달이 지났다. 국민들이 다시 저희를 기다려주실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 내정자는 전국위가 무산된 이유를 ‘계파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제(지난 16일) ‘친박계가 누구(정 원내대표)를 밀어줬는데 왜 (비대위원 자리를) 우리한테 하나도 안 주냐’며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이 내정자의 말처럼 친박계 초·재선 의원 20명은 전국위가 열리기 전날 ‘정직석 비대위·김용태 혁신위’ 출범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비대위·혁신위의 인적 구성이 비박계에 치우쳐 있다고 진단한 그들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김선동·김태흠·박대출·이완영·이장우 의원 등은 모두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성명서를 발표한 현장에서 김태흠 의원은 “계파 갈등의 부정적 인식을 씻을 수 있는 중립적인, 당내 인사가 아닌 외부인사 중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일부 비대위원은 총선 과정에서 실무 책임을 맡아 공천 파동의 책임을 면키 어려운 분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장우 의원은 “당내 의견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인선했다는 데 문제가 있고, 그동안 당내서 편향적 시각으로 일부 계파에 앞장섰던 사람을 중심으로 했다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TK-PK 충돌
주도권 쟁탈

이들의 성토는 친무(친 김무성)계와 친유(친 유승민)계가 비대위원이 되는 것에 대한 작심발언이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이번 비대위 인선에서 정 원내대표는 친무계로 분류되는 김영우 의원과 친유계인 김세연·이혜훈 의원 등을 내정했다. 앞서 김 의원이 말한 ‘공천파동’과 이 의원이 말한 ‘일부 계파’는 결국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말이란 해석이다.
 

이장우 의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지난 총선 패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나도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지만 가장 책임이 무거운 사람은 당을 총 지휘한 당 대표”라며 “당 대표의 최측근들이 대거 (비대위에) 배치됐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 총선에 정무적인 판단을 잘못해서 당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선거 승리를 이끌지 못한 모든 책임은 당대표에게 있는 것”이라고 말해 김 전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총선 참패 정신 못차리고…"네탓" 공방
전국위 무산 결국 김용태 혁신위 사퇴

그렇다면 친박계는 왜 출범도 하지 않은 비대위·혁신위 행보를 우려하고 나선 것일까. 전국위 무산이라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비박계를 압박한 이유는 앞서 정 원내대표와 내정된 비대위원들이 ‘당 정체성’에 위배되는 말들을 했다는 것이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비박계 인사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했는데, 해당 비대위는 회의를 통해 유승민 의원 등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필요성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를 마친 비대위원들은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해 “유 의원을 포함한 무소속 당선자들에 대한 복당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된다”고 일제히 말했다.

이러한 부분이 당 정체성을 현저히 훼손했다는 게 친박계의 주장이다. 전국위를 무산시킨 후 친박계 의원들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언급한 데는 이런 연유가 있다. 총선을 통해 밝혀진 것처럼 친박계가 주장하는 ‘당 정체성’은 ‘박근혜 대통령과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점을 비춰봤을 때 친박계는 정 원내대표와 그가 내정한 비대위원들이 해당 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분당 불가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새누리당이 ‘정신적 분당’을 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공천 막바지에 유승민 의원에 대한 배제 압박이 한창일 당시, 친박계 내에서는 “의석수가 줄더라도 정체성이 통일된 당이 돼야 박 대통령을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연장선에서 지금의 122석보다 더 주는 한이 있더라도 통제 가능한 당을 만들어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늦춰야 한다는 논리까지 온 셈이다.

길잃은 새누리
새판짜기 시작?

최근 강성 발언을 내고 있는 김태흠 의원은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난다”며 “정당은 이념이나 목표의 방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한 대목은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결국 비대위·혁신위를 무산시킨 친박계는 정 원내대표 사퇴카드를 들고 나왔다. 김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내 본인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한 본인(정 원내대표)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 사퇴를 말하는 데는 친박계의 배신감도 한몫한다. 알려진 것처럼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지지를 업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그럼에도 친박계를 비대위 인선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은 것이다. 정가에서는 과거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오버랩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 원내대표는 사퇴 압박에 한때 칩거에 들어갔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던 그는 KTX로 귀경 도중 지역구인 공주서 돌연 하차했다.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그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집권 여당에서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큰 충격을 받았다”며 “전국위 무산의 의미가 무엇인지 판단이 안 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상구가 안 보인다”
심화되는 계파 갈등

친박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정 원내대표는 반면, 비박계에게는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원내대표단을 친박계 인사 위주로 뽑았다며 ‘친박계의 새로운 하수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를 털어내고 입장을 같이 하는 모습이다.

비박계 중진 정병국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새누리당의 주인이 누군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위임받은 사람들이 함부로 얘기해선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청산의 대상, 혁신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원내대표를 누가 지명하거나 임명을 했나. 몇몇 사람들이 그런 소리(정 원내대표 사퇴)를 한다고 해서, 또 어떤 세력(친박계)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물러서서는 안 된다”고 독려했다.

친박-비박의 끝을 알 수 없는 갈등의 이면에는 과거 3당 합당 때 있었던 TK·PK의 정서 충돌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즉 갈등의 기저에서 TK를 중심으로 한 패권주의와 PK의 민주화 정서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의 모체는 3당(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민주자유당(민자당)이다. 합당 당시 민자당에는 크게 민주정의계(민정), 통일민주계(민주), 신민주공화계(공화)의 3개의 계파가 생겨났다. 당이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지속·발전하면서 이들 계파도 함께 명맥을 이어왔다. 즉 지금의 친박-비박이란 계파 속에도 민정·민주·공화계가 섞여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비박계 내에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민주·PK 세력이 많이 들어가 있다. 대표적으로 김무성 전 대표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이 공화·TK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와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것이 지금의 계파 갈등이라고 정가는 관측한다.

과거를 보면
답이 보인다

갈등의 원천은 단순히 TK·PK라는 지역 기반이 아니다. 이들은 정서 상 큰 차이를 보인다. ‘부마항쟁’에서 알 수 있듯 PK 인사들에는 야성이 있다. 그런데 공화·TK가 패권주의를 내세우며 당을 지배하려 들자 반기를 든 것이란 해석이다. PK 인사들이 TK 거수기 역할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익명의 새누리당 관계자는 과거부터 이어져온 TK·PK 갈등에 대해 “과거만큼은 아니더라도 아직 앙금이 남아있을 수 있다”며 “TK가 워낙 수구 쪽으로 가니 (PK에서) 정서적인 반감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용태의 작심발언

제4차 새누리당 전국위원회가 무산되자 혁신위원장에서 자진 사퇴한 김용태 의원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그는 성경 시편 1장 1-6절을 인용해 친박계를 비판하고 나섰는데, 이들을 사실상 ‘악’으로 규정한 모습이다.

그는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며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라 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 행사가 다 형통하리로다”고 적었다.

이어 “악인은 그렇지 않음이여 오직 바람에 나는 겨와 같도다. 그러므로 악인이 심판을 견디지 못하며 죄인이 의인의 회중에 들지 못하리로다. 대저 의인의 길은 여호와께서 인정하시나 악인의 길은 망하리로다”고 덧붙였다. 자진사퇴를 밝힌지 하루 만에 올라온 글이라는 점에서 친박계를 직접 겨냥한 맹비난으로 보인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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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