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 ‘용호상박’ 우상호·박지원 맞불 인터뷰

“정치 바꾸고 반드시 정권교체”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번 20대 국회는 각 당 원내대표들의 협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절대 다수당이 없어진 만큼 원내 3당 원내대표들 간 역학관계가 중요하게 됐다. 창간 20주년이 된 <일요시사>는 20대 국회 개원을 맞아 두 야권 원내대표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당초 3당 원내대표 인터뷰가 예정됐으나 새누리당 원내대표 측은 반복된 요청에도 인터뷰에 응할 수 없음을 밝혀왔다. 최근 ‘분당’ 우려를 낳고 있는 당내 갈등 상황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는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철퇴였다. 이에 제1당으로 올라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과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국민의당은 앞으로 정국을 주도하게 됐다. 원내 수장으로 올라선 우상호·박지원 원내대표에게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의의 경쟁 상대’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지난 9일, 이미 한 차례 상견례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대화와 협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치권에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 결정을 내리면서 두 사람의 공조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어느 때보다 두 사람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세월호특별법개정안’ 등 지난 19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쟁점 법안들은 물론 ‘옥시 파동’ ‘누리과정예상’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 등 민감한 현안들까지 두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됐다. 이들 사안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정당지지율은 요동칠 것이고 이는 내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각 정당의 ‘키맨’으로 올라선 두 사람의 얘기를 <일요시사>가 들어봤다.

다음은 더민주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해주시겠습니까.

우: 당선 발표 직후 여러 언론을 통해 말씀드렸던 대로 더민주를 20대 국회 원내 1당으로 만들어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원내대표로서 더민주가 통합과 혁신, 소통과 협력을 통해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수권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더민주의 1기 원내대표로서 민생 국회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박: 이번에 세 번째 원내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우선 국민의당이 신생 정당으로서 원내 제3당 교섭단체를 만들어 주시고 특히 전국적인 지지율 면에서는 제1야당을 만들어 주신 국민들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20대 국회를 생산적인 국회, 일하는 국회, 경제를 생각하는 국회로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국민의당은 제3당으로서 캐스팅보터에 머물지 않고 리딩 파티, 선도 정당으로 오직 국가와 국민만 바라보고 노력하겠습니다.

- 많은 국민들이 19대 국회를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보십니까?

우: 먼저 저 또한 19대 국회 임기를 지낸 의원으로서 ‘역대 최악’이라는 국민의 평가에 대해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19대 국회를 시작할 당시인 지난 2012년 또한 지금처럼 민생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대표적인 민생 현안으로 꼽힌 등록금 인하와 영·유아 보육료 정부 지원 문제(현재 누리과정), 전월세가 안정화 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민생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채 여야 각 당이 내부갈등과 반목으로 국민을 실망시켰습니다. 국민들은 20대 총선을 통해 19대 국회의 모습을 심판하셨습니다. 그리고 여소야대 3당 체제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16년만의 여소야대 국회인 20대 국회에서는 민생 국회를 만드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박: 19대 국회는 한마디로 국회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국민이 국회를 걱정하게 만들었습니다. 박 대통령께서도 국회와 소통하지 않았고 여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아서 양당제 하에서 거대 여당과 거대 야당은 극한적 대립만을 반복해 왔습니다.

국민의 아픈 곳을 어루 만져주지 못한 국회에 대해서 결국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3당 체제를 만들어 협치와 소통을 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국민의당은 국회가 생산적이고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 상임위원회 조정은 물론, 그 동안 국회 운영 과정에서 보여 준 양당제의 폐해 극복을 위해 19대 국회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 이번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출사표를 밝히신다면?

우: 3당 체제로 개원하는 20대 국회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원내대표의 역할과 임무가 막중합니다. 원내 1당으로서 국민께서 원하시는 1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입니다. 정부여당 견제를 위한 강력한 야권 전선을 구축하겠습니다.


국민의당·정의당과 철저히 협력하고 여당인 새누리당과도 사안에 따라 국민을 위한 올바론 현안에는 시원하게 협조하겠습니다. 무조건 대립하고 갈등하는 국회 문화를 바꾸겠습니다. 정쟁이 아니라 국민 삶의 불안과 고통을 덜어드리는 뜨거운 경쟁을 하겠습니다. 국민이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까지 더민주의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습니다.

박: 지금 우리 정치와 경제가 매우 어렵습니다. 국회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 위해서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일하는 국회가 되어야 합니다. 3당 원내대표 중 제가 맨 처음 제안한 바와 같이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5월 중으로 마무리해서 6월부터는 바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고 거듭 제안합니다.

그리고 산적한 국내외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국민의당은 오직 국가와 국민만 생각하면서 이리저리 붙지 않고 거래하지 않고 타협할 때는 타협하고 야당으로서 투쟁할 때는 투쟁해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이 있는 감동의 정치를 선사하겠습니다.

‘여소야대’ 중요해진 원내대표 협상력 주목
박근혜정부 치적 질문에 두 사람 “글쎄…”


- 많은 국민들이 이번 국회가 ‘정쟁’이 아닌 ‘정책’을 논하는 국회로 거듭나길 원합니다. 각 당에서 생각하는 전반기 핵심 정책 공약이 있다면?

우: 이른바 ‘투트랙(Two-track)’ 전략으로 정책적인 사안들을 해결해 나갈 계획입니다. 먼저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민생 최우선 전략을 실행하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안전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정책 재협상을 추진하는 민주주의 회복 전략을 추진하겠습니다.

올해 안으로 꼭 성과를 내고자 하는 현안으로는 가계 부채 문제, 가계통신비 인하와 사교육비 절감을 꼽아 말씀드렸습니다. 우선 중앙당에서 구성한 가습기살균제특위를 지원해 가습기살균제 피해 진상규명부터 철저히 하겠습니다.

세월호특별법 개정으로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끝까지 밝힐 것이며 앞으로 유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대책을 꼼꼼히 세우는 일 또한 병행할 계획입니다. 이 밖에도 테러방지법이나 국정교과서 문제를 정부여당과 다시 협의해 민주적 절차가 누락된 채 진행된 된 점들을 메꿔 나갈 나가겠습니다.

박: 국민의당은 우선적으로 처리할 법안으로 낙하산방지법, 공정거래법, 청년고용촉진법 등을 제시한 바가 있습니다. 여기에 현안이 되고 있는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기간 연장을 위한 특별법 개정 등을 19대 국회에서 당장 처리하기를 강력하게 두 당에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20대 국회가 짐을 덜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만, 만약 이러한 법안이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20대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방안 등에 대해서도 최우선적으로 처리하도록 할 것이며,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문제, 박승춘 보훈처장 해임 촉구 결의안,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위한 국회 차원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도록 하겠습니다.

- ‘여소야대’로 여야 가릴 것 없이 소통이 중요해졌습니다. 서로 간에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 새누리당에도 여야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진석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섰습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는 오랜 시간 호흡을 같이 맞춰온 사이입니다. 3당 원내지도부는 원내대표단 체제 발족과 동시에 여야 협력 체계 구성을 완료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3당 원내 지도부와 청와대 회동으로 여야 협력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 같았지만, 박근혜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조치로 인해 협력의 틀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정부의 국정 운영 문제로 인해 행정부와 입법부의 갈등 양상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더민주의 원내대표로서 3당 원내지도부와 더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박근혜정부의 엇나간 국정운영을 바로잡겠습니다.

박: 아직은 원내대표들 간의 원 구성 협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습니다만, 두 원내대표와 개인적인 인연은 매우 가깝습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제가 정책위의장, 원내대표를 할 때 대변인으로 같은 당에서 8년 동안 함께 했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도 약 30년 가까운 우정이 있기 때문에 소통은 잘 될 것으로 믿습니다.


- 최근 ‘연립정부론’(이하 연정)이 화제가 됐습니다. 연정에 대한 입장은?

우: 총선 민의는 추락하고 있는 민생 경제를 살리라는 것입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연정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총선 민의에 충실하지 못한 정치공학적 접근입니다. 생산적인 국회와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협력이 가능하지만, 대선을 염두에 둔 연정론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3당 체제가 대선 국면까지 간다는 걸 전제로 더민주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릴 것입니다.

박: 제가 말씀드린 연정은 호남이 참여하고 호남의 가치를 실현해 호남을 발전시키는 연정으로 선거 이전부터 주창을 했던 것입니다. 당 대 당, 세력 대 세력, 이념 대 이념의 연정문제가 아니라 호남 발전을 담보하자는 데 방점을 찍은 것입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과 당내에서는 그 연정이 더민주와 함께 할 것인가, 새누리당과 함께 할 것인가의 문제로 변질되었습니다. 그것은 저의 호남 발전 호남 참여 연정과는 무관한 것이고 지금은 선거의 민의를 받드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연정과 관련한 일체의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데 당내 의견이 모아져 현재 당내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거론되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로 지난 18일 안철수 대표도 새누리당과의 연정은 없다, 다만 새누리당에서도 합리적인 보수로서 우리의 이념과 정체성에 동의하시는 분들이라면 우리는 얼마든지 같이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 박근혜정부가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그간 잘한 점과 아쉬웠던 점을 꼽아주신다면?


우: 박근혜정부 3년이 지난 현재 총체적 민생 불안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서민과 중산층의 삶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민생경제, 민주주의, 남북관계 모두 후퇴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민생 공약을 실천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습니다. 쉬운 해고를 위한 노동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세계 언론지수 순위 평가기관인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에 의하면 지난 2015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은 OECD 34개 국가 중 30위를 머무르고 있습니다.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 또한 일방적이고 억압적인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폐쇄와 남북경협 중단으로 남북관계가 파탄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함과 동시에 한반도 평화 경제를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더민주는 청년일자리 문제, 서민주거 문제, 가계부채 문제, 사교육비 문제 등 시급한 민생현안 해결을 위한 일에 우선적으로 앞장설 것입니다.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국정 운영 방식의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박근혜정부와 적극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박: 지난 3년 동안 박근혜정부가 잘한 점을 꼽으라면 선뜻 꼽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저는 박 대통령 취임 초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외교에 대해서 높이 평가를 했습니다만, 이제는 이러한 분야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박근혜정부 집권 3년차는 총체적인 위기입니다. 이명박정부 5년, 박근혜정부 3년 동안 정부는 국민에게 경제가 좋다, 또는 좋아질 것이라고만 했지 이렇게까지 총체적인 난국이 되도록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IMF 외환위기에서 겪었듯이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가 성공하고 국민이 행복해집니다. 대통령이 실패하면 나라가 어렵고 국민이 불행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박 대통령께서 경제 실패, 남북관계, 외교 등의 어려움과 잘못을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과 국회의 협조를 요청하면 얼마든지 협력할 용의가 있고 그렇게 할 때 우리 앞에 놓인 난제들이 풀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 3당 모두 계파 청산을 지상과제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잠잠하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란 말들이 많은데?

우: 국민이 더민주를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겠습니다. 더민주의 원내대표로서 의원 개개인을 비롯한 당내 제 세력과의 대화와 소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과거 야당이 보여주었던 싸우는 정당의 모습, 반목하는 모습을 극복하겠습니다.

지금 더민주에는 제가 원내대표가 된 이후 이미 변화와 혁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김종인 대표의 임기 문제도 30분 만에 만장일치로 결론 냈습니다. 원내대표 선거도 당내 갈등 없이 잘 치렀습니다. 당선자 워크숍을 통해 생생한 호남 민심을 경청했습니다. 새롭게 발족한 원내대표단이 더민주의 모든 의원들과 긴밀한 소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롭게 발족하는 ‘오직민생특별위원회’를 통해 청년일자리 창출 등의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일에 이미 착수했습니다. 앞으로 더욱 활발한 소통을 통해 서로의 의사가 충분히 전달되고, 특정 세력이나 인물의 의견이 소외되지 않도록 원내대표로서 뒷받침할 것입니다. 전당대회 또한 보다 의미 있는 비전경쟁으로 우리 당의 역동성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계기로 만들겠습니다.

박: 국민의당은 계파가 없습니다. 신생 소수 정당으로 서로 협력하고 단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 모두 공감하고 있습니다. 당직 인선에서도 원외 인사를 배려하고 원내 인사도 지역적 안배와 전문성을 고려한 인선을 하고 있고 이는 언론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38명의 정당에서 계파가 생긴다면 우리는 공멸한다는 인식이 매우 강합니다.

제가 타당의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정치는 순리대로 풀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특정세력이 모든 것을 독점하면 야당은 물론 여당도 결국 분열하고 분열하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늘 목격해 왔습니다.

우 “민생국회 만드는 데 주력”
박 “일하는 국회부터 만든다”

- ‘옥시 파동’은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정치권의 늑장 대응이 화를 더 키웠다는 게 보편적인 시각인데요.

우: 정치권 일반의 문제가 아닙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4년간 더민주 장하나 의원님, 은수미 의원님, 이언주 의원님께서 피해자 간담회나 토론회 개최,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굉장히 집요하게 노력해왔습니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외면했습니다. 이제 와서 문제가 불거지니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는 유체이탈적 책임회피에 나서고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는 국민 생활 안전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박: 저는 청와대 회동에서 박대통령께 검찰의 수사와는 별개로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 및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고 가습기 피해자 여러분들에 대한 선도적인 지원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20대 국회가 시작하면 관련 피해자 단체 및 가족들을 만나 그분들의 요구 사항을 듣고 법률안 마련, 청문회 실시 등 국회 차원의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 ‘김영란법’ 시행령이 입법예고에 들어갔습니다. 찬반이 엇갈리는데요.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여야 막론하고 당내에서도 모두 동의합니다. 시행령을 두고 ‘과잉규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단 시행한 후 국민이 개정 필요성을 용인한다면 그 때 개정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입법부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김영란법에 대해서는 저희 당 김기식 의원님께서 언급되어온 문제점들을 충분히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꼭 통과시켜야 하는 법이라고 해서 여야가 통과시킨 법안인데, 시행도 하기 전에 개정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섣부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박: 국민들은 엄격한 법 집행을 원하고, 또 한편에서는 법이 시행되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고, 또 실효성을 의심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9월말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 여부도 결정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민의당도 그때까지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대응할 것입니다.

- 이제 국민들의 관심은 19대 대선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금 계신 원내대표들이 ‘킹메이커’로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예상이 나옵니다.

우: 원내대표단 인선의 특징이 있습니다. 당내 제 세력과 지역, 전문성을 골고루 안배했습니다. 이러한 인선이 가능했던 당내의 모든 세력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란 당내 평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세력에 속하지 않고 당을 수권 대안 정당으로 만드는 것은 더민주의 최우선의 과제이자 정권교체를 위한 첫 걸음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제를 앞에 두고 특정 인물을 대선후보로 만들기 위한 킹메이커 역할론은 더민주의 현실에도 맞지 않으며 통합을 저해하는 오해의 소지로만 작동할 뿐입니다. 저는 오직 당의 통합과 민생 국회 운영에 집중하는 원내대표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박: 정권교체는 이 시대 최고의 개혁이기 때문에 저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저의 모든 것을 던질 각오를 늘 하고 있습니다. 킹메이커 여부를 떠나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문지기가 되어도 좋고 벽돌 한 장이라도 놓겠다는 것이 저의 평소 생각입니다. 저는 지금도 그러한 관점에서 정치활동을 해 왔기 때문에 어떠한 역할이든 주어진다면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20대 국회에 충실하도록 노력할 것이고 그것이 정권교체를 위한 ‘정도(正道)’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민의당이 국회에서 잘 한다면 국민들께서는 ‘국민의당이 집권하면 저렇게 정치를 하겠구나’ ‘국민의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저렇게 국정운영을 하겠구나’라고 느끼실 수 있도록 우선 원내대표로서 국회에서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 창간 20주년을 맞은 <일요시사>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우: 먼저 <일요시사> 창간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모든 임직원 및 기자 여러분께 또한 감사드립니다. 변화하는 언론 환경에서 끝까지 진실만을 추구하고 정치와 국민을 연결하는 소통 창구로서의 소임과 역할을 다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정론지 <일요시사>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박: <일요시사> 창간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날카로운 비판과 다양한 소식으로 우리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어 주신 <일요시사>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일요시사>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잊지 않기를 당부 드리며 여러분의 무궁한 건승과 발전을 기원합니다.


<chm@ilyosisa.co.kr>


[우상호 원내대표는?]

▲강원도 철원 출생
▲전 이한열추모사업회 사무국장
▲전 민주당 대변인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17·19대 국회의원
▲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원내대표는?]

▲전라남도 진도 출생
▲제25대 대통령비서실 실장
▲김대중 평화센터 부이사장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
▲14·18·19대 국회의원
▲현 국민의당 원내대표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죽도 밥도 아닌 트럼프 따라하기

죽도 밥도 아닌 트럼프 따라하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을 밑바탕 삼아 용꿈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에게 영감을 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대권 도전 과정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0년 넘게 이어진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었다. 장 대표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빙글빙글 정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6일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려고 했다. 그러자 광주전남촛불행동 등 광주 시민단체 회원들과 일부 시민들은 장 대표 일행의 참배를 막았다. 결국 장 대표 일행은 추념탑 앞에서 5초 동안 묵념한 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같은 콘셉트 다른 행보 장 대표의 참배 시도엔 ▲국민 통합 ▲호남 구애 및 지역 현안 해결 ▲강경 보수 이미지 희석 등 이유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이후 행보는 참배를 시도했던 이유에 대한 의문을 자아낼 가능성이 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장 대표 등의 참배를 막은 시민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재물손괴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지난 18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일 집회는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였고, 각종 욕설과 모욕으로 일관된 폭언·폭력이 난무한 아수라장이었다”며 “시민을 가장한 과격 단체와 특정 인사들이 국민의힘 당 대표의 참배를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12일 내란 특검에 체포됐다가 이틀 후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돼 석방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두둔했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체포하라”는 내용의 비상계엄 동조 게시글을 올리는 등 행동으로 말미암은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받고 있다. 장 대표는 국회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규탄대회를 진행하던 중 황 전 총리 체포에 대해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 싸우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황 전 총리가 활발하게 부정선거론을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비판이 이어지자, 장 대표는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부정선거론에 선을 그으면서 “전략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장 대표·황 전 총리의 행적을 되새겨보면,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구호는 미국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대사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웨스트윙>에선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매튜 산토스가 상대 후보 에릭 베이커의 약점을 감싸는 연설을 한다. 에릭 베이커는 부인의 만성 우울증을 숨겼다. 이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자, 매튜 산토스는 “어차피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는데, 아닌 척 위선을 할 뿐”이라며 “지도자에게 완벽하다는 환상을 요구하면, 이는 단지 거짓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어 “완벽한 후보·특혜를 줄 후보가 아니라 이상·희망·꿈을 공유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우린 자랑스럽게 ‘나는 민주당원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광주 방문 시도 이어“우리가 황교안이다” 트럼프 당선엔 30년 밑밥…어설픈 표절? “나는 민주당원이다”는 상대의 약점을 감싸면서 정치의 본질을 호소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의 상징으로 통한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면서 폭력적인 정적 숙청을 요구했다. “우리가 황교안이다”는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극단적으로 대비될 수밖에 없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9월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에 대해선 충청도에서 몇 안 되는 용꿈을 꾸는 분이란 평이 있었다”며 “그 용꿈을 망상에 가깝다고 보기엔 유연하게 정치를 한 분”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대표 취임 후 김도읍 정책위의장 임명 등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장외 집회 집착 ▲황 전 총리 두둔 ▲한 전 대표 퇴출 시도 등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행보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그는 빙글빙글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와 황 전 총리 두둔이란 극단적인 행보를 불과 며칠 사이에 보인 것도 장 대표 특유의 빙글빙글 정치를 상징한다. 강경 보수에 더욱 치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 대표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과정과 비교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엔 미국 민주당에 모여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하는 리버럴 엘리트들에 대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발이 큰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지난 12일 유튜버 감동란의 개인 방송에 출연해 같은 당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알려진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졌고, 특검법 3개에도 모두 찬성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은 눈 불편한 것 빼고는 기득권인데, 장애인이라서 배려받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장애인에게 너무 많은 할당을 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김 의원을 일종의 에스코트용 액세서리 취급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박 대변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박 대변인에게 엄중하게 경고할 뿐, 징계는 하지 않았다. 박 대변인의 발언과 장 대표의 미지근한 대응은 김 의원에게 강한 반감을 갖는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자 여성이란 김 의원의 정체성과 그에 대한 박 대변인의 공격은 미국에서 만성 구조화된 정치적 올바름 논쟁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쟁취는, 진보 진영이 신자유주의·정치적 올바름을 추진하면서 민주당이 월스트리트와 강하게 연계하자 국민이 여기에 반감을 갖게 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딕 체니 전 부통령·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부 장관으로 상징되는 네오콘에 대한 반감도 큰 역할을 했다. 드라마 대사 표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강하게 추진된 신자유주의로 인해 산업 패러다임은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의 힘이 더욱 막강해졌고, 미국 내 제조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는 흐름이 가속화됐다. 지난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 내 중산층 몰락에 쐐기를 박았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막대한 세금을 대외 전쟁에 쏟아부었던 네오콘도 유권자의 큰 반감을 사서 몰락했다. 고립주의를 선호하는 미국 보수의 전통적인 흐름과 달리, 네오콘은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미국의 가치를 퍼트리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것 때문에 네오콘은 오래 지나지 않아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엔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가 함축됐다. 미국의 역사는 이주·개척의 역사다. 지금과 같은 세계 경찰의 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이후 확보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엔 지역 강국 정도의 위상을 가졌고, 현재의 미국 영토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주로 얻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서부 개척 시대를 다룬 영화가 흔하게 제작된다. 미국인이 광적으로 열광하는 시리즈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도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은유해 제작됐다. 건국 신화가 따로 없는 미국에선 이 양대 시리즈가 신화로 통한다. 미국 고보수주의의 핵심은 다른 나라의 전쟁·정치 개입에 반대하는 외교 정책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인위적으로 고립시켜 대륙 내 미국의 기득권을 지키자는 것이다. 미국의 국력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19세기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미국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은 1823년 “유럽은 아메리카에 새 식민지를 만들지 말고, 미국은 유럽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먼로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어 ‘명백한 운명’이란 구호하에 서부 개척에 몰두했다. 트럼프 대통령·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였다. 미국이 지난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지원 규모는 약 820억달러(약 113조4880억원)이고, 전비는 670억달러(약 98조4591억원) 규모로 확인된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4월 608억달러(약 89조348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첨단 무기 등 대규모 군사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자들을 달랠 거대한 쇼가 필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 중 하나는 제1기 행정부 당시 멕시코 국경에 설치한 거대한 장벽이다. 미국 내 블루칼라들이 갖는 불만 중 하나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미국·멕시코 접경지역에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를 실질적 효과와 정치적 이벤트를 모두 거둘 수 있는 일거양득 상황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로망의 정치화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우리에게 방위비 분담금 100억달러(약 14조6942억원)를 요구했다. 내년에 우리가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은 1조5192억원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엔 주한미군에 대한 330억달러(약 48조4948억원) 규모의 종합적 지원 내용이 담겨있다. 또 우리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달러(약 36조7385억원)를 지출해야 한다. 일본도 지난 5월부터 미국으로부터 주일미군 분담금 인상 압박에 시달려 매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부터 캐나다·그린란드·파나마 등 아메리카 대륙과 그 인근 지역으로 사실상 영토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미국인에겐 영국·멕시코 등과 전쟁하면서 중·남부로 영토를 확장했던 19세기의 재림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각국에 안기는 관세 폭탄에서도 잘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그린란드 주민이 투표를 통해 미국 편입·독립을 결정한 상황에서 덴마크가 이를 방해하면 덴마크에 고액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를 군사·외교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단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는 관세 폭탄에서 잘 드러난다. 공화당은 지난 6일 진행된 뉴욕시장·버지니아 주지사·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의 핵심 쟁점은 생활비 부담이었다. 뉴욕시에선 주거비가 급등했고, 뉴저지주에선 전기요금이 연 20% 상승했다. 특히 버지니아주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인력 감축 방침과 셧다운 여파로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커피·바나나·쇠고기·견과류 등 생활필수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 이후 생활필수품 물가가 급상승한 여파로 선거에서 패배하자 뒤늦게 상호 관세를 면제한 것이다. 특히 쇠고기는 미국 축산농가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관세를 면제했다. 장 대표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겉’만 빌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이후 미국 정치권이 주도한 변화의 여파로 서민의 삶이 악화한 흐름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이들의 바람을 선동적 언어로 표현해 대권을 거머쥔 것이다. 불만 조직화한 트럼프 지지율↓ 원인 장동혁 30년 넘게 진행된 신자유주의·개입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에 강경 보수가 대규모 조직화한 영향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에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국내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전한길씨 등이 주도하는 강경 보수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매우 크다. 이들의 언행은 강경 보수의 틀을 벗어나면, 조롱 대상이 될 뿐이다. 아울러 미국에선 민주당이 신자유주의 질서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시장경제·기업 경영의 자유 등 신자유주의 질서를 지지하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신자유주의 성향의 경제 정책을 유지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양당의 의견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양당은 특히 젊은 남성들이 민감하게 여기면서 비판하는 각종 검열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셧다운제 도입 ▲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물관리위원회 검열 논란 등 검열 논란은 정당을 불문하고 꾸준히 일어났다. 미국에선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정치적 올바름 논쟁이 영화계로 이어져 <백설공주>와 <인어공주> 등 영화에 유색인종 주인공이 발탁돼 큰 논란으로 확산했다. 이런 논란을 주도하면서 서민을 훈계한 대표 세력은 월스트리트·각계 엘리트·언론이었다. 이 논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 과정에 큰 영향을 줬다. 국민의힘은 각종 검열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처럼 젊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 중엔 불법 이민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멕시코인을 경계하는 기존 유색인종 유권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흑인 중 8% ▲히스패닉 중 28% ▲아시아계 중 27% 등 득표율을 보였다. 지난해 대선에선 ▲흑인 중 13% ▲히스패닉 중 46% ▲아시아계 중 40%가 그에게 투표했다. 반면 장 대표는 지난 6일, 광주에서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지 못했고 국민의힘은 장 대표를 비난하는 시위를 한 시민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더 찐윤(진짜 친윤)’에 의해 옹립된 재선 의원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 취임 이후에도 지지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이는 전주보다 2% 낮아진 수치며, 지지율 42%를 기록한 민주당보다 18% 낮다. 심지어 전통적인 표밭 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 42%를 얻는 데 그쳤다. 표밭도 위험하다 어설픈 표절은 죽도 밥도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여년 동안 누적된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은 후 유권자들이 향수를 느끼는 옛 로망을 자극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투표로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트럼프 벤치마킹’은 아닐까? 장 대표는 꾸준히 정체되고 있는 국민의힘의 지지율에서 뭘 보고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