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고픈 추억의 가족 여행지 ③전북 군산시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근대사 여행

전북 군산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도시 전체를 ‘근현대사 야외 박물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특히 가족과 함께 도보 여행을 즐기기에 어려움이 없는 곳으로, 가족 여행을 계획해도 좋을 듯 싶다.

군산의 근대사를 한눈에,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미술관, 카페, 갤러리로 재탄생한 일제의 잔재들

군산 근대사 여행은 근대문화유산거리가 조성된 해망로 일대에서 시작한다. 예전에 이곳의 지명은 장미동이었다. 장미(藏米)는 ‘쌀을 저장하는 마을’이라는 뜻. 일제는 군산항을 호남 지역에서 수탈한 곡물을 본국으로 실어 가기 위한 거점으로 삼았는데 장미동이라는 지명 자체가 일제가 우리 쌀을 수탈했다는 증거다.

어수선하던 해망로 일대가 예쁜 거리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1년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이 개관하면서부터다. 이름 그대로 군산의 근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를 전시하는 이곳은 해양물류역사관, 어린이체험관, 근대생활관,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1930년대 시간 여행’을 주제로 1930년대 군산에 있던 건물을 복원한 근대생활관이 인기다.

역사적 건물
복원해 전시

군산역, 영명학교, 야마구찌 술도매상, 형제고무신방, 홍풍행 잡화점 등 당시 군산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제일은행 군산출장소 출근부, 창씨개명 호적원부, 토지 목록, 지적도 원본 등 귀한 자료도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 1층에 자리한 등대도 눈길을 끈다. 이는 어청도 등대를 3분의 2 크기로 축소한 모형이다. 어청도 등대는 1912년 3월1일에 점등해서 오늘까지 고군산군도 앞바다를 비추고 있다.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이 문을 열면서 주변에 방치된 건물들도 새롭게 단장했다.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은 군산 근대건축관으로 바뀌었다. 1922년 건립된 이 건물은 식민지 경제 수탈을 위한 금융기관이었다. 해방 뒤 한국은행·한일은행 군산지점으로 사용되었으며, 한때 유흥 주점 간판이 달린 적도 있다. 일본인 무역회사 구 미즈상사는 미즈커피로 바뀌었다. 당시 미즈상사는 일본에서 식료품과 잡화를 수입·판매했다고 한다. 원래는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앞에 있었는데, 조성 과정에서 지금의 위치로 옮겨 카페로 단장했다.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건물은 근대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일본 제18은행은 나가사키(長崎)에 본점이 있었는데, 일제강점기에 대부업을 하며 인천과 군산 등에 지점을 차려 성업했다고 한다. 일제의 조선 곡물 수탈을 상징하는 장미동 곡물 창고도 지금은 장미갤러리로 바뀌어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군산 근대사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구 군산세관 본관이다. 벽돌 건물에 동판으로 얹은 지붕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1908년 대한제국이 벨기에 붉은 벽돌과 건축 자재를 수입해서 지었다고 전해진다. 서울에 있는 서울역사, 한국은행 본점과 함께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로 꼽힌다.

해망로와 맞닿은 군산 내항에는 일제강점기 3000톤급 기선을 댈 수 있었다는 부잔교(뜬다리)가 있다. 부잔교는 밀물 때는 다리가 수면에 떠오르고 썰물 때는 수면만큼 내려가는 다리로, 수위에 따라 높이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선박 접안 시설물이다. 이 다리를 통해 곡식이 일본으로 반출됐다.

부잔교 옆 선창을 ‘째보선창’이라고 부른다. 이곳은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배경이 된 곳이다. 서천 땅을 처분한 정 주사가 똑딱선을 타고 째보선창으로 오지만 미두장에서 쌀과 돈을 다 날리고 이곳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근대의 흔적은 빵집에서도 찾을 수 있다.중앙로에 자리한 이성당은 1920년대 일본인이 운영하던 화과자점 ‘이즈모야’에서 출발했다.

1945년 해방 직후 한국인이 가게를 인수하면서 이성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지금까지 영업한다. 지방 소도시에 있다고 작고 한적한 빵집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오전 10시 무렵에도 빵을 사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성당의 최고 인기 메뉴는 앙금빵과 야채빵이다. “앙금(단팥)빵이 거기서 거기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직접 먹어보면 “역시!” 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단팥이 잔뜩 들었다. 고소한 소스에 버무린 각종 채소로 속을 채운 야채빵도 인기다.

이성당에서 10여분 걸어가면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이 나온다. 군산에서 큰 포목점을 하며 돈을 번 히로쓰 게이샤브로가 지은 목조건물이다. 다다미방과 편복도, 일본식 벽장(오시이레), 손님을 맞는 도코노마 등 대규모 일식 가옥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야쿠자 두목 하야시의 집, 영화 〈타짜〉에서 극중 평경장(백윤식)이 고니(조승우)에게 기술을 가르치던 집이 바로 이곳이다.


색다른 풍경
경암동 철길마을

신흥동 일본식 가옥을 지나면 동국사에 닿는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은 일본식 사찰이다. 정면 5칸, 측면 5칸에 가파른 단층 팔작지붕을 이고 있는 이 절은 우리나라 사찰과 전혀 다른 느낌이다. 시인 고은이 머리를 깎고 불교에 입문한 사찰이기도 하다.

군산은 이런 독특한 분위기 때문인지 많은 영화의 배경이 됐다. 대표작이 한국 멜로영화 역사에 남을 〈8월의 크리스마스〉다. 한석규와 심은하가 주연한 작품으로 대부분 군산에서 촬영했는데, 월명공원으로 가는 언덕에 초원사진관이 영화에 나온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오직 군산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을 지닌 곳이다. 낡은 판잣집이 양쪽으로 늘어선 가운데 철길이 놓였다. 이곳에 처음 철길이 놓인 때는 1944년 4월4일. 군산시 조촌동에 있는 신문용지 제조업체 페이퍼코리아의 생산품과 원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었다. 2008년 7월1일부터 운행을 멈춰, 기차가 다니는 모습은 볼 수 없다.

군산 여행의 종점은 커피다. 은파호수공원 앞에 자리한 카페 리즈는 콜롬비아 유기농 인증을 받은 커피를 비롯해 공정무역, 레인포레스트 등 다양한 인증을 받은 커피와 스페셜 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카페 한쪽에는 로스팅 기계가 여러 대 있는데, 마음에 드는 원두를 선택해서 직접 볶아보는 것도 이색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전문 바리스타가 도와주니 초보자도 쉽게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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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코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등 해망로 일대→초원사진관→경암동 철길마을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등 해망로 일대→초원사진관→경암동 철길마을
· 둘째 날: 고우당→동국사→은파호수공원
관련 웹사이트
· 군산시 문화관광 http://tour.gunsan.go.kr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http://museum.gunsan.go.kr
· 동국사 http://www.dongguksa.or.kr

문의 전화
·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4-3304
· 미즈커피 063-446-2867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063-454-7870 ·이성당 063-445-2772
· 군산근대건축관 063-454-3274
·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 063-454-3274

대중교통(기차)
용산역-군산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14회(05:35~20:35) 운행, 약 3시간~3시간30분 소요.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군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0회(06:00~23:50)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자가운전
· 서울 출발: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서천공주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군산 IC→군산·북새만금 방면
· 부산 출발: 남해고속도로→통영대전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전주 IC→군산 방면
· 광주 출발: 호남고속도로→고창담양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군산 IC→군산·북새만금 방면숙박

숙박
· 고우당: 군산시 구영6길, 063-443-1042, www.gowoodang.com
· W호텔: 군산시 소룡1길, 063-464-6205
· 예스모텔: 군산시 가도안1길, 063-464-6081
· 군산리버힐관광호텔: 성산면 철새로, 063-453-0005, www.063-453-0005.bestbz.com


식당
· 중앙식당: 반지회, 군산시 해망로, 063-446-0471
· 유락식당: 아귀찜, 군산시 해망로, 063-445-6730
· 복성루: 짬뽕, 군산시 월명로, 063-445-8412
· 빈해원: 간짜장, 군산시 동령길, 063-445-2429

주변 볼거리
해망굴, 새만금, 선유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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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