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새누리당 고삐 잡은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

‘사방이 적’위기탈출 총대 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총선 참패로 위기를 맞은 새누리당. 가장 어려운 시기에 당을 이끌어갈 새로운 원내대표로 충청권 출신 4선 정진석 의원이 선출됐다. 정 원내대표는 당 내홍을 수습하고 여소야대 국면에서 거야를 상대로 협상력을 발휘할 중책을 맡게 됐다. 하지만 그 앞길은 험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진석(4선·충남 공주·부여·청양)·김광림(3선·경북 안동)조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새누리당 당선자 총회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총 119표 가운데 69표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굳혔다. 새누리당은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를 열고 ‘협치의 정진석’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택했다.

계파 갈등
뇌관 터질까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정 원내대표는 비박계를 대표한 나경원(4선·서울 동작을)·김재경(4선·경남 진주을) 조와 친박 핵심 인사인 유기준(4선·부산서·동구)·이명수(3선·충남 아산) 조를 넉넉한 표 차이로 꺾었다. 이날 총회에 불참한 김무성 전 대표 등을 제외하고 총 119표 중 정 원내대표가 69표, 나 의원이 43표, 유 의원이 7표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승부가 갈렸다.

당초 정 원내대표와 나 의원이 결선투표까지 가는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현장에서 실시된 정견 발표, 상호토론에서 정 원내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첫 원외 당선인 원내대표라는 영예도 얻었다. 정 원내대표는 총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오늘 호소드리고자 했던 것은 당의 단합”이라며 “위기 탈출의 해법을 찾으려면 당의 결속과 확신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예상과 달리 압도적 표차로 당선
친박·충청지지 1차 투표서 승부

이어 “길다고도 볼 수 있고 짧다고도 볼 수 있는 (차기 대선까지) 남은 18개월 동안 새누리당 의원님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목표에 도달할 지 중간에 주저앉을 지 결정 될 것”이라며 “몇몇 지도부의 힘으로 안 되고 정말 122명 새누리당 의원이 혼연일체가 돼 한 마음 한뜻으로 절대 결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는 친박계의 선거 참패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의 지원사격을 받은 원내지도부가 들어서면서 갈등의 불시가 내재돼 전당대회 등 차기 당 대표 선출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폭발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정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계파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친이도 친박도 아니다. 친이, 친박 모임에서 저를 발견한 분 계시느냐”며 “어느 계파에도 포함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원내대표는 그동안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경선 기간 내내 계파주의 탈피를 부르짖었다. 계파 간 선거 책임론을 제기하며 내부적으로 다투기보단 당 수습과 쇄신에 방점을 두겠다는 것. 정 원내대표도 스스로를 ‘마무리 투수 겸 선발투수’라고 소개하며 “박근혜 정부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데 선발 투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또 3당 체제 등 어려운 환경에서 원내 협상을 지휘해야 하는 만큼 청와대와의 의견 조율에서 대립이 표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 원내대표는 당청관계에 있어서만큼은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수직적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당청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정국험로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아무리 지시한다고 해도 원내 2당, 여소야대 상황에 어떻게 관철시키겠느냐”라며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다. 당청 간 협치를 해서 갈 수밖에 없다는 걸 다 안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수평적 당청관계를 실현하기 위해 당·정·청 고위 회동 정례화, 여·야·정 정책협의체 상시 가동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정 원내대표는 이날 경선 토론회에서 “집권여당은 청와대와 협의하고 야당과 타협해야 하는 협치의 중심”이라며 “이 일을 위해서는 먼저 대통령과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가 해결해야할 문제도 첩첩산중이다. 먼저 무소속 의원 복당 문제를 정 원내대표가 해결해야 한다. 핵심은 유승민·윤상현 의원 복당 허용 여부다. 친박계는 비박계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유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고 있고, 비박계에서는 친박 핵심인 윤 의원의 복당에 부정적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 원내대표는 당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 원내대표는 입법과 정책 추진에 있어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중량급 인사가 차기 원내대표로 거론되면서 여야협상에서 험로를 예고했다. 19대 국회와 비교해 국회의장뿐만 아니라 상임위원장 자리도 내줘야 하는 상황에서 상임위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국회가 늦장 출범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6선 의원 아들
MB·JP와 인연

쟁점 법안 처리와 경제활성화 정책 추진을 위한 전략 수립도 정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큰 과제 가운데 하나다. 당장 노동 4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 등에 대한 여야 협상이 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한국형 양적완화 등 경제 이슈를 놓고 야당과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리막 길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면적인 당 쇄신 및 변화도 책임져야 한다. 총선 참패로 소수당이 되면서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긴 것은 물론 여권에선 차기 대선주자도 보이지 않는다.

총선 패배의 배경엔 공천 실패 뿐 아니라 두 차례 보수정부 집권에도 저성장과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들을 풀어내지 못한 실망감도 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정 운영과 정책기조의 대대적 혁신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높다.

정 원내대표는 1960년 충청남도 공주군 계룡면 출생이다. 6선 국회의원과 내무부 장관을 역임한 정석모 전 의원의 아들이다. 고등학교를 서울로 올라와 성동고등학교,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일보 기자 생활을 했다.

현 정부 마무리…새 정권 창출 앞장
3당 체제 어려운 환경서 협상 지휘

정 원내대표는 김종필 전 총리가 창당한 자유민주연합의 명예총재특보로 1999년 정치권에 입문했다.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부친 정석모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충남 공주·연기에 자민련 공천으로 출마해 이상재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민주연합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했지만 오시덕 열린우리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이후 자유민주연합을 탈당했고, 2005년 오 의원 당선 무효로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당선된 정 원내대표는 국민중심당에 입당해 최고위원과 원내대표를 지냈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해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어 2010년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 원내대표는 2010년 세종시 문제로 한나라당이 내분을 겪을 때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당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을 주선하기도 했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특별시 중구 선거구에 출마하였으나 정호준 민주통합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충청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으나 당시 안희정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첩첩산중…
최우선 과제는?

정 원내대표는 ‘소통의 정치인’으로도 불린다. 함께 간다는 뜻의 ‘동반’과 서로 어울려 왕래하는 ‘통섭’이 정 원내대표의 생활신조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점에서 정 원내대표는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꼽히는 당내 계파 갈등을 아우르면서 당의 화합을 이뤄내는 데 적임자로 꼽힌다.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둬 거부감이 적은 데다 성격이 소탈하고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min1330@ilyosisa.co.kr>


[정진석은?]

▲충남 공주 출생(57) ▲성동고등학교·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한국일보 기자, 논설위원 ▲16·17·18·20대 국회의원 ▲자유민주연합 대변인 ▲국민중심당 원내대표·최고위원 ▲국회 정보위원장 ▲2010년 대통령실 정무수석 ▲2013년 27대 국회 사무총장 ▲2014년 새누리당 충남지사 후보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지난 3일 김광림(3선·경북 안동)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20대 새누리당 당선자 총회 정책위원의장 경선에서 신임 의장으로 당선됐다. 김 정책위의장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예산통’ 이자 재정전문가로 꼽히는 3선 당선인이다. 당내 최고 경제전문가로 꼽힌다.

행시 14회로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을 시작해 기획예산처 재정기획국장, 재정경제부 차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발을 들일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경북 안동에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2012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의 낙점으로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 임명돼 일하기도 했다. 정신의 수도인 안동의 선비정신을 물려받아 안으로는 강직하지만 밖으로는 후덕한 인상으로 내강외유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예결위 간사를 맡아 각 지역에 예산배분 과정을 불협화음 없이 처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그때 덕을 본 의원들이 김 의원을 인간적인 정으로 찍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남권 의원이면도 계파색이 비교적 옅어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으로 여러 후보들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를 열고 “협치의 정진석”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택했다. <창>

 

[김광림은?]

▲경북 안동 출생(68) ▲영남대 경제학과·하버드대 대학원 ▲행정고시 14회 ▲대통령 기획조정비서관 ▲예산처 재정기획국장 ▲국회 예결위 수석전문위원 ▲특허청장 ▲재정경제부 차관 ▲세명대 총장 ▲새누리당 여의도 연구소장 ▲18·19대 의원·20대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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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