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공격형 골퍼 '스타일 탐구'

옆으로? 무조건 돌진샷!

올 시즌 KLPGA 투어의 흥행몰이 키워드는 바로 ‘공격 골프’다. 박성현을 비롯해 조윤지, 이정민, 김민선이 공격 골프 흥행에 앞장서고 있다. 골프 팬들에게 공격 골프는 또 하나의 흥밋거리이다.

2016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갔다. 33개 대회 중 4개 대회가 끝났다. 4개 대회에선 모두 새로운 우승자가 배출됐다.

이런 가운데 박성현을 비롯해 조윤지, 이정민, 김민선이 공격 골프를 앞세우고 있다. 역대급 공격 골프 출연으로 예측불가한 ‘춘추전국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KLPGA 최고의 공격 골프 선수들을 살펴봤다.

벌써 3승 박성현

최근 3연승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는 박성현은 이미 지난 시즌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다. 장타를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플레이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특유의 승부사 기질도 발휘해 많은 골프 팬들은 그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박성현은 현재 KLPGA 투어 대상과 상금, 평균타수 등 주요 부문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박성현의 ‘닥공’은 강했고 존재감도 확실히 보여줬다. 지난 시즌 ‘한국여자오픈’ 우승을 포함해 3승을 쓸어 담으며 상금랭킹 2위에 올랐다. 드라이버 비거리 1위(254.28), 평균버디 1위(3.71), 버디율 1위(20.63), 그린적중율 6위(76.98), 60타대 라운드 획득율 6위(29.76), 톱텐 피니쉬율 7위(35.71), 평균타수 8위(71.49) 등을 기록, 공격 골프에서 강한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주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박성현은 지난 시즌 드라이버 비거리 1위(254.28m)를 차지한 국내 최고의 장타자이다. 그러나 페어웨이 안착율이 123위(66.48), 드라이빙 지수 67위(124) 등을 기록해 정확성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보였다. 그린 적중률 6위(76.98)를 기록한 것은 반전이다. 이는 페어웨이에서는 물론 러프에서도 아이언 샷이 좋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히트상품으로 우뚝 선 ‘닥공 여제’
공격적 스윙·승부사 기질로 대세

박성현은 지난 3월부터 3주간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에 참가해 3개 대회를 연속으로 소화하고 국내로 복귀했다. ‘JTBC 파운더스컵’ 공동 13위, ‘기아 클래식’에서는 공동 4위,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공동 6위를 기록하며 위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특히 화끈한 장타를 앞세운 그의 호쾌한 스윙은 미국 팬들은 물론 미디어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박성현은 지난해 국내에 열린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처음 참가해 2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미국으로 건너가 LPGA 투어에 출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성과이다. 국내 무대에서 당분간 박성현을 막을 상대는 없어 보인다.

정상 노리는 조윤지

조윤지는 올 시즌 첫 대회인 ‘World Ladies Championship 2016’ 출전해 4일 동안 버디 14개를 수확하며 13위로 시즌을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The Dalat at 1200 Ladies Championship’에서 14위,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23위를 기록, 지금까지의 초반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샷감을 잡으며 엔진을 예열하고 있다.

와신상담 이정민


조윤지는 지난 시즌에 좋은 기억이 있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해 통산 2승을 달성, 상금랭킹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공격 레벨에 기반을 둔 부드러운 스윙을 앞세워 시즌 내내 수준 높은 플레이를 선보여 많은 골프 팬들에게 공격 골프의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60타대 라운드 획득율 2위(36.36), 평균타수 3위(71.13), 그린 적중률 3위(78.21), 평균버디 3위(3. 46), 버디율 3위(19.23), 톱텐 피니쉬율 6위(38.46), 종합능력지수 5위(184), 드라이버 비거리 8위(247.05) 등 주요 기록부분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버디 퍼팅 능력과 공격 생산력은 톱 클래스 수준이다.

그녀는 많은 골프 팬들 가슴에 ‘막공’이 자신의 소유물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새겨 넣었다. 이처럼 조윤지는 공격적인 플레이는 물론 찬스를 버디로 마무리하는 능력까지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 기술적으로는 KLPGA 투어 선수들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을 정도로 ‘공격 능력자’ 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지난해 ‘E1 채리티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8연속 버디를 잡은 플레이는 팬들이 뽑은 KLPGA 최고의 명장면에 선정될 만큼 이제 그는 KLPGA 투어에서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특별한 존재이다.

올 시즌 조윤지는 KLPGA 투어 상금랭킹 자격으로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 초청받았다. 그동안 갈고 닦은 날카로운 막공을 LPGA 무대에서도 제대로 터트리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지난 시즌에 리커버리율 48위(56.63), 평균 퍼팅 69위(31.08) 등을 기록, 숏게임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이번 겨울 전지훈련 동안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무어파크 골프장에서 숏게임을 집중적으로 보완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승부사답게 결정적인 순간마다 승부수를 자주 띄우다 보니 승부수가 자칫 ‘보기’라는 무리수로 돌아와 스코어 관리에 힘들었을 것이다. 올 시즌 조윤지는 겸손하게 목표를 2승으로 잡았다.

춘추전국시대 예고 4인방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올 시즌 이정민은 ‘World Ladies Championship 2016’에서 시즌 첫 승을 기록하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이정민은 정교한 아이언 샷이 강력한 무기이다. 또한 장타를 바탕으로 한 거침없는 플레이는 매 대회에서 빛날 만큼 공격 골프에 그의 이름이 없으면 골프 팬들은 섭섭할 정도이다. 이정민은 지난 시즌 3승을 달성, 상금랭킹 4위에 이름을 올리며 뜨거운 샷 감각을 선보였다.

아마 KLPGA 무대를 통틀어 이정민만큼 공격 골프에 다재다능한 선수는 찾기 힘들다. 그러나 이정민은 지난 시즌 막판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시즌 중반 이후 상승세 흐름에 균열을 냈다. 다만 “올해는 전지훈련을 통해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체력 문제는 없을 것이다”고 체력에 큰 자신감을 보였다.

이정민이 지금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체력 안배와 컨디션 관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올 시즌은 작년과 분명 다를 것이다. 이정민의 올 시즌 목표는 작년보다 많은 승수와 평균타수 1위다.

김민선에게 지난해는 자신의 골프를 확인하는 게 유일한 소득이었다. 그는 지난해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해 상금랭킹 7위를 기록, 프로 데뷔 첫해보다 건강한 시즌을 보냈다. 드라이버 비거리 2위(252.57), 아이언 지수 3위(45.04), 평균버디 5위(3.40), 버디율 5위(18.86), 톱텐 피니쉬율 5위(40.74), 톱텐 피니쉬율 5위(30.00), 평균타수 9위(71.64) 등 KLPGA 투어에서 종합능력지수 2위(138)를 기록할 만큼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김민선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기대치를 생각한다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지난해 8월에 손목 부상이 그의 상승세에 제동을 건 것이 너무 안타깝다.

희망의 김민선

골프전문가들은 175cm에 달하는 김민선의 피지컬에 주목한다. LPGA 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신체조건에 특유의 유연성까지 갖추고 있다. 필드에서 거침없는 플레이로 공격 골프를 구사하며 집중력을 보이는 점도 그의 큰 장점 중의 하나이다. 김민선의 올 시즌 목표는 2승을 수확하는 것과 장타왕에 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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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