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31)채찍

결심했지만…흔들리는 마음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시아주버니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가 운전하고 있는 석원에게 말을 건넸다. 백미러로 뒤를 바라보자 아내가 이미 잠에 빠져든 아들을 품에 안고 있었다.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고 그저 사는 이야기했어.”

“무슨 소리야. 큰 소리까지 들렸었는데. 솔직하게 말해봐.”

아내의 다그침에 잠시 전 형들이 했던 이야기를 곰곰이 되새겨보았다. 물론 윤대중과 관련한 이야기였다. 남조선의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겠다고 기고만장했던 일 역시 윤대중과 연계된 일이었다.

그런데 형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윤대중과 일본은 더 이상 관계가 이어지지 않을 듯했다. 그렇다면 자신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할 이유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일어났다.

“무슨 이야기했느냐니까?”

아내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별건 아니고 요즈음 내 씀씀이가 헤픈데 그 사유가 무엇이냐 물었어.”

“그래서?”

“뭘 그래서야. 지금 조총련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있고 그 보수를 받고 있다 했지.”

“그랬더니 뭐라고 해.”


“빤한 소리지 뭐. 그쪽 사람들과 거리 두고 이제 가정에 신경 쓰라는 이야기지.”

아내가 품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의 얼굴을 살피더니 다시 석원에게 시선을 주었다.

“나도 한번 생각해보았는데, 요즈음 내게 가져다주는 돈 말이야.”

“그 돈이 어때서?”

“출처는 그렇다고 해도 당신이 무슨 일을 하기에 받는 돈인지 궁금했어. 그런데 당신 성격이 워낙 그래서 묻지 않았거든.”

“실은….”

석원이 일시적으로 말을 멈추었다.

“자세하게 털어놔 봐.”

“남조선에 계신 윤대중 선생을 다시 일본으로 모시고 오려는 작업을 추진 중이야.”

“그 일에서 당신 역할은?”

“어차피 내 경우 행동대장 격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어.”

아내가 행동대장을 되뇌었다.

“그러면 당신이 남조선에 잠입해 윤대중 선생을 구출해서 일본으로 모셔 온다는 이야기 아니야.”


“결국 그런 이야기지.”

아내가 잠시 침묵을 지키며 석원의 말을 되새기는 듯 눈을 깜빡거렸다.

“제발 철부지처럼 행동하지 마. 당신이 무슨 수로 윤대중을 구출해 오겠다는 거야. 그것도 남조선에서.”

막상 뭔가 대답해야 하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시아주버니들 말씀대로 이제는 당신 앞길 제대로 생각해.”

예전 같으면 씨알도 먹히지 않았을 아내의 말이 가슴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애로 사항 있습니까?”

정동일이 차주선의 연락을 받고 도쿄 외곽에서 점심 무렵 은밀한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문석원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자세히 말씀 주시겠습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누구인지, 아마도 주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모양인데 박 대통령 암살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동일이 즉답을 피하고 차주선을 주시했다. 주선이 슬그머니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일은 어차피 예견했던 것 아닙니까.”

“하면 어찌 처리하는 게 이롭겠습니까?”

“그동안 그저 당근만 제공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대통령 암살 성공 가능성 희박
점점 계획에 대한 의구심 커져

“그렇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이번에는 채찍을 들어보시지요.”

주선이 채찍을 되뇌며 잠시 생각에 잠겨들었다.

“미처 그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제는 빠져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경고하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시고. 그런데 그 친구가 머뭇거리는 사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원래 윤대중 구출에 초점을 맞추었었다 이거지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박 대통령 암살은 다른 차원에서 바라볼 일이다 이 말입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우리가 너무 치고 나갔으니 이제 돌릴 수 없습니다.”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순간 동일이 주선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무슨 의미입니까?”


“문득 오사카 항에 입항해 있는 만경봉호가 생각나서요.”

“만경봉호!”

“한번 그를 이용하는 방법도 괜찮을 듯합니다.”

주선이 만경봉호를 되뇌며 동일의 얼굴을 빤히 주시했다.

“채찍의 수단으로 그리고 후일 문석원이 북한과 연계되었다는 확고한 증거를 위해서라도 한번 심도 있게 고려해봄이 좋을 듯합니다.”

주선이 답에 앞서 슬그머니 미소를 흘렸다.

“참으로 기발한 생각입니다. 이른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말을 마친 주선이 급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벌써 가시게요.”

“쇠뿔도 단김에 뽑으랬다고, 그 친구가 너무 나락으로 빠져들기 전에 빨리 조처 취하도록 해야지요.”

저녁 무렵 이호룡이 문석원과 함께 승용차를 이용하여 오사카 항에 도착했다. 한 장소에  주차시키고 밖으로 나서자 이호룡이 앞서 나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뒤를 따르는 석원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를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부장님, 좀 천천히 가요.”

“이제 다 왔으니 서두르자고. 저쪽 사람들은 약속시간이 칼 같아. 그러니 별 일 아닌 걸로 저들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어.”


“도대체 누구를 만나는데요.”

“가보면 알아.”

호룡이 고개 돌려 석원을 힐끗 보고는 내처 앞으로 나아갔다. 별 도리가 없다 판단했는지 석원 역시 호룡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쫓아갔다. 이어 오래지 않아 호룡이 조그마한 건물 앞에 멈추었다.

석원이 고개 들어 건물 뒤를 바라보자 옆면에 ‘만경봉호’라 쓰인 배가 시선에 들어왔다. 가만히 만경봉호를 주시했다. 말로만 들었던 그 배를 직접 바라보니 감회가 새로운지 석원이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배 안에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하네. 저 안은 일본이 아니라 북조선이야.”

건물 안에서 간단히 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자 호룡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석원이 다시 시선을 만경봉호로 주었다. 스산한 저녁 분위기마냥 만경봉호 역시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 동무는 만경봉호 승선이 처음입니까?”

“그렇소.”

안내원의 질문에 호룡이 짤막하게 답했다. 순간 안내원의 싸늘한 시선이 석원 쪽으로 쏟아지자 석원의 몸이 절로 움찔거렸다. 

“호룡 동무, 이 사람이 문석원 동무요?”

일행이 막 배에 승선하기 위해 트랩을 오르자 그곳에 경비를 서고 있던 한 남자가 역시 무표정한 얼굴로 석원을 주시했다. 호룡이 그렇다고 짤막하게 답하자 그 사람이 석원을 한쪽으로 불러 세웠다. 이어 석원의 전신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너무 염려하지 말게. 승선하기 위해서 반드시 치러야 하는 절차라네.”

저만치에서 호룡이 안내를 맡았던 사람과 한담을 나누다 석원에게 시선을 주었다.

“석원 동무, 만경봉호에 승선한 일을 영광으로 알게. 이 배는 아무나 탈 수 있는 배가 아니네. 살거나 죽거나….”

안내원이 말하다 말고 호룡에게 시선을 돌렸다가는 이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듯이 걸음을 옮겼다. 석원이 멀어져가는 안내원과 자신의 몸을 수색하는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급격하게 찾아든 듯 잔뜩 움츠러들었다.  

“들어가도 좋소.”

그 남자의 짧은 한마디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비쩍 마르고 눈이 흡사 칼날처럼 찢어진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갑세다!”

석원이 남자가 내뱉은 한국말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이 시선을 호룡에게 주었다.

“그 동무의 안내를 받도록 하게. 나는 여기 이 동무와 대화를 좀 더 나누고 잠시 후에 갈 테니 먼저 가서 일보게.”

순간 불길한 생각이 일어났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천근만근 발걸음으로 묵묵히 그의 뒤를 따랐다. 이동하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얼어붙은 듯했다.
 

<다음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