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31)채찍

결심했지만…흔들리는 마음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시아주버니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가 운전하고 있는 석원에게 말을 건넸다. 백미러로 뒤를 바라보자 아내가 이미 잠에 빠져든 아들을 품에 안고 있었다.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고 그저 사는 이야기했어.”

“무슨 소리야. 큰 소리까지 들렸었는데. 솔직하게 말해봐.”

아내의 다그침에 잠시 전 형들이 했던 이야기를 곰곰이 되새겨보았다. 물론 윤대중과 관련한 이야기였다. 남조선의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겠다고 기고만장했던 일 역시 윤대중과 연계된 일이었다.

그런데 형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윤대중과 일본은 더 이상 관계가 이어지지 않을 듯했다. 그렇다면 자신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할 이유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일어났다.

“무슨 이야기했느냐니까?”

아내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별건 아니고 요즈음 내 씀씀이가 헤픈데 그 사유가 무엇이냐 물었어.”

“그래서?”

“뭘 그래서야. 지금 조총련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있고 그 보수를 받고 있다 했지.”

“그랬더니 뭐라고 해.”


“빤한 소리지 뭐. 그쪽 사람들과 거리 두고 이제 가정에 신경 쓰라는 이야기지.”

아내가 품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의 얼굴을 살피더니 다시 석원에게 시선을 주었다.

“나도 한번 생각해보았는데, 요즈음 내게 가져다주는 돈 말이야.”

“그 돈이 어때서?”

“출처는 그렇다고 해도 당신이 무슨 일을 하기에 받는 돈인지 궁금했어. 그런데 당신 성격이 워낙 그래서 묻지 않았거든.”

“실은….”

석원이 일시적으로 말을 멈추었다.

“자세하게 털어놔 봐.”

“남조선에 계신 윤대중 선생을 다시 일본으로 모시고 오려는 작업을 추진 중이야.”

“그 일에서 당신 역할은?”

“어차피 내 경우 행동대장 격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어.”

아내가 행동대장을 되뇌었다.

“그러면 당신이 남조선에 잠입해 윤대중 선생을 구출해서 일본으로 모셔 온다는 이야기 아니야.”


“결국 그런 이야기지.”

아내가 잠시 침묵을 지키며 석원의 말을 되새기는 듯 눈을 깜빡거렸다.

“제발 철부지처럼 행동하지 마. 당신이 무슨 수로 윤대중을 구출해 오겠다는 거야. 그것도 남조선에서.”

막상 뭔가 대답해야 하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시아주버니들 말씀대로 이제는 당신 앞길 제대로 생각해.”

예전 같으면 씨알도 먹히지 않았을 아내의 말이 가슴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애로 사항 있습니까?”

정동일이 차주선의 연락을 받고 도쿄 외곽에서 점심 무렵 은밀한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문석원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자세히 말씀 주시겠습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누구인지, 아마도 주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모양인데 박 대통령 암살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동일이 즉답을 피하고 차주선을 주시했다. 주선이 슬그머니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일은 어차피 예견했던 것 아닙니까.”

“하면 어찌 처리하는 게 이롭겠습니까?”

“그동안 그저 당근만 제공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대통령 암살 성공 가능성 희박
점점 계획에 대한 의구심 커져

“그렇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이번에는 채찍을 들어보시지요.”

주선이 채찍을 되뇌며 잠시 생각에 잠겨들었다.

“미처 그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제는 빠져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경고하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시고. 그런데 그 친구가 머뭇거리는 사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원래 윤대중 구출에 초점을 맞추었었다 이거지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박 대통령 암살은 다른 차원에서 바라볼 일이다 이 말입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우리가 너무 치고 나갔으니 이제 돌릴 수 없습니다.”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순간 동일이 주선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무슨 의미입니까?”


“문득 오사카 항에 입항해 있는 만경봉호가 생각나서요.”

“만경봉호!”

“한번 그를 이용하는 방법도 괜찮을 듯합니다.”

주선이 만경봉호를 되뇌며 동일의 얼굴을 빤히 주시했다.

“채찍의 수단으로 그리고 후일 문석원이 북한과 연계되었다는 확고한 증거를 위해서라도 한번 심도 있게 고려해봄이 좋을 듯합니다.”

주선이 답에 앞서 슬그머니 미소를 흘렸다.

“참으로 기발한 생각입니다. 이른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말을 마친 주선이 급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벌써 가시게요.”

“쇠뿔도 단김에 뽑으랬다고, 그 친구가 너무 나락으로 빠져들기 전에 빨리 조처 취하도록 해야지요.”

저녁 무렵 이호룡이 문석원과 함께 승용차를 이용하여 오사카 항에 도착했다. 한 장소에  주차시키고 밖으로 나서자 이호룡이 앞서 나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뒤를 따르는 석원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를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부장님, 좀 천천히 가요.”

“이제 다 왔으니 서두르자고. 저쪽 사람들은 약속시간이 칼 같아. 그러니 별 일 아닌 걸로 저들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어.”


“도대체 누구를 만나는데요.”

“가보면 알아.”

호룡이 고개 돌려 석원을 힐끗 보고는 내처 앞으로 나아갔다. 별 도리가 없다 판단했는지 석원 역시 호룡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쫓아갔다. 이어 오래지 않아 호룡이 조그마한 건물 앞에 멈추었다.

석원이 고개 들어 건물 뒤를 바라보자 옆면에 ‘만경봉호’라 쓰인 배가 시선에 들어왔다. 가만히 만경봉호를 주시했다. 말로만 들었던 그 배를 직접 바라보니 감회가 새로운지 석원이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배 안에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하네. 저 안은 일본이 아니라 북조선이야.”

건물 안에서 간단히 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자 호룡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석원이 다시 시선을 만경봉호로 주었다. 스산한 저녁 분위기마냥 만경봉호 역시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 동무는 만경봉호 승선이 처음입니까?”

“그렇소.”

안내원의 질문에 호룡이 짤막하게 답했다. 순간 안내원의 싸늘한 시선이 석원 쪽으로 쏟아지자 석원의 몸이 절로 움찔거렸다. 

“호룡 동무, 이 사람이 문석원 동무요?”

일행이 막 배에 승선하기 위해 트랩을 오르자 그곳에 경비를 서고 있던 한 남자가 역시 무표정한 얼굴로 석원을 주시했다. 호룡이 그렇다고 짤막하게 답하자 그 사람이 석원을 한쪽으로 불러 세웠다. 이어 석원의 전신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너무 염려하지 말게. 승선하기 위해서 반드시 치러야 하는 절차라네.”

저만치에서 호룡이 안내를 맡았던 사람과 한담을 나누다 석원에게 시선을 주었다.

“석원 동무, 만경봉호에 승선한 일을 영광으로 알게. 이 배는 아무나 탈 수 있는 배가 아니네. 살거나 죽거나….”

안내원이 말하다 말고 호룡에게 시선을 돌렸다가는 이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듯이 걸음을 옮겼다. 석원이 멀어져가는 안내원과 자신의 몸을 수색하는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급격하게 찾아든 듯 잔뜩 움츠러들었다.  

“들어가도 좋소.”

그 남자의 짧은 한마디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비쩍 마르고 눈이 흡사 칼날처럼 찢어진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갑세다!”

석원이 남자가 내뱉은 한국말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이 시선을 호룡에게 주었다.

“그 동무의 안내를 받도록 하게. 나는 여기 이 동무와 대화를 좀 더 나누고 잠시 후에 갈 테니 먼저 가서 일보게.”

순간 불길한 생각이 일어났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천근만근 발걸음으로 묵묵히 그의 뒤를 따랐다. 이동하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얼어붙은 듯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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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