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버이 게이트’ 폭로 내막

“탈북자끼리 싸우다 외부에 알려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과 재향경우회 등으로부터 거액을 지원 받고 청와대와 국정원까지 연결돼 있다는 의혹이 지난 몇 주 간 국내뉴스를 잠식했다. 계속해서 드러나는 커넥션 의혹도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발단은 의외의 곳에서 사소하게 시작됐다. 한 탈북자단체장과 해당 단체 총무 사이의 갈등이 그것이다.      
 

탈북자단체장 김모씨는 해외에서 탈북자 구출 일을 하면서 북한의 최신 정보를 많이 아는 탈북자로 유명하다. 그는 탈북자뿐 아니라 북한에서 건너온 화교나 조선족 출신으로 북한 국적을 받은 북한이탈주민들도 보살펴왔다. 각종 단체나 기업으로부터 물품을 기부 받아 어려운 탈북민들을 돕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사소하게 시작

김 대표는 또 어버이연합 등 보수성향 단체들과 연합해 지난 몇 년 간 수많은 집회를 열어 왔다. 어버이연합 측은 산하에 ‘남북보수연합’이라는 연합체 성격의 단체를 만들어 전 탈북자단체를 아우르려 했다. 김 대표의 단체에서 2012년 4월부터 총무 직함으로 일한 탈북여성 김모씨가 양 단체를 오가며 중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대표를 비롯한 여타 탈북자단체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어버이연합 측은 회원 단체를 모을 수 없었다.

한 탈북자단체 관계자는 당시 <일요시사>에 “어버이연합 측이 힘 있는 사람들이 우리 뒤를 봐 준다고 과시하고 다닌다”면서 “청(청와대)이랑 연결돼 있다는 둥, 원(국정원)이랑 연결돼 있다는 둥 말하고 다닌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어버이연합이 북한 문제와 무관한 국내 정치 문제에 자꾸 탈북자들을 동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결별하게 됐다”고 여러 차례 언론에 강조했다.    

그러다 지난 2014년 12월, 총무 김씨가 어버이연합 내에 탈북어버이연합이라는 단체의 임원으로 옮겨갔다. 그 후 어찌된 일인지 양측은 서로 고소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김씨는 원래 김 대표의 ‘측근’으로 탈북자사회의 복수 진술에 의하면 김 대표가 김씨에게 단체의 일을 모두 일임할 정도로 신임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인들에게 “남편도 없이 두 아이를 키우는 김씨가 딱하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러나 어버이연합으로 옮겨간 김씨는 김 대표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김 대표의 '횡령일지'를 작성해 널리 퍼뜨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김 대표를 탈북민이 아닌 ‘조선족’이라고 주변에 주장했다. 최근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공개한 김 대표에 관한 비방 영상이 사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대표도 김씨를 ‘간첩’이라고 국정원에 제보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조선족 출신으로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북한에 들어가 북한국적을 취득한 북한인 출신이다.

또 김 대표의 요청으로 국정원 측이 김씨가 단체에서 쓰던 컴퓨터를 조사하기 위해 수거해 갔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2015년 초로, 유우성씨 간첩조작사건 이후로 국정원은 간첩사건에 소극적이었다. 
 


김씨의 남편은 지난 2005년께 중국에서 실종됐다. 이를 두고 탈북자사회에선 납북 혹은 자진 월북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남편이 실종된 후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확인은 하지 못했다. 국정원은 남편의 실종과 관련해 김씨가 북한과 연결돼 있다는 혐의를 찾지 못했다.

김 대표 측은 “김씨가 단체를 나간 후 수시로 사람을 보내 단체를 접으라고 압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지시설·전경련 지원설 일파만파
내부 관계자 간 갈등…여기서 의혹 비화

김씨가 경찰에 사기로 김 대표를 고발하면서 조사가 시작됐고 지난 1월 말, 김 대표는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보도로 어버이연합에 돈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진 단체 중 한 곳이 김 대표에게 1인당 15만원을 지급하라고 송금을 했으나 실제로 김 대표가 13만원을 착복하고 2만원만 지급했다는 내용도 고발내용에 포함됐다.  

그러나 경찰은 김 대표를 ‘남북하나재단’ 국고보조금 등 1억3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만 지난 1월 말 검찰에 송치했다. 해당 보조금은 해외에 있는 탈북자를 긴급 구출해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사용하도록 지급된 금액이다.

김 대표와 김씨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도 함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탈북여성을 위한 여성쉼터사업 명목으로 받은 보조금 6000만원을 전액 유용한 혐의다.

김 대표는 지난해 6월15일 “총무직을 그만두면서 단체 운행차량을 가져가 임의처분하고 받은 보험 해지환급금을 밝히라”며 김씨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또 김 대표 측이 제시한 ‘은행 이체결과 조회’ 서류엔 총무 김씨가 단체로부터 수십 만원의 돈을 여러 차례 송금 받은 사실이 적시돼 있다. 단체 측은 이에 대해 “김씨 측이 총무로 일하면서 단체 계좌에서 직접 자신의 계좌로 송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이랑 연결
원이랑 연결”

경찰에 수 차례 불려 다니고 자신이 수년 간 도맡아 하던 관제데모까지 탈북단체 임원이 된 김씨에게 옮겨가자 김 대표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씨는 어버이연합으로 자리를 옮겨 탈북어버이연합(현 자유민학부모연합)과 탈북어머니회 임원이 되면서 어버이연합의 실권자인 추선희 사무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어버이연합의 회장은 심인섭씨이지만 재정과 각종 집회 개최 등 실제 운영은 추 사무총장이 도맡고 있다. 그는 자유네티즌구국연합과 박정희 대통령 바로알기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다가 2006년 어버이연합 설립을 주도했다. 현재 추 사무총장은 자금 출처, 청와대 지시 의혹 등과 관련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올해 초, 탈북자단체가 연합해 합동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 A의원을 어버이연합을 비호하는 세력으로 지목하고 ‘A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자회견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이번 의혹의 시작이 된 <시사저널> 보도를 두고 어버이연합 측은 김 대표와 그 측근인 이모씨를 제보자로 지목하고 나섰다. 어버이연합 측이 두 사람의 자택 앞에서 ‘보복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씨는 어버이연합에 의해 언론에 회계장부를 넘긴 인물로 지목되면서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씨는 기자가 여러 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냈음에도 회신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JTBC>는 지난 24일, 이씨가 집회현장에 사람을 동원하면서 1000만원을 맡기면 10만원을 이자로 지급하겠다며 사람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21일 새벽엔 김 대표 자택 부근에서 괴한이 서성이면서 김 대표가 수서경찰서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의혹이 줄줄이 터지면서 추 총장 측은 김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추 총장은 지난 22일 “범법자의 세 치 혀에 놀아났다”면서 “이 분에게 이용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추 총장은 한 보수단체 대표에게 메시지를 보내 김 대표가 중간에서 ‘자폭’했다고 비틀기도 했다.    

집회 동원·단체 운영금 두고 알력 
“힘있는 사람들이 뒤 봐준다” 과시

김 대표는 한국에 입국하기 전까지 불법입국 혐의로 미얀마감옥에서 3년을 복역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입국 후에도 국정원으로부터 조선족과 한족으로 차례로 오해를 받으면서 7년에 걸친 긴 법정 다툼 끝에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김 대표는 탈북자 지위를 받지 못한 북한 출신자나 화교를 돌보는 일에 발벗고 나섰다. 국내에 북한인권단체가 여럿 있지만 보증금을 법무부에 납부하고 신원보증을 한 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직접 가서 보호해제된 북한 출신 화교들을 데려오는 일도 여러 차례 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본인 소유 땅에서 나는 농산물을 어려운 탈북민에게 나눠주는 선행도 했다.   

김씨 역시 탈북자들을 모아 주말에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 설엔 이들을 위로하는 행사를 개최해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평양 출신의 한 탈북자는 “탈북자들은 명절이면 갈 곳도 없고 외로움을 부쩍 느낀다. 김씨가 지난 설에 탈북자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씨가 한복을 입고 동포들에게 큰 절을 하는데 감동 받아 눈물이 났다. 선물도 여러 개 마련해 나눠줬다”면서 “2만원이 아쉬워 뭘 하는지도 모르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많다. 이번 일로 탈북자의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남한사회의 경제적 약자인 탈북자를 동원해 여론을 호도하는 일에 이용한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다. 사건 당사자들이 다툼을 벌인 것도 남한 집권층이 이들에게 던져준 한줌의 이권 때문이다. 집회 참가자도 노숙인과 독거노인, 퇴역 경찰과 군인 등 실제론 남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대일 북한인권제3의길연구소장은 “경제적 약점을 잡아서 탈북자를 동원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동원체제에서 평생을 살다온 탈북민의 맹목적인 국가주의와 당에 대한 충성을 남한이 이용한 것이다. 그들은 그것이 애국하는 길인 줄 안다. 민주시민으로 변화시키지 않고 독제체제의 인민으로 계속 남겨두는 것”이라고 평했다.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어버이연합을 내세운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제가 밝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탈북자정책도 예산 투자가 많음에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예산의 중복 사례가 많고, 북한인권문제나 북한인권법, 대북전단, 관련 재단 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탈북자 일자리와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정착지원정책의 실패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데모에 탈북자 동원하는 까닭

각종 보수단체와 이익단체, 종교단체 집회에 탈북자가 동원되는 것은 이들이 남한사회의 ‘경제적 약자’라는 것 외에도 다양한 까닭이 있다.

정대일 소장에 따르면, 보수단체의 각종 집회에 참여해온 남한 사람들은 대부분 노쇠한 퇴역군인들로 일사분란하게 모이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이에 비하면 탈북자들은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사람들도 집회에 참여할 수 있다.

또 북한사회는 출생부터 사망까지 당 생활을 비롯해 각종 조직활동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조선민주여성동맹, 조선직업총동맹,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조선농업근로자동맹 등 각종 대중조직 생활이 몸에 밴 이들로 공동으로 모여 활동하는 것에 위화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남한에 와서도 조직생활을 찾아 교회 등에서 공동체생활을 영위한다. 탈북자들은 각종 집회에 모여 고향사람을 만나고 돈도 벌고 도시락을 받아 끼니를 해결하고 외로움도 달랜다고 여기며 집회에 참여해 온 것이다.

이 외에도 탈북자들은 서울의 가양, 거여 등 영구임대아파트단지에 집단 거주하고 있어 단시간 내에 쉽게 인원을 모을 수 있다. 탈북동포 2만9000여명 중 30%가량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시간을 내기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도 낮 시간에 1∼2시간가량 참여하는 집회에 참여하기 좋은 조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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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