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골퍼 해링턴 '어제와 오늘'

“노병은 죽지 않는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유럽투어를 병행하는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은 올해 마흔다섯 살이다. 전성기는 지난 나이다. ‘패디(Paddy)’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해링턴의 투어 경력은 화려하다.

젊은 선수와 대결 겁나지 않아
솔직 꾸밈없는 아일랜드 촌뜨기

메이저대회 디오픈을 2007년과 2008년 연속 우승했고 2008년에는 PGA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도 곁들였다. 메이저대회 우승컵만 3개다. 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통산 6승을 올렸고 유럽투어에서는 11차례 우승했다. 아시아투어에서 4차례 우승을 보탠 해링턴은 아일랜드의 내셔널타이틀 대회인 아이리시오픈을 무려 6차례 제패했다.

화려했던 지난 날

해링턴은 아일랜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운동선수이자 국민 골퍼다. 그의 전성기는 타이거 우즈의 전성기와 거의 겹친다. 많은 선수가 우즈의 위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지만 해링턴은 달랐다. 그는 우즈의 PGA투어 올해의 선수상 수상을 가로막은 선수 가운데 한명이다.

1997년부터 2009년까지 13년 동안 우즈가 PGA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놓친 것은 3번뿐이다. 투어 2년차이던 1998년 마크 오메라(미국)에게 올해의 선수상을 내준 우즈는 2004년 비제이 싱(피지), 그리고 2008년 해링턴에 올해의 선수상을 뺏겼다. 해링턴은 2006년 초청 선수로 출전한 일본투어 최고의 대회 던롭피닉스 토너먼트에서 우즈를 연장전에서 꺾었다. 그때까지 우즈는 14차례 연장전에서 12승을 올려 ‘연장불패’라는 훈장을 달고 다녔기에 해링턴의 연장전 승리는 큰 화제가 됐다.


‘붉은 셔츠의 공포’도 해링턴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붉은 셔츠의 공포’는 당시 우즈와 동반 플레이를 펼친 선수들이 한결같이 제풀에 주저앉자 생겨난 말이다. 해링턴은 우즈의 전성기 때 최종 라운드 맞대결에서 우즈보다 더 좋은 스코어를 낸 드문 선수였다.

‘아일랜드 촌뜨기’를 자처하는 해링턴은 성격도 좋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그는 언론과 관계도 좋은 편이라서 미국 골프전문기자협회가 미디어에 협조적인 선수에게 주는 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특히 주관이 뚜렷하고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데도 뛰어나다.

지난 2008년 LPGA투어가 한국을 비롯한 비영어권 선수들을 견제하려고 영어 시험 도입을 추진하자 “말을 못하는 장애인은 LPGA투어에서 뛰지 말라는 거냐”고 직격탄을 날린 적도 있다.

그러나 해링턴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잦은 부상과 스윙 교정으로 고전하던 해링턴은 마흔 살이 넘어가면서 PGA투어뿐 아니라 유럽투어에서도 ‘이 빠진 호랑이’로 전락했다. 세계랭킹도 297위까지 떨어졌다.

해링턴의 쇠락은 PGA 투어에서 20대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40대 선수들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현상으로 해석됐다. 그러던 해링턴은 작년 이맘때 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아들뻘인 22살 신인 대니얼 버거(미국)를 연장 접전 끝에 누르고 7년 만에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버거는 장타를 앞세운 파워풀한 경기 스타일로 작년 신인왕을 탄 선수다.

40대 기수론 최전선
여전한 경쟁력 평가

해링턴은 이후 12차례 대회에서 7차례나 컷 탈락했고 디오픈 공동 20위를 빼곤 대개 하위권 성적에 그쳤다. 그의 혼다클래식 우승은 그야말로 ‘이변’에 불과했던 셈이다. 해링턴은 이번 시즌 들어 부지런히 대회에 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적은 신통치 않다. 출전 선수가 32명인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공동6위에 올라 딱 한번 ‘톱10’에 입상했고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해링턴은 올 시즌 대회를 앞두고 ‘40대 기수론’을 힘차게 외친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요즘 20대 선수들이 투어를 지배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40대 선수들이 뒷전에 물러나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던 스피스(미국), 제이슨 데이(호주),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리키 파울러(미국) 등 20대 선수들이 세계랭킹 최상위권을 점령한 데다 파워를 앞세워 공격적인 경기를 하는 젊은 선수들이 대세이긴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해링턴은 “나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면서 “일찍 재능을 피웠다가 일찍 시드는 선수도 있고 서른 넘어서 빛을 보기 시작해 마흔 넘어서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선수도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나는 여전히 체육관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비거리도 전성기 때보다 더 나간다”며 “젊은 선수와 겨루는 게 겁나지도 않고 경기에 나서면 아드레날린이 솟는 걸 느낀다”고 큰소리를 쳤다.

해링턴의 ‘40대 기수론’은 마흔여섯 살인 필 미켈슨(미국)과 최경주의 부활과 무관하지 않다. 2013년 이후 우승이 없는 미켈슨은 2014년부터 상금랭킹 30위권으로 밀렸고 지난해에는 프레지던츠컵에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지 못해 단장 추천 선수로 참가하는 수모를 겪었다.

전의 불태우나

미켈슨은 그렇지만 이번 시즌에는 4개 대회에서 준우승 한 번, 3위 한 번 등 우승을 넘보는 높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지독한 부진에 허덕이던 최경주 역시 올해 두차례 우승 경쟁을 벌인 끝에 준우승 한 번과 공동5위 한 번을 차지해 부활을 알렸다.

최경주는 “비거리는 젊은 선수와 비교가 안 되지만 아이언샷과 쇼트게임, 그리고 퍼팅으로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해링턴 역시 “점점 장타를 치는 선수가 많아지고 있지만 장타를 친다고 우승하는 건 아니다”며 “우승을 결정짓는 건 최종 라운드에서 얼마나 퍼팅을 잘하느냐에 달렸다”고 노련미를 내세웠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