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불린 친박 '20대 플랜'

당대표 이주영, 원내대표 유기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 직후,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민의 철퇴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당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들은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지도부 옷을 벗었다. 결국 계파 갈등에 발목이 잡혔다는 게 정치권의 주된 분석이다. 그러나 갈등을 청산하겠다던 ‘친박-비박’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시 한번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일요시사>는 최근 새누리당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계파전 양상을 추적해봤다.

 

새누리당 총선 ‘참패’의 원인이 계파 갈등이었다는 데에는 따로 이견이 없다. ‘친박-비박’은 총선 전날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막판 ‘유승민 공천 배제’와 그로 인한 ‘옥새 파동’은 밥그릇 싸움의 절정을 보여줬다.

민심이 천심
계속되는 계파전

패배 후 민심을 깨달았다며 늦은 후회를 해봐도 기차는 떠난 뒤였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태 의원은 총선 직후의 당선인사에서 “우리 당의 훌륭한 후보들이 제대로 날개를 펴보지도 못한 채 추풍낙엽처럼 스러지는 마당에 가까스로 살아났다”며 “민심의 위대함과 무서움을 뼈아프게 깨달았다”고 평했을 정도로 결과는 참혹했다.

새누리당은 ‘환골탈태’를 약속했다. 김무성 대표와 김태호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지도부 인사들이 총선 다음날 일괄사퇴를 발표한 것이 그 증거. 같은 날 국회에서 있었던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한 김 전대표는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이번 총선 결과에서 있었던 참패의 모든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태호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사퇴를 발표한 후 기자들 앞에서 “우리는 국가와 국민이 우리 새누리당에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잘 들어야 한다”며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우리의 오만함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승민을 포함한 무소속 당선인들의 복당에 대해 “문호를 과감하게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친박계 선봉장의 역할을 해왔지만, 참패 앞에선 계파를 초월한 모습이었다.

이렇듯 한동안 봉합에 나설 것으로 보였던 친박-비박은 당권을 앞에 두고 다시 한 번 맞붙는 모습이다. 참회의 입장을 보인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비대위 구성이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알렸다. 그 과정에서 비대위원장 선출을 두고 친박계가 원유철 원내대표를 추대하면서 갈등은 재점화됐다. 김태호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자진사퇴를 알린 날 여의도 당사에서 “원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기로 결정했다”며 “당헌·당규 상 절차를 밟기 위해 전국위원회는 최대한 가까운 시일 내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비박계는 원유철 비대위 체제에 반발하고 있다.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비대위원장에 앉으면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김무성 전 대표의 최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대위는 말 그대로 잘못된 상황을 극복하고자 모든 지도체제를 날려버릴 때 만드는 것”이라며 “김 전 대표 등 다른 지도부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동반사퇴 했는데 실질적으로 최고위원회의 넘버2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장파 모임을 표방한 ‘새누리당혁신모임’(이하 새혁모) 또한 같은 이유로 원유철 체제를 반대했다. 출범을 알린 지난 17일, 김세연·오신환·이학재·주광덕·황영철 의원 등 초기 구성원 5명은 공동성명을 내고 “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난 지도부는 비대위원장을 추천할 명분도, 권한도 없다”며 “새로운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되어 비대위를 구성하고, 당의 정비와 쇄신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새혁모에는 김영우·박인숙·하태경 의원 등이 가세한 상황이다.

이처럼 비박계 및 소장파 인사들이 원유철 체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비단 총선 책임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그간 ‘수평적 당·청 관계’보다 ‘관리형 지도체제’를 주장해 온 원 원내대표의 철학을 지적한다. 수평적 당·청 관계는 김무성 전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이하 전대)에서 내건 공약사항 중 하나로, 서청원 당시 후보를 꺾는 데 원동력이 된 공약이다. 그만큼 당내에서는 중요한 논쟁거리 중 하나다. 비박계는 이 수평적 당·청 관계가 관철되길 줄 곧 희망해왔다.

비박 원유철 반대 “그 나물에 그 밥”
이주영·이정현 출사표…최경환은?


일단 사태는 원 원내대표의 일보후퇴로 일단락됐다. 기존의 전대까지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입장에서 최대한 빨리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해 비대위원장 자리를 넘겨준다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가 비대위 구성에 손을 댈 수 있다는 우려가 비박계와 새혁모에서 나온 후 내려진 결정이다. 원 원내대표는 “이 비상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이른 시간 내에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해 비대위원장직을 이양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새혁모는 ▲비대위 구성을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 반대 ▲혁신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선인 총회 소집 등을 요구했는데, 이러한 것들도 일정부분 반영돼 ‘선 당선인 총회, 후 전국위원회 소집’으로 결정됐다. 원 원내대표가 앞서 비대위원장 선출을 위한 전국위원회를 지난 22일에 열 예정이었으나, 오는 26일로 예정된 당선인 워크숍 이후로 연기할 뜻을 밝혔다.

이로써 관심은 차기 원내대표에 대한 하마평으로 넘어갔다. 최근 새누리당에서 들리는 얘기를 종합해보면 후보는 10명 내외로 좁혀진다. 김재경, 김정훈, 나경원, 심재철, 유기준, 이군현, 정진석, 홍문종 의원 등이 물망에 올라있다.

이 중 유력한 후보로는 나경원, 유기준, 홍문종 의원이 꼽힌다. 이들은 각각 수도권과 부산에서 4선에 성공한 중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 동작을에서 43.4%를 득표해 31.8%의 더불어민주당 허동준 후보를 누른 나경원 의원은 당선 직후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그는 당선인사에서 “4선 의원으로서 중앙 정치에서 맡아야 할 역할의 막중함을 잘 알고 있다”며 “4선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원내대표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는 그가 서울지역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새누리당 4선 의원이 됐기 때문이다. 또한 총선 책임이 친박에게 있다는 당내 여론이 있는 가운데 비박계 인사로 꼽히는 나 의원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비대위 체제
친박 독점액션?

그간 친박계의 입을 자처해왔던 홍문종 의원 또한 경기 의정부을에서 4선에 성공해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이 제가 나서야 될 때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최근 출마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유기준 의원을 꼽는다.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낸 그는 앞선 후보들처럼 4선에 성공했다. 그는 당선된 직후 “선거가 끝난 지 얼마 안 되고 당이 어려워서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당의 중진으로서 주어진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해 출마에 뜻이 있음을 알렸다.

유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는 그가 가진 입지에 있다. 대표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의 초대 총괄간사를 맡아 모임이 구성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그는 친박계 내부에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친박계 인사는 “유 의원이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을 잘 이끌어 왔다”며 “지도력이 있고 사람을 잘 챙긴다”고 호감을 표했다.

이들 후보들의 당선 여부는 결국 ▲계파의 세 ▲확장성이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파의 세에서 최근 친박계가 총선에서 대거 당선돼 주류 계파로 완전히 올라선 상황이다.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을 받은 것도 영향이 있지만, 민경욱·정종섭 등 청와대·정부 출신 인사들 또한 여의도 입성에 성공해 몸집이 커졌다.

친박 원내대표
당대표까지?


또 하나의 변수는 확장성이 될 전망이다. 당 내부 관계자는 “확장성이 중요하다. 어느 정도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확장성이 있는 사람이 당선 확률이 높다. 더구나 총선 후에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되면 이제 전대가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하순경 새 당대표 선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기가 늦어지면 20대 국회 개원에 맞출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 이른 시간에 선출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계파 안배를 위해 친박계 당대표, 비박계 원내대표 또는 그 반대의 상황을 예상한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당대표, 원내대표 모두 친박계가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당대표로 후보군으로 지목되는 사람은 대략 8명 정도. 그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이주영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계파 색이 상대적으로 옅다는 이유에서다.

이 의원 또한 도전 의사를 밝혔다. 그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당대표 출마를 묻는 질문에 “시대정신에 맞고 당의 요구가 있다면 소명을 거부하진 않겠다”며 “이번 총선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결국 계파 갈등에서 나왔는데 나는 그 부분에서 자유롭다”고 답했다. 이어서 그는 “당장 대권에 욕심을 내지도 않으니 당을 중립적으로 관리하기에도 적합하다”고 어필했다.

나경원·유기준·홍문종 좁혀지는 구도
유승민 복당은 전대 이후?…7월설 제기

이정현 의원 또한 당권 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이 의원은 순천시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총선결산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대표에 나서 당선되면 정말로 새누리당을 완전히 뒤바꿔놓고 싶다”며 “인치를 수직적으로, 수직을 수평적으로, 참모가 써 준 그 상식을 갖고 한 것을 철저히 국민 위주로 바꾼 시스템으로 당을 운영해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이 의원은 수차례 의사를 피력했다. 더불어 앞서 유력한 당대표 후보로 거론됐던 최경환 의원은 칩거하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대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유승민 등 무소속 당선인들의 복당 시기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지난 19일 함께 탈당한 당원 256명과 함께 복당을 신청한 상태다. 이를 두고 계파 간에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대체로 비박계에선 ‘일괄 복당’을 승인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친박계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혁모 소속 황영철 의원은 “유승민·윤상현 등 무소속 당선인의 복당을 일괄적으로 함께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박계에서는 아직 ‘선별 복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친박계는 유 의원의 복당이 과연 옳으냐에 대한 근본적 질문부터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실리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유 의원의 복당을 주저하는 사람들은 그의 복당이 이미 불붙은 친박계 책임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그간 ‘복당 불가→원칙적 허용→선별·순차 복당 고려’로 입장이 갈지자를 보여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는 상황이다. 유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는 홍문종 의원은 “갑자기 살림이 궁해졌다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받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쏘아붙였다.

유승민 복당에 주목
전대 후로 연기?

때문에 전대가 끝난 후인 7월로 복당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힘을 받고 있다. 자칫 친박계 지도부 구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생각이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정국으로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지도부를 비박계에게 뺏기면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확실한 것은 친박계가 유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박계 결집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친박계는 그토록 원해왔던 친박계 지도부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인지 결과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들끓는 이한구 책임론

“공천 파동 없었으면 180석 가능”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무소속 조해진 의원이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쓴소리를 날렸다. 지난 21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 출연해 “이 전 위원장은 당헌·당규, 공천 룰을 모두 무시하고 궤변으로 일관했다”며 “(총선 참패에 따른) 새누리당과 정부의 불행과 위기의 씨앗”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서 그는 “(이 전 위원장이) 공천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당·정·청을 모두 위기에 빠뜨린 것”이라며 “만일 이한구 의원이 공관위원장을 맡지 않았다면 당초 예상대로 (새누리당이) 180석에 가까운 압승을 거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의 공식기구에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19일 새누리당 중앙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공천파동과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김무성 전 대표와 이한구 전 위원장에게 사과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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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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