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불린 친박 '20대 플랜'

당대표 이주영, 원내대표 유기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 직후,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민의 철퇴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당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들은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지도부 옷을 벗었다. 결국 계파 갈등에 발목이 잡혔다는 게 정치권의 주된 분석이다. 그러나 갈등을 청산하겠다던 ‘친박-비박’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시 한번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일요시사>는 최근 새누리당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계파전 양상을 추적해봤다.

 

새누리당 총선 ‘참패’의 원인이 계파 갈등이었다는 데에는 따로 이견이 없다. ‘친박-비박’은 총선 전날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막판 ‘유승민 공천 배제’와 그로 인한 ‘옥새 파동’은 밥그릇 싸움의 절정을 보여줬다.

민심이 천심
계속되는 계파전

패배 후 민심을 깨달았다며 늦은 후회를 해봐도 기차는 떠난 뒤였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태 의원은 총선 직후의 당선인사에서 “우리 당의 훌륭한 후보들이 제대로 날개를 펴보지도 못한 채 추풍낙엽처럼 스러지는 마당에 가까스로 살아났다”며 “민심의 위대함과 무서움을 뼈아프게 깨달았다”고 평했을 정도로 결과는 참혹했다.

새누리당은 ‘환골탈태’를 약속했다. 김무성 대표와 김태호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지도부 인사들이 총선 다음날 일괄사퇴를 발표한 것이 그 증거. 같은 날 국회에서 있었던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한 김 전대표는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이번 총선 결과에서 있었던 참패의 모든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태호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사퇴를 발표한 후 기자들 앞에서 “우리는 국가와 국민이 우리 새누리당에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잘 들어야 한다”며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우리의 오만함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승민을 포함한 무소속 당선인들의 복당에 대해 “문호를 과감하게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친박계 선봉장의 역할을 해왔지만, 참패 앞에선 계파를 초월한 모습이었다.

이렇듯 한동안 봉합에 나설 것으로 보였던 친박-비박은 당권을 앞에 두고 다시 한 번 맞붙는 모습이다. 참회의 입장을 보인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비대위 구성이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알렸다. 그 과정에서 비대위원장 선출을 두고 친박계가 원유철 원내대표를 추대하면서 갈등은 재점화됐다. 김태호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자진사퇴를 알린 날 여의도 당사에서 “원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기로 결정했다”며 “당헌·당규 상 절차를 밟기 위해 전국위원회는 최대한 가까운 시일 내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비박계는 원유철 비대위 체제에 반발하고 있다.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비대위원장에 앉으면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김무성 전 대표의 최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대위는 말 그대로 잘못된 상황을 극복하고자 모든 지도체제를 날려버릴 때 만드는 것”이라며 “김 전 대표 등 다른 지도부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동반사퇴 했는데 실질적으로 최고위원회의 넘버2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장파 모임을 표방한 ‘새누리당혁신모임’(이하 새혁모) 또한 같은 이유로 원유철 체제를 반대했다. 출범을 알린 지난 17일, 김세연·오신환·이학재·주광덕·황영철 의원 등 초기 구성원 5명은 공동성명을 내고 “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난 지도부는 비대위원장을 추천할 명분도, 권한도 없다”며 “새로운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되어 비대위를 구성하고, 당의 정비와 쇄신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새혁모에는 김영우·박인숙·하태경 의원 등이 가세한 상황이다.

이처럼 비박계 및 소장파 인사들이 원유철 체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비단 총선 책임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그간 ‘수평적 당·청 관계’보다 ‘관리형 지도체제’를 주장해 온 원 원내대표의 철학을 지적한다. 수평적 당·청 관계는 김무성 전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이하 전대)에서 내건 공약사항 중 하나로, 서청원 당시 후보를 꺾는 데 원동력이 된 공약이다. 그만큼 당내에서는 중요한 논쟁거리 중 하나다. 비박계는 이 수평적 당·청 관계가 관철되길 줄 곧 희망해왔다.

비박 원유철 반대 “그 나물에 그 밥”
이주영·이정현 출사표…최경환은?


일단 사태는 원 원내대표의 일보후퇴로 일단락됐다. 기존의 전대까지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입장에서 최대한 빨리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해 비대위원장 자리를 넘겨준다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가 비대위 구성에 손을 댈 수 있다는 우려가 비박계와 새혁모에서 나온 후 내려진 결정이다. 원 원내대표는 “이 비상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이른 시간 내에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해 비대위원장직을 이양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새혁모는 ▲비대위 구성을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 반대 ▲혁신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선인 총회 소집 등을 요구했는데, 이러한 것들도 일정부분 반영돼 ‘선 당선인 총회, 후 전국위원회 소집’으로 결정됐다. 원 원내대표가 앞서 비대위원장 선출을 위한 전국위원회를 지난 22일에 열 예정이었으나, 오는 26일로 예정된 당선인 워크숍 이후로 연기할 뜻을 밝혔다.

이로써 관심은 차기 원내대표에 대한 하마평으로 넘어갔다. 최근 새누리당에서 들리는 얘기를 종합해보면 후보는 10명 내외로 좁혀진다. 김재경, 김정훈, 나경원, 심재철, 유기준, 이군현, 정진석, 홍문종 의원 등이 물망에 올라있다.

이 중 유력한 후보로는 나경원, 유기준, 홍문종 의원이 꼽힌다. 이들은 각각 수도권과 부산에서 4선에 성공한 중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 동작을에서 43.4%를 득표해 31.8%의 더불어민주당 허동준 후보를 누른 나경원 의원은 당선 직후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그는 당선인사에서 “4선 의원으로서 중앙 정치에서 맡아야 할 역할의 막중함을 잘 알고 있다”며 “4선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원내대표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는 그가 서울지역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새누리당 4선 의원이 됐기 때문이다. 또한 총선 책임이 친박에게 있다는 당내 여론이 있는 가운데 비박계 인사로 꼽히는 나 의원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비대위 체제
친박 독점액션?

그간 친박계의 입을 자처해왔던 홍문종 의원 또한 경기 의정부을에서 4선에 성공해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이 제가 나서야 될 때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최근 출마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유기준 의원을 꼽는다.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낸 그는 앞선 후보들처럼 4선에 성공했다. 그는 당선된 직후 “선거가 끝난 지 얼마 안 되고 당이 어려워서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당의 중진으로서 주어진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해 출마에 뜻이 있음을 알렸다.

유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는 그가 가진 입지에 있다. 대표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의 초대 총괄간사를 맡아 모임이 구성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그는 친박계 내부에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친박계 인사는 “유 의원이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을 잘 이끌어 왔다”며 “지도력이 있고 사람을 잘 챙긴다”고 호감을 표했다.

이들 후보들의 당선 여부는 결국 ▲계파의 세 ▲확장성이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파의 세에서 최근 친박계가 총선에서 대거 당선돼 주류 계파로 완전히 올라선 상황이다.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을 받은 것도 영향이 있지만, 민경욱·정종섭 등 청와대·정부 출신 인사들 또한 여의도 입성에 성공해 몸집이 커졌다.

친박 원내대표
당대표까지?


또 하나의 변수는 확장성이 될 전망이다. 당 내부 관계자는 “확장성이 중요하다. 어느 정도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확장성이 있는 사람이 당선 확률이 높다. 더구나 총선 후에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되면 이제 전대가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하순경 새 당대표 선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기가 늦어지면 20대 국회 개원에 맞출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 이른 시간에 선출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계파 안배를 위해 친박계 당대표, 비박계 원내대표 또는 그 반대의 상황을 예상한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당대표, 원내대표 모두 친박계가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당대표로 후보군으로 지목되는 사람은 대략 8명 정도. 그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이주영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계파 색이 상대적으로 옅다는 이유에서다.

이 의원 또한 도전 의사를 밝혔다. 그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당대표 출마를 묻는 질문에 “시대정신에 맞고 당의 요구가 있다면 소명을 거부하진 않겠다”며 “이번 총선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결국 계파 갈등에서 나왔는데 나는 그 부분에서 자유롭다”고 답했다. 이어서 그는 “당장 대권에 욕심을 내지도 않으니 당을 중립적으로 관리하기에도 적합하다”고 어필했다.

나경원·유기준·홍문종 좁혀지는 구도
유승민 복당은 전대 이후?…7월설 제기

이정현 의원 또한 당권 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이 의원은 순천시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총선결산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대표에 나서 당선되면 정말로 새누리당을 완전히 뒤바꿔놓고 싶다”며 “인치를 수직적으로, 수직을 수평적으로, 참모가 써 준 그 상식을 갖고 한 것을 철저히 국민 위주로 바꾼 시스템으로 당을 운영해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이 의원은 수차례 의사를 피력했다. 더불어 앞서 유력한 당대표 후보로 거론됐던 최경환 의원은 칩거하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대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유승민 등 무소속 당선인들의 복당 시기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지난 19일 함께 탈당한 당원 256명과 함께 복당을 신청한 상태다. 이를 두고 계파 간에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대체로 비박계에선 ‘일괄 복당’을 승인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친박계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혁모 소속 황영철 의원은 “유승민·윤상현 등 무소속 당선인의 복당을 일괄적으로 함께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박계에서는 아직 ‘선별 복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친박계는 유 의원의 복당이 과연 옳으냐에 대한 근본적 질문부터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실리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유 의원의 복당을 주저하는 사람들은 그의 복당이 이미 불붙은 친박계 책임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그간 ‘복당 불가→원칙적 허용→선별·순차 복당 고려’로 입장이 갈지자를 보여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는 상황이다. 유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는 홍문종 의원은 “갑자기 살림이 궁해졌다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받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쏘아붙였다.

유승민 복당에 주목
전대 후로 연기?

때문에 전대가 끝난 후인 7월로 복당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힘을 받고 있다. 자칫 친박계 지도부 구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생각이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정국으로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지도부를 비박계에게 뺏기면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확실한 것은 친박계가 유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박계 결집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친박계는 그토록 원해왔던 친박계 지도부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인지 결과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들끓는 이한구 책임론

“공천 파동 없었으면 180석 가능”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무소속 조해진 의원이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쓴소리를 날렸다. 지난 21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 출연해 “이 전 위원장은 당헌·당규, 공천 룰을 모두 무시하고 궤변으로 일관했다”며 “(총선 참패에 따른) 새누리당과 정부의 불행과 위기의 씨앗”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서 그는 “(이 전 위원장이) 공천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당·정·청을 모두 위기에 빠뜨린 것”이라며 “만일 이한구 의원이 공관위원장을 맡지 않았다면 당초 예상대로 (새누리당이) 180석에 가까운 압승을 거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의 공식기구에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19일 새누리당 중앙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공천파동과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김무성 전 대표와 이한구 전 위원장에게 사과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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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