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파란의 4·13> ③20대 국회 계파 총정리

친박·친노 옛말…군소 전성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치는 생물이라고 흔히들 얘기한다. 해당 관점이라면, 계파는 팔·다리처럼 생물의 한 부분을 맡고 있는 기능적 요소라 해석할 수 있다. 팔·다리가 고장나면 생물이 움직일 수 없듯, 계파가 제 기능을 못하면 정치는 나아갈 수 없다. 4·13 총선을 거치면서 계파에는 ‘감수분열’이 일어났다. 과연 대한민국 정치는 어떤 진화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변화한 계파 내 구성원들을 총정리해봤다.

결과는 ‘여소야대’다. 새누리당 후보 248명 중 살아 돌아온 이는 105명에 그쳤다. 생환율은 불과 42.34%.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의 46.81%(후보 235명 중 110명 당선)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국민의당은 173명 후보에 25명 당선, 생환율 14.45%). 공천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에 유권자들이 심판을 내린 것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당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계파의 변화를 동반한다.

계파 전쟁
그 결말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르지만, 여야를 통틀어 정치권에는 대략 14개의 계파가 존재한다. 그 중 새누리당 내에는 크게 친박근혜계(친박계)와 비박근혜계(비박계)로 나뉜다. 비박계 내에서도 친이명박계(친이계)와 친김무성계(친무계), 친유승민계(친유계), 그리고 범비박계가 하나의 계파로서 존재한다.

이번 총선의 당선인들 중 확실히 친박계라 볼 수 있는 인사들은 50명 내외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무소속 윤상현(인천 남을) 당선인이다. ‘욕설 파문’으로 새누리당에서 컷오프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던 그는 재선에 성공했다. 윤 당선인은 출마 선언 전, 칩거하며 당선 가능성을 타진해 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4일 윤 당선인은 4·13 총선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날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간판을 내려놓고 윤상현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주민의 냉철한 심판을 받겠다”며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한때 ‘중진 용퇴론’으로 컷오프되는 게 아니냐는 루머에 휩싸였던 서청원(경기 화성갑) 당선인은 더민주의 김용 후보와의 대결에서 52.3%를 차지, 36.7%에 그친 김 후보를 15.6%p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최근 친박계의 구심점으로 통하는 유기준(부산 서동) 당선인도 2위 더민주 이재강 후보를 52.2% 대 34.8%, 17.4%p 차이로 눌렀다. 한때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이한구 당시 의원과 후보군에 올랐던 이주영(경남 창원마산합포) 당선인은 65.3%로 29.1%의 더민주 박남현 후보를 36.2%p의 큰 차이로 이겼다.

그 외에도 원유철(경기 평택갑), 조원진(대구 달서병), 최경환(경북 경산), 홍문종(경기 의정부을) 등이 당선인으로 이름을 올려 건재를 과시했다. 이정현(전남 순천) 당선인은 헌정사상 최초로 여당의원 신분으로 호남에서 재선에 성공해 김부겸 당선인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친박계 재편
새로운 얼굴은?

반면 패배의 쓴잔을 맛봐야 했던 이들도 있다. 황우여(인천 서을) 후보는 37.9%의 표를 얻어 더민주 신동근 당선인의 45.8%에 7.9%p 격차로 고배를 들었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김희정(부산 연제) 후보 또한 더민주 김해영 당선인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김을동(서울 송파병) 후보는 더민주 남인순 당선인에 밀리며 3선에 실패했다.

‘뉴페이스’ 친박도 있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출신의 곽상도(대구 중남),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민경욱(인천 연수을), 행정자치부 장관이었던 정종섭(대구 동갑),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면서 최경환과 친한 것으로 잘 알려진 윤상직(부산 기장), 청와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던 추경호(대구 달성) 당선인 등은 모두 ‘진박’으로 통했던 인물들이다. 새로운 피를 영입하는 데 성공한 친박계는 이들을 중심으로 한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비박계 내 군소 계파들의 성적표는 부진하다. 한때 최대 계파를 자랑했던 친이계는 겨우 5명만이 당선돼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주호영(대구 수성을), 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 이철규(강원 동해삼척), 심재철(경기 안양 동안을), 정병국(경기 여주양평) 등이 그들이다. 그 중 주호영·안상수·이철규 당선인은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와 무소속으로도 당선되는 저력을 보여줬다.


친무계는 당초 선전이 기대됐으나,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앞서 비박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대거 컷오프됐을 때 친무계는 공천 칼바람을 피해 한때 ‘친박-김무성’ 밀약설이 나돌 정도였다.

참패 여당 재편 급물살…너도나도 줄서기
“호남이 야속해”숙제 남긴 친문계 몰락?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부산 민심은 새누리당을 외면했다. 김 대표의 측근인 박민식(부산 북강서갑), 서용교(부산 남을), 나성린(부산 진갑) 후보가 생환에 실패했다. 덕분에 새누리당은 18석의 부산 선거구 중 5곳을 더민주에 내주게 됐다. 19대 때 문재인·조경태 의원에게 내준 2곳을 뛰어 넘는 수치다. 생환에 성공한 친무계는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김성태(서울 강서을), 김영우(경기 포천가평), 황영철(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등 부산을 제외한 곳이다.

친유계 역시 많은 수가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수장인 유승민(대구 동을) 당선인이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류성걸(대구 동갑), 권은희(대구 북갑),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후보가 줄줄이 낙선하면서 힘이 빠진 상황이다. 친박의 갖은 방해를 뚫고 4선에 성공했음에도 정치적 입지는 도리어 약화됐다고 분석하는 이유다.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친유계도 있다. 평소 유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혜훈(서울 서초갑), 김상훈(대구 서), 김세연(부산 금정) 당선인은 재선에 성공했다.

이들을 제외한 범비박계 인사들은 선전했다.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태(서울 양천을) 당선인은 더민주 이용선 후보를 간발의 차(2.1%p)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선거기간 중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이 있었던 나경원(서울 동작을) 당선인은 더민주 허동준 후보를 11.9%p라는 다소 여유로운 차이로 제쳤다. 그 외에도 권성동(강원 강릉), 신상진(경기 성남 중원), 여상규(경남 사천남해하동), 이군현(경남 통영고성),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등이 범비박계 당선인에 속한다.

결과적으로 친박-비박 간 계파 전쟁은 승자 없는 막장 스토리로 마무리됐다. 제1당 자리를 더민주로 내줬다는 것은 어떤 손익계산서로도 매길 수 없는 손실이다. 후폭풍으로 당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사퇴하는가 하면, 청와대에서는 박근혜정부의 국정 동력까지 걱정해야 될 지경이다. 시간에 쫓기게 된 새누리당과 박근혜정부는 조기 전당대회는 물론 조기 레임덕을 막기 위한 대책 모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 전대로
정상화 모색

친노무현계(친노계)는 안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당과 계파 내에서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친문재인계(친문계)는 새로 영입한 인재들까지 합쳐 약 20명 정도가 살아 돌아왔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영입작 1호인 표창원(경기 용인정) 당선인은 막바지 여당의 흔들기를 이겨내고 새누리당 이상일 후보를 13.6%p 차로 눌렀다.

문재인표 영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손혜원(서울 마포을) 당선인은 새누리당 김성동 후보를 10.3%p 차로 제쳤다. 마포을 현역이었던 정청래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았을 당시만 해도 의문부호를 달고 있었으나, 이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결과를 냈다.
 

‘국정교과서 반대’를 진두지휘했던 도종환(충북 청주 흥덕) 당선인은 새누리당 송태영 후보를 9.2%p 차로 이겼다. 당선 직후 도 의원은 “영혼이 있는 정치, 기존의 정치와는 다른 정치, 불가능하다고 포기하지 않는 정치로 희망을 만들어 가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서영교(서울 중랑갑), 진선미(서울 강동갑), 추미애(서울 광진을) 등 친문계 우먼파워도 빛났다. 각각 서 당선인은 새누리당 김진수 후보, 진 당선인은 새누리당 신동우 후보, 추 당선인은 새누리당 정준길 후보를 두 자릿수 차로 이겼다.


그 외 김경협(경기 부천 원미갑), 김태년(경기 성남 수정), 민홍철(경남 김해갑), 박남춘(인천 남동갑), 윤후덕(경기 파주갑), 홍영표(인천 부평을) 등이 당선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호남의 ‘반문정서’를 극복하지 못한 한계도 있다. 계파의 대부분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부산·경남에 집중돼 있다. 한때 ‘정계은퇴’까지 거론하며 정치적 승부수를 걸었던 문 전 대표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은 모습. 이에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됐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또한 향후 김종인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 즉 친김종인계(친김계) 사람들과의 계파전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전당대회를 통해 과거 ‘친노-비노’의 갈등처럼 ‘친문-친김’ 간의 내전이 발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호남을 두고 엇갈렸던 두 사람이 어떤 봉합 과정을 거칠지 유권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1번지' 종로에서 정세균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당선됨에 따라 친정세균계(친정계) 또한 힘을 받게 됐다. 앞서 문재인 체제에서 김종인 체제로 바뀌면서 정세균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대거 컷오프 당해 세가 반 토막난 바 있다. 실제 광주지역 탈당 바람에도 끝까지 당을 지켰던 강기정 의원을 비롯해 전병헌, 이미경, 오영식 의원 등 많은 수의 친정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주가 뛰는 안철수 사람들
손학규·김한길계도 주목

그러나 살아남은 친정계 인사들은 선전했다는 평이다. 대체적으로 정치권은 해당 계파에서 6명의 당선인을 배출했다고 본다. 김상희(경기 부천 소사),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박병석(대전 서갑), 백재현(경기 광명갑), 안규백(서울 동대문갑), 이원욱(경기 화성을) 등이 그들이다.


새롭게 구성되고 있는 친안희정계(친안계)는 4명의 당선인을 배출하며 신생 계파로서 입지를 다졌다. 박완주(충남 천안을) 당선인은 새누리당 최민기 후보를 23.7%p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충남 정무부지사를 지내며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함께 충남도정을 이끈 김종민(충남 논산계룡금산) 당선인은 ‘피닉제’ 새누리당 이인제 후보에게 단 1%p 차로 신승을 거뒀다.

충남도 정무특보를 지낸 정재호(경기 고양을) 당선인 또한 42.3%로 새누리당 김태원 후보와 1%p 차이로 당선됐다. 충남도 비서실장을 지낸 조승래(대전 유성갑) 당선인은 48.3%의 표를 얻어 새누리당 진동규 후보를 14.6%p 차로 앞질러 국회로 향했다.

손실도 있었다. 친안계 중 핵심으로 꼽히는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 나소열(충남 보령서천) 후보가 각각 새누리당 정진석, 김태흠 당선인에게 석패했다. 그 외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원혜영(경기 부천 오정), 강창일(제주갑), 한정애(서울 강서병) 등이 당선됐다.

비노무현계(비노계)는 날개를 달았다. 당초 친노계와의 갈등으로 파생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 제3당으로서의 가능성을 높였다.

친안철수계는 보이는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됐다. 국민의당의 전략 성공으로 안철수 대표의 주가가 뛰어 자연스레 계파의 입지도 넓어졌다. 지역구 당선인은 송기석(광주 서갑) 등으로 그 수가 한정되지만, 비례대표에서 친안철수계가 대거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정당투표에서 더민주를 26.74% 대 25.54%로 앞섰다.

반면, 친김한길계는 타격을 입게 됐다. “야권통합 없이 총선승리는 없다”며 안 대표에게 날을 세웠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또한 수장의 이른 불출마 선언으로 의원직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20대 국회에서의 영향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당선인을 보면, 더민주의 노웅래(서울 마포갑), 이상민(대전 유성을)과 국민의당의 김관영(전북 군산), 주승용(전남 여수을) 등이 있다.

친문 호남 완패
풀지 못한 숙제

친손학규계는 비노진영 중 가장 성공한 계파가 됐다. 양승조(충남 천안병), 오제세(충북 청주 서원), 우원식(서울 노원을),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등과 국민의당으로 옮긴 김동철(광주 광산갑) 당선인이 여의도로 향했다.

계파 구성원의 선전으로 수장인 손학규 전 고문의 입지도 함께 높아졌다. 손 전 고문은 정계를 은퇴한 상황이지만,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주된 관측이다. 계파 구성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 격려 메시지를 보낸다거나 최측근인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을 유세현장에 보내는 등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만 봐도 대선 전으로 복귀가 예상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