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파란의 4·13> ⑥선거날 사건·사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제 20대 국회의원 총선이 치러진 지난 13일 전국 투표소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이 잇따랐다.

이날 함안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훼손한 60대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에게 적발됐다. 함안군선관위에 따르면 유권자 박모(61)씨는 이날 오전 6시25분께 대산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후보자용 투표용지 1장과 비례대표 투표용지 1장을 각각 받았다.

박 씨는 후보자용 투표용지는 정상적으로 투표함에 넣었으나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투표함에 넣지 않고 찢어 훼손했다. 현장에서 박씨는 “비례대표는 찍을 게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상 투표용지를 훼손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날 대구에서도 투표용지를 훼손하거나 촬영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대구 남구선거관리위원회는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훼손하거나 사진 촬영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A(55·여)씨와 B(52)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A 씨는 이날 오전 8시10분께 남구 대명4동 제4투표소에서 “기표를 잘못했다”며 투표용지 재교부를 요구하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기표한 투표지를 찢은 혐의다. B씨는 오전 9시10분께 같은 투표소 내에서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사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에서는 술에 취한 남성이 투표소 앞에서 손가락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V’를 그려 보이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제20대 총선일인 지난 13일 오전 6시44분께 대덕구 중리동 주민센터(중리 1투표소) 앞길에서 김모(43) 씨가 손가락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듯한 동작을 반복했다.


용지훼손·촬영 적발 잇달아
교통사고 숨지거나 다치기도

김 씨는 투표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손가락 2∼3개를 편 채 흔들면서 ‘2번, 3번’을 외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김씨는 당시 술에 많이 취한 상태였고, 정작 투표는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전 10시께 부산진구 당감1동 주민센터에서 노숙인인 최모(38) 씨가 술에 취해 투표하러 왔다가 투표소 관계자들이 ‘신분증이 없으면 투표할 수 없다’고 하자 주민등록증을 발급해달라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경기 용인의 한 투표소에서는 투표 사무원이 20대 여성 유권자에게 실수로 투표용지를 한 장 더 배부했다가 이 유권자가 남은 용지를 찢어 버려 선관위와 경찰이 경위 파악에 나섰다.

투표장에 가던 참관인과 주민이 교통사고로 숨지거나 다치기도 했다. 이날 오전 4시45분께 경북 김천시 김천로 남산병원 앞에서 정당 투표 참관인 조모(78·여) 씨가 도로를 건너다가 지나가던 승합차에 치여 숨졌다.

평화남산동 제4투표구의 더불어민주당 투표 참관인인 조씨는 도로를 횡단하다가 1차로를 달리던 스타렉스 승합차에 치여 김천의료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이날 오전 10시20분께 외예리에 거주 중인 주민 15명을 태우고 마을회관으로 가서 투표 후 귀가하던 25인승 미니버스가 외예리 한 도로에서 25t 덤프트럭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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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