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특집> ‘숨은 명소’ 7대 캠핑장 탐방

날씨 좋고 풍경 좋고 “당장 떠나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본격적인 봄나들이 철이 다가오면서 캠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춰 캠핑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특색 있는 캠핑장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는 상황. <일요시사>에서는 봄기운이 완연한 4월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7곳의 이색 캠핑명소를 소개한다.

곡성 청소년야영장은 고달면 가정리에 있다. 원래는 오곡초등학교 예성분교가 있던 곳으로, 1946년 개교해 1995년 폐교했다. 폐교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2005년 청소년야영장으로 새 단장을 했다. 야영장이 위치한 곳은 섬진강 물길이 바로 보이는 곳.

이 물길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는 17번 국도와 철길이 나란히 달리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진강, 길, 철로가 10km 넘는 구간을 함께 흘러간다. S라인 물길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철길의 모습은 ‘빨리’만을 외치는 요즘의 직선 철로와는 사뭇 다른 풍경.

[곡성 열차테마]

유홍준 교수는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이 길을 우리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길 중 하나로 꼽았다. 옛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는 하루 다섯 번 증기기관차가 왕복으로 운행된다. 사실 옛 곡성역은 1999년 기능을 잃었다.

전라선이 직선화되면서 새로운 곡성역이 생겼기 때문. 하지만 옛 곡성역은 ‘열차’를 테마로 한 ‘섬진강 기차마을’로 변신해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야영장에 앉아있으면 강 건너에서 ‘뚜우∼’하며 증기기관차 기적 소리가 울려 퍼진다.


사람들은 아련하게 들리는 이 소리에 시간 여행을 떠난 듯 착각에 빠져든다. 야영장에 텐트를 내려놓고 ‘섬진강’과 ‘열차’를 테마로 즐길 거리를 찾아 나선다. 곡성 청소년야영장의 장점은 텐트를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40여 동의 텐트 중 10여 동은 섬진강 둔덕에 있고, 바로 옆에는 개수대와 전기 시설이 마련돼 있다. 나머지 30여 동은 청소년야영장 본관 옆 운동장에 설치돼 있는데 이곳은 그늘이 드리워져 한여름에 시원하게 야영을 즐길 수 있다.

오토캠핑객은 섬진강 바로 앞 잔디밭에 텐트를 칠 수 있다. 수해로 인해 잔디와 일부 시설이 유실됐지만, 따로 구획이 나뉘지 않아 텐트와 그늘막을 자유자재로 칠 수 있다. 단 래프팅 체험을 이곳에서 하기 때문에 낮에는 조금 시끄러울 수 있다는 게 단점.

조용하게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야영장에서 자전거길을 타고 두계마을 쪽으로 1㎞ 가면 청소년야영장에서 관리하는 야영사이트가 있다. 청소년야영장에서 관리하는 부지인데 잔디와 들꽃이 보송보송하게 자라나 있으며 이곳에선 조용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양평 중미산 천문대]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중미산 자연휴양림 캠핑장은 초보 캠핑족이 첫 캠핑으로 도전하기 좋다. 그 이유도 간단하다. 적당히 불편하고 적당히 한적하다. 이곳에는 총 56개의 캠핑 데크가 있고 산림청이 운영하는 38개의 휴양림 가운데 올해부터 예약제 캠핑장을 시범 운영하는 6곳 중 한 곳이다. 예약하고 와야 하며 초보들이 도전하기에 좋다.

본격적인 나들이 철…사람 몰리는 야영장
승마체험부터 번지점프까지 다양한 체험


계곡을 따라 십여 개의 캠핑 사이트가 드문드문 들어서서 숲에 둘러싸인 느낌이 일품이다. 화장실, 샤워실, 식수대도 갖췄지만, 매점이나 전기가 없는 것은 아쉽다. 그래도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떼워가며 지내는 게 캠핑인지라 초보들이 도전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또 가족 단위 소규모 캠핑족이 대부분이라 여유롭다. 차를 바로 옆에 두는 오토캠핑, 등산 중에 동그란 알파인 텐트를 치고 즐기는 산악캠핑, 넓고 고른 땅에 집처럼 크고 넉넉한 텐트를 치고 즐기는 캠핑 등 종류도 다양하다.

10여 개의 오토캠핑 사이트를 제외하면 중미산 캠핑장은 산악캠핑에 가깝다. 캠핑 사이트도 산기슭을 그대로 살려가며 꾸며졌다. 다만 앞뒤 사이트의 간격이 좁아서 밤에는 옆 텐트에서 코를 고는 소리도 들리지만, 풀벌레 소리나 시냇물 소리에 묻혀버린다.

자연휴양림이라 주변 환경이 좋고 숲 산책로는 가볍게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숲 체험코스 1.2km, 태교의 숲길 600m, 등산로 6.4km가 있다. 또한, 숲 해설사가 친절한 설명도 해주니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등산로는 40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정상에서는 남한강, 북한강은 물론 서울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오리엔티어링 프로그램도 있다.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길을 찾아가는 게임인데 이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 덕택에 아이들도 즐거워한다. 주변에는 대형 리조트도 있고 천문대도 있으니 미리미리 알아두면 둘러볼 곳이 많다.

[동해 망상해변]

7번 국도를 타고 강원도 바다로 떠나보자. ‘망상해변’은 여행객의 로망이다. 약 2km에 달하는 모래사장 앞으로 넘실대는 쪽빛 바다에 먼저 마음을 빼앗기고 소나무 숲 사이로 유유히 모습을 드러내는 캠핑카를 보면 ‘망상’에 대한 열망은 커져 간다. 캠핑카에 누워 파도 소리에 잠드는 것.

영화에서만 보는 장면이 아니다. 망상오토캠핑리조트에서는 직접 ‘캠핑카’ 이색 휴양을 체험할 수 있다. ‘망상’은 원래 너른 들판이라는 뜻으로 마상평(馬上坪)이라 불렸다.

조선 시대에 망상(望祥)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상서로움을 바라다’, 즉 ‘좋은 일을 꿈꾼다’는 의미를 갖게 됐는데, ‘망상’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시인인 정철이 지은 시 제목이기도 하다. 강원도 관찰사 직책을 수행하던 정철은 삼척에서 ‘소복’이라는 관기와 사랑에 빠지는데, 나중에 소복을 다시 찾았을 때 그녀는 다른 유생의 첩이 돼 있었다.

옛 삼척을 뜻하는 ‘진주길’을 밟으며 정철은 애달픈 마음을 시로 남겼는데, 그 시가 망상해변의 이름이 됐다. 망상캠핑장의 강점은 바로 망상해변이다.
 

캠핑장 바로 앞에 있는 옥빛 바다는 맑고 투명하다. 여름에는 해양스포츠와 물놀이를 즐기기 좋아 많은 인파가 몰린다. 굳이 ‘여름’이 아니어도 망상의 즐거움은 많다. 여름에만 야영을 허용하는 해수욕장과는 달리 망상캠핑장은 365일 문을 연다. 망상에 거점을 두고 주변 관광지 탐방에 나서는 것도 동해 캠핑의 또 다른 재미.

천곡동굴, 무릉계곡, 묵호항, 추암촛대바위, 끝자리 3·8일에 서는 북평5일장 등은 동해 삼척 여행의 주요 테마다. 또 고성∼속초∼강릉∼동해∼삼척까지 7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 바다 여행도 추천한다. 크고 작은 항구와 이름 모를 해수욕장을 지나다 마음이 끌리는 곳에 차를 세우다보면 ‘망상해변’보다 더 아름다운 ‘나만의 해변’을 발견할 지 모를 일이다.


[안성 승마목장]

말이 뛰어놀던 목장이 캠핑장으로 변신했다. 드넓고 푸른 잔디밭에 텐트를 치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특별하다. 목장을 지키던 울타리는 아이들의 골대가 되고, 마굿간은 취사장으로 바뀌었다. 말에게 먹이를 주며 말과 친해진 아이들은 말처럼 건강하게 캠핑장을 누빈다.

이색 캠핑의 1번지로 떠오르는 안성승마오토캠핑장 덕분에 주말이 기다려진다.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안성승마오토캠핑장은 캠핑과 승마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안성시 일죽면 은석사거리에서 캠핑장으로 들어서면 승마장과 캠핑장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은 승마장인 하노바승마클럽이고, 왼쪽은 캠핑장이다. 캠핑장으로 들어서면 넓은 초원과 하얀 울타리가 정겨운 목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획일적으로 사이트가 배치된 캠핑장과 달리 광활한 자연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자유을 선사한다. 울타리 한편에 텐트 치기를 마치고 나면 목장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교관이 말을 타고 캠핑장에 나타나면 저마다 놀이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 삽시간에 말 주위로 몰려든다. 말이 몸무게를 견딜 만큼 작은 아이들은 교관과 함께 말에 올라보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토요일 오후 2시30분. 잔디 운동장을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놀아도 아이들은 말을 만나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정식 자격증을 가진 교관이 이끄는 말을 직접 타볼 수 있다.

트랙을 돌 때마다 다른 속도와 방법을 지도해주기 때문에 승마 재미에 쉽게 빠져든다. 말의 이름도 불러보고, 내려서 말 볼에 뽀뽀까지 하고 난 아이는 말과 친구가 된다. 토요일 오후 2시30분에 진행되는 마방 체험과 승마 체험 말고도 일요일 오전이면 훈련하는 선수들의 마장 기술과 승마하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안성승마오토캠핑장은 원래 말 휴양소였다. 튼튼해 보이는 말들은 약해서 피부염에 걸리기도 하고, 발톱을 다치기도 한다. 체중에 비해 약한 발목은 염증으로 고생한다.

이곳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그런 말들을 치료하던 곳이었다. 폐장 후 한적한 잔디밭에서 승마장 체험객들과 지인들이 캠핑을 즐기게 됐고, 점점 입소문을 타며 2011년 9월에 정식으로 캠핑장 문을 열게 됐다.

[임진강 번지점프]

임진강번지점프캠핑장은 캠퍼들 사이에 색다른 캠핑 명소로 떠오르는 중이다. 거기에는 임진강을 배경으로 즐기는 짜릿한 모험 레포츠가 한몫한다. 낮에는 국내 최고 높이의 번지점프대에서 용기를 시험하고, 스릴 만점의 라인 드라이브로 임진강을 가로지른다. 사륜바이크(ATV)로 산길과 강변을 마음껏 달리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사위에 어둠이 내리면 숲 속 캠핑장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자연 속에서 평화로운 휴식을 취한다. 캠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은 임진강 절벽을 끼고 세워진 번지점프대다. 거대한 규모의 철 구조물이 우뚝 솟아 있어서다. 번지점프대는 높이가 수면에서부터 73m로 국내에서 가장 높다.

용기가 있다고 모든 사람이 번지점프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학생(15세) 이하와 50세 이상, 체중 125kg 이상, 신장 130cm 이하인 경우 점프에 제한을 받는다. 고소공포증이나 심혈관 질환 등 신체적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내·자녀들이 더 좋아하네∼”
진짜 마니아들의 백패킹 성지는?

번지점프가 수직하강을 하는 것이라면 라인 드라이브는 수평하강을 하는 공중 레포츠다. 라인 드라이브란 양편에 지주대를 설치하고 그사이를 튼튼한 와이어로 연결한 뒤 트롤리라는 도구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하는 스포츠다. 별도의 전기 장치 없이 무동력으로 하늘을 나는 듯 활강하는 쾌감이 있어 번지점프만큼이나 인기가 많다. 연천과 파주의 경계를 이루는 임진강을 가로질러 쇠줄이 연결된 구간은 300m.

점프하는 순간부터 착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0초. 최고 시속 100km로 빠르게 활강한다. 임진강에 어둠이 내리면 모험 레포츠는 막을 내리고 자연 속에서 캠핑을 하며 달콤한 휴식을 즐길 차례다.

캠핑 사이트는 모두 140여 동. 너른 터에 여러 개의 텐트가 옹기종기 모여 캠핑을 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120여동)과 나만의 쉼터를 보장받을 수 있는 숲 속 야영장(20여동) 중 원하는 장소를 선택해 자연과 하나 되는 시간을 가지면 된다.

[마포 난지]

난지캠핑장은 지난 2002년에 문을 열었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캠핑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게 2005년 즈음이니 난지캠핑장은 캠핑장의 맏형쯤 된다. 한강을 바라보며 도심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캠핑, 난지캠핑장으로 떠나보자.

토요일 오전이면 난지캠핑장 입구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모두 캠핑장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캠핑장 입장은 11시부터 가능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만들어지는 건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피크닉장 때문이다.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피크닉장은 이름처럼 야영에 대한 부담 없이 한나절 편히 쉬었다 올 수 있는 공간. 피크닉장은 이동 통로를 제외한 모든 공간에 그늘막이나 돗자리를 펼칠 수 있다. 여유로운 공간이지만 그래도 명당은 있다.

바로 평상이나 나무테이블이 설치된 곳이 그것. 나무테이블과 평상은 별도의 추가 비용 없이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다. 그래서 입장 후에는 무엇보다 자리를 먼저 잡는 게 중요하다. 난지캠핑장에는 피크닉장 외에 숙영지도 마련돼 있다.

난지캠핑장 숙영지는 자가 텐트를 이용하는 구역, 대여 텐트로 이뤄진 구역, 그늘막 텐트로 구성된 구역, 단체를 위한 구역으로 나뉜다. 난지캠핑장의 장점 중 하나는 캠핑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품을 대여해준다는 점이다.
 

그늘막은 물론 테이블, 의자, 바비큐 그릴, 휴대용 가스레인지 그리고 아이스박스와 랜턴까지. 특히 바비큐 그릴은 1∼3인용에서 11∼20인용까지 각기 다른 4가지 종류를 갖추고 있다. 숯이나 부탄가스 같은 소모품은 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매점에서 각종 고기류와 채소 등도 판매하기 때문에 별다른 준비 없이 와도 하루 이틀 머물기에 부족함이 없다.

[백패킹 성지 함허동천]

오토캠핑이 각광을 받는 요즘 ‘불편함’을 자처하는 이들도 있다. 훌훌 털어버린 일상을 가방에 넣은 채 혼자 나만의 캠핑장으로 떠나는 사람들. 바로 ‘백패킹족’이다. 야영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떠나는 등짐여행인 백패킹(backp acking)은 등산과 트레킹을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장비를 가방 하나에 의지해야 하다 보니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데, “백패킹을 처음 한다면 이곳을 찾아라”라며 백패킹족들이 입을 모으는 곳이 있다. 바로 강화군 마니산 자락에 위치한 ‘함허동천 야영장’이다.

주차장에서부터 손수레, 일명 ‘리어카’가 눈에 띈다. 주차장부터 등산로 입구까지 100여미터. 무거운 오토캠핑 장비를 준비한 캠핑객은 여간 난처한 게 아니다. 한 번에 짐을 싣지 못하면 손수레로 오가기를 몇 차례. 텐트를 치기도 전에 이마엔 구슬땀이 맺힌다.

함허동천 야영장은 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까지 손수레로 짐을 날라야 한다. 매표소에서 산 위 1km까지 야영장 4곳이 펼쳐진다. 매표소 바로 앞에 위치한 제1야영장에는 오토캠핑객이 주로 묵는다.

계곡 길을 따라 발길을 옮기면 차례로 야영장이 나타난다. 4개 야영장에 모두 80개의 평상이 설치돼 있지만, 평지에 텐트를 설치하는 사람도 많다.

한여름이면 200동이 넘는 텐트가 함허동천 야영장을 물들인다. 함허동천(涵虛洞天)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함허’는 조선 전기의 승려 기화(己和)의 당호다.

마니산 계곡에서 수도를 하던 기화가 마니산에 정수사를 중수한 사실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 계곡 너럭바위에 기화가 직접 새긴 ‘함허동천(涵虛洞天)’ 글자는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함허천 야영장은 1988년 7월 처음 문을 열었다.

암반과 나무가 적절히 어우러진 마니산 자락이 아늑한 캠핑장을 선사한다. 야영장 곳곳에는 취사장을 비롯해 족구장, 놀이마당 등이 갖춰져 있어, 야유회 장소로 함허동천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