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특집> ‘숨은 명소’ 7대 캠핑장 탐방

날씨 좋고 풍경 좋고 “당장 떠나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본격적인 봄나들이 철이 다가오면서 캠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춰 캠핑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특색 있는 캠핑장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는 상황. <일요시사>에서는 봄기운이 완연한 4월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7곳의 이색 캠핑명소를 소개한다.

곡성 청소년야영장은 고달면 가정리에 있다. 원래는 오곡초등학교 예성분교가 있던 곳으로, 1946년 개교해 1995년 폐교했다. 폐교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2005년 청소년야영장으로 새 단장을 했다. 야영장이 위치한 곳은 섬진강 물길이 바로 보이는 곳.

이 물길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는 17번 국도와 철길이 나란히 달리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진강, 길, 철로가 10km 넘는 구간을 함께 흘러간다. S라인 물길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철길의 모습은 ‘빨리’만을 외치는 요즘의 직선 철로와는 사뭇 다른 풍경.

[곡성 열차테마]

유홍준 교수는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이 길을 우리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길 중 하나로 꼽았다. 옛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는 하루 다섯 번 증기기관차가 왕복으로 운행된다. 사실 옛 곡성역은 1999년 기능을 잃었다.

전라선이 직선화되면서 새로운 곡성역이 생겼기 때문. 하지만 옛 곡성역은 ‘열차’를 테마로 한 ‘섬진강 기차마을’로 변신해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야영장에 앉아있으면 강 건너에서 ‘뚜우∼’하며 증기기관차 기적 소리가 울려 퍼진다.


사람들은 아련하게 들리는 이 소리에 시간 여행을 떠난 듯 착각에 빠져든다. 야영장에 텐트를 내려놓고 ‘섬진강’과 ‘열차’를 테마로 즐길 거리를 찾아 나선다. 곡성 청소년야영장의 장점은 텐트를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40여 동의 텐트 중 10여 동은 섬진강 둔덕에 있고, 바로 옆에는 개수대와 전기 시설이 마련돼 있다. 나머지 30여 동은 청소년야영장 본관 옆 운동장에 설치돼 있는데 이곳은 그늘이 드리워져 한여름에 시원하게 야영을 즐길 수 있다.

오토캠핑객은 섬진강 바로 앞 잔디밭에 텐트를 칠 수 있다. 수해로 인해 잔디와 일부 시설이 유실됐지만, 따로 구획이 나뉘지 않아 텐트와 그늘막을 자유자재로 칠 수 있다. 단 래프팅 체험을 이곳에서 하기 때문에 낮에는 조금 시끄러울 수 있다는 게 단점.

조용하게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야영장에서 자전거길을 타고 두계마을 쪽으로 1㎞ 가면 청소년야영장에서 관리하는 야영사이트가 있다. 청소년야영장에서 관리하는 부지인데 잔디와 들꽃이 보송보송하게 자라나 있으며 이곳에선 조용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양평 중미산 천문대]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중미산 자연휴양림 캠핑장은 초보 캠핑족이 첫 캠핑으로 도전하기 좋다. 그 이유도 간단하다. 적당히 불편하고 적당히 한적하다. 이곳에는 총 56개의 캠핑 데크가 있고 산림청이 운영하는 38개의 휴양림 가운데 올해부터 예약제 캠핑장을 시범 운영하는 6곳 중 한 곳이다. 예약하고 와야 하며 초보들이 도전하기에 좋다.

본격적인 나들이 철…사람 몰리는 야영장
승마체험부터 번지점프까지 다양한 체험


계곡을 따라 십여 개의 캠핑 사이트가 드문드문 들어서서 숲에 둘러싸인 느낌이 일품이다. 화장실, 샤워실, 식수대도 갖췄지만, 매점이나 전기가 없는 것은 아쉽다. 그래도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떼워가며 지내는 게 캠핑인지라 초보들이 도전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또 가족 단위 소규모 캠핑족이 대부분이라 여유롭다. 차를 바로 옆에 두는 오토캠핑, 등산 중에 동그란 알파인 텐트를 치고 즐기는 산악캠핑, 넓고 고른 땅에 집처럼 크고 넉넉한 텐트를 치고 즐기는 캠핑 등 종류도 다양하다.

10여 개의 오토캠핑 사이트를 제외하면 중미산 캠핑장은 산악캠핑에 가깝다. 캠핑 사이트도 산기슭을 그대로 살려가며 꾸며졌다. 다만 앞뒤 사이트의 간격이 좁아서 밤에는 옆 텐트에서 코를 고는 소리도 들리지만, 풀벌레 소리나 시냇물 소리에 묻혀버린다.

자연휴양림이라 주변 환경이 좋고 숲 산책로는 가볍게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숲 체험코스 1.2km, 태교의 숲길 600m, 등산로 6.4km가 있다. 또한, 숲 해설사가 친절한 설명도 해주니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등산로는 40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정상에서는 남한강, 북한강은 물론 서울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오리엔티어링 프로그램도 있다.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길을 찾아가는 게임인데 이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 덕택에 아이들도 즐거워한다. 주변에는 대형 리조트도 있고 천문대도 있으니 미리미리 알아두면 둘러볼 곳이 많다.

[동해 망상해변]

7번 국도를 타고 강원도 바다로 떠나보자. ‘망상해변’은 여행객의 로망이다. 약 2km에 달하는 모래사장 앞으로 넘실대는 쪽빛 바다에 먼저 마음을 빼앗기고 소나무 숲 사이로 유유히 모습을 드러내는 캠핑카를 보면 ‘망상’에 대한 열망은 커져 간다. 캠핑카에 누워 파도 소리에 잠드는 것.

영화에서만 보는 장면이 아니다. 망상오토캠핑리조트에서는 직접 ‘캠핑카’ 이색 휴양을 체험할 수 있다. ‘망상’은 원래 너른 들판이라는 뜻으로 마상평(馬上坪)이라 불렸다.

조선 시대에 망상(望祥)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상서로움을 바라다’, 즉 ‘좋은 일을 꿈꾼다’는 의미를 갖게 됐는데, ‘망상’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시인인 정철이 지은 시 제목이기도 하다. 강원도 관찰사 직책을 수행하던 정철은 삼척에서 ‘소복’이라는 관기와 사랑에 빠지는데, 나중에 소복을 다시 찾았을 때 그녀는 다른 유생의 첩이 돼 있었다.

옛 삼척을 뜻하는 ‘진주길’을 밟으며 정철은 애달픈 마음을 시로 남겼는데, 그 시가 망상해변의 이름이 됐다. 망상캠핑장의 강점은 바로 망상해변이다.
 

캠핑장 바로 앞에 있는 옥빛 바다는 맑고 투명하다. 여름에는 해양스포츠와 물놀이를 즐기기 좋아 많은 인파가 몰린다. 굳이 ‘여름’이 아니어도 망상의 즐거움은 많다. 여름에만 야영을 허용하는 해수욕장과는 달리 망상캠핑장은 365일 문을 연다. 망상에 거점을 두고 주변 관광지 탐방에 나서는 것도 동해 캠핑의 또 다른 재미.

천곡동굴, 무릉계곡, 묵호항, 추암촛대바위, 끝자리 3·8일에 서는 북평5일장 등은 동해 삼척 여행의 주요 테마다. 또 고성∼속초∼강릉∼동해∼삼척까지 7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 바다 여행도 추천한다. 크고 작은 항구와 이름 모를 해수욕장을 지나다 마음이 끌리는 곳에 차를 세우다보면 ‘망상해변’보다 더 아름다운 ‘나만의 해변’을 발견할 지 모를 일이다.


[안성 승마목장]

말이 뛰어놀던 목장이 캠핑장으로 변신했다. 드넓고 푸른 잔디밭에 텐트를 치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특별하다. 목장을 지키던 울타리는 아이들의 골대가 되고, 마굿간은 취사장으로 바뀌었다. 말에게 먹이를 주며 말과 친해진 아이들은 말처럼 건강하게 캠핑장을 누빈다.

이색 캠핑의 1번지로 떠오르는 안성승마오토캠핑장 덕분에 주말이 기다려진다.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안성승마오토캠핑장은 캠핑과 승마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안성시 일죽면 은석사거리에서 캠핑장으로 들어서면 승마장과 캠핑장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은 승마장인 하노바승마클럽이고, 왼쪽은 캠핑장이다. 캠핑장으로 들어서면 넓은 초원과 하얀 울타리가 정겨운 목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획일적으로 사이트가 배치된 캠핑장과 달리 광활한 자연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자유을 선사한다. 울타리 한편에 텐트 치기를 마치고 나면 목장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교관이 말을 타고 캠핑장에 나타나면 저마다 놀이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 삽시간에 말 주위로 몰려든다. 말이 몸무게를 견딜 만큼 작은 아이들은 교관과 함께 말에 올라보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토요일 오후 2시30분. 잔디 운동장을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놀아도 아이들은 말을 만나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정식 자격증을 가진 교관이 이끄는 말을 직접 타볼 수 있다.

트랙을 돌 때마다 다른 속도와 방법을 지도해주기 때문에 승마 재미에 쉽게 빠져든다. 말의 이름도 불러보고, 내려서 말 볼에 뽀뽀까지 하고 난 아이는 말과 친구가 된다. 토요일 오후 2시30분에 진행되는 마방 체험과 승마 체험 말고도 일요일 오전이면 훈련하는 선수들의 마장 기술과 승마하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안성승마오토캠핑장은 원래 말 휴양소였다. 튼튼해 보이는 말들은 약해서 피부염에 걸리기도 하고, 발톱을 다치기도 한다. 체중에 비해 약한 발목은 염증으로 고생한다.

이곳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그런 말들을 치료하던 곳이었다. 폐장 후 한적한 잔디밭에서 승마장 체험객들과 지인들이 캠핑을 즐기게 됐고, 점점 입소문을 타며 2011년 9월에 정식으로 캠핑장 문을 열게 됐다.

[임진강 번지점프]

임진강번지점프캠핑장은 캠퍼들 사이에 색다른 캠핑 명소로 떠오르는 중이다. 거기에는 임진강을 배경으로 즐기는 짜릿한 모험 레포츠가 한몫한다. 낮에는 국내 최고 높이의 번지점프대에서 용기를 시험하고, 스릴 만점의 라인 드라이브로 임진강을 가로지른다. 사륜바이크(ATV)로 산길과 강변을 마음껏 달리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사위에 어둠이 내리면 숲 속 캠핑장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자연 속에서 평화로운 휴식을 취한다. 캠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은 임진강 절벽을 끼고 세워진 번지점프대다. 거대한 규모의 철 구조물이 우뚝 솟아 있어서다. 번지점프대는 높이가 수면에서부터 73m로 국내에서 가장 높다.

용기가 있다고 모든 사람이 번지점프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학생(15세) 이하와 50세 이상, 체중 125kg 이상, 신장 130cm 이하인 경우 점프에 제한을 받는다. 고소공포증이나 심혈관 질환 등 신체적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내·자녀들이 더 좋아하네∼”
진짜 마니아들의 백패킹 성지는?

번지점프가 수직하강을 하는 것이라면 라인 드라이브는 수평하강을 하는 공중 레포츠다. 라인 드라이브란 양편에 지주대를 설치하고 그사이를 튼튼한 와이어로 연결한 뒤 트롤리라는 도구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하는 스포츠다. 별도의 전기 장치 없이 무동력으로 하늘을 나는 듯 활강하는 쾌감이 있어 번지점프만큼이나 인기가 많다. 연천과 파주의 경계를 이루는 임진강을 가로질러 쇠줄이 연결된 구간은 300m.

점프하는 순간부터 착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0초. 최고 시속 100km로 빠르게 활강한다. 임진강에 어둠이 내리면 모험 레포츠는 막을 내리고 자연 속에서 캠핑을 하며 달콤한 휴식을 즐길 차례다.

캠핑 사이트는 모두 140여 동. 너른 터에 여러 개의 텐트가 옹기종기 모여 캠핑을 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120여동)과 나만의 쉼터를 보장받을 수 있는 숲 속 야영장(20여동) 중 원하는 장소를 선택해 자연과 하나 되는 시간을 가지면 된다.

[마포 난지]

난지캠핑장은 지난 2002년에 문을 열었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캠핑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게 2005년 즈음이니 난지캠핑장은 캠핑장의 맏형쯤 된다. 한강을 바라보며 도심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캠핑, 난지캠핑장으로 떠나보자.

토요일 오전이면 난지캠핑장 입구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모두 캠핑장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캠핑장 입장은 11시부터 가능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만들어지는 건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피크닉장 때문이다.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피크닉장은 이름처럼 야영에 대한 부담 없이 한나절 편히 쉬었다 올 수 있는 공간. 피크닉장은 이동 통로를 제외한 모든 공간에 그늘막이나 돗자리를 펼칠 수 있다. 여유로운 공간이지만 그래도 명당은 있다.

바로 평상이나 나무테이블이 설치된 곳이 그것. 나무테이블과 평상은 별도의 추가 비용 없이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다. 그래서 입장 후에는 무엇보다 자리를 먼저 잡는 게 중요하다. 난지캠핑장에는 피크닉장 외에 숙영지도 마련돼 있다.

난지캠핑장 숙영지는 자가 텐트를 이용하는 구역, 대여 텐트로 이뤄진 구역, 그늘막 텐트로 구성된 구역, 단체를 위한 구역으로 나뉜다. 난지캠핑장의 장점 중 하나는 캠핑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품을 대여해준다는 점이다.
 

그늘막은 물론 테이블, 의자, 바비큐 그릴, 휴대용 가스레인지 그리고 아이스박스와 랜턴까지. 특히 바비큐 그릴은 1∼3인용에서 11∼20인용까지 각기 다른 4가지 종류를 갖추고 있다. 숯이나 부탄가스 같은 소모품은 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매점에서 각종 고기류와 채소 등도 판매하기 때문에 별다른 준비 없이 와도 하루 이틀 머물기에 부족함이 없다.

[백패킹 성지 함허동천]

오토캠핑이 각광을 받는 요즘 ‘불편함’을 자처하는 이들도 있다. 훌훌 털어버린 일상을 가방에 넣은 채 혼자 나만의 캠핑장으로 떠나는 사람들. 바로 ‘백패킹족’이다. 야영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떠나는 등짐여행인 백패킹(backp acking)은 등산과 트레킹을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장비를 가방 하나에 의지해야 하다 보니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데, “백패킹을 처음 한다면 이곳을 찾아라”라며 백패킹족들이 입을 모으는 곳이 있다. 바로 강화군 마니산 자락에 위치한 ‘함허동천 야영장’이다.

주차장에서부터 손수레, 일명 ‘리어카’가 눈에 띈다. 주차장부터 등산로 입구까지 100여미터. 무거운 오토캠핑 장비를 준비한 캠핑객은 여간 난처한 게 아니다. 한 번에 짐을 싣지 못하면 손수레로 오가기를 몇 차례. 텐트를 치기도 전에 이마엔 구슬땀이 맺힌다.

함허동천 야영장은 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까지 손수레로 짐을 날라야 한다. 매표소에서 산 위 1km까지 야영장 4곳이 펼쳐진다. 매표소 바로 앞에 위치한 제1야영장에는 오토캠핑객이 주로 묵는다.

계곡 길을 따라 발길을 옮기면 차례로 야영장이 나타난다. 4개 야영장에 모두 80개의 평상이 설치돼 있지만, 평지에 텐트를 설치하는 사람도 많다.

한여름이면 200동이 넘는 텐트가 함허동천 야영장을 물들인다. 함허동천(涵虛洞天)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함허’는 조선 전기의 승려 기화(己和)의 당호다.

마니산 계곡에서 수도를 하던 기화가 마니산에 정수사를 중수한 사실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 계곡 너럭바위에 기화가 직접 새긴 ‘함허동천(涵虛洞天)’ 글자는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함허천 야영장은 1988년 7월 처음 문을 열었다.

암반과 나무가 적절히 어우러진 마니산 자락이 아늑한 캠핑장을 선사한다. 야영장 곳곳에는 취사장을 비롯해 족구장, 놀이마당 등이 갖춰져 있어, 야유회 장소로 함허동천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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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