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파란의 4·13> ⑧후보자 파산 실태

“출마했다 길거리 나앉게 생겼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치열했던 20대 총선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당선자들은 꽃다발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었지만 그 뒤에는 빚더미만 떠안은 채 울어야 하는 수많은 낙선자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패가망신하고 싶으면 선거에 나가라”라는 말이 있다. 후진적인 선거제도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후보자들의 파산 실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우리나라에서 선거에 출마하려면 엄청난 돈이 있어야 한다. 한때 잘 나가던 정치인도 한두 번 낙선하고 나면 빚쟁이에게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어떤 출마자는 선거비용으로 집까지 날리고 가족과 떨어져 지방의 한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다.

낙선 후 취업을 했지만 선거빚 때문에 월급을 대부분 차압당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가 끝난 후에는 전직 군수인 A씨가 서울의 한 원룸에서 자살한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A씨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중견 건설회사를 키워낸 성공한 사업가였고 정치에 입문한 후에는 군수에 당선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몇 차례 선거에서 낙선한 끝에 결국에는 원룸에서 초라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문자비만 수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에는 정치후원금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부분 출마자 자비로 선거비용을 해결해야 한다”며 “지지율이 15%를 넘는 경우에는 상당부분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순식간에 빚더미를 떠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총선의 평균 법정선거비용은 1억7800만원이었다. 법정선거비용은 지역구마다 다른데 산출 방식은 ‘1억원+(인구수×200원)+(읍·면·동 수×200만원)’이다. 법정선거비용은 후보자가 15% 이상 득표하면 국가에서 100% 보전해주고, 10%이상 15%미만을 득표했을 땐 50%까지 보전을 해준다. 10%도 득표하지 못했을 땐 단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한다.


문제는 일부 후보들이 선거비용을 보전 받을 것을 예상하고 무작정 선거에 뛰어들었다가 빚더미만 떠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설마 지지율이 15%도 못 넘겠느냐는 안이한 생각으로 선거에 도전했다가 날벼락을 맞는 후보들이 많다”며 “선거비용 보전제도의 달콤한 유혹이 선거 폐인을 오히려 더 많이 양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 때 후보자들이 쓰는 돈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선거운동원 인건비, 공보물, 선거벽보, 각종 현수막, 유세차 대여 비용만 따져도 1억원은 훌쩍 넘는다. 선거사무소 임대료도 만만치 않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은 보통 건물 외벽에 커다란 현수막을 설치하는데 일조권을 침해하고 다른 입주업체의 간판을 가리게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까지 해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선거 기간 건물 임대료만 수천만원을 사용한다.

후보등록을 하게 되면 기탁금 1500만원도 내야 한다. 게다가 이번 총선에서는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며 경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바람에 여론조사 비용으로만 수천만을 낸 후보자들도 많았다.

일례로 새누리당은 지역구에 출마한 예비후보자들에게 N분의 1로 나눠 여론조사비용을 부담하게 했는데 예비후보가 2명일 경우에는 1인당 2154만원, 3명인 곳은 1인당 1436만원, 4명인 경우에는 1077만원 씩 돈을 냈다.

일부 지역에선 결선 투표까지 하는 바람에 여론조사 비용이 2배가 됐다. 예비후보 시절 사용한 돈은 대부분 보전조차 받지 못한다. 후보자들의 피를 말리는 의외의 비용은 바로 문자 발송비다. 선거구에 따라 수만명에게 문자를 발송해야 할 경우도 있는데 한 번 발송할 때마다 문자 발송비로만 수백만원이 깨진다.

법정선거 비용 못지켜 꼼수까지 동원
당선무효형 선고 수십억 빚 떠안기도


선거기간 후보자들은 보통 수십건의 문자를 발송하는데 단순 계산하면 문자 발송비로만 수천만원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료메신저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카카오톡의 경우 광고로 의심되는 다량의 메시지를 보낼 경우 해당 계정을 아예 정지시켜버리는 정책을 쓰고 있어 무료메신저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역 언론 광고도 후보자들에게는 부담이다. 선거기간 후보자들은 언론에 광고를 낼 수 있는데 수많은 지역 언론들이 광고를 요구하며 출마자들에게 접근해오기 때문이다. 광고를 주지 않아 지역 언론을 서운하게 하면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후보자들로서는 골칫거리다. 광고를 주더라도 어떤 후보는 얼마짜리 광고를 했는데 어떤 후보는 고작 이런 적은 금액의 광고를 했다며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는 언론사도 있다.

한 선거캠프의 관계자는 “중앙 언론들이 지역까지 세세하게 살펴보지 않기 때문에 선거 때는 지역 언론의 영향력이 매우 커진다. 하지만 일일이 챙겨주기엔 지역 언론의 수가 너무 많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사무실 집기, 선거 어깨띠부터 유니폼, 휴지나 쓰레기봉투 등 회계에 잡히지 않는 지출내역까지 합치면 법정선거비용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상당수다. 오죽하면 지난 19대 총선에서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 공약을 내놓아 화제를 모았던 손수조 후보는 선거 중반 공약 파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손 후보는 “선거비용 3000만원 공약은 깨끗한 선거를 시작하겠다는 각오였지만 후보등록비(1500만원 기탁금)를 내면 더 이상 선거운동은 불가능하다”며 선거 도중 공약을 스스로 파기해 논란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법적으로 선거비용을 축소 신고하는 후보자들도 상당수다. 현금으로 지출한 내역들을 축소 신고하면 선관위에서도 사실상 검증이 불가능하다. 사무실 임대료나 유세차량 등을 빌릴 때 계약서에는 실제 지급한 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써내는 편법도 자주 사용된다.

한 선거 출마자의 측근은 “법정선거비용은 지키기가 너무 힘들다”며 “(법정선거비용을) 제대로 지켜 선거를 치른 후보가 몇이나 될지 의심스럽다. 돈을 많이 쓴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6억원을 넘게 썼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 법정선거비용을 초과 지출해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적발되면 당선 무효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당선 무효형이 선고되면 후보자는 보전 받은 선거비용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 그나마 국회의원 선거는 유권자수가 적지만 유권자수가 많은 광역단체장 선거나 교육감 선거 등은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그중에서도 특히 교육감 선거는 정당의 지원도 받을 수 없어 모든 비용을 자비로 처리해야 한다.

교육감 선거에서 허용되는 법정선거비용은 보통 30억 가량이다. 후보 매수죄로 지난 2012년 교육감직을 잃은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은 선거 비용 35억3749만원을 물어내게 됐다. 덕분에 곽 전 교육감은 집을 강제로 처분해야했고 현재도 추징금 납부를 독촉 받고 있는 신세다.

먹튀 후보까지?

선거가 끝나고 나면 일부 몰지각한 ‘먹튀 후보’들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경우도 속출한다. 이들은 자신이 고용한 선거운동원들의 임금을 떼먹거나, 선거기간 사용한 각종 선거비용을 '나 몰라라'하는 식으로 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제도의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과도한 선거 비용 때문에 후보자들이 당선된 후 각종 비리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라며 “재력가가 아닌 사람도 선거에 출마할 수 있어야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