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파란의 4·13> ⑤진흙탕 총선 후폭풍

당선됐다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20대 총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후보자 간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선거운동을 도운 가족과 지인들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줄줄이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처벌 수위에 따라 가슴에 단 금배지를 반납할 수도 있는 상황. 끝났다고 단정짓기엔 아직 이르다.
 

20대 총선 국회의원 당선자의 35%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입건됐다. 당선자들이 가장 많이 위반한 선거법 형태는 흑색선전이었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정점식 검사장)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 가운데 104명(34.6%)이 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됐다.

기뻐하긴 이르다
3명 중 1명 위험

19대 총선 직후 당선인 입건자(79명)보다 25명이나 많은 수치다. 검찰은 입건된 당선자 104명 중 98명에 대해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1명은 재판에 넘기고 5명은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에 입건된 총선 후보자도 19대 총선에 비해 크게 늘었다. 검찰은 총선 후보자 1451명을 입건하고 31명을 구속했다. 19대 총선 당시 입건자(1096명)보다 32.4% 증가한 수치다.

검찰은 20대 총선이 전국 대부분 선거구에서 당내 경선부터 격전이 펼쳐지는 등 선거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선거사범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20대 총선은 역대 최초로 금품선거보다 흑색선전이 더 판을 친 선거로 기록됐다.

불법선거 유형으로는 흑색선전 사범이 41.7%(606명)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금품 선거사범이 17.9%(260명), 여론조작 사범이 7.9%(114명)로 뒤를 이었다. 19대 총선에 비해 흑색선전 사범이 10% 이상 증가했고, 금품 선거사범은 13% 가량 줄었다. 여론조작 사범은 19대 총선에 비해 3배 넘게 늘어났는데, 당내 경선이 대부분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 송파구을 무소속 채현 후보 선거캠프 사무장 곽모(24)씨 등 5명이 무소속 김영순 후보에 대한 비방 전단 1700장을 뿌린 혐의로 체포됐다. 아파트 단지에 주차된 차량에 전단을 붙이고, 또 승합차를 타고 다니며 전단을 뿌리기도 했다. A4용지 크기의 비방 전단에는 ‘김영순 후보는 비리가 많아 당선이 무효가 될 사람’이란 내용이 담겨있었다.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송파구 문정동 인근에서 곽씨 일당을 붙잡았고 이들 차량에서 전단 1만8000여장을 압수했다.

경찰은 이들이 채 후보의 지시를 받고 범행을 저질렀는지 집중 수사한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파주 금촌에 있는 모 아파트 입구에 ‘황진하 후보 금품 선거로 고발당해’라는 기사가 실린 지역신문 13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인천 남구 용현주민센터 투표소 앞에서는 박모(58) 여인이 무소속 윤상현 후보를 지지하며 투표를 독려하다 적발됐다. 선관거관리위원회는 박씨를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조만간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용인시 성복동 주민센터 투표소 인근에서 새누리당 한선교 후보 보좌관 박모(45)씨가 시민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려다 선관위에 적발되기도 했다. 전남 여수지역에서는 국민의당 이용주(여수갑)·주승용(여수을) 후보가 당선된 가운데 선거운동 기간에 벌어졌던 각종 고소·고발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먼저 여수갑 지역에 무더기로 살포한 A주간신문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검찰 수사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선자 35% 선거법 위반 입건
19대 총선 비해 30% 넘게 증가

이용주 당선인 측은 지난 12일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A주간신문사 발행·편집인, 편집국장, 기자 등 3명을 공직선거법(허위사실 유포 등)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투표일 이틀을 앞두고 이용주 후보가 ‘투기목적으로 아파트 등을 소유했다’, ‘변론의 의미가 없는 사건을 수임해 실제로는 변론도 하지 않은 채 고액의 수임료를 챙겼다’, ‘죄질이 나쁜 성범죄 가해자를 변론했다’는 등의 내용을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보도한 것에 따른 고발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신문을 여수갑 지역구 아파트나 상가 병원 등에 무더기로 배포, 선거의 영향을 줄 목적으로 배포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당선인 측은 “A 신문이 국회의원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이용주 후보를 비방해 낙선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고발 배경을 밝혔다.
 

이들은 이어 “A 신문은 마치 국회의원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 사건 기사를 게재한 것처럼 주장하나, 그와 같은 주장은 이 사건 기사의 작성 경위, 기사의 내용, 배포 경위 등에 비춰 봤을 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자 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선거운동 기간 여수을 선거구에서도 주승용 후보와 백무현 후보 간 맞고발이 이어졌다.

국민의당 주승용 후보는 지난 1일 더민주 백무현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여수시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당시 주 후보 측은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 명예훼손이다”며 “주 후보는 ‘백 후보가 연설·대담 차량 LED 전광판에 ‘변절과 구태의 정치인 퇴출! 구태와 분열의 대명사-주승용, 백무현이 심판합니다’라고 게시해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더민주 백무현 후보는 지난 4일 주승용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명예훼손혐의(허위사실 유포 및 후보자비방)로 고발했다.

후보간 갈등 심화
고소·고발 빗발

백 후보 측은 “주승용 후보가 과거 수차례에 걸쳐 탈당했음에도 이를 지적하는 후보에게 허위사실로 비방하는 후보라고 헐뜯었다”고 주장했다. 이용주 당선인 측 관계자는 “선거 결과를 떠나 앞으로는 이런 잘못된 선거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사법기관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이번 총선과 관련, 특정 예비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여성 유권자 2명에게 6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고 음식값을 대신 낸 모 예비후보 측 인사 1명이 구속되고 다른 1명이 불구속된 바 있다. 특정 예비후보자를 위해 노래방 비용 4만3000원을 대납한 2명과 특정 예비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거짓 문자메시지를 50명에게 보낸 1명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완주·진·무·장은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후보와 국민의당 임정엽 후보 간 갈등이 정점을 찍었다. 전과 공개와 개인정보 불법 습득 논란이 불거지더니 급기야 임 후보 측이 안 후보와 후원회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했다. 전주병도 한 때 정치적 동지이자 대학 선후배인 더민주 김성주 후보와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상호 비방을 이어갔다. 결국, 김 후보는 예비후보자 홍보물에 허위사실을 담은 혐의로 고발됐다.

정읍·고창은 선거 막바지 들어 ‘자리 나눠 갖기’폭로가 나오면서 국민의당 유성엽 후보와 무소속 이강수 후보가 둘 중 하나는 다칠 수밖에 없는 치킨게임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한 방송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유 후보가 “총선 당선 2년 뒤 사퇴해 도지사에 출마하고 이 후보는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고 폭로했다.

벌써 압수수색
기획수사설 제기

유 후보는 사실무근이라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이 후보를 고발했다. 또 남원·임실·순창 무소속 강동원 후보가 국민의당 이용호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익산갑 더민주 이춘석 후보와 국민의당 이한수 후보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서로 고발을 주고받았다. 김제·부안 더민주 김춘진 후보는 사전투표일인 8일 김제의 한 투표소 앞에서 한 택시기사에게 폭행당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김 후보는 이 택시기사가 유권자 실어 나르기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폭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어 현재 폭행 혐의 수사가 범위를 넓힐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선거일을 하루 앞둔 12일 전주갑 국민의당 김광수 후보의 선거운동원이 더민주 김윤덕 후보의 선거운동원에게 폭행당했다며 고소장을 접수했다.

선거유세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맞았다는 폭행과 자작극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4일에는 완주군 고산 시장 유세과정에서 더민주 안호영 후보와 국민의당 임정엽 후보 선거운동원 간의 몸싸움이 벌어져 임 후보 측이 안 후보 운동원 등에 대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수원에서는 유권자들에게 쌀을 기부한 혐의를 받고있는 더불어민주당 수원무 김진표 당선인 관련 압수수색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입건된 당선인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수원무 김진표 당선인은 조병돈 이천시장과 지난 설 연휴 직후 토요일인 2월 13일 이천 설봉산에서 수원의 한 산악회원 30여명을 만나 2만원 상당의 5㎏짜리 이천쌀을 나눠준 혐의(기부행위 등)를 받고 있다.

검찰 예외없는 엄정·신속 대응
사상 최대 무효형 속출 전망도

검 찰은 당선자 등 중요사건에 역량을 집중해 철저하고도 신속하게 수사할 방침이다. 먼저 전국청 선거담당 검사와 수사관은 공소시효 완성일인 2016년 10월13일까지 특별근무체제를 유지한다. 또 당선자와 그 배우자 등 당선무효 관련 신분자들의 사건에 대해서는 ‘부장검사 주임 검사제’를 시행하고 필요하면 형사부·특수부 인력을 투입하는 등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조 시장의 집무실 등 이천시청과 산악회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김 당선인의 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선거를 앞두고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해 만든 홍보자료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유권자들에게 유포한 예비후보 지지자 노모(45)씨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며, 최근 열린 결심공판에서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압수수색에 대한 반발도 이어졌다. 울산 북구에서 당선된 무소속 윤종오 당선인이 선거 다음 날인 14일 검찰 압수수색에 “박근혜 정권은 노동자 국회의원이 무서운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3시 울산 북구에 있는 윤 당선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박근혜 정권의 정치탄압이 도를 넘어섰다”며 “얼마 전 선거법 위반이라며 수색한 마을공동체 동행 사무실에서 아무것이 나오지 않아 당황했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압수목록은 컴퓨터 이미징 복사와 선거사무와 관련된 서류 등 일반적인 내용”이라며 “국회의원 당선인 사무실까지 수사한 것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60%가 넘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다”며 “검찰의 정치수사는 윤종오를 지지한 북구 주민들과 노동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욕보인 짓”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노동 진보정치를 꺾기 위한 현 정권의 공안탄압에 굴하지 않겠다”며 “노동법 개악을 막고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진짜 정치를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검찰은 당선자 등 중요사건에 역량을 집중해 철저하고도 신속하게 수사할 방침이다. 먼저 전국청 선거담당 검사와 수사관은 공소시효 완성일인 2016년 10월13일까지 특별근무체제를 유지한다. 또 당선자와 그 배우자 등 당선무효 관련 신분자들의 사건에 대해서는 ‘부장검사 주임 검사제’를 시행하고 필요하면 형사부·특수부 인력을 투입하는 등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선관위와 협조를 통해 ‘고발 전 긴급통보’를 통한 신속한 압수수색으로 증거인멸을 사전에 차단할 예정이다. 검찰은 선거일 이후 입건되는 선거사범에 대해서도 엄정한 대처를 다짐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당선자 79명이 입건됐고 이 중 10명의 당선이 무효가 됐다.

선관위와 협조
10월까지 수사

이들의 선거법 위반 시점부터 당선 무효가 확정될 때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9.7개월이었고 국회의원 활동 기간은 평균 14.4개월이었다. 법원은 선거법 위반 사건이 재판에 넘어오는 대로 당선 유·무효가 걸린 사건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법원은 1, 2심을 각각 2개월 이내에 선고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당선자는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며 당선은 무효가 된다. 후보자의 사무장 등이 징역형이나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아도 당선 무효가 된다. 검찰 관계자는 “당락에 상관없이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