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파란의 4·13> ⑤진흙탕 총선 후폭풍

당선됐다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20대 총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후보자 간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선거운동을 도운 가족과 지인들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줄줄이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처벌 수위에 따라 가슴에 단 금배지를 반납할 수도 있는 상황. 끝났다고 단정짓기엔 아직 이르다.
 

20대 총선 국회의원 당선자의 35%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입건됐다. 당선자들이 가장 많이 위반한 선거법 형태는 흑색선전이었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정점식 검사장)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 가운데 104명(34.6%)이 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됐다.

기뻐하긴 이르다
3명 중 1명 위험

19대 총선 직후 당선인 입건자(79명)보다 25명이나 많은 수치다. 검찰은 입건된 당선자 104명 중 98명에 대해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1명은 재판에 넘기고 5명은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에 입건된 총선 후보자도 19대 총선에 비해 크게 늘었다. 검찰은 총선 후보자 1451명을 입건하고 31명을 구속했다. 19대 총선 당시 입건자(1096명)보다 32.4% 증가한 수치다.

검찰은 20대 총선이 전국 대부분 선거구에서 당내 경선부터 격전이 펼쳐지는 등 선거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선거사범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20대 총선은 역대 최초로 금품선거보다 흑색선전이 더 판을 친 선거로 기록됐다.

불법선거 유형으로는 흑색선전 사범이 41.7%(606명)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금품 선거사범이 17.9%(260명), 여론조작 사범이 7.9%(114명)로 뒤를 이었다. 19대 총선에 비해 흑색선전 사범이 10% 이상 증가했고, 금품 선거사범은 13% 가량 줄었다. 여론조작 사범은 19대 총선에 비해 3배 넘게 늘어났는데, 당내 경선이 대부분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 송파구을 무소속 채현 후보 선거캠프 사무장 곽모(24)씨 등 5명이 무소속 김영순 후보에 대한 비방 전단 1700장을 뿌린 혐의로 체포됐다. 아파트 단지에 주차된 차량에 전단을 붙이고, 또 승합차를 타고 다니며 전단을 뿌리기도 했다. A4용지 크기의 비방 전단에는 ‘김영순 후보는 비리가 많아 당선이 무효가 될 사람’이란 내용이 담겨있었다.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송파구 문정동 인근에서 곽씨 일당을 붙잡았고 이들 차량에서 전단 1만8000여장을 압수했다.

경찰은 이들이 채 후보의 지시를 받고 범행을 저질렀는지 집중 수사한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파주 금촌에 있는 모 아파트 입구에 ‘황진하 후보 금품 선거로 고발당해’라는 기사가 실린 지역신문 13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인천 남구 용현주민센터 투표소 앞에서는 박모(58) 여인이 무소속 윤상현 후보를 지지하며 투표를 독려하다 적발됐다. 선관거관리위원회는 박씨를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조만간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용인시 성복동 주민센터 투표소 인근에서 새누리당 한선교 후보 보좌관 박모(45)씨가 시민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려다 선관위에 적발되기도 했다. 전남 여수지역에서는 국민의당 이용주(여수갑)·주승용(여수을) 후보가 당선된 가운데 선거운동 기간에 벌어졌던 각종 고소·고발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먼저 여수갑 지역에 무더기로 살포한 A주간신문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검찰 수사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선자 35% 선거법 위반 입건
19대 총선 비해 30% 넘게 증가

이용주 당선인 측은 지난 12일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A주간신문사 발행·편집인, 편집국장, 기자 등 3명을 공직선거법(허위사실 유포 등)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투표일 이틀을 앞두고 이용주 후보가 ‘투기목적으로 아파트 등을 소유했다’, ‘변론의 의미가 없는 사건을 수임해 실제로는 변론도 하지 않은 채 고액의 수임료를 챙겼다’, ‘죄질이 나쁜 성범죄 가해자를 변론했다’는 등의 내용을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보도한 것에 따른 고발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신문을 여수갑 지역구 아파트나 상가 병원 등에 무더기로 배포, 선거의 영향을 줄 목적으로 배포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당선인 측은 “A 신문이 국회의원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이용주 후보를 비방해 낙선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고발 배경을 밝혔다.
 

이들은 이어 “A 신문은 마치 국회의원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 사건 기사를 게재한 것처럼 주장하나, 그와 같은 주장은 이 사건 기사의 작성 경위, 기사의 내용, 배포 경위 등에 비춰 봤을 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자 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선거운동 기간 여수을 선거구에서도 주승용 후보와 백무현 후보 간 맞고발이 이어졌다.


국민의당 주승용 후보는 지난 1일 더민주 백무현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여수시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당시 주 후보 측은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 명예훼손이다”며 “주 후보는 ‘백 후보가 연설·대담 차량 LED 전광판에 ‘변절과 구태의 정치인 퇴출! 구태와 분열의 대명사-주승용, 백무현이 심판합니다’라고 게시해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더민주 백무현 후보는 지난 4일 주승용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명예훼손혐의(허위사실 유포 및 후보자비방)로 고발했다.

후보간 갈등 심화
고소·고발 빗발

백 후보 측은 “주승용 후보가 과거 수차례에 걸쳐 탈당했음에도 이를 지적하는 후보에게 허위사실로 비방하는 후보라고 헐뜯었다”고 주장했다. 이용주 당선인 측 관계자는 “선거 결과를 떠나 앞으로는 이런 잘못된 선거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사법기관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이번 총선과 관련, 특정 예비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여성 유권자 2명에게 6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고 음식값을 대신 낸 모 예비후보 측 인사 1명이 구속되고 다른 1명이 불구속된 바 있다. 특정 예비후보자를 위해 노래방 비용 4만3000원을 대납한 2명과 특정 예비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거짓 문자메시지를 50명에게 보낸 1명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완주·진·무·장은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후보와 국민의당 임정엽 후보 간 갈등이 정점을 찍었다. 전과 공개와 개인정보 불법 습득 논란이 불거지더니 급기야 임 후보 측이 안 후보와 후원회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했다. 전주병도 한 때 정치적 동지이자 대학 선후배인 더민주 김성주 후보와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상호 비방을 이어갔다. 결국, 김 후보는 예비후보자 홍보물에 허위사실을 담은 혐의로 고발됐다.

정읍·고창은 선거 막바지 들어 ‘자리 나눠 갖기’폭로가 나오면서 국민의당 유성엽 후보와 무소속 이강수 후보가 둘 중 하나는 다칠 수밖에 없는 치킨게임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한 방송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유 후보가 “총선 당선 2년 뒤 사퇴해 도지사에 출마하고 이 후보는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고 폭로했다.

벌써 압수수색
기획수사설 제기

유 후보는 사실무근이라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이 후보를 고발했다. 또 남원·임실·순창 무소속 강동원 후보가 국민의당 이용호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익산갑 더민주 이춘석 후보와 국민의당 이한수 후보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서로 고발을 주고받았다. 김제·부안 더민주 김춘진 후보는 사전투표일인 8일 김제의 한 투표소 앞에서 한 택시기사에게 폭행당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김 후보는 이 택시기사가 유권자 실어 나르기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폭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어 현재 폭행 혐의 수사가 범위를 넓힐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선거일을 하루 앞둔 12일 전주갑 국민의당 김광수 후보의 선거운동원이 더민주 김윤덕 후보의 선거운동원에게 폭행당했다며 고소장을 접수했다.

선거유세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맞았다는 폭행과 자작극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4일에는 완주군 고산 시장 유세과정에서 더민주 안호영 후보와 국민의당 임정엽 후보 선거운동원 간의 몸싸움이 벌어져 임 후보 측이 안 후보 운동원 등에 대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수원에서는 유권자들에게 쌀을 기부한 혐의를 받고있는 더불어민주당 수원무 김진표 당선인 관련 압수수색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입건된 당선인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수원무 김진표 당선인은 조병돈 이천시장과 지난 설 연휴 직후 토요일인 2월 13일 이천 설봉산에서 수원의 한 산악회원 30여명을 만나 2만원 상당의 5㎏짜리 이천쌀을 나눠준 혐의(기부행위 등)를 받고 있다.

검찰 예외없는 엄정·신속 대응
사상 최대 무효형 속출 전망도


검 찰은 당선자 등 중요사건에 역량을 집중해 철저하고도 신속하게 수사할 방침이다. 먼저 전국청 선거담당 검사와 수사관은 공소시효 완성일인 2016년 10월13일까지 특별근무체제를 유지한다. 또 당선자와 그 배우자 등 당선무효 관련 신분자들의 사건에 대해서는 ‘부장검사 주임 검사제’를 시행하고 필요하면 형사부·특수부 인력을 투입하는 등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조 시장의 집무실 등 이천시청과 산악회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김 당선인의 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선거를 앞두고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해 만든 홍보자료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유권자들에게 유포한 예비후보 지지자 노모(45)씨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며, 최근 열린 결심공판에서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압수수색에 대한 반발도 이어졌다. 울산 북구에서 당선된 무소속 윤종오 당선인이 선거 다음 날인 14일 검찰 압수수색에 “박근혜 정권은 노동자 국회의원이 무서운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3시 울산 북구에 있는 윤 당선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박근혜 정권의 정치탄압이 도를 넘어섰다”며 “얼마 전 선거법 위반이라며 수색한 마을공동체 동행 사무실에서 아무것이 나오지 않아 당황했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압수목록은 컴퓨터 이미징 복사와 선거사무와 관련된 서류 등 일반적인 내용”이라며 “국회의원 당선인 사무실까지 수사한 것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60%가 넘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다”며 “검찰의 정치수사는 윤종오를 지지한 북구 주민들과 노동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욕보인 짓”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노동 진보정치를 꺾기 위한 현 정권의 공안탄압에 굴하지 않겠다”며 “노동법 개악을 막고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진짜 정치를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검찰은 당선자 등 중요사건에 역량을 집중해 철저하고도 신속하게 수사할 방침이다. 먼저 전국청 선거담당 검사와 수사관은 공소시효 완성일인 2016년 10월13일까지 특별근무체제를 유지한다. 또 당선자와 그 배우자 등 당선무효 관련 신분자들의 사건에 대해서는 ‘부장검사 주임 검사제’를 시행하고 필요하면 형사부·특수부 인력을 투입하는 등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선관위와 협조를 통해 ‘고발 전 긴급통보’를 통한 신속한 압수수색으로 증거인멸을 사전에 차단할 예정이다. 검찰은 선거일 이후 입건되는 선거사범에 대해서도 엄정한 대처를 다짐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당선자 79명이 입건됐고 이 중 10명의 당선이 무효가 됐다.

선관위와 협조
10월까지 수사

이들의 선거법 위반 시점부터 당선 무효가 확정될 때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9.7개월이었고 국회의원 활동 기간은 평균 14.4개월이었다. 법원은 선거법 위반 사건이 재판에 넘어오는 대로 당선 유·무효가 걸린 사건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법원은 1, 2심을 각각 2개월 이내에 선고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당선자는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며 당선은 무효가 된다. 후보자의 사무장 등이 징역형이나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아도 당선 무효가 된다. 검찰 관계자는 “당락에 상관없이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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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