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중국 골프의 저력

'K골프' 경계대상 1호, 대륙은 지금 불야성

중국 골프인구는 대략 500만명으로 추산된다. 불과 20년 전에 10만명도 채 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골프인구 증가는 ‘현재진행형’이다.

골프인구 10만명→500만명 20년새↑
지금도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추세

지난해부터 확산된 중국 정부의 반부패 정책으로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현재도 600개 이상 골프장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가장 큰 계기가 된 것은 국제무대에진출한 선수들의 출현 때문이다.
중국골프의 영웅으로 불리는 장 리안웨이와 아시안투어 최강자인 량웬총으로 시작된 남자골프는 2013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 최연소로 출전(당시 15세)해 화제를 모았던 관톈랑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여자골프는 ‘중국의 박세리’로 불리는 펑산산이 메이저대회를 정복하며 남자선수들이 쌓아온 아성을 한방에 무너뜨렸다.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린시위와 지난달 13일 끝난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6위, 13위에 오른 류위, 시유팅이 그 바통을 이어 받았다.
올해는 골프바람이 더 거셀 전망이다. 오는 8월 리우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유럽과 중국이 공동주관했던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세계랭킹 상위자들이 수두룩한 KLPGA 투어를 포함시킨 것도 자국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위해서다.

눈에 띄는 성장

한국선수들도 중국골프 발전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단체전 우승 주역 고진영(21·넵스)은 “린시위랑 예선 라운드를 같이 했는데 정확한 아이언샷과 쇼트게임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분명 3~4년 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고 칭찬했다.
최근 리홍 중국 여자 프로골프협회(CLPGA) 총재는 “한국선수들의 실력은 세계 최고다. 그런 점에서 더 많은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선수들이 출전하면서 흥행과 규모 면에서 더 발전했다. 앞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여자대회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의 코치진들도 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은 한국 여자 프로골프협회(KLPGA) 이사인 박희정(35)을 지난해 5월 자국의 골프국가대표 여자팀 코치로 선임했다. LPGA 투어 2승 경력의 박희정은 올해까지 중국골프 꿈나무들을 지도하게 된다.
KLPGA 투어도‘골프 한류’를 전세계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류를 반기고 있다. 이영귀 KLPGA 부회장은 “KLPGA 투어의 세계화를 위해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좋은 기회가 됐다. 앞으로 세계 여자골프의 발전을 위해 문호를 개방할 생각이다”며 “양궁의 우수한 인력이 세계 각국의 국가대표를 지도하는 것처럼 골프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고 말했다.
민간기업 중에는 미션힐스그룹이 중국골프 발전에 가장 적극적이다. 미션힐스그룹은 광둥성 선전과 둥관에 12개 코스, 하이난다오 하이커우 10개 코스 등 총 22개 코스에 396홀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올해 40세가 된 젊은 경영자인 테니얼 추 부회장이 있다. 추 부회장의 부친 데이비드 추는 홍콩 기업인으로 1992년 미션힐스그룹을 창립하여, 선전지역에 미션힐스 골프클럽을 만들며 중국골프의 초석을 닦았다. 데이비드 추가 2011년 세상을 떠난 이후에는 장남인 켄 추가 그룹 회장을 맡고, 차남인 추 부회장은 미션힐스 골프클럽의 개발과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테니얼 추는 PGA 투어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살려 골프에 레저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창조적인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추 부회장은 골프 비즈니스와 함께 차세대 골퍼 육성도 중요한 업무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미션힐스 골프클럽의 3개 코스를 전 세계 16세 이하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국적은 상관없다. 한국의 주니어골퍼 역시 공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션힐스 골프클럽에서는 매년 6000여명의 주니어골퍼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추 부회장은 “차세대 골퍼를 기르는 일은 기업의 책임”이라며“미션힐스 골프클럽에서는 매년 44개 주니어골프대회를 열고 있고 중국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훈련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타이거우즈, 박인비 등 세계적인 선수를 초청할 때는 주니어골퍼들이 이들에게 레슨을 받을 수 있는 시간확보가 가장 우선이다”고 덧붙였다.

량웬충, 펑산산 등 세계적 선수 등장
한국 남녀프로투어도 중국 약진 반색


추 부회장은 중국 골프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내놨다. “리우올림픽에서 중국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며 “중국 골프시장은 막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중국 인구 13억명 가운데 2%만 골프를 쳐도 미국(2000만명)을 넘어선다. 그렇게 되면 골프산업도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3일 중국 선전의 미셜힐즈GC 둥관 올라사발코스에서 올해 KLPGA 첫 정규투어인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한 한 중국선수가 드라이버 티샷을 하자 갤러리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공이 280야드쯤 빨랫줄처럼 날아가 30m 안팎의 좁은 페어웨이에 정확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른 한국선수들이 좌우 해저드를 피해 우드로 안전하게 끊어간 것과는 다른 공격적 행보였다. 이 선수가 바로 이번 대회에 처음 출전한 중국의 차세대 스타 류위(20)다. 펑샨샨 이후 최대어로 주목받고 있다.
2014년 중국 여자 프로골프(CLPGA) 투어에 입문해 통산 2승을 올린 류위는 한국과 중국, 유럽여자프로투어가 공동주최한 이번 대회 내내 한국선수들과 우승컵을 다퉜다. 3라운드까지는 6언더파로 단독선두로 치고 나가기도 했다. LPGA 2부투어에서도 뛰고 있는 그는 175㎝의 큰 키와 렉시 톰슨(미국) 같은 빠르고 거침없는 스윙으로 경쟁자를 압도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중국이‘K골프’의 경계대상 1호로 떠오르고 있다. LPGA 통산 4승의 펑산산(27)이 고군분투하던 중국 여자프로골프계에 실력과 배짱으로 무장한 젊은 선수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스타 발굴

‘펑샨샨 키즈’로 올해 LPGA 풀 시드를 따낸 린시위(20)도 그중 한 명이다. 세계랭킹 43위인 그는 지난달 열린 혼다LPGA타일랜드클래식에서 10위에 오르며 챔피언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중국 블루베이LPGA 대회에서는 1, 2라운드 단독선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5세 때 중국 최연소로 프로무대에 데뷔한 그는 10대 때 이미 통산 3승을 거둔 중국 골프계의 희망이다.
지난해 LPGA 퀄리파잉스쿨을 수석합격한 펑시민(21)도 지난달 LPGA투어 코츠골프 챔피언십에서 7언더파 공동 6위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어깨를 나란히 해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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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