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따라 맛따라 ①강원도 삼척시

유채꽃 벚꽃 그리고 낭만가도와 바다

4월은 ‘꽃 달’이다. 봄꽃이 전국 각지에서 앞다퉈 핀다. 주저하다 꽃도 지고 사랑도 떠나고, 결국 봄날도 간다. 어디든 떠나고 볼 일이다. 그 가운데 삼척 맹방유채꽃마을은 짧은 일정으로 다채로운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다.

고성에서 삼척을 잇는 ‘낭만가도’ 구간 드라이브
바다와 유채꽃 두루 감상하는 삼척만의 매력

삼척시는 허진호 감독의 멜로 영화 〈봄날은 간다〉 〈외출〉 등으로 잘 알려진 도시다. 삼척의 ‘신흥사, 맹방해수욕장, 죽서루’ 등이 영화 속 배경으로 등장했다. 여러 가지 연유가 있겠지만 7번 국도의 낭만이 한 몫했으리라. 7번 국도라 불리는 국도 7호선은 한반도의 동쪽 해안과 나란한 명품 드라이브 길이다. 그 가운데 고성에서 삼척을 잇는 강원도 구간은 ‘낭만가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백미는 해안선이 긴 삼척이요, 절정은 이맘때 맹방유채꽃마을이다.

맹방유채꽃마을은 해마다 4월이면 유채꽃축제를 연다. 올해는 4월8일부터 17일까지다. 유채꽃 하면 제주도나 청산도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제 맹방도 그 반열에 들었다. 봄꽃과 바다와 낭만가도 드라이브를 고루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낭만가도는 동해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곧장 이어진다. 하지만 삼척의 해안 드라이브는 낭만가도에서 바다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서는 게 좋다. 삼척해수욕장에서 삼척항을 잇는 4.6km 새천년해안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었다. 바다를 끼고 비치조각공원, 소망의탑을 지나는 매력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아름다운 길
새천년해안도로


맹방유채꽃마을은 새천년해안도로에서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면 나온다. 마을 이름을 보고 유채꽃부터 떠올리겠지만, 4.2km에 달하는 벚꽃 길이 먼저 상춘객을 반긴다. 곧게 뻗은 도로 양쪽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맹방 유채꽃의 예고편 정도로 여기기에 반가운 풍경이다. 7.2ha에 펼쳐진 유채 밭이 아니면 내처 벚꽃 길을 걸었을 것이다.

유채 밭은 벚꽃 길의 왼쪽 대지를 차지한다. 해수욕장 쪽으로는 맹방유채꽃마을과 솔숲이 슬그머니 바다를 가린다. 그런들 어떠랴. 그 너머가 푸른 바다라면, 벚꽃 길과 마을 사이는 유채꽃 바다다. 바람이 불 때마다 노란 꽃이 하늘거린다. 그 물결 속으로 헤엄치듯 걸음을 뗀다. 유채 밭은 그 품을 거닐 수 있도록 여러 갈래 산책로를 뒀다. 명랑한 봄빛을 벗 삼아 걷기에 알맞다. 걷다가 멈춘 곳이 어디든 최고의 포토 존이다. 

유채꽃 산책로를 돌아본 뒤에는 마을을 가로질러 상맹방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북쪽 한재밑해수욕장에서 상맹방을 지나 남쪽의 하맹방, 맹방, 덕산해수욕장까지 모래밭이 길게 이어진다. 봄 바다의 싱그러움을 누리며 맨발로 걷는다. 한적한 분위기를 원하는 이들은 유채꽃축제가 끝나고 찾아와도 무방하다. 유채 밭은 4월30일까지 개방해, 느긋하게 꽃구경할 수 있다.맹방유채꽃마을 인근 낭만가도는 바다를 즐길 수 있는 명소가 여럿이다.

삼척해양레일바이크가 대표적이다. 궁촌역과 용화역을 오가는데 두 역에서 모두 출발하며, 하차한 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승차한 역으로 돌아올 수 있다. 5.4km 구간으로 곰솔 숲과 루미나리에 터널 등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레일바이크를 달리는 내내 바다가 곁을 지킨다.

용화역 남쪽 약 9km 지점에는 수로부인헌화공원이 반긴다. 지난 1일 개장한 삼척의 새로운 볼거리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헌화가〉를 주제로 조성했으며, 수로부인상과 전망대, 산책로, 쉼터 등을 갖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발아래 임원항은 물론, 시계가 좋을 때는 울릉도까지 볼 수 있다.

삼척은 하루 여행으로 마무리하기에는 아쉽다. 대금굴과 환선굴을 다음 날 일정 삼아 돌아보길 권한다. 두 곳 모두 모노레일을 타고 입구까지 이동한다. 대금굴은 천지연, 비룡폭포 등이 볼거리다. 마을 사람들이 ‘물굴’이라 부른 이유를 알 것 같다. 오솔길을 산책하듯 거닐며 석순, 종유석, 동굴 진주 등을 관찰한다. 환선굴은 동양에서 가장 큰 석회동굴이다. 높고 넓은 동굴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시내에는 동해 일출을 볼 수 있는 소망의탑, 낙조가 아름다운 죽서루, 야경이 어우러진 이사부사자공원 등이 좋다.

드넓은 유채꽃밭
봄의 정취 만끽


그 길목에서 맛보는 삼척의 별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역에 따라 물메기, 물텀벙 등으로 불리는 곰치는 천대받던 생선이다. 뱃사람들이 팔기 뭣해 묵은 김치를 넣고 끓여 먹던 곰치국이 요즘은 삼척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음식이 되었다. 살점이 흐물흐물해 씹기도 전에 녹아내리듯 부서진다. 후루룩 소리를 내며 마시듯 뼈를 발라 먹는다. 묵은 김치와 칼칼한 국물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해장국으로 제격이다. 삼척시 정라항 근처에 곰치국으로 이름난 집이 많다. 새천년해안도로 드라이브 가는 길에 들러도 좋다.

장치 역시 곰치와 마찬가지로 생김새보다 맛으로 사랑받는다. 길이가 길어 장치라 부르는데, 햇볕과 바람에 말린 뒤 조림에 가까운 찜으로 해 먹는다. 삼척 사람들이 즐겨 먹는 지역 별미로, 말린 생선의 쫄깃한 육질이 일품이라 식사와 안주 어느 쪽이든 좋다. 시내 쪽에 잘하는 집들이 있다.

대게 또한 삼척이 자랑하는 먹거리다. 삼척은 울진과 이웃한 어장으로, 대게에 대한 자부심이 인근 울진이나 영덕 못지않다. 그럴 만하다. 미식가로 알려진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삼척 대게는 크기가 강아지만 하고 다리가 큰 대나무 줄기만 하며, 달고 맛있다”며 그 맛을 그리워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줄다리기 중 삼척기줄다리기의 ‘기’ 역시 게를 의미한다.

울진이나 영덕보다 덜 알려졌을 뿐, 어획량도 뒤지지 않는다. 곰치국과 마찬가지로 정라항 인근에 대게 거리가 있다. 시내를 벗어나서는 수로부인헌화공원과 접한 임원항에 삼척대게직판장이 위치한다. 대게는 4월이 제철의 마지막 달이다. 더 늦기 전에 슬며시 욕심을 부려볼 일이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풍경 여행 코스: 새천년해안도로→맹방유채꽃마을→수로부인헌화공원
체험 학습 코스: 맹방유채꽃마을→삼척해양레일바이크→대금굴&환선굴

1박 2일 코스
첫째 날: 맹방유채꽃마을→삼척해양레일바이크→수로부인헌화공원→이사부사자공원
둘째 날: 새천년해안도로→죽서루→대금굴&환선굴

관련 웹사이트
· 삼척시청 문화관광 http://tour.samcheok.go.kr
· 맹방유채꽃마을 www.맹방유채꽃마을.kr
· 삼척해양레일바이크 www.oceanrailbike.com

문의 전화
· 삼척시청 관광정책과 033-570-3846
· 맹방유채꽃마을 070-4118-0105
· 이사부사자공원 033-573-0561~2
· 죽서루 033-570-3670
· 삼척해양레일바이크 033-576-0656~7

대중교통(버스)
서울-삼척: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6회(06:30~21:35)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 동해 IC→삼척 방면 우회전→동해대로 13.7km→사직삼거리 울진 방면 좌회전→동해대로 2km→한치터널→동해대로 1km→맹방해변 방면 우회전→삼척로 1km 좌회전→맹방유채꽃마을

숙박
· 문모텔: 삼척시 중앙로, 033-572-4436
· 삼척온천관광호텔: 삼척시 동해대로, 033-573-9696
· 검봉산자연휴양림: 원덕읍 임원안길, 033-574-2553, www.huyang.go.kr

식당
· 동해바다: 장치찜, 삼척시 봉황로, 033-574-0987
· 동남호대게: 대게, 삼척시 새천년도로, 033-574-4274


축제와 행사
· 맹방유채꽃축제: 4월8~17일, 근덕면 상맹방리 일대, 033-570-3372

주변 볼거리
하이원추추파크, 도계유리마을, 신리너와마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