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뛰는 사람들> 양천갑 출마한 더민주 황희 후보

“목동 아파트, ‘신재생타운법’으로 재개발 성공 모델이 될 것”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이 다가올수록 후보자들의 호흡도 가빠지고 있다. 지난 4년의 노력이 그 결실로 이어질지 아니면 공염불에 그칠지, 모든 것을 판가름 지을 날이 가까워지기 때문. <일요시사>는 지역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는 코너를 기획했다. 그 열한 번째로 서울 양천갑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황희 후보의 얘기를 들어봤다.

지역 토박이가 터전 개선을 위해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후보는 목동 아파트 해결사를 자처한다. 40년을 양천에서 살았다는 황희, 애향심(愛鄕心)에 전문가의 식견을 버무린 생활밀착형 공약이 그의 방법론이다. 경선이라는 하나의 관문을 돌파한 그가 과연 본선까지 파란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만약 성공한다면, 30년만의 야당 당선인이 된다. 이유 있는 변화를 주장하는 황 후보의 생각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다음은 황 후보와의 일문일답.

▲여권 강세 지역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 야당의 험지지만, 내가 자란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곳에서 초중고를 다녔다. 결혼을 하고 쭉 이곳에서 살아온 토박이다.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고등학교인 강서고가 있는데, 내가 1회 졸업생이기도 하다. 40년을 양천에서 살다보니 여야를 초월한 인적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다. 이러한 것들을 지역 발전에 녹여내기 위해 양천을 선택했다.

▲지역 최대 현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대다수의 주민들이 최대 현안으로 교육을 꼽는다. 따라서 교육에 대한 솔루션은 어느 정도 알려진 상황이다. 교육 다음으로 중요한 현안을 꼽아보라면, 도시 재생이라 생각한다. 대규모 공동주택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 중 가장 먼저 재건축연한이 도래할 곳이 이곳 목동이다.

때문에 목동은 ‘대단위 신도시들에 대한 도시 재생을 과연 어떻게 풀 것이냐’라는 질문의 첫 단추인 셈이다. 이 문제는 지역뿐 아니라 대한민국 입장에서도 아주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목2·3·4단지에는 대규모 주택단지가 있는데, 주거환경이 굉장히 낙후돼 있다. 이동성·주차 문제뿐만 아니라 길도 좁고 건물도 노후화됐다. 이들 주택단지는 주변 아파트 단지와 공존하고 있는데, 이 두 영역에 대해 도시 재생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중요한 현안이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으로 도시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

▲어떤 솔루션인가.
- 목동에서의 도시 재생에서 선제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교통 문제의 해결이다. 목동 아파트만 보면 2만6000세대가 살고 있는데, 차량이 3만대가 훌쩍 넘는다. 그러나 주차공간은 그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아파트가 넓은 대지면적에 산만하게 분포해 있어 도시 내 이동성이 떨어진다.

주민들이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데, 아마도 자전거로 인한 사망사고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할 것이다. 그건 자전거 이용자가 많아서 그런 것이다. 아파트 주변으로 역사가 7개나 있음에도 도시 내 이동성이 떨어지다 보니, 역사에 대한 연계성도 떨어져 도심 접근성 자체가 취약하다. 이런 부분에 대해 교통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재건축도 불가능하고 재개발도 불가능하다.

▲‘도시 재생’이 해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 예를 들어 재건축으로 4만세대를 지으면, 기존 2만6000세대에 1만4000세대가 새로이 늘어난다. 그러면 폭증하는 인구로 교통수요에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재개발은 사람이 살기 편하도록 지구단위 개발을 통해 녹지·교통체계를 다시 재배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법이 현재 없는 상황이다.

인접한 다발성 재개발을 하나로 묶은 게 뉴타운법이다. 목동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사업이 14개에 달한다. 이해 당사자들이 협의하기 힘든 구조다. 그렇다면 뉴타운법처럼 인접한 다발성 재건축 사업을 하나로 묶어 개발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재생타운법’이라고, 내 나름대로 명명한 이 법을국회에 들어가 입안할 계획이다. 앞으로 이 법이 대규모 아파트 문제에 관한 해법과 모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황희가 발의하는 1호 법안은 그럼 ‘신재생타운법’이 되는 것인가?
- 1호 법안은 따로 준비하는 게 있다. ‘양천시민명령1호’라고 해서 선거 기간 동안 양천갑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좋은 의견을 받아 그것을 1호로 입법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공약대로 1호 법안은 주민과 소통으로 완성해갈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박원순 등 야권 거물들과 함께한 이력이 있다. 이러한 경험을 지역 발전에 어떻게 녹여낼 생각인지.
- 97년도 대선 직후, 공채1기로 새정치국민회의에 들어갔다. 김대중 총재실로 배속이 됐고, 중앙당에서 정치를 배웠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에서 5년 근무했다. 이후 박원순 캠프에서 정책특보로 일한 이력이 있다. 그렇다보니 함께한 이들과 소통이 원활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울시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이다. 도시 개발과 관련해 주민들이 직접 시공사와 서울시 공무원을 상대로 대화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나 같은 사람이 중간에서 가교역할을 한다면, 보다 신속하고 속 깊게 요구 사항을 서울시에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시공학 전문가 “선결과제는 교통!”
주민 위한 ‘양천시민명령1호’ 준비 중

▲뉴파티위원회(이하 뉴파티) 위원이시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임인가?
- 뉴파티는 나를 포함해 총선 과정에서 영입된 표창원, 김병관, 오기형씨 같은 사람들이 서로 힘을 합쳐 정치 혐오에 빠진 국민들에게 변화하는 더민주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간혹 ‘저 사람들 표 얻으려고 반짝 저렇게 하는 구나’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총선 이후에도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당내 소장파 모임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나?
- 그럴 수 있다.

▲최근 여야가 공천 문제로 소란스러웠다. 원외에서 본 일련의 사태는 어땠나?
- 결국 본질적이지 않은 내용으로 국민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 정치는 국민을 어떻게 대변하고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여야 모두 자기 밥그릇 싸움을 한 꼴이 됐다. 공천권을 두고 싸우면 국민들에게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아주 부적절하고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역에서 유권자들을 만나보면 반응이 어떤가?
-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너도 국회에 들어가면 똑같지 뭐”라는 말이다. 정치 신인이라고 나온 사람들도 국회만 들어가면 똑같은 사람 되더라는 것이다. 그런 반응을 보면 할 말이 마땅히 없다. 내 선배들이 그랬으니까. “저는 아닙니다”라고 아무리 주장한들 이미 정치인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다.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는, 정치 현장에서 20여년간 몸담은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 힘을 합친다면, 그래도 19대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이다. 20대에 중앙당 공채로 들어가 정당과 청와대, 그리고 국회를 두루 경험하며 정치를 배웠기 때문에 앞서 선배들과는 다른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양천구가 갑을로 나뉜 지 37년 정도 됐다. 그 중 33년은 여당이 양천갑에서 의회 권력을 독점한 기간이다. 이번만큼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세력이 30년 넘게 독점한다는 것, 그 자체가 변화의 명분이 된다고 본다. 만약 내가 당선된다면, 그건 야당의 승리도, 여당에 대한 심판도 아니다. 정치권 전반에 대한 시민들 공분의 표출이 될 것이다.

또한 중산층을 이야기하고 싶다. 대한민국 중산층의 두께가 점점 얇아지고 있다. 오히려 중산층이 서민으로 내려앉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중산층을 살리기 위해 대한민국 핵심 산업을 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우리나라는 50조원에 달하는 대형선박 시장을 40% 점유해 조선업 1위를 하고 있다. 우리가 잘해서 1위하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소형선박으로 전환한 영향도 적지 않다. 소형선박이 부가가치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소형인 요트는 굳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이 중심이 돼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대형선박 산업을 고집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가진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 때문이다.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작고 강한 기업들이 많아져 국민들이 먹고 살고, 직업을 갖는 일이 좀 더 용이하도록 구조를 바꾸고 싶다.


<chm@ilyosisa.co.kr>



[황희는 누구?]

▲ 강서고 1회 졸업
▲ 연세대학교 대학원 도시공학과 석·박사(수료)
▲ 전 김대중 총재 비서실 비서
▲ 전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행정관
▲ 전 박원순 선거캠프 정책특보
▲ 현 더불어민주당 뉴파티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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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