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문제적 후보들 명단 공개

자녀 병역비리 의혹부터 섹스 스폰서 의혹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20대 총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종 후보자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여야 모두 깨끗하고 경쟁력 있는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일부 후보자들 중에는 무슨 염치로 출마한 것인지 궁금한 ‘문제적 후보’들이 있다. 과거 다양한 구설에 휘말리고도 뻔뻔하게 출사표를 던진 문제적 후보들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우선 새누리당 경선에서 배제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울산 남구갑 박기준 후보는 과거 섹스스폰서 검사 사건에 연루됐던 인물이다. 박 후보는 “금품제공과 성접대는 사실무근으로 이미 무혐의 판결을 받은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무혐의 판결을 받은 것은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이지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 부산지검장이었던 박 후보는 이 사건을 취재하고 있던 <PD수첩>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반말과 막말 등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후보는 방송사 PD와의 통화에서 “PD가 검사한테 전화해서 왜 확인을 하는데?”라며 시종일관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마치 일반인들은 감히 검사에게 질문도 할 수 없다는 태도로 공분을 일으켰다.

참사 일으키고
승승장구

경북 경주시에 공천이 확정된 새누리당 김석기 후보는 서울경찰청장 시절인 지난 2009년 용산참사를 일으킨 주인공이다. 김 후보의 무리한 진압으로 당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 김 후보는 용산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이후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하는 등 승승장구했고, 이번에는 새누리당의 공천장까지 받았다. 참혹하게 숨진 희생자와 그 유족을 모독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딸 취업청탁 논란의 당사자인 윤후덕 의원을 경기 파주갑에 단수 추천했다. 더민주는 당초 윤 의원을 공천 배제했지만 재심을 통해 구제했다. 윤 의원은 지역구에 있는 LG디스플레이 대표에게 전화해 딸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초 LG디스플레이는 변호사 1명을 채용하기로 했지만 윤 의원의 딸을 추가로 합격시켰다. 윤 의원은 “대표와 통화한 것은 맞지만, 딸의 실력이 되면 들여다봐달라고 했을 뿐”이라며 취업청탁 사실을 부인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서울 강서갑이 지역구인 신기남 의원은 아들이 로스쿨 졸업시험에서 탈락하자 학교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 의원은 이 같은 의혹으로 더민주 공천에서 탈락하자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공천을 받았다.

다가온 총선…이런 후보 뽑아야 할까
법안발의 0건 의원을 또 비례대표에?

더민주는 처남 취업청탁 의혹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문희상 의원도 컷오프에서 구제해줬다. 더민주는 문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할 마땅한 후보자가 없다는 이유로 당규 부칙을 신설해 문 의원을 후보자로 의결했다.

문 의원은 지난해 고교 후배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처남의 취업을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문 의원의 처남은 해당 회사에서 실제 근무하지도 않았음에도 억대 연봉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당시 처남이 제 처에게 대한항공에 납품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처가 대한항공 인사와 친분이 있는 제 지인에게 소개를 부탁한 적은 있다”며 “하지만 납품은 성사되지 않았고 취업을 청탁한 사실도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과거 자신의 보좌진을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경기 수원병 공천이 확정됐다. 김 의원실에서 일했던 한 보좌진은 지난해 9월 김 의원이 자신을 폭행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한 행사장에서 홍보 동영상을 미리 틀어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좌진의 정강이를 걷어찬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보좌진은 폭행 사건을 겪은 뒤 스스로 국회를 떠났다. 또 다른 보좌진도 “김 의원에게 인격 모독성 발언을 자주 들었다”고 주장해 논란은 증폭됐다. 김 의원은 지난 2014년 7·30재보선을 통해 당선됐는데 국회 등원 1년여 만에 보좌진을 7∼8명이나 갈아치운 것으로 확인돼 보좌진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줬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업무처리가 미숙한 보좌진들에게 다소 언성을 높인 경우는 있었지만 막말이나 폭행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취업청탁
억대연봉

새정치를 약속한 국민의당도 문제적 후보들을 다수 공천했다. 전북 정읍·고창에 공천된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지난해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쓴 여기자를 ‘쓰레기 기자’라고 지칭해 논란이 됐으며, 전북 의원 조찬회동 중 탈당자 복당 문제를 논의하면서 동료의원에게 욕설을 하기도 했다.

당시 유 의원은 자신의 주장에 이견을 보인 한 초선의원에게 욕설이 섞인 막말을 했다. 한 간담회 참석 의원은 “욕설을 들은 초선의원이 탁자를 치면서 벌떡 일어나 항의했고 주변에서 말리지 않았으면 몸싸움으로 번졌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유 의원의 보좌진 중 한 사람은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새정치연합을 ‘개정연’으로 비하하고 송하진 전북지사, 정세균 의원, 우원식 의원 등을 무차별적으로 비판해 논란이 됐다. 해당 보좌진은 유 의원의 자질론을 지적한 <한국일보> ‘험한 입 유성엽’ 기사에 대해 “기레기 원조 <한국일보>야... 지난번 이완구 청문회 때 당한 거 복수하냐? 추잡한 짓거리...”라고 댓글을 달았다.

<오마이뉴스>의 ‘유성엽 “쓰레기 같은 기자, 태풍에 쓸어버려야” 기사에는 ‘기술이나 배워라, 당장 기자 그만두고 실업급여나 받으라, 너 같은 기레기 하나 그만둬도 상관없다’ 등 모욕적인 댓글을 쏟아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이 같은 보좌진의 일탈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광주 광산구을에 공천된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현재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위증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권 의원 공천에 대해 여당은 위증에 따른 보은공천이 아니냐며 야권을 맹비난했다. 게다가 권 의원은 변호사 시절 맡았던 사건 피고인의 아내가 위증 혐의로 처벌을 받았으며, 피고인의 아내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가 시키는 대로 (법정에서) 말했다”는 진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보선 과정에서는 권 의원의 재산축소신고 의혹이 불거져 전체적인 선거판세에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당시 더민주는 “현행 재산등록 제도상 비상장주식의 경우 액면가로 신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산신고 누락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진보정당들조차도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국민들은 도덕적 불감증으로 받아들일까 걱정”이라고 더민주를 비판했다.

경기 의정부을에 공천 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지난 2014년 자신이 소유한 박물관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예술가들에게 노예노동을 시켰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당시 아프리카 예술가들은 쥐가 들끓고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숙소에서 지냈으며, 홍 의원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이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홍 의원은 “박물관 운영은 박물관장에게 일임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으나 근로계약서에서 홍 의원의 도장과 서명이 드러나 거짓해명 논란이 추가로 불거지기도 했다.

경기 안양시 동안을에 공천된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지난 2013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누드사진을 보는 장면이 포착돼 물의를 빚었다. 당시 본회의는 오랫동안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여야 의원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였기 때문에 심 의원을 향한 비난이 빗발쳤다. 경기 수원정에 공천된 정의당 박원석 의원도 지난해 국회 본회의 도중 ‘조건만남’이란 단어를 검색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

경기 오산에 공천된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같은 당 시도의원과 현역 시장, 당원에게 18개월 동안 10만∼30만원씩을 받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안 의원은 시의원들에게 막말을 하거나 무릎을 꿇게 하는 등 갑질을 했고, 지역 내 각종 비리에 개입한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경기 부천원미을에 공천된 더민주 설훈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20만달러 수수설’을 제기해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의 실형을 받았던 인물이다. 또 지난 2014년에는 ‘나이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져 집에서 쉬어야 한다’는 노인 폄하성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갑과 기장군에 각각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과 윤상직 전 산자부 장관은 선거조직 뒷거래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됐었다. 윤 전 장관이 출마지역의 선거조직 일부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하 의원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주려고 했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논의만 오고 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에 공천이 확정된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은 부동산투기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염 의원은 동계올림픽 개최지 인근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땅을 사들여 보상을 받거나 되파는 방법으로 상당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염 의원은 논문 표절 논란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학술단체가 심각한 논문 표절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학위를 수여한 국민대 역시 논문 표절을 인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염 의원에게 아무런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
노인 비하

서울 송파병에 공천된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은 과거 자신의 보좌진에게 아들인 배우 송일국의 매니저 일을 보게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김 의원 측은 "문제 된 매니저는 국회 인턴이었는데, 송일국이 한창 드라마 촬영 중일 때 매니저가 갑자기 그만 둬 잠시 매니저 알바를 시킨 것”이라며 “알바비도 송일국이 모두 지급했다”고 밝혔다.

충남 천안갑에 공천된 새누리당 박찬우 후보는 아들 병역기피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 후보의 아들이 ‘혈소판 감소증’으로 군 면제까지 받은 상황에서 자신의 SNS에 혈소판 감소증 환자가 피해야 할 폭식과 음주 등을 했던 사진을 게재했기 때문이다. 또 박 후보는 자신의 자서전에 아들이 완쾌됐다고 적었는데 완쾌된 아들이 어떻게 군 면제를 받은 것이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아들의 장래를 위해 거짓으로 완쾌됐다고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야가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들의 면면도 매우 실망스럽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유족들을 ‘시체장사’니 ‘거지근성’이니 하면서 비판한 김순례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을 당선 안정권인 비례 15번에 배정했다. 논란이 일자 김 전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과거 발언을 사과했지만 사퇴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면면 보니 20대 국회도 암울
컷오프 후보들 구제해주기도

새누리당 비례대표 7번에 배정된 신보라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는 이른바 ‘빽 공천’ 논란에 휘말렸다. 신 대표는 최공재 공천관리위원의 지인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더민주 비례 1번인 박경미 교수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더민주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박 교수의 논문 표절을 두고 “옛날에는 그런 경우가 많았다. 내가 보기에 그건 마이너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더민주는 지난해 장관후보자의 제자 논문 표절 사실을 집중 공략해 낙마시켰다.

더민주 비례 2번에 배정된 김종인 대표는 과거 비례대표를 4번이나 지내면서도 대표발의한 법안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구가 따로 없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보통 법안 발의에 집중한다.

논문 표절
별거 아냐?

김 대표는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일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를 외치던 김 대표가 비례대표를 4번이나 지내면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단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것은 충격적”이라며 “말로만 경제민주화를 외쳤지 애초부터 경제민주화에는 관심도 없었던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더민주 비례 12번에 배정된 이용득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같은 당 유승희 최고위원에게 욕설을 퍼부어 여성계의 반발을 샀던 인물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출산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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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