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박근혜 저격수 정체

한때 박의 남자들 ‘청와대 정조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정치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5명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권력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인의 본능. 그러나 이들은 그것을 과감히 거부함으로써 안티히어로(anti-hero)의 길을 선택했다. <일요시사>는 이들의 최근 동향을 쫓아가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4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간 새로이 친박이라 선언한 사람, 소위 신박이 있었는가 하면, 곁을 박차고 홀로서기에 나선 사람도 있다(흔히 정치권에서는 탈박이라 한다). 그중 유독 주목받는 5명이 있다. 김종인·유승민·이상돈·조응천·진영은 3월 한 달을 뜨겁게 달군 인물들이다.

떠나는 사람들

유승민 전 의원은 결국 새누리당을 떠나게 됐다. 지난 23일 저녁,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대구 동을에 대한 공천 결정을 끝내 미루자 지역 현역인 유 의원은 결국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지역구 선거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오늘(지난 23일) 저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저의 정든 집(새누리당)을 잠시 떠난다”며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찍이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 위원장은 모든 지역에 대한 공천을 완료했음에도 유 의원의 지역구만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고사작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었다. 결국 후보자 등록 기간 시작일인 지난 24일 목전까지 결정을 보류했고, 유 의원이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갔다.

만약 유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위원장이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공천했다면 유 의원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피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위원장은 다음날인 24일 오전 이 전 청장을 대구 동을에 단수추천한다고 발표했었다.
 


복수의 정가 관계자 또는 전문가들은 이 위원장의 독단을 지적한다. 결국 유 의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1차적 목표는 달성했지만, 오히려 유 의원을 미래 권력으로 키워준 꼴이 됐다는 게 새누리당 내부의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내부 관계자는 “유 의원에게 명분과 실리를 모두 내줬다”고 평가하며, 향후 총선을 우려했다.

후폭풍도 심상치 않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유 의원이 상승곡선을 타는 것에 반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는 하락선을 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3월 3주차 주간집계(14~18일)에 따르면, 대통령 지지도는 전주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41.2%, 새누리당의 정당지지도는 전주 대비 1.9%포인트 하락한 39.6%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 17일 발표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는 유 의원이 김무성 대표에 이은 여권 2위까지 올라섰다(김 대표 19.3%, 유 의원 18.7%). 발표 시기와 컨벤션 효과 등을 고려했을 때 다음 발표에서는 역전이 예상된다.

유 의원에 앞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사람이 있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유 의원과 과거 한나라당 시절 박근혜 당시 대표를 보좌한 ‘비서실장’ 선후배 사이다. 그는 이한구 위원장이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용산을 여성추천지역으로 결정하자 이에 반발해 지난 17일 탈당했다.
 

진 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이제 20년간 열정적으로 몸담았던 새누리당을 떠나려고 한다”며 “‘오직 국민 편에서 일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 했던 지난날 저의 선택이 오늘 저에게 이처럼 쓰라린 보복을 안겨주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결국 내친 유승민, 미래 권력으로 급부상
김종인, 진영…현 정부 복지·경제 겨냥

한때 친박이었던 진 전 장관이 보복을 언급한 데는 이유가 있다. 복수의 정가 관계자들은 그가 박근혜정부 초대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임명되는 등 친박 핵심으로 통했으나,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 연계’를 두고 박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눈 밖에 나게 됐다고 전한다. 당시 진 전 장관은 6개월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번 컷오프도 결국 그러한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진 전 장관은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에 입당하고 용산 공천을 받은 것은 물론,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와 함께 더민주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더민주는 상대방의 복지통을 빼내오는 데 성공함으로써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의 전력은 약화시키는 동시에 자신들의 복지 정책은 강화할 수 있는 ‘이중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진 전 장관을 영입하는 데 앞장섰던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한때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통했던 인물. 그는 지난 2012년 대선 공약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를 설계한 개국공신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대선 전 재벌개혁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둘 사이는 삐걱대기 시작했다.

급기야 대선 한 달 전에 있었던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 자리에 김 대표가 불참하면서 결별설이 불거졌고, 박근혜정부 5대 국정목표에서 ‘경제민주화’가 배제되자 둘은 완전히 갈라서게 된다. 당시 김 대표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인식 못하는 지도자는 경제도 성공을 못 시키고 정치도 성공을 못 시켰다”고 비판했다.
 

결국 박근혜정부를 만든 사람이 야당의 비대위 대표가 되면서 4·13 총선에서 경제 저격수 역할을 자청했다.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 대표는 지난 8년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규정하고 “이번 총선은 박근혜정부의 경제실패를 심판하고 국민에게 다시 삶의 희망을 드리는 ‘경제선거’”라고 말했다.

김 대표에 앞서 더민주 문재인 대표가 영입한 인사가 있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영입에 성공한 더민주는 그를 경기 남양주갑에 전략 공천했다.

그는 ‘정권 심판론’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앞서 조 전 비서관은 비선실세가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담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박지만 EG 회장 측에 건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가 지난해 10월경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했으며, 청와대 내부 사정에 밝을 수밖에 없는 자리에 있었던 만큼 당내에서는 저격수로서의 그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힘 받는 심판론

이상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는 김종인 대표와 함께 박근혜정부 개국공신으로 꼽힌다. 그러나 2013년 12월경부터 박근혜정부의 국정 기조에 반발하기 시작한 그는 대선 1주년 성적표에 대해 촌평을 하면서 완전히 갈라섰다.

이 교수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껍데기는 있지만 속은 비어 있다는 것을 형해화(形骸化)라고 하는데, (박근혜정부가) 한 해 동안 내걸었던 약속이 형해화 되고 있지 않나 걱정이 된다”고 평가했다. 현재 국민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비례대표 4번을 받아 다음 국회 입성이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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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