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10월 맞짱’ 여의도 덮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한판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지난 5년, 나아가 과거 10년에 타깃을 맞추는 한나라당의 과거정권 뒤캐기에 맞서 이명박 정부 6개월의 과오에 방점을 맞추려는 민주당의 치열한 격돌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탓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의석수 우위를 적극 활용해 개혁입법을 우선 처리하는 집권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플랜을 짜놓았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해 전면 공세를 취해 제1야당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전략을 세웠다. 10월 국회 최대 이슈는 종부세와 국정감사 증인에 대한 여야간 신구정권 세력에 대한 옹호와 흠집 내기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종부세다. 종부세 개편안은 이미 올 정기국회 최대 쟁점 법안으로 떠올랐다. 종부세 완화를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는 정부 여당에 맞서 민주당은 종부세 완화를 부자정책으로 규정, 장외투쟁을 포함한 거당적 반대를 예고했다.

정부는 지난 9월30일 서울 세종로 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한나라당(1백72석)은 민주당(83석)에 비해 수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강력 저지’ 방침을 밝히고 있어 상당한 격론과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 선수용 후보완… 민주 “몸으로 막겠다”
한나라당은 정부안 수용 방침을 결정했지만 정부 원안 자체에 대한 찬성이라기보다는 일단 정부안을 상정한다는 의미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선수용 후보완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에 정부안을 수용한다고 하는 것이 당론을 정부안 그대로 확정해서 끝까지 수정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대 쟁점으로 부상되고 있는 부분은 현행 6억원인 종부세 과세 기준을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부분이다.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내 일각에선 이를 두고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과세기준 상향 조정 문제는 1월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세대별 합산과세에 대한 위헌 여부 결정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세대별 합산에 대해 위헌 결정이 이뤄질 경우 현행대로 6억원 과세 기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인별 과세로 전환될 경우 부부공동 명의시 최대 12억원까지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내에선 홍준표 원내대표가 “다가구 주택에 대한 종부세 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등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종부세 완화에 따른 지방교부금 축소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하나의 큰 과제다.

반면 민주당은 “종부세 완화는 대한민국 최고 부유 특권층에게 세금 이익을 주고 대다수 서민 중산층에게 재산세를 늘려 부담을 주는 노골적인 부익부 빈익빈 정책”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민주당은 정부 여당의 종합부동산세 대폭 완화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모습이다. 종부세 완화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기간 온몸을 던져 막아내야 할 법안으로 분류하고 국회 상임위에서 법안의 부당성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시도할 경우 몸으로라도 저지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또 민주당은 전국의 지역 단위 서명운동 등 여론 수렴 작업에 돌입했다. 서명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의 차량에 종부세 완화 반대 스티커를 부착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서민 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춘 정책토론회를 연속 개최하는 한편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전국의 지역단체, 복지단체 등과 연계한 종부세 무력화 반대운동도 펼칠 예정이다. 종부세 대폭 완화에 반대하는 야권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간 연석회의도 만들었다.

정세균 대표는 “이제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돼 한 자리에 모였다”며 “한나라당이 법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수에 의한 일방통행을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개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도 “온 국민과 힘을 합쳐 1% 부자를 위한 특권층 감세를 저지하고 열심히 싸울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여야는 ‘국감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강한 야성을 갖춘 정책정당을 선보이겠다고 벼르고 있어 여야간 불꽃 튀는 대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8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6일부터 20일간 시작됐다. 10년 만에 여야의 입장이 뒤바뀌어 치러지는 국감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국감에서 좌편향·반기업·반시장 법령정비 등 6대 과제 중심으로 민생국감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잃어버린 6개월’ 공세에는 ‘잃어버린 10년’으로 맞대응한다는 전략도 수립해 놓은 상태다.

한나라당은 국감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좌편향된 법안을 되돌리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의석수 우위를 바탕으로 ‘MB노믹스’를 위한 정책 입법 드라이브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18대 국회 첫 국감은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1년과 이명박 정부의 6개월을 평가하는 자리”라며 “정기국회 시작에 앞서 제시한 좌편향·반기업·반시장 법령정비 등 6대 과제를 중심으로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 임할 것이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의 주요 법률안으로 4백92건을 꼽고 있다. 이 중 국정과제 이행과 관련한 법안 74건을 비롯해 민생관련 45건, 규제개혁 관련 44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19건 등 2백1건을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설정해 놓은 상태다. 이번 정기국회는 이명박 정부가 남은 4년6개월간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기회라고 규정한 의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목표에 철저히 조응하는 국감을 만드는 게 한나라당의 국감 전략이라면 전략이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계획이 제대로 힘을 받으려면 지난 정권 10년의 속살이 드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정권의 문제점을 국감의 도마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자신들이 목표하는 정기국회 입법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정권 공보담당 부대표는 “지난 과오를 캐겠다는 것보다는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점검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물론 국정감사 공간에서 예상되는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것도 여당의 주요 임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미 “합리적인 요구는 수용하겠지만 떼쓰기는 응하지 않겠다”고 차단막을 쳤다.

18대 첫 국감 여야간 전운 짙다
김옥희 사건이나 유한열 사건 등 민주당이 권력형 비리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테마에 대해서도 “여권의 자정 능력이 발휘된 사건인 만큼 과거 권력형 비리와는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언론?방송 문제, 공기업 선진화 문제 등 민주당의 파상 공세가 예상되는 테마에선 방어논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원내 부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지난 6개월에 대해선 방어만 하지는 않을 생각”이라며 “남은 4년6개월을 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점검할 것은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불법시위로 인해 피해를 본 상인 등 시민들이 집회 주최자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집단소송제 법안, 불법 집회 등을 주도한 여러 시민단체에 정부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사학법, 각종 과거사위원회 관련법, 신문법·방송법도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야성 회복과 견제 정당의 면모를 보임으로써 대안정당으로서 자리를 잡겠다는 각오다. 이에 따라 언론장악 음모, 경제팀 책임론, 친인척 비리 등을 중심으로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민생국감으로 이끈다는 계획이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전략에 대해 “책임국감, 민생국감, 현장국감의 원칙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정책실패를 낱낱이 파헤치고 국정운영 기조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겠다. 타협할 것은 타협하되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은 강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강한 야성 갖춘정당 “지켜봐”
민주당은 국감 성패의 바로미터가 될 피감기관과 증인 채택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을 상임위별 증인으로 채택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상임위별 국감 증인으로 김윤옥 여사의 사촌인 김옥희,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법사위),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과 유한열 한나라당 고문(정무위), 이병순 KBS사장, YTN 구본홍 사장(문방위), 최중경 전 차관, 김중수 전 청와대 경제수석(재경위) 등을 증인으로 채택할 방침이다.

10년 만에 야당으로 변신, 거대 여당과 경쟁해야 하는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바로 잡기 위한 ‘책임 국감’, 서민?중산층을 위한 ‘민생 국감’, 국민과 함께 하는 ‘현장 국감’이란 3대 기본 전략을 세웠다. 민주당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테마는 경제정책 실패, 여권의 권력형 비리 의혹, 언론장악 음모 등이다.

우선 경제정책 실패에 대해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대신 경질된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차관과 김중수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또 권력형 비리 의혹과 관련,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 및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서울시의회 뇌물 사건으로 구속된 김귀환 서울시의장과 군납 비리로 구속된 유한열 전 한나라당 고문 등이 증인 리스트에 들어있다.

언론장악 논란과 관련해서는 정연주 전 KBS 사장과 구본홍 YTN 사장, 인천공항 지분매각방침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 조카인 이지형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사 대표 등도 증인으로 부른다는 방침이다.

최재성 대변인은 “실정을 밝히는 것 외에 정책 기조를 바꿀 수 있도록 일전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경찰의 인권보호조항을 강조한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과 시위금지조항 삭제를 담은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여야 정치권은 이번 국정감사 핵심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한바탕 신경전을 벌여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국회는 이와 관련 29일 본회의를 열고 피감기관 4백77곳을 확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4백88개보다 11곳이 줄어들었다.

상임위별로는 환노위가 45곳으로 가장 많았고, 여성위는 여성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등 3곳으로 가장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피감기관을 유형별로 보면 국가기관이 1백29곳이며 광역-자치단체가 29곳, 정부투자기관이 18곳, 한국과학기술원 등 민간기관 3백1곳 선정됐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국감증인 채택문제다. 여야가 사활을 걸고 있는데다가 일부 상임위에선 전-현직 대통령의 최측근, 친인척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국감이 전-현 정권 의혹사건에 포커스를 맞춘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전 정권 핵심 관계자들이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 실세를, 민주당은 현 정부에서 제기된 의혹사건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는데 주력했다. 때문에 여야간 공방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일례로 국회 법사위원회에선 각종 비리와 의혹관련 증인 채택과 관련해 여야간 줄다리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을 비롯해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김현미 전 의원 등을 증인 채택한 반면, 민주당은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대통령의 사위 등이 연루된 의혹사건 관련자에 대한 증인 채택·서울시의회 비리·군납비리 사건관련인사들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상임위별 공방전‘불꽃 튄다’
기획재정위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낙하산 인사의혹, 노무현 정권 경제정책에 대한 책임론 제기 등 사안별로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대한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한덕수 전 총리, 권오규 전 부총리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민주당은 공기업 낙하산 인사의혹과 관련해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 증인 채택에 당력을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무위는 일각에서 산업은행이 파산한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추진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민유성 행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처럼 여야가 강한 야성을 가진 정책정당을 위한 주도권 싸움에 전면적으로 나섬에 따라 10월 정치권 태풍이 전국을 강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