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지금을 표현하는 설치작가 박혜수

규격화된 삶과 평균을 비판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박혜수 작가 개인전 ‘Now Here Is Nowhere’가 오는 4월9일까지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박 작가는 지난 2013년 제13회 송은미술대상을 수상하고 그 부상으로 이번 개인전을 개최하게 됐다.

박혜수 작가는 설문조사 통계와 정신과 의사와의 협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잣대가 돼버린 ‘보통’이라는 관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던 ‘Project 대화 vol.2- 보통의 정의’로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개인전 “Now Here Is Nowhere”에선 대상작을 한국, 네덜란드, 영국 등에서 전시한 후 추가된 작가의 해석을 설치, 조각, 텍스트 등에 담아 선보인다. 

경쟁사회 꼬집다

박혜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삶에서 사라지는 가치에 대해 사색하고 이것을 시각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전개해왔다. 작가는 모두가 지향해야 할 보편 가치이자 자기합리화를 위한 주관적 기준이 되는 ‘보통’의 이중성에 주목하고 이에 적용되는 잣대와 가치관을 시각화 해 관람객 스스로 보통의 의미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는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인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심리적 문제, 사회 풍경에 대한 작가만의 조형적 해석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전시공간을 2층부터 층별로 순위를 매겨 나누고 각 층에 해당하는 텍스트 작업, 설치, 조각, 관객 참여 작업 등을 배치했다.

‘Gloomy Monday’와 ‘Negative Song’은 세계 17개국에서 발간되는 신문에서 부정적 단어와 문장에 구멍을 뚫어 악보를 만들고 이를 오르골 연주장치에 연결한 작품이다. 관객이 오르골을 직접 연주하도록 제작돼 부정적인 기사들이 많을수록 다채로운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모순을 체험하게 한다.


부자연스러운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보다
거대 설치작품 통해 현대인 자회상 설치

2층에서 4층까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거대한 조형작품 ‘World’s Best’는 모든 분야에서 순위에 집착하는 경쟁 사회의 단면을 상징한다.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는 오직 성공이며 마치 기회가 모두에게 열려있는 듯 하단구조물에서 사방으로 사다리가 뻗어 있다.
 

3개의 볼록거울이 설치돼 사방을 볼 수 있는 중간 부분은 최고가 되는 꿈을 포기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남보다 나은 평범’이란 차선의 목표를 이루고자 다른 이들과 경쟁하는 삶을 표현했다. 마지막 상단은 우뚝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1인자이지만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불안함과 고독함을 나타낸다.

‘가변적 평균대’는 관객이 레이저 수평계가 설치된 10m 길이의 단 위에 올라서면 벽면에 투사된 수직과 수평의 기준선이 흔들리게 만든 것으로, 사람들이 절대 기준으로 삼게 되는 ‘평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H.E.L.P’는 작가가 겪고 있는 불면증을 소재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많은 심리적 문제를 안고 사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려냈다. 맞은편에 설치된 ‘Goodbye to Love’는 작가가 진행한 설문 ‘실연수집’을 통해 수집한 옛 연인이 남긴 사연과 실제 물품을 전시했다. 종이학 1000마리와 예물시계 박스 등 실제 오브제를 볼 수 있고, 관련 사연과 이를 재해석한 작업을 전시했다.

실제 오브제 전시

마지막 공간에 설치된 ‘Go, get it’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이 시대의 모순된 가족상을 드러내고자 했다. 전시장 구석에 놓인 ‘Life Piece’는 삶의 목적과 방향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관객 참여형 작품으로 이번 전시작 중 유일하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Game World’s Best’는 작은 트로피 심볼이 붙어 있는 젠가 나무블록을 쌓은 것으로 앞서 소개한 ‘World’s Best’의 1등 의자와 쌍을 이루며 한국 특유의 1등 제일주의를 꼬집는다.


[박혜수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졸업(2000)
▲개인전-Research Report 당신이 버린 꿈, 플래툰쿤스트할래(2012), Project Dialogue Vol.1-꿈의 먼지, 금호미술관(2011), 잠겨있는 방, 갤러리 원(2008) 외 다수
▲그룹전- The Future is Now, Friche la Belle de Mai, 프랑스(2015), 미래는 지금이다, 로마 국립미술관, 이탈리아(2014), 마음의 기억 Inner Voice, 안산단원미술관(2014), Now & New - 2012 신소장품전, 서울시립미술관(2013), 미래는 지금이다, 국립현대미술관(2013)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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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