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신드롬' 사이버섹스의 세계

파트너 내맘대로 골라 ‘엔조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영화 <데몰리션맨>에는 가상현실 장치를 이용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영화 속 얘기지만 최근 가상현실(VR)이 생활 깊숙이 파고들면서 성인 콘텐츠에도 널리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멋진 이성과의 ‘사이버섹스’는 그리 멀지 않았다.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가상현실 시대가 다가왔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지금 새로운 VR시장이 열리면서 정체기를 맞고 있던 글로벌 IT 기업들이 속속 VR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가상현실이란 어떤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을 컴퓨터로 만들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마치 실제 주변 상황·환경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성인산업이 주도

이런 흐름에 맞춰 성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체들이 속속 VR산업에 뛰어들고 있어 대중화를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한 성인 콘텐츠 업체에서는 여성의 신체를 본 뜬 기구와 VR헤드셋을 연결한 서비스 ‘트워킹 버트 패키지’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영상과 VR헤드셋을 연결해 이용자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업체 측은 “VR을 적용해 실제에 가까운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인 산업은 그동안 최첨단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어 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차기 의사소통 도구로 급부상하고 있는 VR의 선두주자로 성인 콘텐츠 업체들이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게임업계에도 성인코드가 하나 둘씩 들어와 ‘VR 성인게임’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일본의 3D 성인게임 제작사도 VR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3D 성인게임 제작사는 자사의 3D 게임을 VR로 제작한 콘텐츠를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기어VR을 착용하면 성인 여배우가 등장해 줄넘기를 뛰는 VR영상을 볼 수 있다.

지난 해에는 오큘러스를 착용하고 여성 캐릭터의 가슴을 만질 수 있는 ‘가상인형’이라는 킥스타터 프로그램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실제 인형과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약 500만원에 판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프로젝트는 무참히 실패했다.

프로젝트에 ‘라이브게임’이라는 태그를 달았지만 인형의 퀄리티와 프로그램 자체가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 프로젝트를 시도한 개발자의 과감함에 격려를 아끼지 않는 분위기로, 훗날 괜찮은 퀄리티로 다시 태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초의 오큘러스 리프트 지원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3D 성인게임도 등장했다. 해외게임이지만 한글채팅도 지원한다는 이 게임은 소수의 한국인 유저도 플레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가상현실 섹스게임을 표방하고 있는 이 게임은 클럽 등에서 유저들끼리 즉석 만남을 가진 후 성인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으로 국내에서도 결제만 하면 바로 즐길 수가 있어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남성용 성인용품과 가상현실 비디오게임을 접목시킨 제품을 개발한 해외 제작사의 제품은 출시 전부터 주문이 폭주해 영업을 중단하고 생산라인을 확보하는 작업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이 제품은 가상현실용 헬멧을 착용하고 실물 제품을 이용해 게임 속 가상 인물과 성관계를 맺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2016년을 기점으로 성인용 게임 시장이 후끈 달아오른 느낌”이라며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VR성인게임은 다른 콘텐츠보다 가장 앞서 VR 콘텐츠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가 현실로…VR 대중화 임박
30년 후 가상 성관계 가능 예측

가상현실을 통한 성생활도 언급됐다. 즉 3D 세계를 창조하는 헤드셋을 통해 성관계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이미 상대방의 심장소리가 나는 소형 스피커를 베개 아래에 두고 원격으로 조종하는 상품은 개발됐고, 나아가 젤 형태의 섹스 토이가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젤에는 미세한 로봇이 들어 있고 이 로봇은 인터넷을 통해 원격 조종된다.

제작자들은 미래에 가상 성생활이 더 광범위하게 퍼질 거라고 예측했다. 30년 후면 나노로봇이나 가상현실을 이용한 혁신적인 성관계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한 전문가는 “미래에는 홀로그램과 데이트하거나 가상 윈도 화면을 통해 남자친구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해진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방법도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런 변화로 인해 기계가 인간관계를 대체하는 수준까지 이를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다.

한편 이런 혁신적 발전에 윤리나 도덕적 논란이 따라올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술발전이 인간의 욕망에 점점 더 부합될수록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맺는 데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 가상현실 성생활이 일상화되면 소아성애증상이나 스토킹 같은 잠재적 범죄가 함께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콘텐츠에 매혹돼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 사물에 대한 인지에 혼란이 올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이에 대비해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장비를 착용하고 이동하거나 의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범위를 벗어날 때는 경고를 하는 등의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개인 정보 노출 가능성 등의 문제도 가상현실과 관련된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다. 상대방의 의사와 무관하게 카메라로 개인 정보가 쉽게 노출된다면 그로 인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플랫폼의 자리를 꿰찰 후보는 VR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플랫폼 확장 양상도 스마트폰과 비슷할 것이라며, VR 플랫폼의 성공을 점치는 이들은 대부분 비교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꼽는다.

가능성과 불안감

이미 업계의 기대는 정점에 올랐다. 이제 VR 기기를 만들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종사자들에게 남은 숙제는, VR이 다양한 놀잇거리와 경험, 그리고 이로움까지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받아들여지도록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열쇠는 여느 플랫폼이 그랬듯이 ‘콘텐츠’에 있다. VR 기기라는 생소한 제품이 생활 필수품으로 느껴지도록 삶 전반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쏟아져나와야만 차세대 플랫폼으로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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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