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다단계 허벌라이프 가격의 비밀

6000원짜리 5만2000원에 '바가지 상술'

[일요시사 취재2팀] 임태균 기자 = 한국시장에서 활동하는 다단계업체들이 이구동성으로 내세우는 말이 있다. “진짜 품질 좋은 물건을 직접 판매로 싸게 판다. 광고비와 중간단계의 유통마진을 줄인 만큼을 소비자에게 돌려 준다”는 말이다. 실제로 많은 다단계 사업자들은 이러한 명분을 사실이라 믿고 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이 취급한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주변사람에게 권하는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믿음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허벌라이프 사업자에겐 말이다.

한국허벌라이프의 매출구조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원가는 터무니없이 낮은데 가격은 너무 높고, 품질도 사회통념상 좋은 물건이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견 식음료 제조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hief Financial Officer)를 맡고 있는 공인회계사 이모(48)씨의 지적은 명쾌하다. 원가가 낮은 제품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

33만 소비자
알고 있을까?

“허벌라이프 제품 중 회원가가 5만2700원인 제품이 있다고 하면, 원가는 얼마일가요? 6300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잡비 같은 비용을 원가로 쳐줘도 판매가의 15% 수준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법으로 정해진 다단계 사업자 수당 35%를 합하면 판매가의 50%에 도달합니다. 그러면 나머지 50%는 뭘까요?”

이씨는 “판매가의 나머지 대부분이 미국 허벌라이프 본사로 가는 돈”이라고 단언했다. 미국허벌라이프가 한국허벌라이프를 앞세워 한국 소비자를 ‘고객’이 아닌 ‘호갱’ 취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허벌라이프 매출 총이익이 2400억원입니다. 그런데 당기순이익은 760억 수준이예요. 왜 그럴까요? 회사운영비에 속하는 판매비와 관리비 항목에서 920억원 가량의 판매수수료가 미국 허벌라이프 본사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라이센스 비용이라는 명목으로요. 정말 허벌난(?) 라이센스 비용 아닙니까? ‘허벌라이프’라는 이름 쓰는 명목으로 내는 돈치곤 말입니다.”


배당금 부분에 대한 지적은 충격적이다.

“그럼 매출액에서 라이센스 비용 빼고 남은 당기순이익을 봅시다. 760억이죠. 그런데 배당금으로 얼마 나가고 있나요? 770억원입니다. 이 배당금은 누가 가져간다? 한국허벌라이프 지분을 100% 출자한 미국 허벌라이프입니다. 결국 한국허벌라이프 사업자는 ‘봉’, ‘호갱’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 소비자를 아주 우습게 취급하고 있는 거예요.”

허벌라이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상품가격의 구성을 분석해 보면.

제품 판매가격이 5만2700원일 경우. 다단계 사업자를 위한 후원수당은 33.7%로 1만7700원이다. 그리고 라이센스와 배당금 명목으로 미국 허벌라이프 본사로 가는 비용이 1만6800원. 부가세를 비롯해 한국허벌라이프의 인건비 등 기타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제품원가 평균은 대략 6300원 정도다. 판매가의 15% 선이다.

이씨가 “6300원 짜리 물건을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다단계 사업자에게 판매하고 있다”고 하는 지적은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 한다”는 다단계 사업자의 주장이 허구임을 보여주고 있다.

본사 한국 소비자 ‘호갱’ 취급
원가 판매가의 15% 수준에 불과

그렇다면 다른 다단계 업체들도 마찬가지일까?


업계관계자 김모(42)씨는 “총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이 15% 정도라면 동종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체중조절용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업계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다.

“허벌라이프의 원가비중은 식사대용식품이나 알로에겔을 생산하는 일반 건강기능식품 업체는 물론이고 동종 다단계 업체와 비교해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허벌라이프 제품은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만 알았지 평균 원가가 이렇게 낮을지는 몰랐다. 조금 충격적이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 서모(38)씨는 허벌라이프 제품과 여타 제품과의 가격비교를 권했다. 제주도에서 재배한 알로에를 250배 농축한 알로에겔이나 다이어트 쉐이크 등이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유명 대기업 제품은 물론이고 뉴질랜드의 대형 건강기능식품 기업의 제품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네이버 검색창에 ‘다이어트 쉐이크’나 ‘알로에겔’을 쳐보세요. 허벌라이프의 1/3가격으로 판매되는 제품이 수두룩합니다. 그런 제품들 원가가 오히려 허벌라이프 제품보다 높을 겁니다. 비슷한 원료 가지고 만든 건강식품인데 허벌라이프가 좀 심한 편이죠!”

업계의 관점은 “원가가 15% 미만의 제품은 제품의 질이 지나치게 떨어지거나,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인터넷에선…
1/3 가격 판매

한편, 15% 가량의 제품원가 평균도 순수 원가는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체중조절용 조제식품 제조 공장 생산팀장으로 제직 중인 신모(42)씨는 “허벌라이프 제품이 미국으로부터 완제품으로 수입되는 만큼 그 제품원가에는 허벌라이프 제조공장 마진도 붙어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허벌라이프가 제조과정에서 마진 붙이고, 한국으로 완제품을 보내면서 마진 붙이고, 또 거기에 다단계사업자의 후원수당이 붙고, 마지막으로 제품가의 50% 상당의 라이센스 비용과 한국허벌라이프의 마진이 붙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허벌라이프와 같은 업체가 매우 낮은 원가로 물건을 들여와 지나치게 높은 판매가격으로 판매행위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로 ‘다단계 사업자들의 맹목적인 충성심’을 들었다. 원래 다단계 업계의 기본 논리가 자신이 써보고 좋아서 남에 추천하는 것이고, 그런 사람들을 넓히는 것이 사업이 되는 것이지만 실제는 직접 사용해 봐도 효과는 알 수 없으나 조직을 잘 키워야 돈이 되는 것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단계 사업자들이 ‘좋은 제품을 싸게 파는 것’ 보다 ‘비싸도 돈이 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제품원가와 판매가격 사이의 격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부가세 포함 총 매출액

매출 원가


매출액 대비 매출 원가

2013년도 기준

568,298,074

63,488,629

약 12%

2012년도 기준


527,484,776

79,244,697

약 14%

▲허벌라이프 총 매출액과 매출 원가 (단위: 천원)

“6300원 짜리 물건이 물 건너 왔다고 5만2700원이라면 너무 하지 않나요? 좋은 제품보다 돈이 목적인 조직이라 넘어가는 것이지 정상적인 시장 같으면 먹힐 리가 없습니다. 회원만 구입가능하다는 것이 맹점입니다. 아무리 제품을 좋아해도 해외직구로 구매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판매가격을 마음대로 높여도 사업이 되는 겁니다.”

허벌라이프의 제품이 좋은 제품인지 아닌지 역시 가격과 맥이 닿아있다. 취재 중 만난 업계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허벌라이프가 NON-GMO 원료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믿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단가 때문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은 거의 GMO가 포함된 콩이다. 그래서 GMO가 없는 콩이 훨씬 비싸다. 생산단가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허벌라이프가 자체농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생산단가가 차이나는 것은 아니다. 15% 정도의 원가비율을 맞추려면 GMO 콩을 사용하지 않고는 어려울 것이다.”

뻥튀기 과장광고
책임은 판매원이

한 건강식품 컨설던트는 “허벌라이프의 제품이 정말 의학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면 약으로 팔지 건강기능식품으로 팔겠습니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허벌라이프를 먹고 아토피나 병이 나았다는 사업자들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결국, 허벌라이프 제품은 원가 비중이 지나치게 낮고 가격은 지나치게 높으면서도 효과 역시 의문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인 셈이다.

이런 사실을 한국 허벌라이프 사업자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부 허벌라이프 사업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비타민이나 의약품의 제품원가도 몇 백원 수준이다. 허벌라이프의 제품원가가 낮은 것도 이와 같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허벌라이프 뉴트리션 클럽을 운영 중인 그는 “허벌라이프 역시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기 때문에 기술 개발에 투자되는 비용이 반영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십대 초반에 허벌라이프에 뛰어들어 최상위 직급인 밀리어네어 팀을 오랫동안 유지했던 한 사업자 강모(29)씨의 입장은 달랐다. “허벌라이프 제품이 여타 제품보다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과장광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다이어트 전후 사진을 올리거나, 아토피 등이 좋아진다고 하는 것 모두가 불법이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

매출 대부분 미국으로 송금
이익 전부 배당금으로 지급

“당장 제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효과가 없어도 있는 것처럼 스스로를 속이는 수밖에 없었다”는 게 강씨의 자백(?)이다. 그러면서 강씨는 한국 허벌라이프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물론 한국 허벌라이프에서는 과장광고를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사업자가 몸으로 느낀 것을 소비자와 나누라’고 한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사업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정작 사업자는 아무 것도 몸으로 느낀 것이 없는데 뭐라면서 영업을 하겠나? 그저 좋은 제품이라고 우길 수밖에.”

한국 허벌라이프가 다단계 사업자를 ‘독립회원’이라고 부르는 것은 회사와 사업자가 무관하다는 일종의 선긋기에 불과하다 게 몇 년간 공들인 조직을 정리한 그의 시각이다.

강씨는 “한국에서 다단계 판매 혹은 직접판매(Direct selling)가 부정적 인식이 강한 이유는 다단계 업체들 스스로의 탓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각종 부작용에 대한 사건·사고가 잇따르는데도 제품에 대한 맹목적인 인식을 유도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현혹시켜 왔다는 것. 그리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다단계 업체들의 공통점은 원가가 낮은 제품을 비싸게 팔았다는 것과 효과나 효능을 부각시키는 과장광고를 일삼았다는 점을 들었다. 한국 허벌라이프의 제품원가 평균이 15% 수준인 것 역시 일반인들이 다단계 사업자를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좋은 제품?”
“동의 못해!”

한편, 한국 허벌라이프의 답변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취재기자의 전화는 책임 있는 답변자와 연결되지 않았다. 국내 33만명 이상의 다단계 판매 사업자와 관계 맺고 있는 허벌라이프. 또 그들로 인해 꾸준히 판매되고 소비되고 있는 무수한 제품들. 허벌라이프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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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