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연예계 중견배우 전성시대 대해부

“이제는 내가 주류!”진정한 팔색조 연기자


최근 인기드라마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중견배우들의 활약. 안방극장에 중견배우들의 활약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젊은 주인공들을 뒤에서 받치는 조연에만 머물렀던 과거에 비해 요즘에는 드라마의 중심으로 우뚝 서서 흥행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들은 검증된 연기력을 바탕으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친근함을 무기로 안방극장을 책임지고 있다.


정보석·이덕화·전광렬·김갑수 등 탄탄한 연기력 호평
수년간 조연에서 흥행 주도하는 드라마 중심으로 ‘우뚝’


60~70년대 강남 개발을 둘러싼 세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 SBS 시대극 <자이언트>. 굵직한 스토리의 시대극이다 보니 정보석, 이덕화 등 중견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이고 있다.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정보석은 악랄한 캐릭터로 극의 긴장감을 주고 있고, 그 반대편에선 이덕화를 선두로 흥미진진한 대결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정보석, 악랄한 캐릭터로
극의 긴장감 고조

‘국민드라마’로 등극하며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전광렬은 드라마 성공에 힘입어 새롭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광렬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은 인터넷 팬카페. 드라마 시청률이 오르면서 팬카페 회원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전광렬의 팬카페인 ‘절대지존 전광렬’의 회원수는 <제빵왕 김탁구>가 시작한 이후 200~300명 더 늘어났다.

중년 배우들의 팬들이 청춘스타와 비교해 팬카페 등 온라인 활동이 저조한 것을 감안하면 전광렬 팬카페 회원수 증가는 이례적이다. ‘드라마 다역의 제왕’ 김갑수도 쉼 없이 활동을 이어가는 대표주자다. <추노> <신데렐라 언니> <거상 김만덕> 등 인기 드라마에 줄줄이 출연한 김갑수는 현재 방영중인 KBS 2TV <성균관 스캔들>과 케이블 tvN <기찰비록>에 더블캐스팅 됐다.

둘 다 사극이지만 역할이 달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역시 김갑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도 특별출연, 개성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달 호평 속에 종영한 KBS 2TV <구미호-여우누이뎐>에서 사람의 간을 먹는 만신 역으로 ‘만신의 정체 논란’을 불러온 천호진은 요즘 드라마와 영화 팬들에게 아주 친숙하다.

<죽이고 싶은>과 <악마를 보았다>에서 각각 입원 환자와 형사라는 전혀 다른 배역을 소화했다. 특히 <죽이고 싶은>에선 연기파 유해진과 함께 투톱 주연을 맡았다.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인정받지 못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견여배우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중견 여배우는 그동안 작품에서 가정주부나 한 아이의 어머니 정도로 그려졌었다.

여배우의 결혼과 출산이 작품에 캐스팅 되는데 큰 장애물이 되기도 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여배우가 설 자리가 없다”는 말은 모두 옛말이다. 전광렬과 함께 <제빵왕 김탁구>의 성공을 이끈 전인화, MBC 주말드라마 <김수로>의 배종옥, SBS <나쁜남자>의 오연수 등이 손꼽힌다. 많은 남성들의 이상형으로 꼽혀온 전인화는 표독스럽게 변했다. 그는 <제빵왕 김탁구>에서 거석식품의 안주인 서인숙으로 분해 악역에 도전했다.

전인화·배종옥·오연수 등 활약 눈부셔
중견배우들 활약, 후배 배우들에게  귀감

 
서인숙은 구일중(전광렬)의 부인이지만 아들을 갖지 못하자 비서실장 한승재와의 불륜으로 시어머니 홍여사(정혜선)에게 손자를 안겨주는 인물. 전인화는 정에 굶주리면서도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표독스러운 서인숙 역을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배종옥은 <김수로>에서 가야를 세운 김수로왕(지성)의 어머니 정견모주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정견모주는 내면에는 따뜻함을 가졌지만 위기의 상황에서는 냉정하리만큼 단호한 결단력을 가진 인물.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발휘하며 자신의 운명을 바꿔 나가는 여장부이자 강하고 당찬 대륙여인의 피를 이어받은 ‘철의 여인’이다. 배종옥은 말을 타고 달리다 화살을 쏘기도 하고 가슴까지 차오르는 강을 맨 몸으로 건너고 절벽 촬영까지 감행하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을 펼치고 있다.

오연수는 <나쁜남자>에서 격정적인 로맨스를 펼쳤다. 오연수가 분한 태라는 부모의 뜻에 따라 정략 결혼을 한 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재벌가 장녀. 건욱(김남길)을 만남으로써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드러내고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운명적 사랑을 연기했다. 이외에도 KBS 1TV <엄마도 예쁘다>의 김자옥, MBC <황금물고기>의 윤여정, MBC <볼수록 애교만점>의 송옥숙, SBS <인생은 아름다워>의 김해숙, 장미희 등이 각각 작품에서 열연 중이다.

전인화, 표독스러운 연기
완벽하게 표현

영화 <그랑프리>에서는 주말드라마에서 친숙한 중견 남녀배우 두 명이 주인공 김태희와 양동근을 받친다. SBS <이웃집 웬수>의 박근형, KBS 2TV <결혼해주세요>의 고두심이다. 각자 드라마에선 주인공의 아버지, 시어머니 역이지만 영화에선 어린 시절 첫사랑을 나눈 사이로 러브라인을 형성할 예정이다. 특히 고두심은 드라마에서의 푸근함과 달리 냉정하고 독한 모습으로 연기 변신을 해 관심을 끌고 있다.

중견배우들이 왜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됐을까. 가장 큰 요인으로 부단한 노력을 들 수 있다. 젊은 시절의 자신의 모습에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 관리로 대중들의 눈길을 계속 사로잡는다. 또한 수십 년 동안 쌓은 내공과 실력으로 젊은 연예인들에게 느낄 수 없는 ‘원숙미’와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한 제작자 관계자는 “중견 배우들은 오랜 연기 경력이 있고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주기 때문에 배역이 잘 맞을 때는 호소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캐릭터 특성이 강할 때 대중적이고 친근감 있는 배우들이 연기한다면 드라마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예전에도 중견배우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들은 늘 제자리에서 제 몫을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중견배우들의 활약은 후배 배우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언젠가는 그들도 걸어야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후배 배우들은 중견 배우들의 좋은 본보기를 통해 든든함을 느끼고 있다. 신인 탤런트 A양은 “선배님들 곁에서 말씀을 듣고 연기를 보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다. 나도 선배님들처럼 훌륭한 연기자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인식의 변화다. 과거 40~50대는 먹고 살기 바빠 연예인들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경제력을 가진 40~50대는 대중문화 소비에 젊은 세대들 못지 않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젊은 연예인들보다 자신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40~50대 연예인들에게 더욱 애착을 보인다.


시청자들에 친근감 주고
드라마에 무한 도움

세 번째 요인으로는 콘텐츠의 다양화다. TV만이 유일한 오락거리였던 40~50대들과 달리 요즘 젊은 세대들이 TV를 떠나 인터넷의 세계에 빠져 있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만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들의 대부분은 흥행에 실패한다. 이에 비해 TV에 충실한 40~50대까지 함께 타깃으로 삼은 콘텐츠는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 제작자 관계자는 “시청자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드라마 장르도 늘어나면서 중견배우들이 빛을 더 발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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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