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①생가-선영 풍수로 본 반기문 대권운

“2018년 무술년, 운이 열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가에서 가장 주목하는 사람 한 명을 꼽으라면 단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반기문 대망론’은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단어가 된지 오래다. <일요시사>는 설 명절을 맞아 풍수지리학의 대가 양만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풍수지리학과 교수와 함께 반 총장의 생가 자리를 토대로 대권운을 짚어봤다.
 

민심의 바로미터 설 명절이 다가왔다. 삼삼오오 모인 일가친척들 사이에서 서로의 안부만큼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정치인들에 관한 얘기일 것이다. 특히 4·13 총선과 함께 2년도 채 남지 않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충분한 주제다. 그도 그럴 것이 앞으로의 대선에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출마라는 거대한 떡밥이 기다리고 있다.

풍수지리로 본
총장님 대망론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 총장은 분명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 중 하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R&R)’가 조사하고 <세계일보>가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반 총장이 23.4%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2위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12.7%)를 2배 가까운 차로 따돌렸다(지난 달 27∼28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7명 대상, RDD(유선전화면접 54.1%+무선전화면접 45.9%) 방식 조사, 오차범위 95%, 신뢰수준 ±3.1%포인트).

국내정치와 일정 이상 거리를 두지만, 대망론이 정가를 강타했던 지난 2014년 연말보다 국내 정치에 더욱 다가선 모습이다. “관심도 없고 바빠서 그럴 여력도 없다” “은퇴 후 손자와 손녀들을 돌보며 살고 싶다”고 밝혔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이 잦아지는 등 대선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정가에서는 2016년 들어 ‘박근혜-반기문’ 교감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달 1일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새해 인사 전화를 하며 “(위안부 문제는) 박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렸다”라며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당초 아쉬움이 남는다는 국내 정서와 배치되는 평가였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유엔 방문을 위해 뉴욕을 찾은 박 대통령과 4일 동안 7차례 만나기도 했다. 당시 반 총장은 한 연설석상에서 “뉴욕 맨해튼 중심에서 새마을운동이 진행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전파’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고, 청와대는 이를 적극 홍보했다.

갑신생이 귀(貴)
갑자생은 재(財)

친박계 대선주자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앞서 친박계 홍문종 의원의 입을 통해 ‘내치-친박계, 외치-반기문’라는 구체적인 청사진까지 제시된 상황이어서 해당 설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지난 2006년부터 이어온 유엔사무총장 임기도 이제 채 1년이 남지 않아 그의 대권 도전 여부는 정가의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TV조선> <채널A> 등 그간 많은 방송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양만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풍수지리학과 교수 또한 반 총장의 이런 행보에 관심을 가져왔다. 서울 약수역 인근에 위치한 연구실을 찾아간 <일요시사>는 반 총장의 2016년 운세와 차기 대권운에 대해 자문을 구하러 왔다고 하자 양 교수는 “대권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반 총장”이라고 답했다.

양 교수는 이미 반 총장 생가부터 인근에 위치한 반씨 집안의 집성묘역까지 두루 살피며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 본 기자에게 반 총장의 생가를 찾아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던 양 교수는 이를 토대로 본 바, 반 총장에게 충분히 대권을 노릴 수 있는 기운이 있다고 전망했다.

선영 풍수와 사주를 봤을 때 대권운이 트여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영 풍수 측면에서 보면 명당에 해당한다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9대 할아버지 묘가 좋다”며 “행치마을 전체가 ‘자미원국(紫微垣局)’이다”라고 말했다.

별자리 중심인 ‘자미원국’ 형세
천상 성운이 땅에 드리워진 형국


자미원국은 풍수지리 용어로 최고의 명당을 의미한다. 별자리 중에서도 가장 중심을 가리키는 자미원국은 풍수의 형세 상 황제의 자리라고도 불린다. 즉 왕, 지금으로 치면 대통령 등 세계적인 지도자를 배출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덧붙여 양 교수는 “반목하고 편파적인 정치가가 아닌 많은 사람을 위한 중립적인 정치를 할 인물이 나올 수 있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반 총장의 생가는 충북 음성군 원남면에 위치한다. 과연 어떤 이유에서 이곳이 왕이 나올만한 자리라는 말일까. 양 교수는 인근 지리에 대해 “백두대간이 속리산 천황봉에서 한남 금북정맥을 분맥하여 북진하던 중 음성 큰 산(보덕산)을 주산으로 행치마을과 인근을 자미원국으로 형성하여 대명당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의 해석에 따르면, 이곳은 광주 반씨 장절공파 9대 선영, 즉 반 총장의 9대 할아버지가 주인이 되는 터다. 양 교수는 “풍수적으로 용맥이 건해룡(乾亥龍)으로 입수(入首)하여 해좌(亥坐) 사향(巳向)이다”라며 “정해(丁亥) 투지(透地)로 뢰천대장(雷天大壯) 정룡(正龍) 왕상주보혈(旺相珠寶穴)로 하늘과 땅의 조화로 자미원국이 형성된 곳인데, 이곳의 선영과 생기가 명당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어려우니 쉽게 해석해달라고 요청하자 양 교수는 “뢰천대장(雷天大壯)의 댓궁은 지천태(地天泰)의 향이 된다”라며 “지천태의 이기(理氣) 해석은 먼저 갑신(甲申)생이 귀(貴)를 받고 나중 갑자(甲子)생의 재(財)를 예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갑신년에 태어난 사람은 정치하는 귀한 몸이 되고, 이후 갑자년에 태어난 사람 중에는 부자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반 총장이 태어난 해는 1944년 갑신년이다.

이어서 양 교수는 “선영과 생가의 좌향(坐向)이 해좌사향(亥坐巳向, 집터나 묏자리 따위가 해방(亥方)을 등지고 사방(巳方)을 향한 좌향)으로 ±5° 내의 범주에 해당하는데 정확한 재혈을 한 바 330° 정(正) 신해(辛亥)룡이며, 지천태(地天泰) 투지여서 원래의 행룡에 부합된다”고 전했다.

아쉬움 남는
아버지 선산

풍수지리에는 ‘총주금비(叢珠金秘)’라는 비서가 있다고 한다. 해당 비서를 통해 보면 반 총장의 기운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신해(辛亥) 금룡은 귀(貴)가 가볍지 아니함이니 세인이 이를 만나면 대대로 최고 상품 벼슬에 드는 영화를 이어가리라. 또 전쟁을 만나도 만대로 철옹성을 지켜가리라.’ 또한 ‘만약 구성(九星)이 입묘(入廟)함을 만나면 주(主)는 극품(極品)에까지 이르고 천하를 다스린다’고 한다.

즉 과거 왕의 한마디에 구족이 멸하던 상황이지만, 이 기운을 타고 난 사람은 그런 위험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나아가 최고의 벼슬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구성(九星)은 북두칠성을 말하며 제1별에서 9별까지 상응하는 운이 운행하는데, 6운에서 9운까지가 양(陽)의 발복기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이 되는 6운이 1964년부터라고 하였다. 1964년은 반 총장이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외교학과(현 정치외교학부)에 입학한 해로 이후 1970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주역 64괘에 따르면, 반 총장의 선영과 생가 모두 8/八 예(預)좌와 8/二 소축(小畜)향이며, 생가 앞 명당수는 8/九 구(?)에서 시작하여 8/七 절(節)까지 약 75° 반경 기운이 있어 생가에 순 작용의 영향을 미친다.
단, 양 교수는 이러한 것들이 반 총장의 어렸을 때 기운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그는 “반 총장이 지금은 그곳에 거주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렸을 때의 기운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부친 묘’ 땅의 혈과 배합 안돼 오점
다른 잠룡들과는? “반이 기운 강해”

아쉬운 점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9대 선영이 큰 기운을 이루고 있고 그 아래로 고조, 증조, 조부 모두 좋은 명당에 있지만, 반 총장 선친의 묘는 약 2km 쯤 떨어진 곳에 자리하여 투지가 좌향과 배합되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봤다. 말인 즉, 땅 속으로 들어오는 혈과 아버지 묘의 좌향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9대 선영의 묘 아래 위치한 후손들의 집성묘역이 풍수지리에 배치되는 면이 있어 오점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반 총장의 사주에 대해 ‘상급사주’라고 해석했다. 훌륭한 조상을 두고 유복하게 성장해 순탄한 길을 갈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료사주와 별반 다름이 없다는 해석이다. 양 교수는 이어서 “사주명리도 좋지만, 조상의 음덕과 생가의 기운이 유엔 사무총장까지 갈 수 있다게 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즉 태생의 기운이 좋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반 총장이 많은 국민들로부터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유에 대해 “잘 나가는 정치가들보다 청렴하고 합리적이며 세계무대를 경험했다”라며 “(국민들은) 그런 유엔 사무총장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이제 그 역량을 조국을 위해 인생의 황혼 길에 마지막 투혼을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오는 2016년 12월 총장 임기가 마무리되는 반 총장의 대권 운을 어떻게 보면 될까. 양 교수는 “자미원국의 명당의 발복은 세계 중심국으로, 또한 통일 국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라며 “2017년부터는 9운이 시작되는 해이다. 건(乾)쾌가 상승하는 운이 27년간 지속된다. 그 자신의 운명도 2018년 무술년(戊戌年)에 대권에 상응하는 운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해 그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권 주자들의 선영을 분석해 온 학자로서 차기 대권은 반 총장이 가장 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에 따라
달라질 수도”

그렇다면 많은 대권 잠룡들 중 반 총장과 맞설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양 교수는 반 총장과 대적할만한 야권 대선주자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꼽았다. 현재 가회동 공관이 있는 자리가 풍수적으로 봤을 때 최고의 명당 중 하나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선영의 기운, 사주 모두 좋다. 그렇다면 대권은 따 놓은 당상일까. 기운만 좋다고 대통령이 될 순 없는 법. 양 교수 또한 이 부분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는 “현재로서 (반 총장은) 기존 정치권을 멀리하고 싶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온갖 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시선이다. 그러나 여권에서 그를 원하는 만큼 이를 물리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계의 지도자를 우리는 그냥 놓아둘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만열 교수는?

종합학파를 이끌고 있는 양만열 교수는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서 풍수지리학을 가르치며 풍수지리학 교육 강사와 전문 풍수지리사를 배출하고 있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는 국내 최초로 미래 예측학 박사 과정이 개설되어 미래 예측학 석사·박사를 수여할 수 있는 인가를 받은 곳으로 학계서도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양 교수는 청운풍수지리학회 학술원장으로서 약수동 집무실에선 ‘현공대괘’와 비성·건곤국보감여 등 첨단 풍수학을 연구하고 후학도를 지도하고 있으며 집필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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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