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6000명 성매매 리스트 대해부

난교파티 벌인 교수님 기구 좋아하는 사장님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무려 6만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비밀스러운 문건 하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서 곳곳에 이해하기 힘든 각종 은어와 숫자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사회 고위층을 암시하는 신원 정보를 비롯해 석연찮은 구석이 넘쳐난다. 아니나 다를까 성매매 리스트로 짐작되는 이 문건을 두고 수많은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열지 말았어야 할 ‘판도라의 상자’로 치부될 지 두고 볼 일이다.

지난 18일, 경찰이 ‘강남 성매수자 의심 명단’으로 불리는 엑셀 파일을 입수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문건에는 휴대전화 번호, 차량번호, 외모 특징, 성적 취향, 액수 등 성매수자들로 추측되는 사람들의 신상이 낱낱이 적혀 있다. 일단 성매매 알선 업소들이 공유하던 고객 명단일 가능성에 무게추가 쏠린다. 경찰 단속을 피하거나 재력 있는 성매수자를 단골로 끌어들이려는 수단인 셈이다.

성매수 명단
고위층 다수

성매매 리스트 파문은 여론기획 전문회사를 표방하는 ‘라이언 앤 폭스’의 김웅 대표로부터 촉발됐다. 김 대표는 약 6만6000명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엑셀 파일을 최초 공개했고 이를 넘겨받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기에 이른다.

리스트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명단을 면밀히 살펴보면 성매수자들이 스마트폰 앱 혹은 웹사이트를 통해 성매매 상대를 찾는 이른바 ‘조건 만남’을 했을 법한 정황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플*’ ‘제이*피플’ ‘나*라’ 등 성인 조건만남 웹사이트의 이름이 반복적으로 오르내리는 것을 단순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당사자들 간 대화에서 획득한 정보로 추측되는 내용들이 심증을 뒷받침한다. 차종 및 차량번호는 기본이고 ‘훈남’ ‘매너 좋음’ ‘진상’ 등 대면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구체적으로 외양 묘사가 넘쳐 난다. ‘약속 펑크’ ‘캔슬’ 등 성매수를 했거나 시도한 정황을 암시하는 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호기심에 조건만남 채팅을 경험해 본 남성이라면 누구든 성매매 리스트에 세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회 고위층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성매매 리스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성매수자 의심 엑셀파일…고위층 상당수
전화번호 차량번호 외모 등 신상 메모

판사, 변호사, 검사와 같은 법조계 직업뿐만 아니라 의사, 한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대기업 간부 및 임원을 암시하는 표현들도 부지기수고 심지어 언론인들의 정보도 수록돼 있다. 단순히 직종에 대한 추측에 그치는 게 아니라 타고 다니는 차량 번호나 인상착의까지 면밀히 기록해 놓았다. 성매수자 스스로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는 언급이 수차례 계속된다.

고위층의 성적 취향 역시 구체적으로 표현됐다. 집단난교, 피임기구 미착용 요구, 변태적 성행위, 특정 복장 착용 등 개별적 요구 사안이 세심히 정리돼 있으며 돈을 주지 않는 등 문제를 일으킨 고위층으로 추측되는 몇몇 사람은 블랙처리, 즉 악성고객으로 표시해뒀다. ‘기존’ ‘신규’ 등으로 성매수자를 분류해 놓기도 했다.

문제는 정보 취득 과정에서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성매매에 나선 고위층의 신원을 은밀히 파악하고자 했던 정황이 곳곳에서 목격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명단 속에는 ‘구글’이라는 단어가 2000개가 넘게 적혀 있다.

예를 들어 ‘구글 K사 실장’이라고 장부에 써 놓은 것은 업자들이 웹사이트 확인 결과 이 번호의 주인이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으로 파악됐다는 뜻이다. 채팅에서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웹사이트에 전화번호를 입력해 정보를 보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의심 가능한 대목이다.

물론 성매수자 대다수는 처벌을 우려해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허위 정보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명단에 적힌 몇몇 인물 정보가 실제 웹사이트에 소개된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상당수 고위층 인사들이 성매수를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더욱 놀라운 건 성매매 리스트에 경찰을 암시하는 표현이 다수 발견된다는 점이다. ‘경찰 같은’이라는 설명이나 ‘경찰로 의심’된다는 게 주된 내용이지만 ‘경찰’이라는 단도직입적인 표현도 꽤나 눈에 띈다.

물론 성매매 수사를 위해 유해 사이트에 접촉한 과정에서 거론됐거나 미심쩍은 사람을 경찰로 의심했다고 보는 게 가장 무리 없는 판단이다. 다만 명단 곳곳에 경찰이라는 표현이 오르내린 점과 성관계를 맺은 경찰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김 대표의 언행이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찰 측은 자신들이 부정적인 의미로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광경에 내심 불쾌한 기색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이 명단에 있다고 해도 단속을 위해 전화를 하거나 수사나 나섰다고 보는 게 타당한 것 아닌가”라며 “지금껏 확인된 사안이 없는데 전화번호와 경찰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고 의심하는 모양새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숨겨진 장부
믿어도 되나

그렇다면 성매매 리스트는 과연 믿을만한 문건일까. 신빙성을 유추해보기 위해서라도 이 문건을 공개한 김용이라는 인물과 그가 몸담고 있는 ‘라이언 앤 폭스 프라이빗 컨설팅’이라는 회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7월 설립된 라이언 앤 폭스는 ‘구글이 모르는 미국 정보를 알려준다’는 모토를 내건 미국의 정보 컨설팅업체. 미국 주권이 미치는 모든 지역을 연방정부 분류 기준에 따라 10개 권역으로 나눠 네트워크를 꾸리고 있다. 얼마 전 세계 최대 불륜 조장 사이트인 ‘얘슐리 메디슨’의 개인 정보를 분석했다고 꼽힌 곳이기도 하다.

FBI에서 특수요원으로 재직했고, 콜로라도 주 글렌우드 스프링스 시법원에서 판사를 역임했던 필 월터가 전체 네트워크를 조율했고 한국과 업무연락 책임을 맡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교정국 가석방 담당관과 FBI 태스크 포스에서 재직한 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범죄학 강의를 맡고 있는 릭 위니스토퍼는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LA를 담당한다.

특정복장 착용 등 변태취향 묘사
강남일대서 활동한 업자가 작성?

이번 사건의 핵심이 되는 김 대표는 라이언 앤 폭스의 한국 내 총괄업무를 책임지는 인물이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로이터통신과 경향신문, KBS 보도본부 기자를 거친 그는 이미 몇몇 컨설팅 업무에서 빼어난 실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렇듯 화려한 이력을 지닌 김 대표가 남성 약 6만6000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성매매 리스트를 경찰에 넘기자 논란이 된 건 당연했다.
 

김 대표는 강남 성매매 업자가 노트 8권에 수기로 적은 내용을 건네받았고 성매매 조직은 2011년부터 5년간 15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고 밝히고 있다. 성매매 조직은 서울 강남 일대에서 활동하고 3개의 사무실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성매매 장소는 주로 강남역, 논현역, 신사역 등 강남 인근 모텔로 집중된다. 성매매 여성을 취업준비생이나 발레 전공 대학생 등으로 위장하려 했던 사실도 적혀 있다.

신빙성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는 시선에 대해서는 성매매 리스트 공개가 공익을 위한 결단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조속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 매체를 통해 “신빙성이 없다고 보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며 “신빙성 있는 자료를 경찰에 넘긴 만큼 수사는 이제 경찰의 몫”이라고 밝혔다.


시작된 수사
쉽지 않은 처벌

이제 화두는 공개된 문건이 성매매 수사의 결정적인 단서로 인정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성매매 적발을 담당하는 일선 경찰 관계자들은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라이언 앤 폭스가 성매매 리스트를 직접 작성한 게 아닌 만큼 증거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차 자료라는 한계와 함께 현장을 덮쳐야 겨우 입증되는 성매매 사건의 특수성도 한 몫 한다. 최소한 성매매 업소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내역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명단에서는 이런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달리 말하자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더라도 성매수를 했다고 입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고 사법처리까지 연결 짓기에 무리가 따른다는 뜻이다. 오히려 명단 유포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의 여지를 남겼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명단은 여러 단계를 거쳐온 자료이기에 그 자체로 증거가 되기가 어렵다”며 “성매수를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해당자가 성매수를 했다고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매수 처벌에 관한 지난 행적을 살펴보면 사법처리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 발생한 ‘국회 앞 안마방 전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국회 앞 안마방을 성매매가 장소로 포착하고 이곳에서 결제된 신용카드 매출전표 3600여장을 압수해 수사에 나섰다. 이후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한 사람들을 대거 소환해 조사를 벌였고 300여명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처벌했다. 이 모든 과정이 수반될 수 있었던 것은 성매수자들이 결제한 전표와 성매매 여성의 증언이 동반됐기 때문이었다.

반면 2009년 연예계와 재계 인사들이 성상납과 술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장자연 리스트’의 당사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피해자가 이미 사망했고 문건의 문구가 추상적으로 작성됐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치부 드러난
부끄러운 자화상

성매매 리스트가 광범위하게 유출될 경우 목록에 오른 사람들이 ‘성매수자’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휴대전화 번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매매자로 인식되는 등 심각한 인권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자체부터 우리 사회에 성매매가 널리 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암암리에 성매매가 관행처럼 여겨지는 만큼 일상화된 범죄와 여성 인권침해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를 단속하는데 점점 어려움을 느끼는 것과 별개로 수사 인원은 많지 않다“며 ”SNS나 휴대전화를 통해 성매매를 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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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