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지혜 ‘크라우드소싱’을 활용하라

대중들이 온라인에서 수많은 컨텐츠를 쏟아내면서 전통적인 생산과 소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온라인 기술의 진화로 인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해지면서 프로에 가까운 아마추어들이 탄생하고 있으며 공통된 관심사에 중점을 둔 커뮤니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광범위한 대중의 집단지성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크라우드소싱’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LG경제연구원 유재훈 연구원은 ‘대중의 지혜를 내 것으로, 크라우드소싱에 성공하려면’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크라우드소싱의 필요성과 성공적 방법론에 대해 분석했다.

‘크라우드소싱(Crowdsourc ing)’이라는 단어는 2006년 <와이어드 매거진(Wired Magaz ine)>의 제프 하위(Jeff Howe) 객원 편집자가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대중 또는 군중이라는 뜻의 ‘Crowd’와 외부자원활용, 즉 ‘Outsourcing’의 합성어로 기업의 생산, 서비스 및 문제해결 과정 등에 특정 커뮤니티 또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을 참여토록 하여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접근방법이다.

오늘날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 수는 약 17억명 정도로 추정된다. 웹2.0 시대가 본격화 되면서 2005년 개설된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에는 1억개 이상의 동영상이 등록되어 있고 일반 대중이 만든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에는 260여 개의 언어로 약 1000만 개의 글이 올라와 있다.
온라인에 모인 대중들이 수많은 컨텐츠를 쏟아내면서 프로슈머, 크리슈머 등의 신조어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생산과 소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다.

통합형과 선택형

크라우드소싱은 크게 대중들의 집단지성을 한데 모으는 통합적 크라우드소싱과 대중들이 제시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 중 한 가지를 채택하는 선택적 크라우드소싱으로 나뉠 수 있다.

통합적 크라우드소싱은 말 그대로 대중의 집단지성을 하나로 통합하는 형태를 말한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개념을 소프트웨어 이외의 분야에 접목시키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스톡포토(Stock Photo)를 판매하는 아이스톡포토를 꼽을 수 있다.
스톡포토란 전문 사진작가들이 특별한 목적을 위해 촬영한 라이센스가 있는 사진을 말한다. 스톡포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수십 달러에서 많게는 수백 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이에 불만을 가진 브루스 리빙스톤은 2000년 동료들과 서로의 사진을 공유하기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들과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속속 모여들었고 이 웹사이트에는 방대한 양의 이미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리빙스톤은 커뮤니티가 커지자 이를 아이스톡포토라고 이름 짓고 각 이미지를 25센트에 판매하여 이를 통해 창출한 수익을 이미지 제공자와 공유하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었다.
이후 수만명의 아마추어 작가들이 모인 아이스톡포토는 엄청난 양의 이미지를 경쟁업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낮은 가격으로 제공했고 아마추어 작가들이 제공하는 이미지는 프로 못지않았다.

크라우드소싱의 또 다른 형태는 선택적 크라우드소싱이다. 집단지성을 한데 모으는 통합적 크라우드소싱과는 달리 선택적 크라우드소싱은 대중이 제시하는 여러 가지 옵션 중 한 가지를 기업이 채택하는 형태이다. 기업의 아이디어 공모전, 콘테스트, R&D 문제해결 등이 이에 해당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온라인 R&D 문제해결 기업인 이노센티브를 꼽을 수 있다. 이노센티브에 모인 ‘크라우드’는 대부분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소위 문제해결자로 불린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R&D문제를 의뢰하면 약 150,000명의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솔루션을 제시한다. 기업이 이러한 솔루션 중 성사 가능한 답변을 채택하면 통상적으로 적게는 1만 달러에서 많게는 10만 달러 정도의 비용을 지불한다. 이노센티브에 의하면 기업들이 의뢰한 문제 중 약 40% 정도가 해결된다고 한다.

명확한 목적의식

먼저 크라우드소싱의 주체가 되는 당사자는 기업이다 기업은 크라우드소싱을 실행하는 명확한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제안상자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효과적이지 못하다.

고객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여기에 모인 제안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지 않고 다만 제안상자 자체에만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모호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모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이 원하는 아웃풋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또한 단순히 값싼 인력을 활용하겠다는 식의 인식은 큰 오산이며 반드시 실패로 이어진다. 크라우드소싱은 단일전략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접근방법이기 때문에 광고, 프로모션 등의 마케팅 활동, 상품 및 서비스 개발, R&D 문제해결, 제품 및 서비스의 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기업이 크라우드소싱을 실행하는 목적에 따라 접근방법 역시 달라져야 한다. 이에 더해 크라우드소싱의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지적재산권 분쟁 등에 미리 대비하여 가이드라인 또는 계약관계 역시 명확히 제시되어야 한다.

크라우드의 선정

목적의식이 명확해졌다면 ‘크라우드’를 선정해야 한다. ‘크라우드’의 선정은 현존하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을 활용할 수도 있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도 있다. 크라우드소싱을 실행하는 기업은 1:9:90의 법칙을 명심해야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 1%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컨텐츠를 생산하고 9%는 컨텐츠를 수정 및 평가하며 나머지 90%는 그냥 눈으로 본다는 말이다.

‘크라우드’ 선정의 핵심은 다양성과 전문성의 적절한 조화이다. 앞서 언급된 이노센티브를 MIT대학이 분석한 결과 해당 분야에 경험이 적을수록 문제를 해결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화학기업이 직면한 문제를 생물학자, 물리학자가 해결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또한 다양성을 갖춘 크라우드를 선정하는 것은 크라우드소싱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동력이 된다.


체계적인 스크리닝

체계적으로 스크리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스크리닝 작업에도 ‘크라우드’를 활용하는 것이다. 대중의 투표를 통해 1차적인 스크리닝을 진행하면 기업은 훨씬 수월하게 선별작업을 할 수 있다.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티셔츠를 만드는 Threadless의 사례를 살펴보자.

Threadless에서 판매되는 모든 티셔츠의 디자인은 대중에 의해 만들어진다. 홈페이지에 가입을 하고 프로그램만 다운받으면 누구나 디자인을 해서 올릴 수 있다. 대중들이 업로드 한 수많은 디자인들은 또다시 대중에 의해 평가된다.

Threadless의 회원들은 2주 동안 6점 척도로 티셔츠 디자인에 점수를 부여한다. 매주 10개 내외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그 중 3~5정도가 실제 제품으로 출시된다. 채택된 디자이너는 현금 1500달러와 500달러의 스토어 크레딧을 받게 된다. 티셔츠를 디자인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2000달러 정도라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다.

사후 보상체계 확립

마지막으로 크라우드소싱을 주최하는 기업은 적절한 사후 보상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위키피디아의 경우 비영리 기업이기 때문에 참여자들은 지식공유의 희열, 사회적 시민의식 등이 참여동기가 되지만 영리기업의 경우 내 아이디어로 기업이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일부 대중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참여자들에게 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크라우드소싱은 단기적인 관점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커뮤니티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중들이 크라우드소싱에 참여하는 이유를 파악하고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컨테이저스 매거진>은 크라우드소싱에 대중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네 가지 요소, 즉 4Fs를 제시했다.

명성, 돈, 재미, 만족감이 그것이다. 이 네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적극적인 대중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크라우드소싱은 오늘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진화를 바탕으로 대중들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게 하는 것이다. 크라우드소싱은 이를 실행하는 기업과 참여하는 대중 모두에게 이득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명확한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절차를 마련하고 참여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적절한 인센티브가 제공되어야 한다. 기업의 모든 활동과 마찬가지로 크라우드소싱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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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