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여기서 새출발! ②경북 영덕군

쪽빛 바다와 나란히 걷는 명품 트레킹 코스

영덕 블루로드는 짙푸른 동해바다의 희망찬 기운을 가슴에 품을 수 있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다.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688km의 해파랑길 가운데 영덕 구간을 블루로드라고 부른다. 영덕의 가장 남쪽인 대게누리공원에서 강구항,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까지 도보여행을 위한 약 64.6km의 해안길이다. 산길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 바다를 끼고 걷도록 조성돼 시원스레 펼쳐진 동해바다를 마음껏 호흡할 수 있다. 자동차로 빠르게 지나칠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영덕의 숨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걸으며 느끼는 영덕의 숨은 아름다움
가장 빼어난 풍광 볼 수 있는 B코스

블루로드는 모두 4개 코스가 있는데 빛과 바람의 길(A코스)은 강구터미널에서 강구항을 거쳐 산길을 따라 고불봉을 넘어 풍력발전단지를 지나 해맞이공원에 이르는 17.5km로 대부분이 산길이다. 푸른대게의 길(B코스)은 해맞이공원을 지나 석리마을, 대게원조마을, 블루로드다리를 건너 죽도산전망대를 지나 축산항의 영양남씨발상지까지 가는 15km 구간으로 내내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라 풍광이 수려하다.

목은사색의 길(C코스)은 영양남씨발상지를 출발해 대소산봉수대, 목은이색기념관, 괴시리전통마을, 대진해수욕장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17.5km 구간으로 산길, 바닷길이 반씩 섞여 걷는 재미가 있다. 쪽빛파도의 길(D코스)은 영덕과 포항의 경계인 대게누리공원에서 장사해수욕장을 지나 삼사해상공원, 영덕어촌민속전시관을 거쳐 강구터미널까지 이어진 14.1km 구간으로 7번국도와 나란히 걷는다. 노면에 동그라미 속 노란색 화살표 표시를 하거나 블루로드 패찰, 나무 기둥형 길 안내판 등이 곳곳에 있어 길 찾기가 수월하다.

총 4개 코스
각자 다른 매력

강구에서 고래불까지 블루로드를 완주하고 각 지역에서 확인 도장을 찍어 가면 완주기념메달을 준다. 블루로드 안내지도에 도장 찍는 곳이 표시되어 있으며, 메달 배부처는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신재생에너지전시관 내 안내소, 병곡면사무소, 강구면사무소 등이다.


블루로드의 출발점인 강구항은 영덕 대게의 집산지다. 대게철을 맞아 대게를 실어 나르는 배가 수시로 포구로 들어오느라 항구가 여느 때보다 한층 북적인다. 주말에는 차를 댈 곳이 없을 정도로 방문객이 많다. 주차장 및 공원을 만들기 위해 동광어시장 옆으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항구에 마련된 어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당일 경매 받은 대게와 활어, 해산물이 최고로 싱싱한 상태로 거래된다. 대게는 그대로 아이스박스에 넣어 가거나 바로 쪄서 가져갈 수 있다. 

A코스의 하이라이트는 풍력발전단지 일대다. 동해바다에서 불어 온 거친 바람이 거대한 바람개비를 돌려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시설이다. 풍력발전기 24기가 바다를 향해 도열한 모습이 장관이다. 해맞이캠핑장 입구, 별반산봉수대, 신재생에너지전시관, 해맞이축구장, 윤선도시비, 월월이청청 조형물, 비행기전시장 등이 줄지어 나온다.

블루로드 길은 축구장 입구 갈림길에서 해맞이공원 방면으로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가야 한다. 갈 길이 바쁘더라도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은 둘러보고 가는 게 좋다. 풍력, 태양열 등 친환경적인 에너지에 관해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관 옆에 어린이놀이터 시설이 잘 돼 있고, 바람정원이나 하늘정원에 올라 전망을 감상하기도 좋다. 

집게발 형상화
창포말등대

A코스 종점이자 B코스 시작인 해맞이공원은 영덕 일출명소로 꼽힌다. 대게 집게발을 형상화한 창포말등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빨강색이 선명한 위층은 등탑, 중간은 전망대, 아래층은 전망 데크로 구성돼 있다. 해안 절벽 옆으로 이어진 블루로드는 철썩이는 파도와 쪽빛 바다, 바다를 닮아 파랗게 물든 하늘이 삼박자를 이뤄 추위도 잊은 채 마냥 걷게 된다. 해맞이공원 남쪽의 소박한 벽화로 꾸민 대부리와 청어 과메기를 말리는 창포리는 블루로드 코스는 아니지만 일부러 들러볼 만하다. 도로변이나 방파제 등 빈 공간마다 빼곡하게 걸린 오징어도 볼거리다.

블루로드 전 구간에서 가장 풍광이 빼어난 것이 B코스다. 총 15.5km로 성인 걸음으로 5시간 정도 걸린다. 전 구간을 걷기가 힘들다면 30분~1시간이라도 걸어보자. 석리마을 입구에서 경정해수욕장까지 혹은 대게원조마을에서 블루로드 다리까지 하는 식으로 구간을 짧게 나누면 무리하지 않고서도 블루로드의 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아이들 손을 잡고 걸을 수도 있는 구간이다. 노물리 바닷가에는 해녀상, 석리 바닷가에서는 군인상이 도보여행자를 반긴다.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전망 좋은 벤치나 정자가 있다.

백사장이나 몽돌이 깔린 해변에서 간식을 먹기도 하고, 거친 바윗길이나 솔잎이 깔려 푹신하면서도 미끄러운 솔숲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죽도산전망대가 보이는 해변에 이른다. 백사장 끝에는 초록색 현수교인 블루로드다리가 놓여있다. 둘이서 지나가면 딱 맞을 정도로 폭이 좁은 인도교다.


블루로드 안내지도의 표지를 장식한 것이 바로 블루로드다리와 죽도산전망대다. 다리를 건너면 전망대까지 이어진 계단이 나온다. 손가락 굵기의 대나무가 산을 빼곡하게 뒤덮고 있어 예로부터 죽도산이라 불린다. 정상의 죽도산전망대는 1층 로비, 2층 전망 데크, 5층 전망대, 6층 기계실, 7층 등탑으로 구성됐는데 5층까지만 개방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축산항 일대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

동해안에서도 아름다운 항구로 손꼽는 축산항은 태백산에서 뻗어 내린 산봉우리가 해안까지 밀려 내려와 항구 남쪽으로는 죽도산이, 북쪽으로는 봉수대가 설치된 대소산이 우뚝하다. 축산항 역시 겨울에는 대게잡이 배가 많이 들어오는데 이곳은 대게보다 물가자미가 더 유명하다. 초장을 넣어 무침회로 먹고 구이, 찜, 식해, 매운탕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저렴하면서도 맛이 좋아 지갑 걱정없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해마다 5월이면 축산항을 무대로 물가자미축제가 열린다.

축산항을 마지막으로 B코스는 끝나고 대소산봉수대를 향해 C코스가 시작된다. B코스는 푸른대게의 길이다. 푸른 바다를 끼고 가는 길이자, 게 다리가 대나무 줄기처럼 쭉 뻗었다하여 대게라고 처음 부르기 시작했다는 대게원조마을이 있어 푸른대게의 길이다. B코스뿐만 아니라 블루로드 전 구간이 산과 바다, 해안선이 그려낸 환상적인 비경이 곳곳에 박혀있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여행 정보------------------------
당일 코스

· 블루로드 A코스: 강구항→해맞이등산로 입구→고불봉→풍력발전단지→해맞이공원
· 블루로드 B코스: 해맞이공원→석리마을→대게원조마을→블루로드다리→축산항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강구항→해안도로→신재생에너지전시관→풍력발전단지→해맞이캠핑장(숙박)
· 둘째 날: 블루로드 B코스 걷기(해맞이공원→석리마을→대게원조마을→블루로드다리→축산항)

관련 웹사이트
· 영덕관광포털  http://tour.yd.go.kr
· 영덕신재생에너지전시관  http://energy.yd.go.kr
· 영덕군 해맞이캠핑장  http://camping.yd.go.kr
· 영덕 블루로드  http://blueroad.yd.go.kr

문의 전화
·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054-730-6395·강구항(강구면사무소) 054-730-7202
· 축산항(축산면사무소) 054-730-7602·영덕풍력발전단지 054-734-5871
· 영덕신재생에너지전시관 054-730-7052·영덕군 해맞이캠핑장 054-730-6337

대중교통(버스)
서울-영덕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7회(07:00~18:30) 운행, 약 4시간 2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 www.ti21.co.kr
대구-영덕 하루 12회(09:00~18:10) 운행, 약 2시간 소요. 강구행 완행 04:30~19:40까지 30분~1시간 간격 운행.
*대구 동부정류장 www.gobus.co.kr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34번 국도 영덕 방면→영덕→7번 국도 강구항 방면 / 익산포항고속도로 대련IC→영덕 방면→7번 국도→강구교에서 우회전→강구항

숙박
· 영덕군 해맞이캠핑장: 영덕읍 해맞이길, 054-730-6337
· 바다숲향기마을: 영덕읍 해맞이길, 054-730-6611
· 칠보산자연휴양림: 병곡면 칠보산길, 054-732-1607
· 삼사오션뷰호텔: 강구면 해상공원길, 054-732-0700

식당
· 대흥호대게펜션: 대게요리, 강구면 영덕대게로, 054-734-3539
· 김가네식당: 물가자미정식, 축산면 축산항길, 054-733-8860
· 청송식당: 물곰탕, 강구면 강구대게4길, 054-733-4155
· 농가맛집 칠보미가: 병곡면 영덕로, 054-733-7060(예약필수)

주변 볼거리
목은이색기념관, 영해관광시장, 칠보산자연휴양림, 삼사해상공원, 영덕어촌민속전시관, 인량리전통마을, 차유어촌체험마을, 나라골 보리말 농촌전통테마마을, 영덕 옹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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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