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지역주의 타파’ 김병원 신임 농협중앙회장

52년 만에 호남사람 뽑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병원 신임 농협중앙회 회장은 ‘집념의 사나이’라고 불린다. 2007년과 2011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도 출마한 데 이어 이번에 세 번째 도전 끝에 234만명의 조합원과 자산 400조원을 거느린 거대조직 농협을 총괄하는 회장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대의원과 농협중앙회장 등 선거인 289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5대 민선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치러졌다. 선거 현장은 이성희 후보자(전 낙생농협 조합장)와 김병원(63) 회장의 각축전을 연출했다.

3강 구도(최덕규 후보 포함)를 형성하며 왕좌의 게임을 펼쳤지만 1차 투표에서 이 후보가 290표 가운데 104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 이후 상위 득표자 2인으로 압축된 2차 결선 투표에서 김 회장은 전체 유효 투표수 289표 중 56.4%인 163표를 얻어 126표를 얻은 이 후보를 제치고 승자가 됐다. 김 회장은 총회가 끝나는 2016년 3월부터 4년간 농협 중앙회장으로 활동한다.

3파전 최종승자
지역주의 극복

이번 김 회장의 당선은 여러모로 많은 점을 시사한다. 우선 많은 조합원은 김 회장의 선출이 농협중앙회에 오랫동안 자리잡은 지역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후보로 호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농협중앙회장 자리에 오르며 새 역사를 썼다. 전남 지역이 전국 최대의 농도임에도 과거 농협중앙회장을 영남권이 독식한 것을 감안하면 파란이라 불릴 만하다.


특히 김 회장이 앞선 두 차례의 선거에서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투표 행태로 눈물을 삼켰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당선은 과거의 아픈 기억을 씻어내고 전국 농협의 통합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최 전 회장이 처음으로 당선됐던 2007년 선거에서 김 회장은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차 투표에서 최덕규 합천가야농협 조합장이 같은 영남권 후보인 최 전 회장의 지지를 선언하면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2012년 선거에서도 김 회장은 최 전 회장과 다시 맞붙었지만 최종 투표일 하루 전 최덕규 조합장이 사퇴를 선언하자 영남권 표가 최 전 회장에게 몰리는 현상이 감지되면서 결국 낙선한 바 있다. 이후 김 회장은 최 전 회장 당선 무효 소송을 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당초 김 회장은 다른 유력 후보에 비해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 후보는 최 전 회장의 측근이고, 최 후보는 청와대가 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안팎에서는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사이에 8년간 장기 집권한 최원병 현 회장의 측근이나 영남출신은 안되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김 회장의 승리에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의 당선은 ‘전라도 출신은 농협중앙회장이 될 수 없다’는 편견 속에서 이룬 ‘뚝심의 승리’다.

김 회장은 1953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났다. 1978년 농협에 입사해 남평농협에서 말단 직원에서부터 전무를 거쳐 1999년부터 13년간 조합장을 3차례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나주 남평농협은 2006년 다도농협을 흡수 합병했다. 현재 임직원은 100명, 농가수는 2683가구에 조합원수 2894명의 농촌형 농협이다.


또한 농촌 마을의 작은 농협에서 ‘왕건이 탐낸 쌀’ 등을 브랜드화하는 등 ‘전라도 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다양한 정책을 폈다.

2007년부터 세번째 도전 ‘집념의 사나이’
234만 조합원·자산 400조원 조직 총괄

2012 년 선거에서도 김 회장은 최 전 회장과 다시 맞붙었지만 최종 투표일 하루 전 최덕규 조합장이 사퇴를 선언하자 영남권 표가 최 전 회장에게 몰리는 현상이 감지되면서 결국 낙선한 바 있다. 이후 김 회장은 최 전 회장 당선 무효 소송을 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친환경농업이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을 때 친환경 쌀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 농가 소득증대와 안정적인 농협경영을 이뤘다. 그는 지역사회·소비자와 함께하는 친환경농산물 택배사업을 시작해 농가에는 판로를 만들어주고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했다. 나주시 관내 생산 농산물을 우선 공급했으며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산물만 공급해 절임배추와 친환경패키지 택배는 수도권 소비자가 70%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 농촌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쌀에 대한 그의 사랑은 남달랐다. 2007년에는 나주지역 쌀인 ‘왕건이탐낸쌀’이 전국 12대 브랜드에 3년 연속 선정돼 일반 쌀보다 20%가량 높은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외 또 8년간 농협중앙회 이사를 지냈다. NH농협무역 대표이사와 농협양곡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민선 5명 중
첫호남 출신

광주농고와 광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전남대에서 늦깎이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는 등 학업에 대한 간절함도 남달랐다. 이후 전남대 겸임교수와 한국벤처농업대학 교수를 지냈다. 농림부 양곡정책 심의위원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자문위원, 전국 무·배추협의회 회장을 지내 현장과 이론을 두루 섭렵한 농정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김 회장 당선으로 농협 일대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그는 12일 1차 투표가 시작되기 전 소견발표에서 “8년동안 회장을 준비해왔다”며 “지역농협을 살리고 농협중앙회도 살리는 수단이 다 있다”는 말로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다른 후보에 비해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농협 경제지주 폐지가 단적인 예다. 김 회장은 “농협 경제지주로 농협중앙회의 경제 사업이 모두 이관되면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은 업무경합을 피할 수 없다”며 “경제지주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모형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협 경제지주 제도를 폐지하려면 농협법을 개정해야 한다. 농협 경제지주 신설을 위해 농협법을 개혁한 지 4년밖에 지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농협 경제지주는 2011년 농협법 개정으로 2012년 신설됐다. 농협이 돈되는 신용사업에만 치중하다보니 농업인이 원하는 농축산물 유통과 판매 등 경제사업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경제사업을 활성화시킨다는 취지였다. 경제지주는 245만명의 조합원이 생산한 농축산물 유통, 판매를 전담하는 종합유통그룹으로 농협유통, 남해화학, 농협사료, 농협목우촌 등 13개 자회사가 들어있다.


투명성 제고
부정부패 척결

농협 상호금융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상호금융중앙은행(가칭)으로 독립 법인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것이 김 회장의 공약이다.

상호금융 특별회계의 운용수익률도 자금 운용이나 리스크 관리에 전문성이 떨어진 탓에 3.69%로 2014년 국내채권펀드의 평균수익률 4.69%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1969년 탄생한 농협 상호금융은 2015년 10월말 기준 예수금 258조원, 대출금 178조원에 이른다. 김 회장은 “돈을 벌면 그 돈이 지역농협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중앙회에 정체돼 있다”며 “상호금융을 중앙은행으로 독립시키고 수익률 5% 이상 나오게 만들어 지역농협에 이익을 환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간선제로 치러지는 농협 중앙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전환하겠다는 공약도 김 회장은 내걸었다. 6명의 후보중 5명이 내걸었을 정도로 공감대가 있는 사안이었다.

간선제가 시행된 지 5년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 과거 직선제가 돈선거의 온상이었다는 이유로 정부가 직선제 회귀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19대 국회에서 김승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여러 의원들이 직선제 전환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회기 만료가 얼마남지 않아 사실상 폐기됐다.

 


김 회장의 책임도 막중하다. 김 신임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당장 농협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7788억원에서 2014년 5227억원으로 32.8% 가량 급감했다.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전 회장 미해결 과제 산적
 

2014년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보면 농협은행은 14.02%로 국민은행 15.97%, 신한은행 15.43%, 우리은행 14.25%보다 낮다. 자기자본대비 당기순이익률도 2014년 1.7%로 국민은행 4.51%, 신한은행 7.5%, 하나은행 8.12%와 비교해 크게 낮다. 게다가 농협은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STX조선에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빌려준 상태다.

상호금융 특별회계의 운용수익률도 자금 운용이나 리스크 관리에 전문성이 떨어진 탓에 3.69%로 2014년 국내채권펀드의 평균수익률 4.69%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농협중앙회의 차입금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을 위한 부족자본금 12조원 중 현물출자를 제외한 4조5000억원이 차입금으로, 내년 2월부터는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또 농협 공제 수수료와 카드수수료가 갈수록 줄어드는 점도 농협중앙회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나마 경제사업은 흑자로 돌아섰다. 경제사업은 지난 2011년까지만 해도 75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4년 763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무엇보다 한.중 FTA 발효로 값싼 중국 농산물이 대량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 후 20년간 농림업과 수산업은 각각 연평균 생산이 77억원, 104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20년간 예상되는 농림.수산분야 피해액은 농림업 1540억원, 수산업 2080억원 등 총 3620억원으로 집계됐다.

김 회장이 총괄하는 농협중앙회의 조직 규모는 엄청나다. 금융계열사 등을 포함한 자산만 400조원 정도로 국내 4번째 대규모 기업집단인 SK그룹의 두배가 넘는다. 또 회장은 농협의 정책과 사업을 결정하는 이사회와 대의원회 회장도 겸임한다. 비공식적으로는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농협중앙회장은 234만명 조합원을 대표하며 31개 계열사 880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관리하는 등 거대한 농협조직을 대표하는 ‘농민 대통령’으로 불린다.

정치권도 촉각
흑색전선 난무

정치권 등 외부에 미칠 영향도 관심거리다. 농협은 조합원만 235만명에 이른다. 조합원 가족까지 포함하면 500만∼600만명은 족히 된다. 임직원도 약 9만명에 가깝다. 각종 선거 등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선거에서도 정권 실세 교감설, 전 정부 유착설 등 흑색선전이 난무했던 것도 농협중앙회장 자리의 무게감과 전혀 무관치 않다. 

<min1330@ilyosisa.co.kr> 

 

[김병원은?] 

▲남평농협 전무, 조합장(3선) ▲농협중앙회 이사(8년) ▲NH농협무역 대표이사 ▲농협양곡 대표이사 ▲전남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벤처농업대학 교수 ▲농림부 양곡정책 심의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자문위원 ▲전국 무·배추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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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