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김선권 신화 풀스토리

우후죽순 토종카페 순식간에 ‘와르르’

[일요시사 취재1신승훈 기자 대형 커피브랜드를 상대로 토종 커피브랜드 카페베네성공신화를 써내려갔던 김선권 회장. 승승장구 하던 그가 잇따른 사업실패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토니버거를 론칭해 승부수를 띄운 김 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달 30일 카페베네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최대주주를 김 회장에서 사모투자사인 케이쓰리제5(K35)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 회장의 지분율은 49.5%에서 7.3%로 낮아지면서 경영권을 잃게 됐다. 신규·해외 사업에서 큰 손실을 보고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바퀴베네라고
불리더니 결국

김 회장은 전남 장성 출생으로 20대부터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 여행 중 오락실 산업을 보고 1997년 한국에서 오락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업그레이드, 리뉴얼 등 본사의 관리가 필수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매력을 느끼고 뛰어들었다.

특히 2006년 추풍령 감자탕은 4년 만에 300여개의 가맹점을 개설했다. 본격적으로 커피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84월 천호점에 론칭 하면서부터다. 초반에 낮은 인지도와 업계 후발주자로써 스타벅스, 커피빈 등 대형 커피전문점에 밀렸다. 하지만 2009년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와 제휴를 맺고 한예슬, 최다니엘, 장근석, 송승헌 같은 스타마케팅 및 당대 인기드리마 <아이리스>의 간접광고(PPL) 효과까지 더해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그 결과  2010년 한 해에만 335개의 매장을 열고 2011800호점을 개설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지난 2011년 김 회장은 블랙스미스를 강남역에  론칭하면서 “‘2의 카페베네신화를 만든다는 각오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12100개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업계 선두권으로 뛰어올라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에서도 성공 신화를 이루겠다고 말해 사업성공을 자신했다. 블랙스미스는 1년 만에 매장을 75개 까지 늘려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 했다.


하지만 동반성장위원회가 외식업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블랙스미스는 직격탄을 맞고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로써 카페베네는 201312월 블랙스미스에서 손을 뗐다. 뿐만 아니라 2013년 출범한 제과점 마인츠돔도 중기업종에 지정되면서 고배를 마셨다.

이 밖에 드러그스토어 디셈버24’ 또한 GS왓슨스, CJ올리브영, 코오롱W스토어 등 대기업주도의 시장 질서를 이기지 못하고 1년 만에 철수했다

가장 큰 문제는 김선권 신화를 있게 한 카페베네의 추락이다. 김 회장은 창업 5년째인 20138월 카페베네 1000번째 매장을 열고 오는 2020년까지 가맹점을 1만 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첫째 중국 진출의 실패가 뼈아팠다

2012년 중국 중치투자그룹과 5050 합작형태로 중국에 진출해 한 때 600여 곳의 점포를 운영해 사업이 정상 괘도에 오른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상하이 인테리어업체에 공사대금 605만위안(105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실이 드러났다. 

마이더스 손, 마이너스 손으로 몰락
자금난으로 매각경영서도 물러나

가맹점을 빠르게 늘린 결과 유통망과 관리조직을 갖추지 못해 원두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영업에 피해를 입은 매장이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의 미진한 성장의 돌파구를 해외로 삼았지만 오히려 악재가 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카페베네의 매출은 2012년 2208억원, 2013년 1874억원, 2014년은 1463억원으로 2012년 정점을 찍은 후 줄곧 하향곡선을 그렸다.

김 회장은 20119월 청년으로 구성된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커피전문점의 아르바이트생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고용노동부에 고발당했다. 당시 김 회장은 미지급된 수당을 모두 지급하고 가맹점 교육을 시행할 것을 약속했고 이에 청년유니온은 고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근로자 처우에 대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13년에는 고용노동부가 카페베네 가맹점 56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근로감독 조사에서 55개 지점이 최저임금위반, 임금 정기 미지급 등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카페베네의 가맹점 처우에 대한 논란이 들끓었다.  20148월에는  통신사 제휴 행사로 인한 할인 금액 가운데 일부를 가맹점에 떠넘긴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지난해 카페베네는 2013년 이후 2번째로 지난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난해 6월 초까지 본사 직원 300여명의 50%에 달하는 인력에 대해 근무지 재배치, 권고퇴직 등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 때문에 재무건전성을 위해 직원들에게 칼을 빼들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아울러 지난해 9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은 공개자료를 통해 10대 대형 커피프랜차이즈의 식품위생법 위반사항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카페베네가 62(20.2%)로 가장 많은 식품위생법을 위반했고 탐앤탐스, 엔젤리너스가 뒤를 이었다. 위반 내용으로는 위생교육 불이수’ ‘영업장 외 영업’  ‘유통기한 위반등으로 나타났다

신규·해외서 
손실 데미지

소비자의 평가도 냉담했다. 지난해 10월 한국소비자원의 설문조사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카페의 맛과 가격에 모두 낮은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은 스타벅스만큼 비싸지만 맛은 이에 못 미친다는 평가였다. 특히 카페베네는 지난해 국내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중 가장 많이 가맹점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나 잇따른 악재와 본사의 열악한 재무구조가 실제 사업에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지난해에만 카페베네는 30개의 점포가 폐점했고 2012년도부터 누적 합계 137개 가맹점이 폐업했다. 엔제리너스, 이디야, 투썸플레이스는 각각 19, 5, 8개로 카페베네의 폐점숫자에 못 미친다. 반면 가맹점 신규오픈의 경우 지난해 카페베네 40, 엔제리너스 40, 이디야 237, 투썸플레이스 81개로 나타났다. 카페베네가 가맹점 신규오픈 대비 폐점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카페베네는 지난해 10월 본사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서울 광진구 중곡동으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최승우 전 웅진식품 대표를 신임 카페베네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김 회장은 카페베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체제 도입 및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신임 사장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창업자이자 오너인 김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최 대표가 경영을 맡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카페네베가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부채를 진 상황에서 사모펀드 출신의 최 대표가 새로 부임하면서 사실상 김 회장은 모든 경영권에서 물러난 것이라며 연말까지 부채를 갚지 못할 경우 자신이 가진 지분을 모두 넘기고 회사에서 짐을 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 신임 대표는 해외 사업 방향과 기업의 성장 동력 발굴 등 무너져가는 카페베네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인사로 평가된다. 최 대표는 지난해 11월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국 가맹점주를 직접 면담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급격한 사업 확장
그리고 곧 그림자

또 가맹점주 모임을 정례화해 카페베네의 고질병인 가맹점주와의 트러블을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또한 카페베네는 대주주를 기존의 김 회장에서 사모투자자인 케이쓰리제5(K35)로 변경하면서 김 회장은 실질적으로 경영권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 회장은 재무건전성을 위해  20147K3에쿼티파트너스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의 전환상환우선주를 발행해 224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단행했다.



당시 투자금이 부족한 탓에 자신의 지분 일부도 함께 매각해 경영권 분쟁을 남기기도 했다. 또 카페베네는 자금유동성을 위해 지난해 1210일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코스닥상장업체 플랜티넷으로부터 주당 500원으로 10억원을 투자 받은 바 있다.

케이쓰리제5호의 보통주 전환은 기존 15000원에서 플랜티넷의 유상증자 발행가액인 500원에 맞춰 이뤄진 것이다. 케이쓰리제5호는 우선주 1491300주를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로 전량 전환했다. 이로써 지분율은 84.2%로 늘어났고 김 회장 지분은 49.5%에서 7.3%로 줄었다.

이를 통해 카페베네는 지난 20147월 유치된 증자대금 약 223억원이 전액 보통주 자본금으로 반영하게 됨에 따라 지난해 9월 부채 비율이 865%에서 300% 이하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게됐다.카페베네 측은 해외 사업 확장과 신규 사업이 차질을 빚으며 재무구조가 빠르게 나빠졌고 경영권 매각이 주주들 합의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됐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카페베네의 영업이익과 매출액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김 회장은 지난해 4월 다시 한 번 신사업을 계획했다. 카페베네는 세컨드 브랜드로 중저가 커피전문점 바리스텔라를 론칭했다. 바리스텔라의 매장규모는 평균 20평으로 평균 40평 이상의 대규모를 자랑한 카페베네의 절반 수준이다. 

이번엔 버거 사업이다!”
 토니버거 론칭 승부수

커피 가격도 아메리카노 기준 평균 2900원으로 가격이 형성돼 중저가 이미지를 표방했다. 또한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타격을 입은 마인츠돔이지만 그때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특화된 베이커리 메뉴를 선보인다는 복안이였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기존 커피전문점은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커피와 음료 외에 차별된 메뉴를 준비했다다양한 베이글을 맛볼 수 있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리스텔라는 론칭 때부터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카페베네가 세컨드 브랜드를 개설한 이유는 개정 가맹거래법에 신규 개점 제약을 피하기 위해서다. 개정 가맹거래법은 가맹본부와 점주가 영업 지역 범위를 협의해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돼 있다. 즉 카페베네는 300m 내 신규 개점을 하려면 기존 가맹점주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신규 개점 제한으로 기존의 공격적 점포 확장을 못 하게된 카페베네는 세컨드브랜드라는 꼼수를 쓴 것이다.

카페베네가 부진을 직접 타계할 생각을 하지 않고 세컨드 브랜드 출시로 피해가려한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당시 카페베네는 언론을 통해 아직 가맹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고 가맹점을 내더라도 기존 카페베네 상권과는 겹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론칭을 계획한 지 한 달이 지난 지난해 5월 카페베네는 바리스텔라에 대해 테스트를 위해 개설한 점포 일 뿐이라며 가맹사업을 할 의사는 없고, 현재까지 추가로 직영점을 확장할 계획도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존 가맹점주들의 거센 반발에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결국 카페베네는 논란이 커지자 바리스텔라를 포기하고 카페베네 이름을 유지한 채 베이글을 강조한 카페베네126베이글을 지난해 5월 론칭했다. ‘카페베네 126 베이글은 가맹점 모집을 시작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만에 점포수 100개를 넘어서며 안정권에 접어든 모습이다.

세컨드 브랜드를 내기 보다는 기존의 브랜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 긍정적이지만 좀 더 지켜볼 부분이다. 이 밖에 김 회장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 버거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베네타워(구 카페베네 사옥) 1층에 토니버거’ 1호 매장을 론칭 했다. 버거사업은 카페베네 법인과 관계없는 김 회장 개인 투자 사업으로 알려진다.

구겨진 자존심
신사업으로 회복?

토니버거의 법인 대표는 서바이벌 오디션<마스터셰프코리아3>에 출연한 미스코리아 출신 요리사 홍다현 씨가 맡고 있다. 토니버거는 가성비를 강조해 론칭 초반 빠르게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2008년 카페베네의 성공 이후 신사업에서 줄곧 쓴잔을 마신 김 회장이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먹튀카페베네 미국서 무슨일이

카페베네가 미국본사 사무실 임대 문제로 건물주와 법적 분쟁 중에 있다지난 13일 재미언론인 안치용씨에 따르면 까페베네는 지난해 81일부터 101일까지 두 달간 월세 78025달러를 내지 못해 미주본부 사무실 건물주가 소송을 제기했다.

안 씨에 따르면 이 매장 임대계약서는 김선권 회장이 직접 서명한 것으로 드러났고 카페베네 측이 일체 대등하지 않아 궐석판결로 넘어가 카페베네가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 20147월 미국내 한국인들이 카페베네 관련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소송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카페베네 먹튀논란이 일자 지난해 3월 소송을 자진 철회했다.

 

<기사 속 기사> ‘토종 신발스베누 몰락 스토리  

토종 신발 브랜드 스베누를 론칭해 성공가도를 달리던 황효진 대표가 신발 제조 대금을 제조공장 업주에게 주지 않아 사기 혐의로 피소 됐다. 경찰의 서류 조사 결과 황 대표는 200억여원의 납품 대금을 주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스베누는 2012신발팜이라는 인터넷 쇼핑몰로 시작해 2014년 스베누로 이름을 바꾸고 온·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한 업체다. 신생브랜드 답지 않게 아이유, AOA 등 당대 최고의 연예인을 내세우며 파격 마케팅을 선보였다. 하지만 과도한 스타마케팅과 가맹점 확장으로 자금난을 이기지 못했다.

지난해 1215일에는 중년남성이 회사로 뛰어들어 내 돈 내놔라며 자해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남성은 신발 공장주로부터 28억원이 넘는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스베누의 자금부실이 심각한 수준이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자금난에 빠진 스베누가 땡처리 업체에 싼값으로 물건을 넘겨 현금을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가맹점의 경우 판매대금을 회수하는 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현금으로 목돈을 챙기려 땡처리 업체에 물건을 넘겼다는 것이다. 이에 스베누 측은 땡처리 매장은 본사에서 진행하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확인 즉시 해당 불법 매장에 방문해 판매 중단 요청 및 법적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일련의 스베누 사태에 대해 황 대표는 피해를 입은 업체를 정상적으로 돌려놓기 위해 모든 책임을 지고 해결하도록 하겠다그동안 스베누를 사랑해 주신 소비자분들과 관계자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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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대는’ 북한 도발의 이면

‘징징대는’ 북한 도발의 이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북한의 도발 방식이 다각화되고 있다. 전형적인 미사일 도발에 이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나 싶더니 최근에는 오물을 투척했다. 윤석열정부는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잦아진 북한의 도발, 그 노림수는 무엇일까? 80여년의 세월은 두 나라의 공통점을 차근차근 지워냈다. ‘한민족’ ‘동포’라는 말을 사용하긴 하지만 과거보다 유대감은 옅어졌고 소속감은 사라지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산가족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마주한 현주소다. 분단 79년 다른 나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은 2001년부터 2022년까지 14번에 걸쳐 통일 시기에 대해 물었다.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는 전체적인 경향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모든 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이 ‘(통일은) 10년 후쯤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2011년 김정일 전 노동당 총비서 사망, 2013년 12월 장성택 전 정치국위원의 숙청 발표 때 ‘통일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응답이 다른 조사에 비해 높았던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경향은 10년 넘게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눈에 띄는 점은 연령별 양극화였다. 2022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7%가 통일 시기를 10년 후쯤으로 답했다. ‘(통일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가 19%, ‘통일되지 않는 것이 낫다’가 19%로 나타났다. 의견을 유보한 비율은 5%였다. 큰 틀에서는 이전 조사와 비슷했지만 18~29세, 30대 등 젊은 층에서 ‘통일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비율이 평균치를 웃돌았다. 각각 29%, 30%의 수치를 기록했다. 젊은 층 3명 가운데 1명은 통일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70대 이상에서는 ‘(통일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답변이 3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젊은 층에서 통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로는 북한과의 관계가 손꼽힌다. 그간 정부의 성향에 따라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진보 성향의 정부는 대화를 통해 전쟁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전개했고 보수 성향이 짙은 정부일수록 강경 대응 방식을 취했다. 북한 역시 대화 상대의 성향에 따라 전략을 달리하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를 줄타기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트고 평화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의 대북정책을 고수했다. 이 과정서 한국이 미국, 중국, 북한과의 관계를 주도하는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미사일·GPS·오물 다양한 도발 정부, 군사합의 효력 전면 정지 반면 윤석열정부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미‧일 체제를 공고히 다지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형태의 대북정책을 펼치고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은 한미, 한일관계에 공들이는 것에 비해 중국, 북한과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눈에 띄는 점은 북한의 대응이다. 북한은 최근 들어 다양한 방식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밤부터 29일까지 거름과 쓰레기 등을 담은 오물 풍선이 우리나라 쪽으로 날아왔다. 이른바 ‘오물 풍선’으로 이날 북한이 살포한 풍선은 260여개로 집계됐다. 오물 풍선은 지난 1~2일 사이에도 날아왔다.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에 따르면 1일 밤 8시경부터 다음 날 오후 2시30분 기준 전국서 720여개의 오물 풍선이 식별됐다. 오물 풍선은 항공기 운항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2일 오전 제1활주로와 제2활주로 사이 상공서 오물 풍선이 두 차례 확인돼 운항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전날에도 제3활주로와 제4활주로 사이에 낙하한 오물 풍선을 수거하느라 일정 시간 동안 항공기가 이착륙하지 못했다. 결항된 항공편은 없었지만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북한은 오물 풍선에 이어 탄도미사일을 대거 발사하는 등 무력 도발을 이어갔다. 지난달 30일 합참은 “오늘 오전 6시14분께 북한 평양 순안 일대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추정 비행체 10여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시험발사 명목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무더기로 쏜 것은 이례적이다.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 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군은 굳건한 한미연합 방위 태세하에 북한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듭된 공세 강경한 대응 북한은 지난달 17일에도 300㎞를 날아간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은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공격도 자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5시50분부터 발신지가 북한의 강령과 옹진으로 추정되는 전파 교란 신호가 3일까지 누적 1500건에 육박했다. 발신지가 북한으로 추정되는 전파 교란 신호가 연평·인천·강화·파주의 과기정통부 전파감시시스템에 유입됐다가 중단되길 반복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기준 932건으로 집계됐는데 주말 새 550건이 늘어 1482건으로 나타났다. GPS 전파 혼신 신고 건수를 대상별로 분류하면 항공기 507건, 선박 975건 등이다. 실제 피해로 이어진 사례는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북한의 GPS 교란 전파가 산과 같은 지형지물을 넘기 힘들어 수도권 등 국민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다각화된 도발에 정부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윤정부는 지난 4일 남북 간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부 정지시켰다. 오물 풍선 사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9‧19 군사합의의 효력이 정지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훈련 등이 가능한 여건이 마련됐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8월19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회담서 채택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로 남북 간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이미 전면 파기를 선언했고 윤정부도 같은 달 효력을 일부 정지했다. 북한이 오물 풍선, GPS 교란 등의 도발을 거듭하자 전면 정지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국도 규탄 국제기구에 지난 3일 대통령실은 김태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주재로 NSC 실무조정회의를 열고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서 의결된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안을 재가했다. 이 같은 조치는 북한의 도발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북한의 GPS 교란 공격에 대해 국제기구에 문제를 제기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최근 북한의 GPS 교란과 관련해 정부는 유관 부처 간 긴밀한 협의하에 유관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이 문제를 제기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국제기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해사기구(IMO) 등 3곳이다. 정부는 2016년 3월 북한이 GPS 교란 전파를 발사했을 때에도 이들 기구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각 기구는 비판 성명을 채택하거나 교란 중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미국도 반응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해 “역겨운 전술”이라고 규탄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것은 분명히 역겨운 전술”이라며 “무책임하고 유치하니 북한은 이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도 “우리는 어떤 형태의 비행 물체든 불안정을 초래하고 도발적인 것이라고 본다”며 한국, 일본과 긴밀한 대응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윤정부가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로 맞서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윤정부의 강경 대응에 따른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 안건이 국무회의에 상정되기 전 “오물 풍선을 보낸 북한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대응은 정말 유치하고 졸렬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여 정권이 처한 위기를 모면하려는 나쁜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내부 상황 안 좋아 외부로 눈 돌렸나? 반면 국민의힘은 환영의 뜻을 전했다. 국민의힘은 “북한은 올해만 6차례에 걸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1000여개의 오물 풍선을 살포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재산 상의 피해를 초래했다”며 “북한의 몰상식하고 치졸한 도발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향후 이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해서는 북한 당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도발과 윤정부의 대응에 모두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 상황을 감추려 한다는 설명이다. 양쪽 모두 국면전환을 위한 일종의 ‘노림수’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북한의 경우 정찰위성 발사 실패, 경제난 등을 겪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밤 군사정찰위성 2호기를 발사했다. 하지만 1호기 발사 때와 달리 비행 과정서 폭발했다. 사실상 실패한 것이다. 합참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밤 10시44분경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서 서해 남쪽 방향으로 발사한 ‘북 주장 군사정찰위성’으로 추정되는 항적 1개를 포착했다. 해당 발사체는 밤 10시46분경 북한측 해상서 다수의 파편으로 탐지됐다. 비행 과정 중 폭발, 실패가 추정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쏜 것은 지난해 11월21일 이후 6개월여 만이다. 당시 북한은 3번의 시도 끝에 1호기를 궤도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북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는 정찰 등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호기 발사가 북한에 중요했던 이유다. 이번 실패로 김정은 위원장의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경제난으로 북한 주민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점도 북한 입장에서는 차단해야 할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와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는 방법으로 위기 상황을 모면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주거니 받거니 짜고 치는 쇼? 내부 상황만 놓고 보면 윤정부도 녹록지 않다. 윤정부는 4‧10 총선서 패한 이후 거듭된 이슈로 수세에 몰리는 중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초반 박스권에 갇혀 반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채 상병 특검, 의료개혁, 김건희 여사 사건 등 곤혹스러운 이슈들이 산재한 상황이다. 문제는 북한 이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과거와는 달리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정국이 요동치고 북한 내부에 문제가 발생하면 관심도가 높아졌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며칠만 ‘반짝’ 이슈화됐다가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과 북한이 마주한 현주소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