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식품 '긴박했던 4박5일' 풀스토리

욕하고 때리고…한 성격하는 회장님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110년 전통의 향토기업이 흔들렸다. 명예회장의 갑질 사건이 터진 것이다. 비난 여론이 확대되자 명예회장은 퇴임으로 마무리 하려했지만 불매운동 조짐이 보였다. 결국 명예회장이 직접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건이 터진지 4박5일만의 대처였다.

몽고식품이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23일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이 자신의 개인 운전기사 B씨에게 욕설과 폭행을 했다는 폭로가 터졌기 때문이다. 장수기업에서 터진 갑질 사건이라 충격은 더 컸다.

가족같이
낭심가격

1905년에 경남지역에 창립된 몽고식품은 올해로 110주년을 맞는 회사다. 한국 장수기업으로 3위에 이름을 올린 회사. 이같은 사실은 몽고식품이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는 이유로 작용했다. 매출도 견조했다. 2014년 연매출 477억원, 영업이익 11억원 수준. 몽고식품은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만들어 국내에 유통하고 있으며 중국과 미국 등에도 수출하고 있다. 김 회장에 대한 외부 평가도 좋다.

김 회장은 지난 11월 <2015년 대한민국을 빛낸 위대한 인물대상> 산업부분 대상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 회장은 당시 근면하고 진취적이며, 창의적인 사람만이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며 미래는 스스로 노력하고 갈망하는 자에게 찬연한 빛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혀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불과 1달여 남짓 흐른 지금 그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른바 김 회장 갑질 사건이 터지면서 김 회장 개인의 명예는 물론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지난 12월23일 B씨가 <노컷뉴스>에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김 회장은 B씨에게 평소 “임마”, “개새끼”라는 폭언을 했다. 지난 10월 22일 김 회장은 B씨의 낭심을 걷어차는 기행을 벌이기도 했다.


B씨는 “회장님 사모님의 부탁을 받고 잠시 회사에 갔는데 왜 거기에 있냐는 회장님의 불호령을 듣고 서둘러 회장님이 계신 집으로 돌아오니, 회장이 다짜고짜 구둣발로 낭심을 걷어찼다”고 전했다.

결국 이 사건으로 B씨는 병원 진료까지 받았다. 이후에도 다리와 허리의 통증이 계속돼 일주일간 집에서 쉬어야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오래잖아 B씨에게 “너 또 까여 볼래?”라는 비아냥 섞인 언행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B씨의 정강이와 허벅지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린 일도 있었다. B씨에 따르면 김회장은 행선지로 가는 길이 자신이 알던 길과 다르거나 주차할 곳이 없으면 욕을 내뱉기도 했다.

그는 “김 회장은 기분이 나쁘거나 하면 거의 습관처럼 폭행과 욕설을 했다. 나는 인간이 아니었다”라고 토로했다. 지난 9월부터 B씨는 2개월간 일하다 권고사직 당했다.
 

운전기사의 폭로가 터지자 주변의 증언도 잇달았다. 지난해 12월부터 몽고식품 관리부장직으로 재직한 J(65)씨도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 회장이 입에 차마 담기 어려운 욕두문자를 입에 달고다녔고, 아랫사람을 지칭할 때도 ‘돼지’, ‘병신’, ‘멍청이’ 등의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폭기질
스트레스

J씨에 따르면 식사를 하면서 술을 자주 마시는 김 회장이 취하면 폭력적인 기질이 더 심해졌다. 기물을 던지거나 파손하고, 사람에게 침을 뱉은 일도 있었다. 밥을 먹는 직원들을 쫓아낸 경우도 있었으며, 술을 마시라고 강권하다가 직원이 마시지 못하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J씨는 김회장의 욕설 때문에 환청에 시달리는 등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J씨는 김 회장이 여직원을 상대로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식사 중에 여직원에게 술을 따르라고 하거나 술병을 옷에 던져 옷을 다 젖게 하는 일도 있었다. J씨는 “김 회장이 성희롱에 해당하는 말도 쏟아냈다”며 “김 회장의 언행에 상처를 받아 회사를 그만둔 여직원이 기억나는 인원만 10여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 회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어깨를 툭툭 치는 정도였고, 경상도식으로 ‘임마’, ‘점마’하는 정도였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육성이 담기 파일이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면서 여론은 급격히 차가워졌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김 회장의 육성이 담긴 파일에는 김 회장의 거친 욕설이 담겨 있어 언론보도 내용의 신빙성을 높였다.

몽고식품은 폭로직후인 23일 오후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했다. 몽고식품은 김 명예회장의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사죄한다며 김 회장이 명예회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김 회장이 직접 당사자 B씨와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알렸다. 하지만 사측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난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불매운동 조짐까지 나타났다.

김 회장은 사건 발생 4일 만인 지난 27일 오후 B씨를 직접 만나 사과했다. B씨는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악화된 여론을 돌리기엔 쉽지 않았다. 김 회장은 다음날인 28일 오후 2시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김 회장은 “최근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태는 백번을 돌이켜봐도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과 가벼움에 벌어진 일이다”며 “피해 당사자는 물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아들이자 회사 대표이사인 김현승 대표이사도 사죄을 말을 했다. 김 대표는 피해자들에 대한 복직을 진행하고 건전한 노사문화와 혁신 일터를 마련하기 위해 컨설팅을 받을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몽고식품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향토기업으로 경남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몽고식품에게 직격탄이었다. 

몽고기업은 지난 1988년 공장을 창원으로 옮긴 뒤에도 마산 본사 체제를 유지하며 경남 지역의 향토기업으로 인지도를 쌓았다. 실제 창원시 홈페이지에는 지역 특산품으로 몽고간장을 소개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에 펴며 지역주민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갑질 파문이 일면서 또다른 악재가 겹치는 분위기다. 향토기업 몽고식품이 친일기업 아니냐는 의혹이다. 몽고식품(전신 몽고장유)이 일본인에 의해 설립된 회사라는 것이 근거다. 몽고식품은 야마다 노부스케가 마산시 자산동에 세운 산전 장유 양조장에서 시작했다.

이후 해방을 맞아 당시 공장장이었던 김 회장의 부친 김홍구 씨가 몽고장유양조장으로 바꾼 뒤 회사를 인수했다. 회사를 물려받은 김 회장이 사명을 몽고식품으로 바꿔 법인을 등록했다. 당시 패망뒤 우리나라를 떠나는 일본인들이 심복들에게 부동산이나 회사를 헐값에 넘기는 일이 빈번했던 만큼 몽고식품에 친일기업 의혹까지 제기됐다. 친일기업 논란은 향토기업 이미지가 강한 몽고식품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여론
매출타격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장수기업으로 알려진 몽고식품에 갑질 논란이일면서 친일기업 의혹까지 제기됐다”며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바뀜에 따라 일정 부분 매출 타격이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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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