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여가수 성폭행, 연예기획사 대표 구속<스토리>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 뒤에는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키워낸 매니저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연예인이 자신의 매니저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그들의 조언에 충실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부 매니저와 PD, 연예관계자를 사칭하는 사기꾼들에 의한 연예인 지망생 성폭행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되고 있다. 실제 연예계 관련 종사자가 연예인 지망생을 욕보이는 경우도 간혹 발생해 소속연예인에게 물질적, 정신적 피해까지 입히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스타로 키워줄게 몸 바쳐”

연예기획사 대표가 소속사 여가수를 상습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9월26일 C여성그룹 멤버 J씨를 상습 성폭행한 혐의(강간) 등으로 연예기획사 대표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B씨는 J씨가 전 소속사와 금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시점에 접근해 “우리 회사를 통해 스타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의 한 음식점으로 불러내 술을 먹인 뒤 성폭행하는 등 올해 초까지 3차례 J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경찰에 따르면 B씨는 J씨가 6개월 전부터 “가수를 만들어 준다는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느냐,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J씨의 나체사진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협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이 아니라, 우리 둘은 사랑하는 사이였다. J씨의 동의를 받고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지난 2004년 상해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으며 과거 조직폭력배로 활동했던 후배 K씨의 세력을 이용해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매니저간 알려지지 않은
이런 저런 사고, 스캔들 많아
이번 사건과 관련, 모 연예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연예인과 매니저간에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이런 저런 사고와 스캔들은 아주 많다”며 “매니저도 귀중한 개인이고 연예인 또한 각 가정에서는 귀중한 자녀이자 인권을 가진 개인이므로, 이들 양쪽이 아무런 문제없이 일을 통해 목적한 바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개개인의 성품이 가장 중요하다”고 충언했다.
그는 이어 “더욱이 이제 매니저들은 개인 자격이 아니라 소속 기업, 조직의 일원으로 뛰고 있다”며 “조직을 위해서라도 매니저의 개인적 성품과 사생활이 깔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했다.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을 이성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매니저로서 이미 자격상실이란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력 있는 매니저들의 눈에 들기 위해 성상납을 하는 신인연예인들은 과거 연예계에서도 고질적으로 적발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매니저들이 연예계에서 꽤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상의 증거이기도 하다.
지난 2004년에는 연예인 지망생인 16살 A양을 회사 사무실로 불러내 성폭행 한 모연예기획사 실장 Y씨가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Y씨는 연예기획사 직원들이 모두 다 퇴근하자 A양에게 “가수 오디션에 대해 얘기를 나누자”며 아무도 없는 회사 사무실로 불러내 성폭행했고, 그 과정에서 Y씨는 반항하는 A양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예기획사 대표 B씨 “스타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유혹
올해 초까지 3차례 가수 J씨 성폭행…나체사진 촬영, 협박하기도

같은 해 4월에는 ‘연기자 및 가수지망생 모집’이란 광고를 내고 이를 보고 찾아 온 여고생 2명에게 “유명 가수가 되려면 성상납을 해야 한다. 유명 가수로 키워주겠다”며 10여 차례 성관계를 가진 모 인기그룹의 음반제작자였던 모 기획사 대표 K씨가 청소년 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K씨를 고소한 여고생 중 한 명은 가수지망생이고, 다른 한 명은 탤런트 지망생이었다. 가수지망 여고생은 ‘가수로 키워주겠다’는 K씨의 말에 속아 10여 차례 성관계를 가졌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아 법에 호소한 것. 탤런트 지망 여고생은 작년 12월까지 동거를 하다시피 깊은 관계를 유지해 오다 역시 속은 것을 알고 고소장을 냈다.

광고 보고 찾아 온 여고생에게
“가수로 키워주겠다” 성관계 요구
특히 K씨는 고소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이들의 친구까지도 은밀히 만나 성적노리개로 삼아 참지 못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연예계에서 이와 같은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한국연예제작자협회를 비롯한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예비 스타지망생들에게 불량 매니저 구분방법에 대해 몇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매니저가 대형기획사에 소속돼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면 팬텀, 싸이더스, SM, 예당 등이 바로 대형기획사 범주에 드는 매니지먼트사다. 좋은 기획사에 소속돼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기획사들의 협의체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에 연락해 확인해 보면 된다. 일단 협회에 소속돼 있지 않은 회사는 신생기획사다. 신생기획사들은 아무래도 전통 있는 대형기획사들에 비해 교육환경 등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막연히 규모만 키우기보다
합리적 신뢰 관계 확보돼야
둘째, ‘길거리 캐스팅’에서 자신을 매니저라고 소개하면서 접근하는 경우는 경계해야 한다. 연예학원들도 일반인들을 써서 길거리에서 학원생을 이 같은 방법으로 모집하는 사례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은 대부분 “연예인이 되기 위해선 학원에 등록해 연예인의 자질을 먼저 익혀야 하고, 학원 수강 뒤에는 연기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알선하겠다”고 말하지만 거짓말인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매니저들은 자신이 직접 돈을 투자해서 가수나 연기자를 만든다. 한 마디로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기획사는 ‘문제의 기획사’라고 보면 된다.

매니저가 대형기획사 소속인지 확인…‘길거리 캐스팅’ 접근 매니저 경계
스타급 연예인과 친분 강조하거나 한밤중에 술자리 자주 불러내면 의심해야

셋째, 매니저가 스타급 연예인과 친분을 강조한다면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 스타급 매니저들은 대부분 다방면에서 들어오는 부탁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가급적 자신의 일을 숨기려 한다.
넷째, 한밤중에 여자 연예 지망생들을 술자리에 자주 불러내는 매니저도 의심해 봐야 한다. 대부분 후원해 줄 사람을 소개해 준다느니, PD나 영화감독에게 보인다는 명목을 대지만 이 같은 자리에 참석할 경우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다.
이와 관련, 모 연예인 매니저는 “현재 연예계에 관련 된 한사람으로 이런 사건 때문에 한편으로 억울하고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극소수의 얘기인데 우리가 도매급으로 넘어간다”며 “이 같은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연예지망생들이 불량한 매니저와 선량한 매니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매니지먼트사업이 시장규모나 범위에서 여타 다른 산업에 못지 않게 거대해지고 있으며, 전문성을 겸비한 많은 고학력 인력들도 대거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매니지먼트사가 막연히 힘을 가지고 비대해지는 것이 아닌, 보다 합리적으로 신뢰 관계가 확보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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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