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추적>톱스타 최진실 죽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톱스타 최진실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최진실은 지난 2일 새벽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자택 화장실 샤워 부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최진실의 죽음이 가져다준 충격의 여진은 크다. 최진실의 사망은 고 안재환의 죽음과 관련해 인터넷을 떠돌았던 ‘25억 사채설’과 맞물려 갖은 억측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풀리지 않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본지는 최진실의 죽음과 관련해 의문점을 풀 수 있는 긴급제보가 들어와 사실확인에 들어간 상태다.

의혹 거의 다 벗었는데…왜?

자살 동기에 대해선 여전히 짙은 안개속이다. 현재로선 인터넷을 타고 확산된 ‘25억 사채설’이 유력해 보인다. ‘고 안재환 자살원인으로 제기된 40억원 사채빚 가운데 25억원이 최진실의 돈이며, 최진실이 바지사장을 내세워 사채업을 하고 있다’는 게 이 루머의 골자다. 이 루머가 사실일 경우 최진실은 빚더미에 깔려 죽은 안재환의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때문에 최진실은 “하루아침에 사채업자가 됐다”며 사실무근임을 주장했고, 이를 인터넷에 올린 증권사 여직원을 경찰에 고소까지 했다. 최진실은 숨지기 몇 시간 전에도 취한 상태에서 모친에게 “세상사람들에게 섭섭하다. 사채니 뭐니 나와는 상관이 없는데 나를 왜 괴롭히는지 모르겠다”며 괴담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만약 최진실의 주장과 달리 최진실이 바지사장을 내세워 사채놀이를 했다면 그 구체적인 용도나 추심 과정은 몰랐을 수 있다. 따라서 절친한 연예계 후배 정선희의 남편을 사실상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악성루머는 사실여부를 떠나 최진실을 죄책감에 빠지게 했으며, 이를 못이긴 최진실이 죽음을 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우울증이 원인이었다는 분석도 많다.
경찰 측은 유족 및 측근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최진실의 자살 이유로 악성루머 외에 이혼 후 겪고 있던 우울증, 자녀 양육 문제에 대한 고민 등을 종합적으로 지적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최진실은 약 5년 전 프로야구선수 조성민과 이혼한 후부터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고인은 이혼 후 한동안 신경 안정제를 복용해 왔고 사망 1주일 전부터는 증세가 심해져 신경안정제 복용량을 더 늘려왔다. 또 모친을 비롯, 코디네이터, 친구 등 최측근들에게 “외롭다”, “힘들다” 등의 고민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진실의 친구에 따르면 고인은 이혼 후 자녀 양육 문제로 많이 힘들어했고 연예계에서의 위상이 추락할까봐 걱정도 많이 했으며 심지어는 “죽고 싶다”는 말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예관계자들은 “연예인들의 경우 힘든 일이 있어도 소문이 날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을 곳도 없이 외롭게 지낸다. 때문에 홀로 앓으며 정신적인 상처를 키워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겉으론 웃고 있어도 신경안정제나 수면제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증언한다.

‘25억 사채설’ 사실여부 떠나 죄책감 빠지게 해… 우울증도 원인
유서 발견되지 않아 보다 깊은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닌가 의혹

인간은 자살할 마음을 먹으면 가족이나 친한 주변 인물에게 대부분 유서를 남기기 마련이다. 때문에 어머니, 동생 최진영과 함께 산 최진실이 자살을 계획하고 있었다면 유서를 남겼을 가능성은 크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를 부탁하는 글을 남길 수도 있고, 자살 동기에 대해 넌지시 흘릴 수도 있다. 하지만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최진실의 유서 존재 여부에 대해 경찰 측은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일부 메모는 발견됐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고 안재환 사망 이후에 굉장히 괴롭다’라는 내용이 일부 발견됐다”고 밝혔다.
최진실은 유서를 남기는 대신 자살을 암시하는 ‘유서’ 문자메시지를 두 차례 발송했다.
경찰 측은 “최진실씨가 죽기 전에 친하게 지내던 메이크업 담당자 L씨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최진실은 이날 오전 12시42분 L씨에게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메이크업 담당자)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환희와 준희를 잘 부(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어 12시45분쯤 “미안해”라는 문자메시지를 다시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관계자들은 “유서가 없는 것은 최진실이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예계 일각에서는 자살의 보다 깊은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낳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최진실의 자살을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잠정 결정지었다. 최진실의 자살을 충동적으로 보는 이유는 뚜렷한 자살 동기가 최근 고 안재환과 관련된 사채설 외에는 뚜렷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최진실은 최근 25억원 사채설에 휘말려왔고 이에 수사를 의뢰, 루머 유포자를 체포하는 등 일이 진척되고 있었다. 여기에 전날 동료 연예인 손현주와 광고촬영을 하다가 일정을 연기했고, 이날 저녁 차기 출연작인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시즌2’에 대해 소속사 대표와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평상과 다름없는 활동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자살을 택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누구보다도 자신의 두 자녀를 사랑했던 최진실이 아이들이 자고 있는 자택에서 유서도 없이 자살을 선택했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러나 최진실은 이혼 후 자녀 양육문제로 힘겨워한데다 연예계 내 위상이 추락할까 걱정을 많이 하면서 평소에도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해왔다는 최진실 주변 친구의 얘기는 충동적인 것이 아님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전직 야구선수로 현재 해설가와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는 전 남편 조성민과의 이혼 이후 우울증에 시달렸고 이 때문에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왔다가 6개월 후 복용량을 늘렸다는 대목은 심각한 우울증이 최진실을 자살로 몬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최진실은 숨진 당일 밤 매니저 등과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 최진실은 자택 안방에서 처지를 비관하며 울다 욕실로 들어갔다.
한 측근은 “최진실이 보기에는 참 꿋꿋하고 당차 보이지만 상처 또한 깊이 받는 성격이다”며 “술을 먹으면 종종 눈물을 흘리며 신세를 한탄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한 지인은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최진실은 무척 강인한 사람이다”며 “술을 먹으면 감정이 격해져 종종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술을 자주 마시는 것도 아니고,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최진실씨가 술을 먹으면 더욱 감정적으로 변하기도 했다”며 “상처 속에서도 늘 꿋꿋하던 사람이었는데 처지를 비관해 충동적으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닌가 싶어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슬퍼했다.
최진실은 연예계의 가장 큰 행사인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날 자살했다. 연예계 일부 관계자들은 “최진실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날 자살한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예계 관계자들은 “그것은 억측이다”며 “고인을 욕되게 하지 말자”고 아우성이다.  
지난 2일 갑작스런 죽음으로 연예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최진실의 빈소가 있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은 오전부터 동료 연예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평소 최진실과 절친한 사이였던 신애, 홍진경, 이영자, 정선희, 이소라, 최화정 등 이른바 ‘최진실 사단’을 비롯해 최진실의 전 남편 조성민, 이병헌, 정웅인, 이현경, 변정수, 이승연, 성진우, 박중훈, 김동현-혜은이 부부, 안성기, 왕영은, 손현주, 엄정화, 조연우, 윤현숙 등 연기자와 가수, 개그맨을 가리지 않고 빈소를 찾아 눈물과 침통한 표정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반면 이날 오후 6시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마련된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장에는 국내 영화제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이름 값을 입증하듯 국내외 정상급 스타들이 화려한 드레스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장동건, 박은혜, 강수연,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임성민, 이화선, 정진영, 김정은, 홍석천, 주지훈, 유진, 유인촌 장관, 안성기, 정려원, 차승원, 송창의, 신민아, 이완, 이영하, 정선경, 김소연, 이정진, 이진, 김향기, 박진영, 원더걸스 소희, 박준형, 아라, 이다희, 박진희, 강혜정, 신현준 등 국내 정상급 배우들에 일본의 청춘스타 우에노 주리도 모습을 드러내 활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망 소식 발표 이후
본지에 걸려온 한통의 긴급 제보전화
“진실은 이것” 사실여부 확인취재 중
 
이중 ‘국민 배우’ 안성기는 최진실의 빈소를 방문한 뒤 곧바로 부산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부산영화제 조직위는 갑작스런 최진실의 사망으로 노심초사했다. 개막식 일부 게스트가 최진실의 빈소를 방문하기 위해 개막식에 불참할까봐 우려했고 정상급 영화배우의 사망으로 축제 분위기가 가라앉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실제로 일부 영화배우와 연예계 관계자, 언론사들은 부산으로 내려가다 일정을 바꿔 서울로 돌아오기도 했다.
다행히 요트경기장을 찾은 1만여 영화팬들의 열기와 배우들의 화려한 자태가 어우러지며 부산영화제의 잔치 분위기는 이어졌으나 미소 짓는 스타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아 보였다.
검찰과 경찰은 최진실이 자살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사채설 루머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최진실의 계좌추적을 벌이는 한편, 사고당일 최진실의 행적에 대해서도 정밀하게 조사키로 했다.
한편, 검·경은 최진실이 고 안재환의 자살과 무관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진위 확인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경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 받아 최진실의 통장에 대해 계좌추적에 나설 방침이다.
검·경은 이와 함께 최진실의 자살동기가 석연찮다고 판단, 사고 전 최진실을 만난 관계자를 소환해 행적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연예계를 중심으로 최진실이 2일 새벽 0시께 귀가했다는 어머니의 진술과 달리 새벽 3∼4시까지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진술이 잇따르고 있어 사실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경은 최진실의 어머니와 메니저 등 관계자들을 불러 진술이 엇갈리는 4시간여 동안의 최진실 행적에 대해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관계자는 “지금까지 확인된 행적만으로는 자살동기가 불투명하다”면서 “진술이 엇갈리는 4시간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최진실의 자살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진실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날 오전 본지에 긴급 제보전화 한 통이 날아들었다. 익명을 요한 제보자가 전한 내용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으며,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번 최진실 자살사건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로 보고, 본지는 사실 확인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렇다면 과연 톱스타 최진실의 죽음이라는 사실 뒤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그 진실을 파헤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글 유병철 기자·사진 송원제 기자/ybc@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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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