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윤석금 판결 막후

다들 잡아넣고 윤 회장만 봐주나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하루를 사이에 두고 재벌그룹 오너 두 사람이 연이어 법정에 섰다. 1000억원대 배임 행위라는 비슷한 혐의를 받았지만 판결은 감형과 실형으로 엇갈렸다. 전자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후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재판부의 결정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건 당연했다. 사법부가 말하는 공정성이라는 잣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쪽만 봐준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들끓고 있다.

책 외판원에서 대기업 총수로 올라선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1980년 한국 브리태니커에 입사한 이래 최고의 영업맨으로 불리던 그는 자본금 7000만원으로 독립해 웅진그룹의 기반을 만들었다. 이후 웅진그룹은 웅진식품, 웅진코웨이 등 15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샐러리맨 신화
경제사범으로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던 웅진그룹의 위용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흔들린다. 건설경기 악화, 금융업 부실, 태양광산업 침체 등 연속된 악재로 위기에 봉착한 것도 이 무렵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윤 회장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9월까지 채무 상환의 능력과 의사가 없는데도 1198억원 상당의 CP를 발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웅진그룹은 CP 발행 전에 이미 회생신청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CP 발행 사기’ 의혹을 샀다. 2011년 9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웅진홀딩스·웅진식품·웅진패스원 등 우량회사 자금을 임의로 끌어다 부실회사인 웅진캐피탈에 지원해 968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추궁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8월 윤 회장의 구속 여부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윤 회장이 극동건설과 웅진캐피탈 등 그룹내 부실 계열사에 715억원을 부당지원한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다만 윤 회장이 2012년 1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발행한 사기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피해보전을 위해 노력한 점을 감안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아 항소심에서 감형 받을 여지도 남겨뒀다. 이 같은 결정은 웅진그룹이 경영공백을 맞이하면 피해자 구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 회사들에 대한 구체적 변제계획을 제출했다”며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구속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어음 발행부분이 무죄로 인정받으며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웅진그룹은 형량 감형을 위해 항소했고 예상은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다.


지난 14일 열린 항소심에서 결국 윤 회장에게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최재형)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추가적인 변제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을 상당부분 인정해준 셈이다. 윤 회장과 함께 기소된 웅진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에게는 징역 2년6개월과 집행유예 3∼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회장의 지원행위 자체가 지원 회사 고유의 이익보다는 극동건설이나 서울상호저축은행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다”며 “윤 회장은 CP 발행 당시 웅진코웨이 매각대금으로 CP를 변제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뒤 웅진코웨이 매각을 진정성 있게 추진했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윤 회장에게 감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판단을 수긍하기 애매하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추가 변제 방안을 위해 노력한 윤 회장의 행보를 사실상 인정했지만 이전부터 윤 회장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잡음이 이어져왔다. 특히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윤석금 회장의 부인이 웅진씽크빅 보유주식을 전량 처분했던 정황은 도덕성에 대한 자질을 의심케 만들었던 사건이었다.

불구속 재판
처음부터 영∼

윤 회장의 부인인 김향숙씨는 지난 2012년 9월24일과 25일 양일에 걸쳐 소유하고 있던 웅진씽크빅 주식 4만4781주(0.17%) 전량을 장내에서 팔았다. 웅진씽크빅 주가가 8850∼896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도금액은 3억9750만원가량이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김씨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동반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보유 주식 전량을 매도해 손실을 줄였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로 김씨가 주식을 팔던 당시 웅진씽크빅 주가는 8000원 후반이었고 26일 종가가 전일보다 13.39%(1200원) 내린 776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씨는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에 보유 주식을 매도해 5000만원가량의 손실을 줄인 셈이다.

1000억대 배임 혐의 항소심서 집유
실형 선고받은 이재현 회장과 상반

이렇게 되자 김씨가 웅진씽크빅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회사 측은 “김씨가 보유한 지분이 워낙 적고 경영권과 관련이 없었기에 진작부터 정리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윤 회장의 친인척들이 비슷한 시기에 웅진코웨이 주식 장내 매도에 나선 정황도 포착됐다. 당시 웅진코웨이 주가는 매각 이슈로 3만원대에서 4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윤 회장의 감형은 최근 대기업 오너일가의 비리에 엄중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던 사법부의 입장과도 궤를 달리한다. 하루를 사이에 두고 상반된 결정이 이뤄진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비교하면 더욱 극명해진다. 

지난 15일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1600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적용된 252억원 상당의 조세 포탈 혐의와 115억원 상당의 횡령 혐의는 지난 9월 대법원 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더 이상 변동의 여지가 없게 됐다.

재판부는 “다수 임직원을 동원해 거액의 세금을 포탈하며 조세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은 책임을 낮게 평가할 수 없다”며 “기업의 총수라도 엄중히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게 할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선고 직후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재상고할 뜻을 밝혔지만 대법원의 판단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한 파기환송심을 대법원이 다시 깨뜨릴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만성신부전증으로 신장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구속집행정지가 결정된 이후 이 회장은 건강상태 악화로 불구속 상태에서 치료를 받으며 재판을 이어왔다. 신장이식 수술 뒤 급성 거부 반응, 수술에 따른 바이러스 감염 의심 증상, 유전적인 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CMT)’질환 등을 앓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실형 선고를 받았지만 이 회장은 곧바로 수감절차를 밟지는 않는다. 내년 3월21일까지 예정된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 회장이나 검찰 측의 상고로 심리가 진행되면 기록을 넘겨받은 이후 구속집행정지 만료일 전까지 유지 또는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부도 전 주식처분
도덕성도 꽝인데…

구속집행정지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이 회장은 2년6개월 가운데 지난 2013년 7월1일∼8월20일, 지난해 4월30일∼6월24일까지 두 차례 구금된 일수를 제외한 나머지 형기를 채워야만 한다. 이 회장이 재상고 하더라도 10년 미만 징역형에 대해선 양형 부당을 이유로 대법원에서 다툴 수 없다. 혐의 중 일부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지 못하는 한 이 회장은 별다른 대응책을 찾기 힘든 셈이다. 

이 회장에 앞서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으로부터 실형 확정 판결을 받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 과 최재원 부회장 형제 역시 재판부로부터 비슷한 설명을 들어야 했다.

최 회장 형제 사건을 맡았던 항소심 재판부는 “기업인으로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부를 축적해야함에도 일확천금 획득을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물론 윤 회장과 마찬가지로 김승연 한화 회장의 경우 개인적 이익을 위한 범행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례가 있다. 김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는 “한화그룹 자체의 재무적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우량 계열사 자산이 동원된 것으로 기업주가 회사 자산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전형적 사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윤 회장과 김 회장의 사례는 시기상으로 격차가 있고 그 사이 오너 일가의 비리를 바라보는 재판부의 시선이 달라졌음을 감안해야 한다.

윤 회장의 감형은 웅진그룹에 청신호나 마찬가지다. 윤 회장의 두 아들을 그룹 전면에 내세우고 본격적인 2세 경영체제로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그룹에는 윤 회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두 아들 모두 30대에 불과한 젊은 나이인 점을 감안하면 윤 회장의 빈자리를 대체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회장의 경험과 추진력이 절실한 셈이다.

재판부가 나서 웅진그룹 걱정?
비슷한 죄목 전혀 다른 법 잣대

실제로 현재 웅진그룹은 법정관리를 거치며 외형이 크게 줄어들었다. 웅진코웨이(현 코웨이)와 웅진케미칼(도레이케미칼), 웅진식품 등 핵심 계열사 대다수는 팔려나갔다. 윤 회장은 우선 그룹이 적극적으로 진행 중인 화장품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과거의 방식을 벗어나 온라인 방문판매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방식을 개발 중이며 수입 위주의 제품에서 자체 브랜드 화장품을 선보이겠다는 전략도 마련했다.


또 2017년부터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 현재 코웨이가 하고 있는 환경생활가전사업도 추진할 수 있다. 2013년 매각 당시 5년간 겸업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을 뒀지만 5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이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 웅진싱크빅을 중심으로 스마트러닝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총수 부재에 직면한 CJ그룹은 불투명한 미래에 직면했다. 특히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 시장 개척이나 대규모 인수합병에서 회장 부재로 인한 차질이 크다. 이는 그룹의 성장동력과 직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실제로 CJ그룹 투자실적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2012년 3조원에 육박했던 CJ그룹 투자는 지난해 2조원을 밑돌았다. 이 회장 부재 이후 큰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회 줘야한다”
그룹 재건 가능?

현행법에 따르면 300억원 이상 배임횡령의 양형기준은 징역 5∼8년이고 감형사유에 따라 징역 4∼7년형이 선고된다. 그러나 법의 적용은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비슷한 배임혐의라도 ‘국가 경제활동에 기여할 기회를 줘야한다’는 판결과 ‘누구에게나 비슷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물론 법 적용 과정은 끊임없는 고민의 산물이다. 다만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사안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른다. 감형이 결정된 윤 회장에게 꼬리표처럼 붙는 의문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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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