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누리당, 엄마부대 배후 조종 의혹 추적

지부장 3명 중 2명이 새누리당 당원인데 대표는 몰랐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정치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며 유명해진 엄마부대 봉사단이 순수성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엄마부대 활동에 새누리당 인사들이 적극 개입해온 정황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포착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엄마부대는 순수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자신들은 평범한 엄마들일뿐이며,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을 옹호하는 단체는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과연 엄마부대의 실체는 무엇일까?
 

“세월호 특별법 논란, 통합진보당 해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박원순 아들 병역비리 의혹, 방송인 김제동 퇴출 시위 등등…”

엄마부대 봉사단(대표 주옥순, 이하 엄마부대)은 정치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며 유명해졌다. 이들은 박근혜정부를 공격하는 반국가 선동시위꾼들을 방치할 수 없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폭언을 쏟아냈고,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며 상복을 입고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새누리당 개입?
새누리당과 연대?

최근에는 방송인 김제동씨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SBS사옥 앞에서 김씨의 방송퇴출을 요구하는 시위를 한 달가량이나 진행하고 있다. 엄마부대는 대체로 정부와 여당을 옹호하는 활동을 벌여왔기 때문에 진보진영에선 이들이 정부와 여당의 지원을 받고 있는 단체는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주옥순 대표는 그런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우리들은 평범한 엄마들일뿐이며,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을 옹호하는 단체는 아니다”라고 적극 항변해왔다. 그런데 <일요시사>는 엄마부대 활동에 새누리당 인사들이 적극 개입해온 정황을 단독으로 포착했다.


우선 엄마부대에서 홍보실장이라는 중요 직책을 맡고 있는 A씨는 경기도 군포시 새누리당 당협위원회의 고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군포시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한 모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캠프에서도 SNS 지회장이란 중요 직책을 맡아 활발히 활동 중이다.

A씨는 새누리당 경기도당 SNS 부지회장이기도 하다. 새누리당 간부가 엄마부대에서 중요 직책을 맡고 활동해온 사실이 드러난 만큼 엄마부대의 순수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총선 앞두고 지역 지부 잇달아 창설
지부장 3명 중 2명이 새누리당 당원

이에 대해 주 대표는 “A씨가 새누리당 당적을 가진 분인지 전혀 몰랐다”면서 “당적을 가진 분이면 우리 단체에서 활동할 수 없는 것이 맞다. A씨에게 당적을 정리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A씨도 “주 대표에게 내가 새누리당 당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따로 한 적은 없다. 엄마부대에서 활동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일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씨는 “그렇지 않아도 이런 지적이 있어 엄마부대 활동을 정리하려고 했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도와야 하기 때문에 새누리당 당적을 버릴 수는 없고 엄마부대 활동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후보 선거캠프에서까지 활동하고 있는 새누리당 인사가 엄마부대에서 중요 직책을 맡아왔으니 그동안 엄마부대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수밖에 없다. A씨는 이날 오전까지도 자신의 SNS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막말을 한 새정치연합 이용득 최고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적극 홍보하고 있었다.

‘홍보실장 정도면 엄마부대 활동방향 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주 대표도 “아무래도 영향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주 대표가 이 같은 사실을 정말 몰랐는지는 의문이다. 군포시 엄마부대 지부 창설식엔 새누리당 당협위원장까지 참석했었다. 이전부터 엄마부대가 새누리당과 폭넓은 교류를 해왔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주 대표는 “해당 인사를 지부 창설식에 초대한 적도 없는데 제 발로 찾아 온 것”이라며 “그래도 지부 창설식에 찾아온 손님을 내쫓을 수는 없지 않나? 엄마부대는 새누리당과 어떤 교류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순수성 논란
정권 나팔수였나?

이들의 공통된 주장처럼 A씨가 자신이 새누리당 인사라는 사실을 숨기고 몰래 엄마부대에서 활동해온 것이라고 해도 역시 문제다. 이 경우엔 새누리당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엄마부대를 이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경우가 도덕적으로는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수상한 정황은 더 있었다. 엄마부대는 최근 전국에 지부를 창설하고 있는데 엄마부대 경기본부 및 군포시 지부장을 맡고 있는 B씨와 시흥시 지부장을 맡고 있는 C씨도 새누리당 당원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엄마부대는 최근까지 경기 군포, 시흥과 경남 등 3곳에 지부를 창설했는데 3곳 중 2곳의 지부장이 새누리당 당원이었던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B씨와 C씨의 경우 선거 캠프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현재 별다른 직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 당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쯤 되니 엄마부대가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돕기 위해 전국적으로 지부를 창설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엄마부대는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지부 창설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이미 밝힌 상태다.

엄마부대는 각 지부를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국가적인 이슈가 있을 때는 모든 지부가 서울에 모여 집회를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30~40명 규모로 창설된 엄마부대는 불과 2년여 만에 전국 회원 수가 약 1300명에 달하는 대형 단체로 성장했다.

전국 조직화
총선 지원?

주 대표 역시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동감했다. 주 대표는 “엄마부대는 순수한 단체인데 새누리당 분들이 지부장을 맡는 등 우리 단체에서 몰래 활동하고 있었다면 문제”라며 “아무래도 엄마부대가 인지도가 높고 조직력이 있으니까 선거를 앞두고 우리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다. 기자님이 지적해주셔서 이제야 그런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엄마부대 내에 새누리당 인사가 더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엄마부대에 가입시킬 때 당원 가입 여부 등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엄마부대에 새누리당 쪽 사람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며 “앞으로는 가입시킬 때부터 철저히 검증하도록 하고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당적을 확실하게 정리 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엄마부대는 철저히 베일에 감춰져 있는 단체다. 엄마부대는 홈페이지나 사무실도 따로 없다. 다만 주 대표는 과거 보수단체인 뉴라이트의 간부를 지낸 바 있고, 역시 보수단체로 분류되는 탈북여성회와 나라지킴이여성연합 등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 대표는 자신은 한 번도 당적을 가진 적이 없다며 스스로 정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주 대표는 엄마부대가 세간의 의혹처럼 정부지원금을 받기는커녕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회비로 팍팍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수한 단체라더니…정말 몰랐나?
조직 성향·방향 두고 논란 일듯

그런데 <일요시사>는 취재과정에서 사무실이 따로 없다던 엄마부대가 사회공헌네트워크라는 단체의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 사회공헌네트워크는 사회공헌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해 기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제고하고 사회공헌의 공급과 수요를 연결시키기 위해 창설됐다.

쉽게 말해 기업들에게 맞춤형 사회공헌컨설팅을 제공하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단체다. 해당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건물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해당 사무실이 엄마부대의 사무실이 맞다고 확인해줬다. 다소 진보적인 성향으로 보이는 해당 단체가 극우 단체로 분류되는 엄마부대와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다고 하니 흥미로웠다.

해당 사무실에 엄마부대와 관련한 간판 등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해당 사무실에 찾아가 관계자에게 엄마부대에 대해 묻자 “엄마부대가 이곳에서 가끔 모임을 하는 것은 맞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 관계자는 취재기자가 질문을 이어가려고 하자 바쁘다며 취재기자를 쫓아내다시피 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주 대표도 해당 단체와 엄마부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사무실 등을 가끔 빌려 쓰는 것뿐이라고 했다. 해당 단체는 최근 열린 엄마부대 후원의 밤 행사 때도 단체 명의로 해당 건물의 강당을 빌려줬다. 전혀 관련이 없는 단체가 엄마부대에 사무실 일부를 내어주고 강당까지 대여해줬다고 하니 다소 수상한 정황이었다. 하지만 두 단체 간의 연결고리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수상한 행적
도덕성 논란


마지막으로 야권의 한 관계자는 “엄마부대가 새누리당의 후원을 받고 있으면서도 일반 시민단체인 것처럼 위장해 여론을 호도해온 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반대로 새누리당 인사들이 일반 시민단체에 정체를 숨기고 가입해 영향력을 끼쳤다고 해도 역시 문제”라며 “엄마부대를 비롯한 보수단체들이 총선을 앞두고 연대활동을 강화하고 있는데 다른 보수단체들에도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잠입해 활동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하게 검증해봐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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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