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VS 박원순 ‘한판대결’ 전말

3라운드는 여의도서…이기면 대권티켓 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관가에서는 두 대선주자 간 불꽃 튀는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수당’을 두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승자는 부상(副賞)으로 ‘대선행 티켓’을 거머쥘 예정이다.

‘청년수당’이라는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대결이 흥미롭다. 1라운드에서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파이팅으로 나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장관에게 한방 날렸다. 곧 이어 벌어진 2라운드에서는 최 부총리가 한발 물러서는가 싶더니 매서운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서로 한 방식 유효타를 주고받은 상황에서 국민의 눈과 귀는 3라운드로 향해 있다.

청코너 최경환

지난달 초 아젠다가 던져지자 최 부총리는 “선심성 인기영합주의 정책”이라고 평가절하 했고, 박 시장은 “현장에 20여일이라도 가보고 그런 말을 하라”고 응수했다. 예열을 마친 박 시장은 매섭게 파고들었다. MBC <100분토론>이 청년수당을 주제로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과의 토론을 제안하자 박 시장은 최 부총리와의 끝장토론을 역 제안했다. 표면적 이유는 “고용뿐 아니라 복지정책까지 맡고 있는 사람이 토론장에 나오는 게 맞다”는 논리였지만, 최 부총리를 노렸다는 게 정가의 시선이다.

박 시장의 제안에 최 부총리는 아웃복싱으로 응수했다. 끝장토론에 대해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히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 부총리는 “주요20개국(G20) 출장 중인 가운데 박 시장이 청년고통 문제 해결을 위해 나와 끝장토론을 하자는 이야기를 보도를 통해 들었다”며 “박 시장이 청년고통을 덜어주고 싶다면 노동개혁을 반대하는 야당대표를 먼저 만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박 시장에 대한 반격을 준비했고 한다. G20 일정을 소화하고 지난달 18일 저녁에 귀국한 최 부총리는 다음날 있을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위해 실무진이 준비한 두 개의 발표문 중 청년수당 발언이 강한 쪽을 골랐다고 전해진다.


2라운드가 끝난 상황에서 일단 여론은 최 부총리에게 유리하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18일에 조사해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 시장의 정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7.4%를 기록, ‘반대한다’는 54.4%에 17%포인트 차로 밀렸다(‘잘 모름’ 8.2%, 전국 성인남녀 5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한방 날린 박원순·카운터 날린 최경환
복귀 전 ‘박원순 때리기’ 타켓 삼았나?

기세를 이어 최 부총리는 지난달 23일 기재부회의에 참석해 다시 한 번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는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혜성 현금지급 등의 포퓰리즘 정책은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혜성 현금지급’의 대상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 시장이었지만, 앞선 상황을 봤을 때 박 시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정가의 중론이다.

또한 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해당 정책을 멈추지 않을 경우 패널티를 부과할 수 있음을 전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지방교부세 감액 등의 패널티를 주겠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이어서 지난 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교부세 배분·삭감 기준 등이 수정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개정안’이 의결됐다. 최 부총리의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사태는 어느덧 정부 대 박 시장의 국면으로 전환됐다. 장외에서는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과 박 시장 간의 설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무대도 다양하다. 한 번은 국무회의에서 또 한 번은 SNS 상에서 펼쳐졌다.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최 부총리와 함께 참석한 정 장관은 “지자체의 과한 복지사업은 ‘범죄’로 규정될 수도 있으나, 처벌조항이 없어 교부세로 컨트롤하기로 했다”라며 시행령 개정 취지를 밝혔다. 이에 박 시장은 “정책의 차이를 범죄로 규정하는 건 지나치다”고 맞섰다. 국무회의를 주재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중재에 나설 때까지 박 시장과 참석 장관들 사이의 언쟁은 끊이지 않았다.

국무회의 즉시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은 긴급브리핑을 열고 “서울시의 반대의견에도 개정안이 결국 원안 통과된 데 대해 서울시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청년수당 제도를 도입해 불이익을 받더라도) 도입을 강행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날 사태는 진실게임으로 번졌다. 정 장관은 지난 2일 자신의 SNS 계정에 “(서울시의 전언과 달리) 청년수당을 ‘범죄’라고 언급한 바가 없다”고 글을 올려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1일 밤늦게 박 시장이 SNS에 올린 글에 대한 반박이었다. 박 시장은 ‘청년수당은 범죄?…정종섭-박원순 국무회의서 충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하고, ‘시민 여러분의 생각도 같으신지요? 청년수당이 범죄인가요?’라는 글을 올렸다.

홍코너 박원순

청년수당은 단순 정책의 문제를 넘어서 문·박 연대라는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또한 최 부총리와 박 시장 간 대결의 서막을 알렸다. 잠룡들의 대진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12월 중으로 최 부총리의 정가 복귀가 예상되고 있어 3라운드는 여의도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가 복귀 신호탄으로 박 시장을 골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최 부총리의 합동 공세에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박 시장의 다음 카드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경환·정종섭 무혐의 처분
“총선필승”은 의례적 발언

‘선거개입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던 ‘총선필승’ 발언이 결국 무혐의로 결론 났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신 부장검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이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한 발언이 의례적인 것이라 보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발언은 두 사람의 지휘·감독권이 미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초대받은 입장에서 나온 의례적 발언이거나 정부 시책에 대한 지원과 협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표출된 즉흥적 또는 단발성 발언으로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즉 해당 발언이 공직자 직무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지난 8월경 있었던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최 부총리는 “내년에 잠재성장률 수준인 3% 중반 정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 당의 총선 일정 등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으며, 정 장관은 연찬회 건배사로 ‘총선 필승’을 외쳤다.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두 사람을 검찰에 고발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