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가는 공안정국 시그널 5

복면만 쓰면 선량한 국민도 'IS'?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사회 곳곳에서 포착되는 신호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1980년대 대한민국을 휘감았던 ‘공안 만능주의’가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노동계 쪽에서 확산되고 있다.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된 지금, 대한민국 지도부는 테러와 국민의 연결고리를 찾기 바쁜 모습이다.

공안정국의 전조가 보인다. 정부와 시민이 강대 강으로 맞섰던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 현장,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그 곳 상황에 대해 정부와 보수언론은 집회 참가자의 잘못으로 결론짓고 있다. 정부·여당은 앞선 시위를 ‘폭력행위’로 규정하고 관련법들을 쏟아내는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심지어 자국민을 ‘IS’에 비유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설 뜻을 전했다.

민중총궐기는
폭력집회

지난 24일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당초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직접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작심한 듯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회의장에서 박 대통령은 “오늘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긴급히 소집한 이유는 이번 순방 직전과 도중에 파리와 말리 등에서 발생한 연이은 테러로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고, 이에 어느 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급박함 때문”이라며 “테러단체들이 불법시위에 섞여 들어올 수 있다. 복면시위는 못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슬람국가(IS)도 지금 그렇게(복면 쓰고) 하고 있지 않느냐”며 관련법안 발의를 정치권에 촉구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감청을 가능케 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을 비롯해 ‘테러방지법’ 등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이후 야당은 물론 사회 각계에서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지난 25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민주국가의 지도자로서 적절한 발언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발언이 있었던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브리핑을 갖고 “대통령은 지난 14일 집회에 대해 언급하며 집회 참가자를 IS에 비유하기도 했다”며 “아무리 못마땅하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국민을 IS에 비유하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성향의 언론은 한 외신기자들의 반응을 전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의 알라스테어 게일 한국지국장은 지난 24일 개인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의견을 남겼는데, “한국대통령이 마스크를 쓴 자국의 시위대들을 IS에 비유했다. 이건 정말이다”라고 놀라움을 표했다.

복면 쓰면
국민도 IS?

민중총궐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경찰의 과잉진압’과 ‘불법폭력 시위’ 사이에 의견이 팽팽한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폭력상황이 발생한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경찰의 과잉진압이라고 답변한 사람이 전체 40.7%, 불순선동세력의 책임이라는 응답은 38.2%로 나오는 등 오차범위 내에서 존재했다(둘 다의 책임이라는 의견은 15.8%, 잘 모르겠다는 5.3%. 성인 500명을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그 중 과잉진압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공안정국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외적으론 ‘프랑스 테러’, 대내적으론 ‘민중총궐기’를 전후로 공안이 강화될 것을 알리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잡힌다고 주장한다.

그 첫 번째 신호는 ‘복면금지법’이다.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지난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복면금지법)’ 발의를 알렸다. 정 부의장을 포함해 새누리당 소속 의원 32명이 발의한 이 법안의 핵심은 집회 또는 시위장소에서 신원확인을 어렵게 하는 복면 등을 착용하는 행위를 금지하자는 것이다.

사회 곳곳서 포착되는 공안 신호들 추적
테러와 국민 연결고리 찾으려는 대통령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해당 법안 제안 이유를 보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적극 보호 받아야 하나, 매년 집회·시위가 불법적이고도 폭력적인 시위형태로 변질함으로써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질서를 혼란케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해당 법안에 대한 전문가들 견해는 찬반으로 갈린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연합뉴스>를 통해 “복면을 쓴다는 건 불법적인 행위를 은폐하고 수사기관의 검거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반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면금지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 해당 법안이 실제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두 번째 신호는 ‘민주노총 압수수색’을 꼽는다. 지난 21일 해당 집회에서 과격·폭력 시위 여부를 수사 중이던 경찰은 민주노총 사무실을 전격 수색했다. 이는 지난 1995년 민주노총이 설립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경찰이 공개한 시위물품들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손도끼, 해머, 밧줄 등 상대방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도구들이 사무실에서 나옴으로써 여론은 민주노총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이는 알려진 사실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사자의 주장에 따르면 시위용이 아닌 퍼포먼스용이라는 것이다.

노조 법률원인 송영섭 변호사는 지난 23일 국회 인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관련 없는 물품을 압수했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해머는 퍼포먼스용으로 사용해온 것이며 밧줄은 경찰버스 당기기에 사용된 것과 전혀 다른 모양으로 체육대회 줄다리기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서 그는 절단기·폭죽 등 경찰이 제시한 물품들은 모두 개인 또는 퍼포먼스용, 아니면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거나 사용된 사실이 없는 물건들이라고 강조했다.

한상균 포위
백남기 위중

세 번째 신호는 국민에 대한 ‘과잉 공권력’ 문제다. 지난 14일 현장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씨는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쓰러진 다음날 수술을 받았지만,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지난 25일 백씨의 큰딸 백도라지씨는 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단체들과 함께 청와대 근처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찾아 박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관계자들은 면담요청 사유를 밝히면서 “총궐기 전부터 집회를 폭력시위로 규정하며 평화행진을 차벽으로 막고 물대포를 쏜 경찰의 살인적 폭력진압은 이미 동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통령은 백남기씨에 대한 공권력의 폭행에 대해서는 외면하면서 국민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앞서 백씨 가족과 농민단체 회원들은 지난 18일 강신명 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들을 살인미수와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네 번째 신호는 정부의 ‘테러마케팅’이다. 정부가 테러를 홍보도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 당시 전병헌 최고위원은 “국정원이 테러마케팅으로 공안정국화 시도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잉 공권력 문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
양지로 나선 국정원, 음지로 숨는 국정화

전 최고위원은 국정원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시리아 난민 200명의 입국사실을 발표하는 등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이같이 지적했다. 이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양한다’는 국정원의 설립취지와 대치되는 부분이다.


시점 자체도 미묘하다고 봤다. 최초로 해당 소식이 알려진 것은 지난 1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은 소속 의원들에게 이같이 보고했다. 민중총궐기가 있은 후 ‘과잉진압’이냐 ‘과격시위’냐를 두고 사회가 사분오열 갈라져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였다. 또한 국정원이 발표할 성질의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난민 문제의 경우 외교통상부나 출입국을 담당하는 법무부가 맡아서 해야 할 일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테러마케팅을 지적한 전 최고위원은 이어 “(국정원이) 정제되지도 않은 IS관련 첩보들까지 쏟아냈다”며 “‘테러모드형 신 공안정국’이다”라고 비판했다.

공안정국을 알리는 또다른 신호는 ‘국정화 여론몰이’다. 최근 야당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찬성여론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여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차떼기’ ‘명의도용’ 등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가지고 이같이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행정예고 여론수렴 마감일인 지난 2일 찬성의견서 수만 장이 서울 여의도의 대형 인쇄소에서 대량으로 인쇄돼 밤 11시쯤 정부세종청사에 배달됐다”고 전했다. 즉 교육부로 전해진 국정화 찬성의견서가 사실은 신원을 알 수 없는 몇몇 사람과 단체에 의해 대량으로 만들어 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국정원 권한 ↑
국정화 여론 ↓

결국 테러와 집회의 연결고리 찾기, 그리고 국정화 여론몰이를 통해 정부·여당이 ‘반대의견=전복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짠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공공의 안전’을 뜻하는 단어가 공포의 대상이 된 부분이 아이러니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의 정치인 혼내기
“국회가 립서비스만 하고 있다”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가)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자기 할 일을 않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위선이다”라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부적절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당 발언이 있은 지 하루가 지난 25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광주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국회를 탓하고 야당 탓을 하는 것이 너무 잦고 지나치다”며 “비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지 국민들을 적처럼 생각하는 자세로 국정을 이끌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변인들 또한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유체이탈 화법’ 등을 거론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하는 이들 중에는 시점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 중이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가장례 중 여야도 정쟁을 삼가고 있는데,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매도하는 수준의 비난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행정부 입장에서 보면 국회의 견제가 때로는 방해처럼 생각되고, 발목을 잡는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원망과 탓만으로는 그 어떤 문제든 해결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