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천국’ 미국 골프위기론

골프인구 점점… “젊은층 잡아라”

미국 골프 업계는 요즘 울상이다. 골프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언론들이 최근 ‘골프는 위기다. 이대로 계속 가면 골프의 미래도 없다’는 경고성 기사를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10대 후〜30대 초 밀레니엄 세대 이탈
“젊은 골퍼 못 잡으면 미래 없다”경고

줄어드는 골프 인구
휘청대는 골프 산업

이른바 ‘밀레니엄 세대’로 불리는 10대 후반~30대 초반의 젊은 세대가 골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골프 업계는 “젊은 골퍼를 잡아라”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미국의 대표적 스포츠 용품 매장인 ‘딕스(Dick’s)’는 최근 매장 내 골프 코너에서 근무하던 티칭 프로 등 골프 전문 직원 400명 이상을 정리해고 했다.

비관적 전망
위기감 고조

골프 매장을 축소했고 그렇게 확보한 여유 공간에 여성과 아이들 스포츠 의류 코너를 확장했다. 딕스가 이런 결정을 내려야 했던 근본 원인은 골프 인구의 감소이다.
전미골프재단(NGF)의 조 베디츠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골프 인구는 2003년 30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500만 골퍼를 잃어 현재의 골프 인구는 약 2500만명이지만 몇 년 안에 500만 골퍼가 또 떠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전미스포츠용품협회는 더 비관적 숫자를 내놓았다. 미국 골퍼는 2009년 2230만명이었고, 지난해 1890만명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NGF가 최근 18세 이상 1200명을 상대로 골프 인식 설문조사를 한 결과 57%가 골프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그들이 골프를 표현한 가장 대표적 단어는 ‘재미없다(boring)’였다.
미 언론들은 “골프 입문 연령대인 18~30세의 골프 인구가 지난 10여년간 35% 정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이것이 골프 전체 인구 감소의 가장 직접적 이유”라고 지적했다.
스포츠피트니스산업협회(SFIA)의 통계에서도 18~34세 인구 중 골프를 하는 사람은 2009년에서 2013년 사이에 13% 감소한 반면, 마라톤 같은 달리기 인구는 29%나 증가했다. SFI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이 젊은 세대 중 달리기·조깅 인구는 2400만명, 볼링은 1550만명, 골프는 650만명 수준이다. 골프 인구는 요가 인구(1100만명)보다도 450만명이나 적다.
젊은 세대가 골프를 외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일정 수준의 실력을 갖추기 어려워 성취감을 느끼기 힘들다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 같은 운동 효과가 없다 ▲함께 골프 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등이다.
병원에서 접수 업무를 하는 브리트니 위크(25)씨는 고교 때 골프를 즐겼지만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골프 칠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위크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주말에 시간이 나도 동갑내기 남편과 시간을 보낸다. 남편이 골프를 안 치니까 혼자 골프하긴 싫어서 결국 안 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스포츠 평론가인 맷 파월씨는 “골프는 느리고, 플레이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 또 비싸다.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스포츠”라고 말했다. 특히 초보자가 일정 수준의 실력을 갖추려면 많은 시간이 들고 상당한 수모를 겪어야 하는 점도 젊은 세대가 외면하는 주요 이유이다.
최근 골프 관련 조사들을 보면 골프를 자주 치는 골퍼의 평균 연령은 계속 높아지고, 젊은 층에서는 골프를 치는 횟수가 점점 줄고 있다. 65세 이상 골퍼는 일주일에 1회 이상 골프를 즐기는데, 29세 이하는 1년에 평균 7회 라운딩하는 데 그쳤다.
미국골프협회의 마이크 데이비스 국장은 “골프 관련 모든 통계를 종합해볼 때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결국 젊은 골퍼의 확보”라고 강조했다.
WSJ는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9홀 캠페인(Play 9 campaign)’이 전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18홀을 소화하기에는 시간도, 돈도 부족한 젊은이들을 겨냥해 ‘9홀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NGF의 통계에 따르면 카트비를 포함한 9홀 그린피는 23달러(약 2만4000원), 18홀은 52달러였다.
‘넥스트젠골프’ 등 젊은 골퍼의 확보에 주력하는 단체들은 “젊은 세대에 맞게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는 ‘퀵 골프’, 홀 크기를 피자 크기(지름 12인치)만큼 크게 만들기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골프 업계는 25세 동갑내기인 로리 매킬로이, 리키 파울러 같은 젊은 골프 스타에 대한 기대도 크다. 특히 이들의 활약이 ‘골프는 시간 많고, 나이 많은 늙은이의 스포츠’란 인식을 개선하고 젊은 세대를 골프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WSJ가 ‘골프의 위기’를 보도하자 독자 투고란에 골프 예찬론자들의 반론이 곧바로 올라왔다. 애틀랜타에 사는 로슨 글렌씨는 “골프는 원래 배우는 데도, 실제 경기를 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든다. 세상의 가치 있는 일들이 대부분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골프로 맺은 관계들은 더욱 의미 있고 더 오래간다”고 강조했다.
플로리다에 사는 필립 존슨씨는 “골프는 게임이지,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논리를 폈다. 농구나 테니스처럼 스태미나 혹은 힘이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 당구나 체스처럼 정확성과 능숙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존슨씨는 “골프는 3시간 넘는 동안 골프 클럽을 80회 안팎 휘두르는 게 운동의 전부”라며 “18홀 다 돌고 맥주 한잔하는 ‘19홀의 유혹’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중년 남자의 나온 배를 ‘골프 배’라고 부르기도 한다.
10대 고교생인 맬러리 브렛슨 양도 골프 옹호론자다. 학교 골프팀의 일원인 그녀는 “골프는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며 “나는 70대 중반의 할아버지와도 동반 라운딩을 한다. 우리 집안 모두가 골프를 한다”고 말했다.
2030 세대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골프를 외면하자 미국골프협회(USGA)는 ‘매주 수요일에 9홀 경기를 펼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본 역시 경기 침체, 고령화 등의 이유로 몇 년째 골프 산업이 침체기를 겪고 있다.
다양한 레저 활동에 몰두하는 젊은 층이 골프장을 향한 발길을 끊은 것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일본골프장경영자협회는 내년 3월 말까지 ‘골프 20’이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20세가 되는 청년들에게 골프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주는 것이 목표다.
이 캠페인에 따르면 1994년 4월2일부터 1995년 4월1일에 태어난 사람은 신청을 통해 골프장 9홀 무료 라운드, 골프 연습장 1시간(공 100개) 무료 이용, 렌털 클럽 무료 이용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일본골프장경영자협회는 ‘20세 청소년은 미래 일본 골프계를 담당할 주역’이라는 슬로건까지 내세웠다.

사뭇 다른 한국
청년층도 관심

국내 골프 상황은 미국, 일본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 2004년과 2013년의 연령대별 골프장 이용 횟수를 비교하면 20대와 30대는 늘어난 것으로 드러난 반면 40대부터 60대 이상까지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의 연간 골프장 이용 횟수는 10년 전 3.7회에서 5.1회로 증가했다. 50대와 60대의 이용 횟수는 평균 3회 가까이 줄었다.
소득 수준이 높은 중년 이상의 골프 인구가 여전히 청년층보다 많기는 해도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선진국 골퍼의 연간 골프장 이용 횟수는 미국이 17~18회, 일본이 13회 정도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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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