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자치단체장 탐구⑨ 서민의 ‘절친’ 이시종 충북도지사

‘충북토박이’의 시종일관 충북사랑 “진하다”

재선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충북도지사에 출마한 민주당 이시종 후보가 ‘선거불패’의 신화를 이어갔다. 6·2 지방 선거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를 따돌리고 ‘충북도의 수장’에 오른 것. 이에 따라 이 지사는 앞으로 4년 간 충북도의 도정을 맡아 꾸려가게 됐다. ‘대한민국의 중심에 우뚝 선 당당한 충북’을 자신 있게 약속한 이 지사. 그의 당찬 행보에 주목해봤다.

행정관료 뿐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도 당당히 성공
국비확보 위해 중앙무대 오가며 부지런히 발품 팔아

1947년 4월 충주시 주덕읍 덕련리 창동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이시종 충북지사 는 ‘충북 토박이’다. 청주고를 거쳐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1년 제10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의 길로 들어섰다.

충북도 법무관으로 공무원의 첫발을 내디딘 그는 강원도 기획담당관, 내무부 행정관리담당관, 대통령 비서실,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친 뒤 1989년 1월부터 2년 간 충주시장으로 일했다. 공무원의 길을 걸은 지 18년 만에 ‘금의환향’한 것.

이후 이 지사는 충북도 기획관리실장과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사정기획심의관 등을 지내는 등 중앙과 지방의 다양한 부서에서 두루 근무하며 내무·지방·경제·행정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그에겐 남들이면 한두 개씩 내걸었을 외국 유명대학 박사학위 하나 없다. 외국유학 한번 제대로 못 가본 고지식한 행정전문가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당시 공직을 떠나면 마치 죽기라도 할 것처럼 다른 데는 눈도 돌려보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공직에 ‘올인’한 때문에 그에게는 ‘일 잘하는 사람’ ‘거짓말 안 하는 정치인’ ‘평범한 목민관’ 등의 각종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녔다.

중앙과 지방을 오가며 쌓은 행정경험 덕분에 그는 1995년 7월 민선 1기 충주시장에 당선된 데 이어 3기까지 잇따라 충주시장을 역임할 수 있었다. 정통 행정관료로 뿌리를 내린 것이다.
2004년 4월 제17대 총선 때 국회로 진출한 그는 4년 뒤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고교 동창이자 친구인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를 접전 끝에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하는 등 행정관료 뿐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도 성공한 모습을 보여줬다.

일 잘하는 사람
평범한 목민관

이번 지사 선거를 앞두고 ‘도민의 지지로 얻은 국회의원직을 내던지고 지사 선거에 출마했다’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정우택 후보와 팽팽한 접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면서 앞으로 4년 간 충북의 시정을 도맡아 꾸려가게 됐다.

이 지사는 ‘함께 하는 충북’ ‘대한민국의 중심, 당당한 충북’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출범한 이시종호의 취임 후 한 달은 일자리 마련, 투자유치 등 ‘잘 사는 충북’을 위한 기본을 다지는 기간이었다.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조직개편, 인사에 이어 그는 국비확보를 위해 중앙무대를 오가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이 지사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을 방문해 충북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지경부가 승인권을 쥔 지역현안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또 그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제2차관을 차례로 방문해 “전국 시·도 가운데 도청 소재지와 제1, 제2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없는 곳은 사실상 충북이 유일하다”며 충청내륙고속도로 관련 예산 반영을 요청했다.

이 지사는 지역 출신 민주당 홍재형, 변재일, 노영민, 오제세 의원과 자유선진당 이용희 의원을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만나 내년 국비예산 확보 등과 관련한 지원사격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발로 뛰는 지사가 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무원들도 중앙부처의 신규 시책이나 충북에 이익을 주는 사업 추진현황을 파악해 대책을 추진하라는 지시에 따라 새삼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 지사는 향토 군부대인 37사단 및 장애인시설 방문 등 바닥의 민의를 읽기 위한 발품도 팔았다.

이 지사는 또 ‘세종시 원안’ 건설이 빨리 이뤄지도록 요청하는 일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이 지사는 홍재형 국회 부의장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행정안전부를 찾아 건설을 앞당겨줄 것을 촉구했다.
이 지사는 맹형규 행안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세종시 건설과 관련된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 변경고시를 8월 중 매듭짓고 세종특별자치시설치특별법이 빨리 만들어지도록 신경 써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청원군 일부지역의 세종시 편입문제와 관련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쏟았다. 세종시가 충남도 기초단체로 들어가는 가는 것을 반대하며 정부 직할 특별자치시의 법적지위를 가져야한다는 견해다.
또 이 지사는 과학비즈니스 벨트는 대선 공약인 만큼 세종시 수정안 국회부결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민경제 살리기
지역 균형 개발

이 지사는 “그동안 세종시에 과학비즈니스 벨트를 유치하는 것으로 정부가 가닥을 잡아왔기 때문에 수정안 부결로 과학비즈니스 벨트 중단이 우려된다”며 “충남도지사, 대전시장 등 3개 자치단체장과 민주당, 자유선진당이 공조해 과학비즈니스 벨트를 끌어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지부진했던 청주산업단지와 오창·오송산업단지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서민경제 살리기,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 이 지사는 “중부권 최대의 청주산업단지와 오창·오송 산업단지 활성화를 통해 충북이 기업도시, 경제도시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이들 산업단지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업 수요에 맞는 인력 개발 지원과 클러스터 사업, 기술협력사업 등 산학연 연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노후화된 청주산업단지는 아파트형 공장 건립, 기반시설 재정비, 친환경 산업단지로 전환하겠다”며 “오창 제2산업단지를 조기 조성하고, 오창산업단지와 청주테크노폴리스 간 연결 도로를 건설하는 한편 경제자유구역 지정 추진 및 청주국제공항 활성화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과학비즈니스 벨트’ 세종시 문제 관계없이 추진돼야”
“산업단지 활성화해 기업·경제도시로 거듭나게 할 것”


또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 지사는 “가장 먼저 바이오 및 의료 연구시설을 집적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첨단제품 개발에 필요한 세계적 수준의 연구공간을 제공함으로써 향후 10년 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신약 및 첨단의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실험동물센터, 임상시험신약생산센터 등을 설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그는 단지를 성공적으로 조성·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첨단의료산업기술진흥재단을 설립해 첨복단지의 핵심·지원시설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건립하도록 지원하겠다”며 “성공 가능성은 높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연구개발기관 및 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연구개발기금과 바이오토피아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바이오·의료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연합연구원을 설립, 단지 내 입주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 우수인력을 공급하겠다”고 덧붙였다.

도내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육성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도내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체 수의 98.4%인 6570여개에 달하고 있다. 고용인원도 13만여 명으로 76.8%를 점유, 충북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에 이 지사는 “그동안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앞으로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을 위해 중소기업육성자금과 신용보증을 확대 지원할 것”이라며 “우수제품 박람회 참가, 디자인개발 지원 등을 통해 판로 및 수출을 지원하는 한편, 기업인들이 신바람나게 경영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로 미래의 먹거리 사업을 창출하는 도전적·창조적인 벤처기업 육성이 지역 산업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관련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겠다”며 “1인 창조기업 육성에 따른 공간을 제공하고, 대학기업 창업 확대, 창업보육 공간 확충 등 중소·벤처기업이 지역에서 창업하고 기업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도민에 다가서려
도청 울타리 철거

이 밖에 이 지사는 “2010 대충청 방문의 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역특성을 살린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보존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충북의 관광기반을 정비하고 업계의 자립기반을 다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앞으로 유엔 산하 기후변화교육관 유치, 충북의 탄소거래소 설치, 백두대간을 비롯한 생태환경 보존 및 활용을 통한 환경관광도 건설, 언론매체 등과 연계한 충북 생태관광 명소 홍보에 나서 충북을 명실공히 누구나 즐겨 찾는 관광도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도청 철책 울타리 철거를 결정하기도 했다. 도민에게 다가가는 도정을 펼치기 위해서다. 도는 “민선 5기 도정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며 “도청 접근성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겠다는 의미도 있다”라고 말했다. ‘서민지사’를 표방한 이 당선자는 앞서 지사 관사를 개방하겠다는 공약에 따라 현재 활용 방안을 놓고 도민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도청 인근의 지사 관사는 공모를 거쳐 전시실, 미술관, 어린이·노인 관련 시설, 공원 등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처럼 지금 이시종호가 ‘대한민국의 중심 당당한 충북’을 향한 힘찬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 지사가 앞으로 어떤 도정을 펼쳐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시종 충북도지사 프로필
시종일관 당선…선거의 제왕!


■학력
·1959 충주 덕신 초등학교 졸업
·1962 충주 사범 병설중학교 졸업
·1966 청주 고등학교 졸업
·1971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경력
·1971 제 10회 행정고시 합격
·1971 충청북도 법무관, 세정과장
·1975 내무부 사무관
·1980 강원도 기획담당관, 영월군수, 내무부 행정관리 담당관
·1984 내무부 행정관리 담당관
·1985 대통령 비서실 건설교통 행정관
·1987 충청남도 기획관리실장
·1989 충주시장
·1991 부산직할시 재무국장, 충청북도 기획관리실장
·1992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심의관
·1994 내무부 지방기획국장
·1994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장
·1995 민선1기 충주시장
·1998 민선2기 충주시장
·2002 민선3기 충주시장
·2004 제 17대 국회의원
·2004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
·2005 열린우리당 지방선거제도 정책기획단 단장
·2005 열린우리당 여성농업인 특별위원회 위원장
·2005 열린우리당 행복도시연계 충북북부권 고속도로·철도 확충 특별위원회 위원장
·2005 열린우리당 지방자치발전 특위 위원장
·2006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2008 제 18대 국회의원
·2008 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
·2008 국회지방자치연구포럼 대표의원
·2009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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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