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갈지자 행보 왜?

꼼수도 모자라 툭하면 거짓말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이동통신 사업자 간 출혈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법을 앞세워 유통질서를 바로잡고자 했던 정부의 복안은 허울만 남았고 암암리에 행해지는 이통3사의 불법영업을 단속하는 건 더욱 힘들어졌다. 그 사이 이통3사는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불법영업을 자행하데 혈안이 된 모습이다. 최근 LG유플러스를 둘러싼 각종 잡음 역시 따지고 보면 이통시장의 출혈경쟁이 부른 예고된 악재로 볼 수 있는 사안이다.


이동통신업계 빅3 사업자이자 LG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전화,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다.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약 20%를 점유하고 있으며 경쟁사에 비해 LTE 가입자 비중이 높아 ‘가입자1인당매출’(ARPU)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LG유플러스는 대내외적으로 각종 악재에 휘말리며 곤경에 처한 상황이다. 이 같은 악재는 한발 더 나아가 거짓 논란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과징금 폭탄

LG유플러스를 향한 따가운 눈총은 국정감사를 거치며 한층 명확해졌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LG유플러스가 취한 불법영업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앞서 국감에서는 다단계 판매를 악용해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이통3사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제재를 받은 이후에도 불법영업행위를 지속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LG유플러스는 과대포장 된 성공사례를 부각시키며 70대 노인층까지 다단계 가입을 유도한 정황이 포착돼 몰매를 맞았다.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 의원에 따르면 LG유플러스 다단계 대리점 중 가장 규모가 큰 ‘아이에프씨아이’는 가입자를 유치해도 저가요금제일 경우 다단계 판매원에게 판매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아이에프씨아이 대리점에서 70세가 넘은 판매원이 월 수천만원의 고소득을 올렸다고 홍보하는 등 노년층을 다단계 판매원으로 가입 유도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아이에프씨아이는 2014년 매출액 568억원, 판매원수 11만명에 이르는 다단계 영업 조직이다.

유 의원은 “이용자에게 고가 요금제 가입을 강요하다시피 한 LG유플러스의 꼼수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지금까지 LG유플러스는 방통위 시정명령을 무시한 채 불법영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 단통법은 별도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고가 요금제 등 특정요금제 사용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전병헌 새정연 의원이 공론화했던 주한미군 특혜 의혹 역시 LG유플러스를 불편하게 만들긴 마찬가지다. 당시 LG유플러스는 주한미군을 상대로 국내 이용자보다 2배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주한미군 전용 수납시스템(UBS)을 운영하는 등 사실상 이중 고객장부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 곤혹을 치렀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주한미군은 대통령령에 의해 영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세금탈루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진화에 나섰지만 그리 녹록치 않은 분위기다.

이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사안을 전기통신사업법과 단통법 위반 행위로 보고 LG유플러스를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올해 9월부터 LG유플러스 본사 및 동두천 지역 유통점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해 위법성을 검토했다”며 “조만간 이번 사안을 두고 시정조치 안건을 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앞의 두 건은 나은 편이다. 협력업체에서 자행되는 노조원에 대한 차별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아예 납득할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일부 서비스센터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일감을 몰아준다는 의혹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불법 다단계, 미군 특혜, 부당노동행위…
계속된 악재에 휘청…대처는 ‘나몰라’


LG유플러스는 지난 5월 임금협상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파업 당시 대체인력으로 고용한 인원을 파업이 끝난 이후에도 남겨둬 논란이 된 바 있다. 조합 탈퇴와 도급기사 전환을 조건으로 경제적 지원을 제안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는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실제로 지난달 1일 은수미 새정연 의원이 공개한 협력업체 임금현황을 보면 일부 LG유플러스 노조 소속 A/S 기사들의 월 급여가 최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의혹의 중심에 원청인 LG유플러스가 자리한 건 당연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콜센터가 접수한 민원을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고객서비스센터로 직접 할당하고 이를 A/S 기사들에게 배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별 문제 없는 선택적 할당이지만 일감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A/S 기사의 조합 가입 유무가 반영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비조합원에게 일감을 몰아줬다고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희망연대노조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경우 선별적 업무할당이 이뤄지면서 노조 가입 유무가 업무할당 차이로 이어졌고 불합리한 처우 문제로 연결되는 상황”이라며 “성과를 낼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노조원들의 생존권을 압박하는 처사는 가장 대표적인 부당노동행위”라고 언급했다.

노리는 정치권

한편 LG유플러스는 이통3사 가운데 올해 들어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제재 받고 있다. 지난 3월 중고폰 선보상제 관련 단통법 위반으로 이통3사 중 가장 많은 15억9800만원의 과징금이 내려졌다.

지난 9월에는 다단계 판매를 방조한 혐의로 방통위로부터 23억7000만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이와 함께 7곳의 다단계 대리점에 최대 1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위반행위를 즉시 중지하라는 시정명령도 내려졌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20% 요금할인 가입 거부 및 회피로 과징금 21억2000만원도 부과 받았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 SK브로드밴드 노조 사찰, 왜?

SK브로드밴드가 노조 사찰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사건을 두고 노조는 불법으로 도청장치를 설치해 노조 활동을 감시하고 조합원을 사찰한 것으로 보고 즉각 반발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충주제천서비스센터지회 조합원들은 지난달 27일 오전 센터 내 기사 대기실 책상 아래에서 USB메모리 형태의 소형녹음기를 발견했다. 녹음기에는 기사들이 휴게실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녹음돼 있었다.

기사들의 즉각적인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CCTV를 확인한 결과 한 해당 지역 센터장이 대기실 안에 녹음기를 설치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센터장은 경찰에 녹음기 설치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정규직지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충주·제천센터는 별의별 꼬투리로 부당징계를 남발하고 있다”며 “센터장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회사 실적을 악화시킨 이후 ‘조합원들이 비협조적’이라며 조합원들만 따로 불러 책임을 전가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충주·음성지부 역시 “사측은 부당징계를 남발하고 조합원들을 감시하기 위하여 불법 도청까지 자행했다”며 “불법 도청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하고,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통해 정당한 노조 활동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녹음기를 설치한 센터장은 “센터 경영이 힘든 상태인데 조합원들이 업무거부를 해서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에 대해 듣고 회사 정상화 방안을 고민하고자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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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