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점령하는 외국계 자본 막전막후

국내 명물 휴게소 다 넘어간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고속도로 휴게소가 탈바꿈하고 있다. 졸음운전을 예방하고 허기진 배를 달래던 곳에서 벗어나 이젠 각종 문화행사의 장이자 진정한 휴식터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유동인구가 많은 거점 휴게소의 매출은 급등하고 있으며 휴게소 운영권을 노린 외국계 자본의 유입도 한층 빨라지는 양상이다. 최근 공격적으로 고속도로 휴게소 인수에 나선 '맥쿼리자산운용'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금융그룹인 ‘맥쿼리자산운용’은 지난 2000년 국내에 투자회사 형태로 진출했다. 이후 M&A, 인프라스트럭쳐 파이낸싱, 구조화 금융상품, 인프라펀드운용, 부동산 관련 부채 및 자본 관리, IT 장비 및 기술자산 전문 리스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 공룡
침공 시작됐다

M&A에 열을 올리는 여타 외국계 사모펀드와 달리 일찍부터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인프라 공룡’이라는 별칭마저 얻었다. 지난 2002년 이후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광주순환도로, 우면산 터널, 마창대교, 부산신항만 등 12개 민자사업에 투자한 금액만 약 1조원을 웃돈다.

맥쿼리가 잇달아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뛰어든 것은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수익형(BTO) 민간투자사업의 세전 경상수익률이 10%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2년(9.92%)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1996년 16.32%, 2000년 15.59%를 비롯해 최소 10%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받았다. 2000년 초반 금리하락으로 국고채(3년물)와 회사채(AA-) 수익률이 급락한 것과 비교하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들 사업의 공통점은 각 지역별 교통의 핵심이 되는 시설이라는 점이다. 한발 더 나아가 맥쿼리는 최근 주요 고속도로망에 위치한 거점 휴게소를 사들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평창휴게소 인수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달 22일 맥쿼리는 한국도로공사가 매물로 내놓은 '평창휴게소'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매각금액은 약 367억원. 지난해 8월 매각공고 이후 4번째 입찰 끝에 평창휴게소를 인수한 맥쿼리는 오는 11월30일까지 대금을 완납하면 20년간 평창휴게소를 운영할 수 있다.

맥쿼리의 평창휴게소 인수는 2018년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평창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평창휴게소의 입지를 고려하면 동계올림픽 전후에 관광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 맥쿼리는 평창휴게소 운영업체로부터 임대료를 받게 된다.

국민 휴식터 변모…규모 갈수록 커져
‘큰손’ 맥쿼리 1·2위 휴게소 인수

더욱이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 감축 정책에 따라 도로공사가 몇몇 휴게소 매각을 추진 중이었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평창휴게소 인수로 맥쿼리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찾는 외국인들의 처음과 끝을 모두 연결하게 됐다”며 “향후 수익을 기대한다면 투자가치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 맥쿼리의 고속도로 휴게소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휴게소업계에서 도로공사 다음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고 알짜배기 휴게소들이 맥쿼리 수중에 순차적으로 들어온 상황이다. 지난해 연이어 운영권을 따낸 ‘덕평자연휴게소’와 ‘행담도휴게소’가 대표적이다.


수익성 확실
결국 이윤 극대화

맥쿼리의 휴게소 진출은 행담도휴게소 인수를 통해 구체화됐다. 서해안고속도로에 위치한 행담도휴게소는 매출액 기준 국내 2위 휴게소이다.

지난해 3월 도로공사는 씨티그룹이 보유한 행담도개발주식회사의 지분(90%) 매각을 승인했다. 당시 행담도휴게소의 운영권을 가진 행담도개발의 지분 나머지 10%는 도로공사가 보유한 상태였다.

앞서 씨티그룹은 지난해 맥쿼리자산운용이 국내 기관투자가로부터 자금을 모은 한국증권금융에 지분을 1250억원에 매각하고 다시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다만 맥쿼리측은 지분만 소유하고 휴게소 운영은 CJ측에서 맡기로 했다.

행담도휴게소를 손에 넣은 맥쿼리의 행보는 한층 더 빨라졌다. 행담도휴게소의 운영을 맡고 있는 행담도개발 대주주로 맥쿼리가 등장한 뒤 대형 아울렛이 들어서는 등 행담도 휴게소 관광단지화 사업은 속도를 내기 시작한 상황이다. 아직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행담도 내 약 15만6000㎡부지 역시 도로공사가 이미 매각을 결정했다.

여기에 지난 9월부터 서해안고속도로 최초로 행담도휴게소에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회차시설이 설치되면서 휴게소 이용자 증가는 물론 매출 수익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거점 휴게소
독차지 속내?

행담도휴게소에서 시작된 맥쿼리의 휴게소 사업은 덕평자연휴게소 인수로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맥쿼리는 국내 최대 고속도로휴게소인 덕평자연휴게소를 코오롱글로벌로부터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코오롱글로벌은 덕평자연휴게소 지분 49%를 맥쿼리측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금액은 133억원에 이른다. 당초 코오롱글로벌은 지분 전체를 맥쿼리에 파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정책 당국과의 협의 과정을 통해 49% 지분을 맥쿼리에 넘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4월20일 경기도 이천의 영동고속도로 인천기점 70km 지점에 문을 연 덕평자연휴게소는 매출 기준 국내 최대 고속도로 휴게소다. 지난해 매출 551억원, 방문객수 1224만명으로 2위인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휴게소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만큼 알짜배기로 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평휴게소가 매물로 나온 것은 소유주였던 코오롱글로벌의 넉넉지 않은 자금 사정 때문이었다.

코오롱글로벌은 2015년 만기까지 상환해야 하는 약 1300억원의 빚을 떠안고 있었다. 덕평자연휴게소를 비롯한 자산매각을 통해 11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면서 채권 상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연초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획했던 자산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추가 자산 매각을 통해 회사 경영 여건을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매출 급성장에 외국자본들 ‘눈독’
부채 많은 도로공사 잇단 매각

문제는 맥쿼리의 휴게소 연이은 인수가 대중에게 그리 긍정적으로 비춰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동안 맥쿼리는 싼 값에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몇 년 후 비싼 값에 되파는 자본으로 인식된 게 사실이다.


지난 2013년에 서울지하철 9호선의 요금을 인상하려는 주범으로 몰렸던 것도 맥쿼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한몫 했다. 당시 맥쿼리는 최대주주가 아닌 2대주주(24.5%)였고 다른 주요주주들과 함께 요금인상 결정을 내렸지만 비난의 화살은 맥쿼리에 집중됐다. 
 

그러나 맥쿼리는 이 같은 세간의 시선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줄곧 표명했다. 맥쿼리는 펀드를 통해 투자를 하며 투자 수익은 펀드 투자자에게 귀속된다는 것이다. 즉, '먹튀'가 아니라 투자를 통해 국내 기관투자가 등에게 양호한 수익을 실현시켜다는 주장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맥쿼리는 지난 2002년 이후 인천공항도로 등 국내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며 “일각에서 맥쿼리가 챙겨간 이익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최근 민자사업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이어지면서 해당사업 규모 최근 들어 급감하는 분위기다. 재정부담으로 정부가 민자사업자에 대한 수익률을 깐깐하게 단속하기 시작한 게 결정적이었다. 맥쿼리가 휴게소로 눈을 돌린 것도 이 시점이다.

경영? 뻥튀기?
진짜 노림수는?

한편 맥쿼리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휴게소 투자에 집중하면서 추가적인 휴게소 인수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미 도로공사는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 감축 정책에 따라 휴게소 4곳의 소유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알짜 자산으로 평가받는 평창휴게소 외에는 새 주인을 찾는 데 실패한 만큼 매물은 충분한 셈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