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고시촌 그들만의 밤문화 대탐험

음기(淫氣) 충천 고시생… ‘애욕전선 이상무’


각종 고등고시·자격시험의 메카로 군림해 온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 언제부턴가 각종 퇴폐업소가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다. 섹시바로 시작한 유흥업소는 대딸방, 안마방, 키스방 등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환락가’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 관악구청은 ‘환락가’라는 오명을 벗고, 고시생들의 면학분위기 증진을 위해 지난해 퇴폐업소 집중 단속을 실시했다.

하지만 1년여의 거센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신림동 고시촌의 퇴폐업소는 여전히 성업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달라진 점은 더욱 은밀하고, 더욱 어두운 곳에서 비밀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외로운’ 고시생들을 달래준다는 명목하에 면학분위기를 해치고 있는 신림동 고시촌의 밤문화에 대해 취재했다.

1년 전 퇴폐업소 집중 단속에도 여전한 그들만의 세상
안마방·대딸방·키스방 성행…유혹의 손길에 공부는?


꿈을 이루기 위해 전국곳곳에서 상경, 불철주야 공부에 임하는 학생들이타락의 유혹에 빠져 범죄를 저지르거나 꿈을 포기하고 낙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까운 곳,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신림동에 고시촌이 형성된 것은 1980년대 초다. 서울대학교의 이전과 함께 신림 9동을 중심으로 서울대생은 물론, 전국의 고시 지망생들이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하숙집과 고시원 등이 자리를 잡았다.

퇴폐업소의 시작은?

하지만 2004년 이후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되고, 로스쿨법안 도입 등으로 인해 고시촌의 신규유입이 줄어들면서 고시촌 분위기가 급격히 침체됐다. 신·변종 퇴폐업소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고시촌이 퇴폐화되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 불어닥친 ‘섹시바 열풍’ 때문이었다. 짧은 옷차림의 여성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공부에 찌든 고시생들에게는 시원한 청량제와 같았다.

한때 신림동 고시촌 일대에는 10여개가 넘는 섹시바들이 성업을 이뤘고, 섹시바 열풍이 잦아들자 고시촌에서도 ‘장사가 된다’는 것을 알아차림 퇴폐업소 업주들은 앞다퉈 신림동 고시촌으로 몰려들었다. 이후 키스방, 안마방, 대딸방 등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유흥과는 담을 쌓고 살 것 같았던 고시생들은 문지방이 닳도록 업소를 드나들었다.

스킨십 없이 여성들과 얘기만 나누며 술을 마셨던 섹시바와는 달리 스킨십이 가능한 키스방은 인기가도를 달렸다. 애인모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눈빛이 통하면 키스를 나누고, 자위를 통해 마무리 하는 키스방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이어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안마방이 ‘마사지샵’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공부하는 학생들의 피로를 풀어준다’는 명목으로 간판을 내걸었지만 이곳의 서비스는 이전의 것들보다 훨씬 자극적이다.

고용된 여성들이 마사지를 통해 성적 흥분을 유도하고 연이어 성관계까지 이어졌던 것. 유사성행위가 아닌 성매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가격부담이 커서 마사지샵을 찾는 고시생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오히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일반인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고시생들이 자주 찾는 곳은 ‘대딸방’이다.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성욕을 해결할 수 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대딸방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퇴폐업소 집중 단속 1년만에 다시 찾은 신림동은 어떤 모습일까. 기자는 신림동 고시촌 생활 5년째라는 이모(29)씨와 약속을 정하고 신림9동으로 향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퇴폐’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어보였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리니 토킹바와 섹시바, 남성전용 마사지, 스포츠 마사지샵 등이 눈에 들어왔다. 전화번호 하나만 덜렁 적혀있는 간판도 보였다.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씨는 지난해 관악구와 경찰의 대대적인 퇴폐업소 집중단속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집중 단속 이후 전단을 뿌리던 아가씨들이 사라지는 등 퇴폐업소가 많이 문을 닫은 것처럼 보이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음성적인 방법으로 여전히 성업중이라는 설명이다. 이씨는 “단속이 심해지자 음식점이나 술집인 것처럼 위장한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기도 하고, 아예 간판도 없이 소문을 듣고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들만 상대하는 업소가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씨에 따르면 실제 모 안마방은 업주에게 “김XX에게 소개받아서 왔다”고 말해야 출입이 가능하고, 키스방은 사전 전화예약 없이는 절대로 발을 들일 수 없다. 이씨는 “고시생 대부분이 술로 스트레스를 푼다. 술을 마시다보면 이성 생각이 나기도 하고, 이런 상태에서 유사성행위업소나 2차가 가능한 퇴폐업소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또 그는 고시촌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외로움’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고시생들은 ‘혼자’ 생활하는 것에 익숙하다. 혼자 공부하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산책하고, 혼자 운동을 한다. 평소에는 너무나 당연한 ‘혼자’라는 점이 가끔은 사무치게 두려워질 때가 있다는 것. 이씨는 “그럴 때면 가끔 토킹바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과 형편에 안마방이나 키스방 출입은 말도 안되는 일이고, 외롭고 지칠 때 대화나 나누면서 위안을 받고자 토킹바를 찾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고시촌의 현주소

한편, 퇴폐업소가 성행하는 것과 맞물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신림동 고시촌에서 생활하는 고시생들 가운데 외무고시나 행정고시 등의 여성 합격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 각종 고시에서 여성 합격률이 높아진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남성과 비교했을 때 여성은 상대적으로 성적 욕구가 낮은 편이고, 퇴폐업소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어쨌든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신림동 고시촌의 퇴폐업소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다소 줄어들었다. 하지만 오늘도 외로움과 싸웠을 고시생들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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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