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유출' 선고공판 현장스케치

눈 감은 조응천, 판사 본 박관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윤회 문건’ 파동에 대한 재판부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무죄, 박관천 전 경정은 징역 7년에 추징금 4340만원, 한일 전 경위에게는 징역 1년 실형을 선고, 법정 구속했다. 당시 선고가 내려졌던 현장 속으로 <일요시사>가 찾아갔다.

재판은 지난 1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1시25분경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박관천 전 경정, 한일 전 경위 등 피고인들의 출입이 예정된 6번 법정 출입문 앞에는 사진기자들과 방송사 카메라 담당자들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사건이 터졌던 지난 2014년 말에 비해 확실히 언론의 관심이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오면서 농담

1시30분경 재판이 열리는 서관 509호에는 각 언론사 취재기자 20여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2시에 가까워질수록 좌석은 만원이 됐고, 총 50여명 정도로 취재인단이 늘어났다.

1시55분경 가장 먼저 조 전 비서관이 정장차림으로 변호인들과 함께 입장했다. 뒤이어 58분경 검찰이 입장했는데, 손에는 약 10cm두께의 방대한 자료가 든 사무용 파일폴더 2개가 들려있었다. 검찰이 착석한 직후 법관 3인이 입장하자 청원경찰이 “모두 자리에 일어나 주십시오”라고 외치며 공판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재판 시작 시간인 2시가 넘었음에도 피고인 박 전 경정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최창영 재판장은 “박 전 경정이 아직 출석하지 않았다”며 “출석을 기다리겠다”고 전했다.

약 3분여의 시간이 흐르자 박 전 경정은 수행을 받으며 출석했다. 그는 수감복을 입은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는데 검찰 조사를 받던 9개월 전에 비해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방실 침입과 문서를 무단 복사한 혐의가 있던 한일 전 경위도 출석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최 재판장은 피고인들이 앞쪽 자리에 앉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고 출석한 피고인 3인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뒤이어 출석을 부른 최 재판장은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판결문을 듣는 피고인들의 자세는 각각 달랐다. 재판장과 가까이 착석한 박 전 경정은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으로 판사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중간에 앉은 한 전 경위는 판사를 쳐다보다가 시선을 바닥으로 돌리기도 하는 등 움직임이 있었다. 참관인석과 가까운 곳에 앉은 조 전 비서관은 판결문 낭독이 시작되자 줄곧 천정을 쳐다봤다. 그러다 눈을 감고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 재판장 쪽으로 일절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자세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들의 행위가 과연 박지만 EG 회장에게 ‘누설’한 것인가부터 판단했다. 작성→보고→반출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을 설명한 재판부는 문서가 박 전 경정에게서 조 전 비서관까지 전달된 경위를 언급했다. 또한 문서가 어떤 식으로 보관·보고됐는지 설명했다.

판결문 내용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전자결재’ 시스템이 아닌 종이문서 형태로 보고가 이루어졌으며, ‘수기결재’ 또한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문건들 중 12·17번 문건은 보고용으로 쓰이지 않고 단지 참고용으로만 쓰였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박 전 경정은 업무참고를 위해 복사한 문서를 개인파일폴더에 저장해 뒀는데, 이 문서가 반출된 것이 발단이 됐다.

선고 다가오자 ‘움찔’…티슈로 눈가 닦아
재판 끝나고 묻자 “눈물? 그냥 따가워서”


이어서 재판부는 해당 문서가 대통령 기록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했다. 만약 대통령 직무와 상관성이 있는 기록물 중 해당 문건이 공개가 제한되어야 하는 ‘지정기록물’이라면 대통령 기록물법에 따라 유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유죄 여부에 대해 대통령 기록물법 19조, 30조 등에 비추어 설명했다.

그리고 과연 박 회장 측에 전달한 것이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되는지 확인했다. 재판부는 ‘비서실장 교체설’ 관련 문건과 나머지 문건을 따로 판단했다. 이때 ‘정윤회 문건’이라는 단어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언급했다.

박 회장에게 전달된 나머지 문건에 대해서 재판부는 ‘개인의 신상기록 등이 유출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대통령 비서실이 사생활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공무상 기밀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교체설 관련 문건에 대해서는 해당 문건이 감찰자료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해당 문건이 진실임을 판단할 자료는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진실 확인을 마치지 않고 박 회장에게 전달한 행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비서실의 ‘공정성’ ‘신뢰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보고 공무상 기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문건을 박 회장에게 전달한 행위에 대해 비서실의 직무 수행이라고 보지 않았으며, 누설이라고 보지도 않았다. 다만 비서실장 교체설 관련 문건에 대해서는 직무수행이 아니고, 누설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알려진 바와 같이 조 전 비서관에 대해선 무죄, 박 전 경정에 대해선 일부 유죄, 한 전 경위는 유죄가 선고됐다. 타자치는 소리뿐이던 참고인석에서는 약간의 술렁거림이 들려왔다.

선고가 다가오자 한 자세로 일관하던 조 전 비서관이 움직였다. 티슈를 꺼내 눈가 주위를 닦는 모습이 포착되는가 하면 머리를 쓸어 넘겼다. 판사가 무죄를 선고하자 짧게 “예”라고 답하기도 했다. 재판이 끝난 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은 것이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라며 “눈이 따가워서 닦은 것이고 손수건이 아니라 근처 커피숍에서 가져온 티슈”라고 답했다.

반면 박 전 경정은 선고가 내려질 때에도 미동이 없었다. 재판부는 공직기강 점검 업무의 지위를 이용해 유흥업주로부터 골드바 6개를 제공받은 것이 인정, 징역 7년과 골드바 회수·추징금 4340만원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시리얼 넘버가 훼손된 골드바 3개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이 결정적 정황으로 작용했다. 한편 방실 침입이 확인된 한 전 경위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영장집행에 대한 서류에 서명하던 한 전 경위는 한숨을 내쉬었다.

“심정은 ‘강설’”

무죄를 선고 받은 조 전 비서관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으로 내려왔다. 함께 동승한 기자에게 농담을 던질 정도로 여유 있는 모습도 보였다. 포토라인에 선 조 전 비서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운을 뗀 그는 “나와 주변인의 고난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에 “당송 8대가 유종원의 한시 ‘강설’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강설은 작자가 개혁의 좌절로 좌천된 후 정치적 실의를 읊은 시로 유명하다. 질의를 끝낸 조 전 비서관은 3시경 변호사들과 함께 법원 근처 커피숍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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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