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대결> 김무성 vs 문재인 부산 빅매치 시나리오

이기든 지든 밑지는 장사 아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부산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당 혁신위가 문 대표에게 부산 출마를 요구한 이후 일주일 사이 벌써 두 번째 부산을 찾았다. 특히 문 대표는 현 지역구인 부산 사상 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여야 당 대표 간 유례없는 빅매치가 펼쳐질 수 있을까?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부산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문 대표는 당 혁신위가 부산 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이후 일주일 사이 벌써 두 번이나 부산을 방문했다. 문 대표의 이런 부산 챙기기는 혁신위의 부산 출마 요구에 대한 화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표가 이미 부산 출마 결심을 굳히고 지역 표심 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문 대표는 자신의 현 지역구인 부산 사상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부산 영도 토박이
어머니 본가 있어

문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할 경우 “원래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이 무슨 희생이냐”는 당내 비주류의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당 혁신위는 문 대표 외에도 당내 중진들에게 공개적으로 험지 출마를 요구했는데 문 대표만 내년 총선에서 원래 지역구에 출마하면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또 문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전국 선거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자신의 지역구는 비례대표인 배재정 의원에게 사실상 물려준 상태였다. 배 의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문 대표의 지원을 받아 지역 표밭 다지기에 한창이었던 상황. 이제와서 배 의원에게 지역구를 양보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해도 꼭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지난 총선에선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지는 정치 신인 손수조 후보와 맞붙어 손쉽게 이길 수 있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새누리당 내 거물급 인사들이 사상에서의 출마를 줄줄이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민심도 심상치 않다. 문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역구에선 문 대표가 지역구를 버렸다는 배신감이 팽배하다.


잦아지는 부산 방문 “빅매치 현실 되나”
영남 출마설 문재인 친박계 지원설 주목

새누리당 부산 시당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국회의원직 사퇴를 요구받자 지역주민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거절해놓고는 정작 지역구 관리에는 소홀했다”며 “지역구를 자주 찾지도 않았고 지역구에 가끔 내려와도 잠시 방문했다가 곧바로 경남 양산 자택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지역주민들로서는 서운할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다. 오죽하면 지난해 8월에는 부산 거주 대학생들이 문 대표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지역구 관리에 신경쓰라며 항의집회를 열기도 했다. 게다가 부산 사상은 원래부터 여권세가 엄청나게 강한 곳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문 대표에 대한 냉담한 민심은 그대로 드러났다. 문 대표의 지역구인 사상구청장 후보로 문 대표의 경남중ㆍ고등학교 동기인 황호선 교수가 출마했으나 큰 표차로 낙선하고 만 것이다. 황 교수는 선거기간 내내 문 대표의 친구라는 점을 강조했고, 그를 지원하기 위해 문 대표는 물론이고 친노 인사들이 총출동했음에도 소용이 없었다.

떠난 지역민심
되돌리기 늦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물론 황 교수의 후보 경쟁력이 낮은 탓에 선거에서 패한 것일 수도 있지만 최종 득표율을 보면 문 대표의 선거지원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서 특정후보를 전폭적으로 밀었다면 동네 고등학생을 후보로 세워도 40%이상 득표했을 텐데 문 대표에 대한 지역구의 달라진 민심을 그대로 읽을 수 있었던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지난 19대 총선에서 당시 고작 27세의 어린 나이였던 손수조 후보는 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유력 대권주자인 문 대표를 상대로 무려 43.75%p의 득표를 했다. 문 대표와 득표율 차이는 고작 11%p 정도였다. 만약 문 대표가 주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패한다면 정치적 사형선고를 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문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위험부담이 큰 선택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혁신위의 제안을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문 대표가 혁신안에 따르지 않으면서 혁신안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당내 비주류에게 혁신안을 따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본인이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당의 혁신 노력 전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 출마다. 영도는 문 대표의 고향이고 현재도 어머니가 살고 있는 본가다. 문 대표는 “과거 영도의 남항동 시장에서 어머니가 좌판 장사를 했었다”며 종종 영도와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따라서 문 대표가 부산에서 출마한다면 가장 출마 명분을 찾기 쉬운 곳이 영도다.

물론 여권세가 강한 부산 영도에서 그것도 김 대표와 맞대결한다면 문 대표의 승리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문 대표의 측근들 중에서는 여전히 문 대표의 부산 출마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인사들도 많다. 새정치연합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우리 당에서 제일 지지도가 높은 대선주자를 열세 지역에 출마시켜 사생결단식으로 싸우게 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만약 출마한다고 해도, 총선승리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전국적으로 봤을 때 교두보를 세울 수 있는 지역에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세 지역이라도 무조건 지는 곳에 내보내서는 안 되고, 최소한 당선 가능성은 있는 곳에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험지에 출마하더라도 너무 득표율 격차가 크게 벌어져버리면 희생에 따른 감동도 주지 못하고 문 대표 개인만 망신을 당하고 끝나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부산은 야권인사에겐 어디든 어려운 곳이다. 그런데 문 대표가 김 대표와의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부산 다른 지역구에 출마한다면 결코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며 “그렇게 출마했다가 낙선하면 정치적으로 더 큰 치명상을 입는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문 대표는 어차피 내년 총선에서 출마하지 않기로 했던 사람 아닌가? 총선에서 이기고 지고의 문제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명분이 중요하다. 지더라도 얻을 것이 더 많은 곳에 도전해야 한다”며 “선거에서 이겨보겠다고 꼼수를 쓰거나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이면 아무런 감동도 줄 수 없다. 문 대표가 영도구에 출마해 김 대표를 이기면 엄청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고 지더라도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노무현 따라하기
또 성공할까?

정치권에서 문 대표의 부산 영도 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는 또 있다. 문 대표가 최근 ‘노무현 따라하기’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당 내 비주류의 당 대표 흔들기가 고조되자 재신임 카드를 꺼내 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며 낙선을 거듭하면서도 부산에서 계속 출마해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런 그의 노력은 대권을 잡는 데 결정적인 밑거름이 됐다. 문 대표가 또 한 번 ‘노무현 벤치마킹’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왜 안 된다고만 생각하나? 손학규 전 대표는 여권 인사들에게는 천당 아래 분당으로 불리는 분당을에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꺾은 사례가 있다”며 “총선이 6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 격차가 2배 가까이 난다. 당 대표가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고 도박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문 대표가 영도에 출마할 경우 친박계가 물밑에서 문 대표를 지원 사격해 줄 가능성도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김 대표는 한 때 박 대통령의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았을 정도로 박 대통령과 밀접한 사이였지만 지금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 못지않게 박 대통령과 불편한 사이다. 김 대표가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현 상황이 박 대통령과 친박계로서는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다.


지역구서 패하면 정치적 사형선고
지더라도 40% 이상 득표시 힘실려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친박계가 문 대표를 지원함으로서 김 대표를 견제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게다가 김 대표의 지역구 바로 옆인 서구가 친박계 핵심인사인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의 지역구다.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문 대표 쪽에 화력을 지원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영도에 출마할 경우 김 대표는 비례대표 후순위를 받고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맞대결을 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기든 지든 두 사람의 맞대결이 성사되면 문 대표만 띄워주게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김 대표가 정면대결을 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대로 문 대표가 다른 지역구에 출마해 김 대표와의 맞대결을 피하면 김 대표가 문 대표가 출마하는 지역구에 따라 출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친박 인사인 홍문종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 대표가 나오는데 김무성 대표가 한번 나가는 것은 어떨까.

그런 전략전술 같은 것은 우리가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김 대표와 문 대표의 맞대결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물론 매우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지만 김 대표로서는 승리한다면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너무 싫은 김무성
친박계 선택은?


김 대표와 문 대표의 영도대전이 실제로 성사된다면 내년 총선의 최대 흥행카드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의 관계자들은 문 대표가 영도대전을 통해 전국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최소 40%이상의 득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 대표가 설사 패하더라도 40%이상 득표하는데 성공하면 문 대표에게 정치적으로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여전히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문 대표가 영도구에 출마하면 자칫 총선 이슈가 부산에만 집중돼 전체적인 판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 총선 불출마를 비롯해 수도권 출마, 해운대 분구 출마 등 여러 선택지도 아직 남아있다.

문 대표는 당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지역, 어떤 상대와의 대결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과연 김 대표와 문 대표의 영도대전은 성사될 수 있을까? 또 문 대표는 벼랑 끝 승부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 영도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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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