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5 국감 총정리

혹시 했는데 역시…알맹이 없는 국정감사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국감)가 지난 8일을 기점으로 마무리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번 국감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았던 이유는 제20대 총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키워드’별로 지난 한 달간 있었던 국감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정리해봤다.

‘예측불허, 일촉즉발’.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을 관통했던 단어다. 지난달 10일부터 시작된 국감은 추석연휴를 끼고 1·2차로 나눠 진행됐다. 소위 ‘분리국감’으로 진행됨에 따라 준비하는 보좌진들은 추석 연휴를 제쳐두고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현장에서는 고성·막말이 어김없이 오갔다. 지난 8일에 끝난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은 숱한 화제와 이슈를 몰고 왔다.

예측불허
일촉즉발

▲기업인 =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인’의 증인 출석이 활발했던 국감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국정감사의 본질과 남용: 증인신문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보면 이번 19대 국회 국감 때 증인으로 출석한 기업인의 수는 지난 16대 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57.5명이던 것이 19대 들어서는 평균 124명으로 뛰었다. 비율로 따지면 2.1배 상승한 수치다.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일반인 증인 중 기업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났다. 제18대 국회였던 지난 2000년에는 22.2%였던 것이 제19대 국회인 2014년에는 35.2%로 증가했다. 기존 일반인 5명 중 1명이 기업인이었다면, 2014년에는 3명 중 1명꼴이 된 것이다.

수도 증가했지만 면면도 화려했다.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지난달 17일 10대 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외에도 조대식 SK주식회사 대표,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 김한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 굵직굵직한 기업인들의 출석이 줄을 이었다.


일각에서는 기업인 출석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김수연 한경연 연구원은 “올해 국감에서도 기업인에 대한 무더기 소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증인신문은 경영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 감사안건 수(피감기관 수), 안건 당 채택 가능한 최대 증인 수 등이 명시된 ‘국정감사 가이드라인’ 마련을 제안했다.

반면 다음 국감에서는 오히려 지금보다 강한 증인채택이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야권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언론에서) 무분별한 증인채택이라 말하지만, 실상은 이런저런 핑계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며 “마치 (국회의원이) 갑질을 하며 기업들을 괴롭히는 것처럼 얘기가 나오는데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 전·현직 ‘공기업’ 회장에 대한 국감 증인채택도 빠지지 않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는 지난달 21일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변종립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등을 증인으로 세웠다.

그러나 가장 주목받았던 인물인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에 대한 증인 출석은 성사되지 못했다. 정무위원회(정무위)는 정 전 회장과 전우식 포스코 전무이사 등을 지난 7일에 있었던 종합국감에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무위 관계자는 지난 6일 “정 전 회장, 전 전무이사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을 고가에 인수한 배경에 대한 질의는 사실상 무산됐다. 정 전 회장은 지난달 21일 일반국감에서도 “검찰 수사 중이어서 어렵다”며 증인 불출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인당 심문시간
30.6분→17.4분

▲정쟁 = ‘정쟁’은 그야말로 치열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등 소위 잠룡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국감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이번 국감에서는 여·야 대표 잠룡의 자녀 문제가 핵심 쟁점사항으로 다뤄졌다. 김 대표는 사위의 마약 사건으로 야권으로부터 증인 출석을 요구받을 정도로 진통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임내현 의원이 이 사안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고검장 출신으로 대검 마약과장을 지낸 이력이 있는 임 의원은 김 대표 사위에 대한 수사가 축소·은폐됐다고 보고 재수사를 요구했고, 검찰은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전행정위원회(안행위)의 서울시 국감, 국방위원회(국방위)의 병무청 국감, 그리고 법사위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병역문제가 다뤄졌다. 특히 법사위 대검찰청 국감에서는 박원순의 아들 박모씨를 검찰이 직접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1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쳐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박모씨의 소환조사 필요성을 적극 피력했다. 김 의원은 증인으로 나온 김진태 검찰총장을 향해 “(구강 엑스레이 사진 등) 문제가 되니까 본인이 와서 다시 검증을 해야 한다. (중략) 오지 않으면 (검찰이) 불러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두 거물들이 자녀문제로 진통을 겪자 정가 일각에서는 ‘대선주자 흠집내기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도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지인을 특별채용시켰다는 의혹과 함께 태도 논란이 일었다.
 

주무부처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는 물론 산자위·법사위에서는 최 부총리에 대한 여러 의혹이 주목받았다. 과거 지역 사무실에서 일하던 인턴과 4년 동안 수행한 비서를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채용되도록 힘썼다고 새정치연합 이원욱 의원은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14일 “(취업 청탁을 한 사람은) 최근에는 노동개혁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얘기하시는 분, 최경환 경제부총리다”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 측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취업과 관련한 어떠한 청탁·외압도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19대 국회 마지막…한달 일정 마무리
어김없는 정쟁·막말 ‘사라진 정책’

▲막말 = 어김없이 국감장에서는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은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안이 기획재정부(기재부)의 반대로 무산되고 있다며 이를 ‘매국 행위’라 비판했다. 이에 증인으로 참석했던 최 부총리가 “아무리 의원이지만 좀 지나친 표현이 아니냐”며 지적했고, 여·야는 고성을 주고받았다. 최 부총리는 앞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머리가 나빠서 뭘 답변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여 태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또 기업인 소환
회장들 수난도

지난달 21일 산자위 국감에서는 자원외교와 관련한 질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때 메릴린치를 대표해 김형찬 메릴린치 서울지점장이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알려진 바대로 메릴린치는 이명박정권의 하비스트 인수와 관련해 자문을 해준 곳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챙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 김 지점장이 “자문료 산정은 시장 관행에 따른 적절한 처사”라고 말하자 새정치연합 홍영표 의원은 그를 향해 ‘야바위꾼’이라고 표현했다.
 


장외전쟁도 치열했다. 지난 6일 법사위 국감에서 새정치연합 임내현 의원은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의 발언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말에 따르면, 임 의원은 지난 5일 국감 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위의 마약 문제에 대해 집중 질의했는데, 국감이 끝난 뒤 이어진 사석에서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이 ‘부메랑이 돼 당신(임내현 의원)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임 의원은 국감 당일 이상민 법사위원장을 향해 주의 조치를 촉구했다.

막말로 주목을 받았던 이가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화제가 됐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종합감사에서 출석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리켜 변형된 공산주의자라 칭했다.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은 고 이사장을 향해 “과거 노 전 대통령을 민중민주주의자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민중민주주의자는 공산주의의 변형이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냐”고 묻자, 고 이사장은 “나는 그렇게 봤다”고 답했다. 앞서 고 이사장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튀려는 의원들 ‘오버 질의’
코뽕·드론·몰카 퍼포먼스

▲부실 = 어김없이 ‘부실’ 국감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어렵게 증인채택을 했음에도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않는 사례가 어김없이 이어졌다.


일례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증인으로 국회에 출석해 오후 시간 내내 대기하다 짧은 답변 시간만 받고 돌아갔다. 이마저도 “한·일전에서 한국을 응원하나”와 같이 의미 없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증인들 중 국회에 출석했어도 ‘부름’을 받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한경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출석한 증인 1인당 소요된 평균 심문시간은 지난 2000년 30.6분에서 2014년 17.4분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부르는 증인 수는 늘어나는 데 반해 주어지는 시간은 그만큼 짧아지고 있어 부실 국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딴 짓을 하다 걸린 의원들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국감에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자신의 회고록을 작성하는 모습이 방송에 잡혔다. 김 의원은 즉시 “변명할 여지가 없다”며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국감 도중 소설책을 읽는 모습이 잡혔다. 신 의원은 “책을 읽은 것은 사실이지만, 질의 내용을 귀담아 듣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 국감 내용과 관계없는 오피스텔 매물을 살피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감 의원은 “다음에 있을 감정원 국감에 대비해 자료를 찾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퍼포먼스 = 지난해 뉴트리아 국감에 이어 올해도 ‘퍼포먼스’ 국감이 이어졌다. 지난달 10일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국감에서 새누리당 김제식 의원의 보좌관은 셀프성형기구를 착용했다. 10대 사이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이 같은 기구들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해당 의원실은 밝혔다. 보좌관이 소위 ‘코뽕’ ‘얼굴밴드’ 등을 착용한 모습이 주목받았다.

‘뫼비우스의 띠’
왜 매년 반복?

지난달 11일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국감에서는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이 드론(무인비행장치)을 직접 가져와 시연했다. 이 의원은 약 10여초 간 직접 드론을 선보인 뒤 해당 사업 활성화를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정무위 국감에서 몰래 카메라(몰카)의 발전을 알렸다. 김 의원은 몰카가 장착된 야구모자와 안경을 직접 착용한 채 국감을 진행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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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