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3사 신화’ 이순진 신임 합참의장

“대한민국 군인들이여 고개를 들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신임 합참의장으로 이순진 대장이 취임했다. 이 대장은 육군 3사관학교 출신 최초로 합참의장이 됐다. 그동안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의 전유물로만 여기던 군령권을 3사관 출신도 거머쥘 수 있게 됐다. 3사 출신이란 점에서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군 이후 첫 3사 출신 합참의장에 오른 이순진(61) 합참의장은 군내 대표적인 강골 인사로 뚝심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162cm의 작은 키지만 다부진 체구와 강한 체력의 소유자로 ‘작은 거인’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현역 군인 중 서열 1위인 합참의장직은 그동안 4년제 육사 출신 대장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해군 출신 최윤희 전 의장에 이어 3사 출신인 이 의장이 임명된 것은 안팎의 눈총을 불식시키고 군내 다양한 인재풀을 강조한 조치로 풀이된다.
 
육사 제친
작은 거인
 
이 의장은 고교를 졸업한 뒤 당시 고졸자 입학도 허용하던(현재는 전문대 이상 학력) 3사에 입학해 1977년 소위로 임관했다. 같은 해 임관한 육사 기수가 33기라는 점에서 현 육군참모총장 김요한(육군34기) 대장보다 먼저 임관한 셈이다. 3사는 2년제라는 점을 감안해 3사 출신들은 4년제 육사 출신들보다 진급이 2년 이상 늦는 등 불이익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 의장은 생도 시절 명예위원장 생도를 맡을 만큼 동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다. 또 엄청난 독서로 ‘공부하는 지휘관’으로 불렸으며, 군 안팎에서 이 의장은 강인한 의지로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관 후 위탁교육을 통해 경북대 교육학과를 졸업할 정도로 학구열이 뛰어났다. 그는 육군대학에서 전술학 교관을 맡는 등 통합 전투력 운영과 지상작전에 대한 식견이 뛰어나다고 정평이 나 있다.
 
2작전사령관으로 재임하면서 전·평시 후방지역 작전수행체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한·미연합 전술토의를 수차례 개최하고, 주한미군사령부와의 연합 훈련을 통해 한·미 연합작전 발전에 공을 세웠다. 육군 제2사단장·수도군당장 등을 역임할 때는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민·관·군 통합방위태세 확립에 기여했다. 
 
육군 3사관학교 출신 최초로 임명
파격적 인사…부하들 신망 두터워
 
지휘관으로선 온화한 리더십으로 덕장으로 알려졌다. 육군 2사단장으로 복무하던 시절 제설작업에 투입된 병사들에게 따뜻한 차를 직접 타 운동복 차림으로 격려하고 다녀 병사들이 사단장인지 알아보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다.
 
부하 장병 생일에는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보냈고, 지난해 8월 제2작전사령관 취임 후에는 공관에서도 공관병에게는 전화 등 잡무만 맡기고 아내가 직접 식사를 챙기도록 했다. 또 수도군단장 재직 시절에는 신병휴가를 떠나는 이등병의 짐을 관용차에 직접 실어 부대 근처 역까지 데려다준 일화도 있다. 
 
 
소장 시절 3사 출신 동기생이 먼저 중장으로 진급했을 때에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소임을 다했을 정도로 자기 절제력이 뛰어나다는 전언이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주류인 육군 내에서 3사 출신임에도 이 의장은 능력이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사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이 의장의 취임에 일가에서는 “이번 인사가 또 대구고와 TK(대구·경북) 파워가 작용한 게 아닌가‘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경환 1년 선배
윗선 입김 작용?
 
이 의장은 대구고 14회로 최경환 경제부총리(15회 졸업)의 1년 선배다. 이런 탓에 야당은 ’대구고 공화국‘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 부총리의 모교인 대구고 인맥이 정부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며 비판했고,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대구고 공화국‘도 아니고, 특정 고교 출신들이 권력과 모든 것을 장악해서 되겠느냐“고 질타했다.
 
현재 대구고 출신으로 요직에 있는 인사는 임환수 국세청장, 임경구 서울국세청 조사 4국장,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연말에 물러나는 현 검찰총장 후임에 역시 대구고를 졸업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의장은 TK출신이라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100일과 비교했을 때 집권 후반기가 막 시작된 지금을 비교하면 TK 출신 파워 엘리트수가 급증했다. 고위 공직자 218명 중 22.5%가 TK출신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이 의장은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문회 당시 집중포화를 맡았다. 이 의장은 자신의 석사논문에서 ‘5·16군사 쿠데타’를 ‘군사혁명’이라고 지칭하고 ‘군사독재 기간을 미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일 이 의장에게서 제출받은 석사 논문 ‘21세기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한국의 민군관계 발전방향’을 확인한 결과 이같이 표현돼 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2001년 충남대 행정대학원에서 이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의장은 논문에서 5·16 쿠데타를 군사혁명이라고 여러 차례 표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기 기간에 대해선 “5·16 군사 혁명 세력에 의해 국가 발전이라는 국가 목표를 수행한 시기”라고 평가하고 “군의 강력한 권위주의가 산업화의 기반”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를 “박정희 군사독재 기간을 미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의장은 5·16쿠데타 원인이 “기회주의적 처신에 익숙한 민간정치인들의 능력 제한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이어 “군부가 자연스레 정치개입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이후 현재까지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역사 교과서들은 ‘5·16군사정변’으로 명시하고 있다. 김 의원은 “5·16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군사독재를 미화한 분이 합참의장에 임명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스스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참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의장은 ‘5·16쿠데타’에 대한 답변 회피 등으로 여·야 의원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이 의장의 이런 태도 때문에 청문회가 파행을 겪기도 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의장의 석사 논문에서 적시한 ‘5·16혁명’을 거론하며 현재 의견을 물었다.
 
 
이 의장은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논문을 작성했다”며 답을 피했다. 문 의원이 “지금의 역사적 판단이 무엇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이 의장은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긴 힘들다”며 답을 꺼렸다. 비슷한 대화가 수차례 오가자 문 의원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정말 실망스럽다. 무슨 눈치를 보느냐”며 질타했다. 


“5·16은 혁명”
여야 모두 질타
 
뒤이어 유승민·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이 같은 질의를 했지만, 이 의장은 “군의 정치적 중립은 중요하다”며 빗나간 답만 반복했다. 유 의원은 “주요 직위장병들은 대한민국 정부 공식 입장을 따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물어도 이 의장은 입을 다물었다.
 
이어 주 의원은 “공인이 되면 공식적인 국가의 견해를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질문에 침묵을 지키던 이 의장은 “유념하겠다”고 답해, 순간 의원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보다 못한 정두언 국방위원장이 직권으로 정회를 선언하고 회의를 중단할 정도였다.  
 
이 의장은 지난 8월4일 일어난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진 8월9일 제2작전사령관으로 재임하면서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이 의장은 “상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발언해 도마에 올랐다. 
 
김 의원은 “그 시간에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비롯해 저도 전날쯤에 확인했는데 사령관 정도 수준의 계급 직책에서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묻자, 이 의장은 “제가 골프하는 시간에는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인지 시점에 대한 여러 의원들 질문에 같은 답변만 되풀이하던 이 의장은 결국 “상황 전파는 없었다 하더라도 지휘관이 골프를 친 것은 사려깊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구고 나온 TK출신
부적절한 처신 도마
 
이 의장은 자신 소유 주택의 전세 계약 과정에서 임대차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의장이 소유한 서울 동작구 흑석동 모 아파트의 임대인으로서 기존 계약이 연장된 상황에서 세입자에게 전세를 반전세로 하자고 ‘갑질’을 한 일을 추궁했다. 
 
이 의장은 “재계약 시점에 군 생활을 마칠 시기를 예측했을 때 2년 이내 해당 아파트에 입주를 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전세금을 올리지 않는 대신 임대인(이 의장)이 원하는 시기에 계약을 해지하는 조건으로 합의한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이는 임대차보호법에 어긋난 합의사항이다. 
 
임대차보호법은 주거용 건물의 임대차에 관해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주거생활 안정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다시 말해 계약서를 통해 거주 기간을 명시하지 않고 임대인, 즉 이 의장의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도록 합의한 것은 세입자에 대한 갑질이라는 것이다.
 
권 의원은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에서 ‘을’인 세입자는 ‘전세금에 월세를 더 내라’는 갑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후보자는 임대인과 합의 하에 재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답했지만 명백하게 임대차 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 지적했다. 이 의장은 “(세입자) 배려하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연병장에서 이 의장이 제39대 합참의장에 취입했다. 이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육·해·공군참모총장, 현역 장성과 주한미군 장성, 역대 합참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취임식이 열렸다.
 
이날 이 신임 의장은 취임사를 통해 “북한은 앞으로 예상하지 못하는 시기와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며 “적이 또다시 우리의 영토와 국민을 위협하는 경우 얻게되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해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갑질·골프 질타
청문회 집중포화
 
이 의장은 “지난 8월 북한은 지뢰 및 포격도발을 자행해 우리 군의 대응태세와 의지를 시험했다”며 “이에 우리군은 단호하게 대응해 적의 의도를 무력화시켰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지난 2년간 우리 군을 이끌어온 최윤희 전 의장에 이어 합참의장직을 시작했다.
 
이 의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군은 존재 의미가 없다. 또한 고개 숙인 군대는 적과 싸워 이길 수 없다”며 “싸우면 이길 수 있는 자신감과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함께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min1330@ilyosisa.co.kr>
 
 
[이순진은?]
 
▲수도기계화사단 소대장 ▲15사단 38연대 중대장, 50사단 부대훈련장교 및 작전장교 ▲25사단 70연대 대대장 ▲66사단 작전참모 ▲육군대학 전술학처 지상작전·방어 교관 ▲71사단 163연대장 ▲합참 남북군사협력담당관 ▲합참 연습과장 ▲2작전사 교육훈련과장 ▲2군단 참모장 ▲부사관학교장 ▲제2보병사단장 ▲합참 민군심리전부장 ▲수도군단장 ▲항공작전사령관 ▲제2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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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