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으로 놀러오세요! ①충북 보은군

대추처럼 달콤한 충북알프스 가을 여행

보은은 국토의 중앙부에 위치한다. 속리산을 위시해 충북의 북쪽을 동서로 가르는 백두대간의 한남금북정맥이 지난다. 그 지맥은 다시 구병산 자락으로 뻗어가며 보은군의 동쪽 산세를 이룬다. 충북 일대에서 소문난 풍경으로 ‘충북알프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허청에 업무 표장 등록을 했으니 애칭이 아니라 공식 명칭이다. 총 4개 구간 43.9km로 형제봉, 천왕봉, 비로봉, 문장대 등 속리산과 구병산의 아홉 개 봉우리를 아우른다. 구간별로 산행에 4~8시간이 걸린다.

볼거리 가득한 속리산 주변 여행지
가을빛으로 물든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은 충북알프스 4구간 끝자락에 자리한다. 산외면 장갑리로 보은군 중앙로에서 북쪽으로 약 15km 거리다. 속리산면을 거쳐 갈 수 있는데, 속리산면에서 휴양림까지 길은 달천을 넘나들며 이어진다. 달천 동쪽으로 충북알프스의 산세가 거침없다. 그 끝자락 묘봉에 가까워지자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이 모습을 드러낸다.

도로에서 벗어나 다리를 건너니 제일 먼저 풍차정원이 보인다. 풍차가 달린 집이 있고, 데크를 따라 뒤편 사방댐 쪽으로 오른다. 자그마한 바람개비 조형물도 시선을 끈다. 휴양림의 가벼운 산책 구간으로 아이들과 걷기 무난하다. 연못 위쪽은 관리사무소다. 안내를 받고 숙소로 이동한다. 2010년 9월에 문을 연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은 무엇보다 숙소가 돋보인다. 휴양림이 골짜기를 따라 내려오며 자리한 형국이라 숙소마다 풍경이 빼어나다. 개장한 지 오래 지나지 않아 시설 역시 깨끗하다.

관리사무소 왼쪽 언덕은 산림휴양관을 비롯해 숲속의집, 숲속작은집이 나온다. 여느 휴양림의 숙소와 다르지 않다. 다만 휴양림을 크게 아우르는 산책로와 쌀개봉 등산로의 출발점이라는 장점이 있다. 아래쪽으로 어린이놀이터와 숲속운동장 등도 휴양림을 활동적으로 즐기고 싶은 이에게 매력이다.

공식 명칭
충북알프스


테라스하우스나 알프스빌리지, 시나래마을은 조금 색다른 숙소를 원하는 이들에게 권한다. 산림휴양관 옆의 테라스하우스는 계단식으로 구성된 연립주택 모양이다. 아랫집의 지붕이 윗집의 마당이다. 창문을 열고 나오면 눈앞에 시원스런 풍경이 펼쳐진다. 알프스빌리지는 아이보리색 벽면에 주황색 지붕이 눈에 띈다. 거실 창을 열면 테라스가 나오고 따로 정원이 있는 별장식 주택이다. 지대가 높아 테라스나 정원에서 휴양림을 조망하고, 숙소 주변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물론 산 쪽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걸어볼 수 있다. 출렁다리를 지나 삼림욕은 물론 풍욕을 즐길 수 있는 의자 등이 있어 쉬엄쉬엄 걸음을 낸다.

시나래마을은 알프스빌리지와 더불어 가장 인기 있는 숙소다. 휴양림 입구 쪽이지만 도로의 오른쪽 언덕이다. 휴양림에서 외따로 떨어진 곳에 황토로 지은 집 다섯 동이 있다. 가장 큰 매력은 한가운데 있는 누각 규모의 정자다. 시나래마을에서 묵는 이들의 공용 공간으로, 알프스빌리지와 반대 시선으로 충북알프스의 산세를 품는다. 정자에 앉아 흔들리는 코스모스 사이로 먼 산을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산림휴양관을 출발한 산책로가 휴양림을 크게 한 바퀴 돌아오는 반대편이라 산책도 용이하다.

휴양림 내에서 손 쉬운 산책을 원할 때는 어린이놀이터 우측으로 난 길을 걷는다. 150m 남짓한 숲길로 완만한 경사를 따라 숲의 정취를 느끼며 오간다. 중간에 물가로 내려서는 길이 있고, 가만히 앉아 사색이나 담소를 나눌 만한 쉼터도 있다. 숲을 좀더 알차게 느끼고 싶다면 숲 해설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4시 어린이놀이터에서 출발한다(수·목요일 제외). 가벼운 체험프로그램으로 산림휴양관 3층 목공예실에서 정오부터 진행하는 목공예 체험이 있다.

휴양림에 여정을 풀고 보은 여행을 즐기기 원하는 이들은 달천을 따라 충북알프스 반대편 속리산 쪽으로 이동한다. 속리산 주변 4~5km 구간에 솔향공원, 속리 정이품송, 법주사 등 여행지가 밀집해서 돌아보기 편리하다. 첫걸음은 속리산의 가을 풍경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는 법주사다. 국보 3점, 보물 12점을 간직한 고찰은 보은의 큰 보물이다. 여정부터 값지다. 법주사에 다다르는 길은 ‘오리숲길’이라 불린다. 상가 지역에서 법주사까지 거리가 5리(2km)라 붙은 이름이지만, 거리로 가늠할 수 없는 숲이다. 법주사가 생기며 시작한 길로, 수령이 많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천년 숲을 이끈다.

황톳길 걸으며
여유 만끽

속리산터미널에서 약 300m 지나 오른쪽 폭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보자. 상가가 생기기 전 법주사를 오가던 오리숲길이다. 높게 자란 소나무가 좌우로 호위하듯 도열한다. 고목 그늘 아래서는 시간을 다툴 일이 없다. 솔바람 사이로 솔 향에 기대 느긋한 걸음을 낸다. 곧 황톳길 체험장도 나온다. 황토 볼을 깔아 지압 효과가 있는 길을 맨발로 디딘다.

황토의 원적외선이 신진대사를 원활히 한다고 적혔지만, 굳이 효험이 아니더라도 깊은 숲의 느릿한 걸음은 보약이 따로 없다. 황톳길 주변으로 하천을 끼고 속리산조각공원이 있다. 작품 하나하나를 대하는 마음이 여유롭다. 오리숲길은 속리산 일주문을 전후해서 더 깊어진다. 법주사가 없더라도 한번쯤 찾을 만한 숲길이다. 긴 세월을 묵묵히 살아온 나무 아래 사람의 일상은 지극히 사소하다. 그렇게 다다른 법주사는 고찰의 넉넉함으로 사람을 만난다.


법주사 팔상전(국보 제55호)을 중심으로 쌍사자 석등(국보 제5호), 석련지(국보 제64호) 등이 자리한다. 부처의 깨달음이 담긴 면면이다. 가만히 경내를 거닐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보낼 법하다. 그 이름처럼 세속과 떨어져 속리산(俗離山)이요, 부처님의 법이 머무는 터라 법주사(法住寺)다. 오리숲길의 그윽한 깊이가 괜스럽지 않다. 속리산 단풍이 아니어도 가을에 법주사를 찾는 이유다.

법주사에서 나오는 길에는 맛깔스런 음식으로 속을 달래보자. ‘배영숙산야초밥상’을 비롯해 산채비빔밥이나 대추한정식을 잘하는 집이 여럿이다. ‘문장대식당’의 버섯전골은 가을바람에 움츠린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보은 속리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과 솔향공원 역시 법주사에서 지척이다. 오리숲길에 즐비한 소나무 고목을 마주한 터라, 속리 정이품송이나 솔향공원의 소나무홍보전시관이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속리산 단풍이 물드는 10월 16일부터 ‘보은대추축제’가 열린다. 시기를 맞춰 달콤한 보은의 가을을 구석구석 느껴봄 직하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여행 정보---------------------------
당일 코스

· 풍경 여행 코스 :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솔향공원→오리숲길
· 역사 학습 코스 :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보은 삼년산성→법주사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오리숲길→속리산조각공원→법주사
· 둘째 날 : 보은 속리 정이품송→솔향공원→보은 삼년산성관련 웹사이트

관련 웹사이트
· 보은관광 www.tourboeun.go.kr
·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 http://alpshuyang.boeun.go.kr
· 법주사 www.beopjusa.org

문의 전화
· 보은군청 관광문화과 043-540-3392
· 속리산관광안내소 043-542-3006
·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 043-543-1472, 1479
· 법주사 043-543-3615
· 솔향공원 043-540-3774

대중교통
· 버스 : 서울-보은,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2회(07:30~18:30) 운행, 약 3시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0회(06:20~20:00) 운행, 약 3시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회(07:00, 10:30, 14:30, 17: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보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중앙사거리 정류장까지 약 300m 이동, 장갑 방면 시내버스 이용 신정리 정류장 하차, 진행 반대 방면 도보 650m 좌회전.·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 문의 :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 이지티켓 www.hticket.co.kr
· 보은시외버스터미널 043-543-1580
·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자가운전
당진영덕고속도로 보은 IC→ 보은IC교차로 속리산·보은 방면 좌회전→남부로 10.1km→봉계1교차로 보은·산외 방면 우회전→남부로 640m→봉계2교차로 산외·속리산 방면 우회전→산외로 8.2km→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 입구 우회전 70m→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

숙박
· 그랜드호텔 : 속리산면 사내4길, 043)542-2500, www.smgrand.com
· 보은선병국가옥 : 장안면 개안길, 043)543-7177, http://99room.modoo.at
·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 : 산외면 속리산로, 043)543-1472, 1479, http://alpshuyang.boeun.go.kr

식당
· 문장대식당(문장대토속음식) : 버섯전골, 속리산면 법주사로, 043)543-3655
· 배영숙산야초밥상 : 산채비빔밥, 속리산면 법주사로, 043)543-1136
· 영남식당 : 대추한정식, 속리산면 법주사로, 043)543-3924

축제와 행사
· 보은대추축제 : 2015년 10월 16~25일, 뱃들공원·속리산 일원, 043-540-3391,
                        www.boeun.go.kr/hdw10/contents/main/festival/index2.jsp
 ·속리산단풍가요제 : 2015년 10월 17일 오후 6시, 속리산잔디공원 야외 특설무대,
                             043-540-3392~4(보은군청 문화관광과)


주변 볼거리
보은 삼년산성, 보은선병국가옥, 탄부 임한 솔밭공원, 만수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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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