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돌풍' 한국남자골프 '부활스타' 총출동

메이저 대전마다 구름떼 갤러리

한국남자골프가 모처럼 ‘흥행대박’에 활짝 웃었다. 올해 남자골프는 여자 골프의 인기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지만 지난 주말 ‘메이저 대전(大戰)’에선 코오롱한국오픈이 KLPGA챔피언십을 압도하는 갤러리를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스타 선수들이 멋진 경기를 펼치면 남자 골프도 충분히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골프팬 외면하던 KPGA 대회
난도 낮추고 공격골프 부활

올 시즌 한국-신한동해오픈 등
흥행방정식에서 재활 모색해야

한국남자골프(KPGA)투어 코오롱한국오픈(총상금 12억원) 최종 라운드가 열린 지난달 13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CC에는 1만여명의 갤러리가 몰렸다. 같은 시간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린 여자 대회 KLPGA챔피언십은 3000여명의 갤러리를 동원하는 데 그쳤다. 남자 대회가 3배 넘는 갤러리를 동원한 것이다.

멋진 경기
흥행 성공

미국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전인지(21·하이트진로) 고진영(20·넵스) 등 스타 선수들이 빠지긴 했지만 이처럼 남자 대회가 여자 대회를 압도하는 흥행 성적을 낸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8월까지만 해도 KPGA투어는 ‘찬밥’ 신세였다. 매주 경기를 치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와 달리 7주 동안 경기가 없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8월 말 열린 메이저대회 KPGA선수권대회도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총상금을 2억원 줄였다.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 스카이72GC에서 대회를 치렀지만 골프장은 텅텅 비었다. “갤러리보다 캐디와 선수가 더 많이 보인다”는 체념 섞인 목소리도 들렸다. 2011년 창설된 최경주인비테이셔널 대회도 스폰서와 골프장을 잡지 못해 무산됐다.
암울한 소식만 들려오던 남자 골프에 반전이 일어난 건 지난 9월3일 매일유업오픈(총상금 3억원)부터였다. 같은 기간 총상금 12억원이 걸린 KLPGA 한화금융클래식이 열렸지만 2000여명이 넘는 갤러리가 매일유업오픈을 찾았다. ‘돌아온 장타왕’ 김대현(27·캘러웨이)과 새로운 ‘꽃미남 스타’ 이수민(22·CJ오쇼핑) 등이 선전하며 갤러리를 골프장으로 불러들였다.
코오롱한국오픈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오랜만에 스타들이 출전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일본 투어 상금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경태(29·신한금융그룹)와 미국에서 뛰는 김민휘(23)를 비롯해 김태훈(30·JDX멀티스포츠), 김대현, 허인회(28), 김승혁(29) 등 남자 골프를 대표하는 스타가 대거 출전했다. 특히 김경태와 김태훈은 수백명의 갤러리를 몰고 다니며 전인지 등 여자 스타 못지않은 흥행력을 증명했다.
홀의 난도를 낮춘 것도 경기를 더욱 박진감 넘치게 했다는 평가다. KPGA챔피언십에선 장동규(26)가 72홀 최소타 기록인 24언더파로 우승했고, 33명이 두 자릿수 언더파로 경기를 끝냈다. 매일유업오픈에선 무려 42명이 두 자릿수 언더파를 기록했다.
한국오픈은 전통적으로 홀 난도가 높지만 올해에는 낮게 설정해 이경훈(24·CJ오쇼핑)이 13언더파의 좋은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송영한(24·신한금융그룹)은 “러프가 작년보다 짧아 선수들이 마음 놓고 장타를 날리는 등 더 공격적으로 경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과거 비제이 싱(피지), 리키 파울러(미국) 등 해외 골프 스타를 초청했을 때보다는 못하지만 국내 스타 선수들이 출전하면 남자 대회도 충분히 흥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KPGA는 한국오픈의 흥행 열기가 오는 17일 열리는 신한동해오픈까지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신한동해오픈에는 안병훈(24), 노승열(24·나이키골프) 등이 오랜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해 갤러리들을 불러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한국 남자 프로골퍼는 고달프다. KPGA투어의 올해 대회는 총 12개. 그나마 하위 랭커들은 아시안투어와 겸하는 대회엔 출전할 수 없다. 총상금 84억원의 KPGA투어는 올해 29개 대회 총상금 184억원으로 커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절반도 안 되는 규모다. 남자 골퍼들은 한 해 5000만원 이상 드는 투어 비용을 감당하려면 상금랭킹 50위 안에 들어야 한다. 생활비까지 벌려면 25위 안의 톱랭커가 돼야 한다. 대다수가 생활고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남자와 여자골프의 빈부 격차는 스폰서 계약에서도 드러난다. 여자골프는 1부 투어 카드만 있으면 대부분 후원사를 찾을 수 있다. 굳이 레슨을 할 필요가 없고 연습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남자골프는 지난해 상금왕 김승혁(29)조차 메인 스폰서를 찾지 못했다. 
골퍼가 직업인 프로들은 직장의 형편이 점점 어려워지자 각자 살길을 찾아나서고 있다. 배규태처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프로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배규태는 “2011년 형이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형의 일을 돕다가 지금은 아예 가게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점에서만 월 3000만~5000만원의 매출이 나오고, 5개의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생겼다. 
그러나 ‘헝그리 골퍼’들은 안정된 수입 확보를 위해 레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상금을 벌기 위해 스크린 골프대회에 출전하기도 한다. KPGA투어의 김민석(36)과 김민호(26)는 필드와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활동한다. 프로골퍼들 사이에선 “1부 투어보다 2·3부 투어에서 뛰는 프로들이 낫다”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온다. 규모가 작긴 하지만 2·3부 투어 프로들이 뛸 수 있는 대회는 대략 30개 정도다. 남자 골프에도 ‘봄날’은 있었다. 2006~2008년엔 해마다 18~20개의 대회가 열렸고 인기도 좋았다. 하지만 KPGA 내부의 파벌 싸움과 일부 프로골퍼들의 고압적인 자세 탓에 팬들은 멀어져 갔다.
지금은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프로암 참가자들에게 감사 편지를 쓰고, 티오프 전에 준비한 사인볼과 모자 등을 나눠주며 팬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10승을 거둔 베테랑 김대섭(34·우리투자증권)은 “저부터 웃으면서 팬들과 소통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투어가 축소돼 팬들과 자주 만나지 못해 어색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 팬들과의 호흡도 서툴다. 매일유업오픈에서 우승한 김대현(27·캘러웨이)은 “팬들과의 소통에 쑥스러워하는 선수들이 많다. 선수회에서도 개선 방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 골프의 중흥을 위해선 스타도 필요하다. 이수민과 이창우(이상 22·CJ오쇼핑)는 “우리가 잘하고 달라진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게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자골프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데는 주최 측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가족이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스타 선수들을 대거 초청해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연출했다.
신한금융그룹은 ‘가족과 함께하는 신한동해오픈’ 콘셉트로 흥행을 수확했다. 가족을 위한 갤러리존을 만들어 휴식과 놀이를 같이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갤러리존 안에 설치된 골프파크에는 골프공 그림 그리기, 가훈 써주기, 페이스 페인팅, 종이접기교실 등 다양한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한쪽에 마련된 에어바운스에는 아이들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위기 탈출구
흥행 방정식

대회 관계자는 “대회 전부터 가족 놀이터에 대한 홍보를 대대적으로 했다. 주변에 대형 아파트단지가 많아 더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해외파 스타들이 대거 출전하면서 볼거리가 차고도 넘쳤다. 노승열, 강성훈, 김민휘 등 PGA 투어 멤버들이 출사표를 던졌고, 유럽투어에서 우승한 안병훈까지 합류했다. 이들과 국내 대표 골퍼들의 대결 구도는 갤러리를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날 우승컵을 놓고 벌인 안병훈과 노승열의 ‘외나무다리 승부’는 흥행에 정점을 찍었다. 최종 우승자는 안병훈. 그는 우승 인터뷰에서 “친한 친구인 노승열이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에 웃을 수 없다”며 진한 감동을 남겼다.
올해 국내 남자골프는 여자골프 규모의 절반도 안된다. 위기 탈출을 위한 뾰족한 해법도 없었다. 하지만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2개 대회를 치르면서 ‘흥행 방정식’을 발견했다.
벌써 조짐도 보이고 있다. 황성하 KPGA 회장은 “내년에는 대회가 제법 늘어날 것이다. 5개 대기업이 대회 창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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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