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국정감사, 저질국감 주역들

개그가 따로 없네…국민들은 웃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막말과 성의 없는 질의, 딴 짓 하기, 자리비우기…’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도 고질적인 병폐가 반복됐다. 특히 여야 할 것 없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몸은 국감장에 있으면서 마음은 지역구에 있는 의원들 탓에 역대 최악의 부실 국감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로 끝난 올해 국감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역대 최악의 부실 국감이 됐다. 특히 올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들이 국감보다 지역구 관리에 힘을 쏟았다. 내년 총선 공천이 오픈프라이머리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몸은 국감장에 있으면서 마음은 지역구에 있는 의원들 탓에 맹탕 국감이 이어졌다. 지역구 관리를 위해 국감 도중 자리를 뜨는 의원들도 많았다.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을 맹탕 국감으로 만든 주역은 다름 아닌 양당 대표들이었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 홍금애 위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하필 국감 기간 재신임 문제를 들고 나와 국감준비에 한창이던 당을 내홍에 빠뜨리고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켰으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등 공천방식 문제로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켜 국감 기간을 총선정국으로 바꿔놨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은 추석 연휴 직후 2차 국감 기간에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문제를 들고 나와 열심히 2차 국감을 준비했던 의원들을 맥 빠지게 했다.

막말 국감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당 총재가 국감을 앞두고 직접 점검회의를 할 정도로 국감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당 총재가 이번 국감 때 무얼 할 것인지 의원 한명 한명에게 모두 물어봤다. 그러니 의원들이 준비를 안 할 수가 없었다”며 “그런데 지금 양당 대표는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의원들이 열심히 준비한 국감을 다른 이슈로 묻어버리는 꼴이니 저질 국감의 주역이라고 해도 마땅하다”고 말했다.

저질 국감을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막말 공방’이다. 올해 국감장에서도 여지없이 여야 의원들 간 막말 공방이 이어졌다. 일례로 안전행정위원회에서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새누리당 연찬회 건배사와 관련한 선거법 위반 논란을 두고 연일 막말과 고성만 반복하다 파행을 거듭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새정치연합 강창일 의원이 야당의 정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를 문제 삼은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을 향해 “여당 수석부대표란 양반이 여기와서 깽판을 놓으려고 그래?”라며 언성을 높였고, 조 의원은 “누구를 가르치려 드는거냐”고 맞서면서 국감장이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또 기획재정부 국감에선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길어지자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이 “제 질의시간을 다 잡아먹으려고 하느냐, 얼굴은 빨게지셔 가지고…”라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에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이 “일부 야당의원들이 피감기관장에게 인격모독적이고 인격살인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며 “아프리카 국가도 아니고 창피해서 같이 앉아있기 힘들다”고 말했다가 야당의 항의에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심지어 새정치연합 김용익 의원은 지난달 11일 류시문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에게 “일어서서 회장 ‘물건(성기를 지칭)’ 좀 꺼내봐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날 김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류 회장의 성희롱 의혹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류 회장이 “여직원 A씨가 진료예약 사항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대학 병원 비뇨기과 ○월○일’이라고 보고하자 류 회장이 여직원에게 자신의 아랫도리를 가르키며 ‘내 물건이 얼마나 튼실한데 비뇨기과라고 하느냐’ 이렇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주장 했다. 그러나 류 회장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성의 없는 질의에 딴짓·자리비우기
혹시나 했는데 역시…정책 실종 정쟁만

수준 미달의 질의도 부지기수였다. 대표적으로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는 지난 달 17일 10대 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불러내는데 성공했으나 신 회장을 출석시켜놓고 한 질문은 고작 “한국과 일본이 축구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는 것이었다.

이 같은 수준이하의 질의를 한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튿날 사과했다. 또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은 신 회장에서 국감과 무관한 지역 민원성 발언을 늘어놓기도 했다. 신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산에 롯데가 건설 중인 골프장 공사와 관련 “통행금지로 등산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지역 민원을 늘어놔 비난을 받자 유감의 뜻을 밝혔다.
 

바쁜 와중에 증인을 불러다놓고 그냥 돌려보내는 경우도 흔하다. 지난달 21일 국방위 국감장에 출석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과 정호섭 해군참모총장, 정경두 공군 참모총장은 4시간 동안 군 사법개혁에 대한 질문 1개만 받고 자리를 떴다. 같은 날 보건복지위원회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국감’에서도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 등 증인 5명은 한마디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증인을 채택해놓고는 정작 답변은 듣지 않고 호통에만 열을 올리는 ‘망신주기 국감’도 흔한 장면이다. 지난 달15일 경찰청 국감에서 새정치연합 유대운 의원은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고가 업무상 과실치사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하며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모의 권총을 주고 격발할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국감장에서 딴 짓을 하다 포착된 의원들도 있었다. 지난달 14일 국회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노트북으로 자신의 회고록을 작성하다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 의원은 이 날 뿐만 아니라 지난달 17일과 18일에도 회고록을 작성했다.

언론 보도로 문제가 되자 김 의원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면서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같은 당 신의진 의원은 국감 도중 책상 밑에 소설책을 감추고 틈틈이 꺼내 읽다 포착됐다. 신 의원은 “책을 읽은 것은 사실이지만, 질의 내용을 귀담아 듣고 있었다”는 황당한 해명을 했다.

맹탕 질문

국회의원들도 문제지만 피감기관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도 빈축을 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뭘 답변하라는 겁니까? 제가 머리가 나빠 가지고 7분 동안 계속 말씀하시니까 뭘 답변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딴청을 피웠다. 또 복지위 국감에서는 정진엽 복지부 장관이 줄곧 “정확한 것은 모르겠는데…”라는 식으로 답변을 일관해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처럼 국감장 곳곳에선 업무 파악조차 제대로 못 해 질타를 받는 광경이 흔했다. 부실한 자료 준비로 재탕, 삼탕 질문을 반복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매번 반복되는 질의와 고쳐지지 않는 시정 조치 사항은 ‘국감 무용론’의 가장 큰 이유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에 따르면 18대 국회와 19대 국회 국감질의 10건 중 1건이 중복 질의였다. 그러나 여야는 ‘저질 국감’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데만 급급한 모습이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악의적 허위 폭로, 기본적 사실관계 오류, 인신공격·황당·막말 등의 질의를 하는 새정치연합 의원들 때문에 저질 국감이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잘못을 바로잡자는 야당의 목소리를 정치공세라고 하면서 파행이나 일삼는 행위 때문에 야당까지 국민에게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제발 밥값 좀 하자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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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