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사건 X파일>

서울법대 출신 행세 학원 강사 억대 사기 덜미
“잘나가는 로펌가 아들”알고 보니 사기꾼
여친·지인 속여 9억5천여 만원 뜯어내고
호텔 회장 아들 행세 1억여 원 추가 사기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법조인 부모를 둔 잘나가는 ‘엄친아’ 행세로 10억 원대의 돈을 뜯어낸 30대 학원 강사가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정상환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김모(30)씨를 구속기소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5년 4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정모(26·여)씨를 만나 교제 중이었고, 정씨에게 자신을 “서울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명문 로스쿨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아 유학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또 아버지는 로펌을 운영하고 어머니는 판사로 재직 중이며 고액과외를 통해 많은 돈을 벌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김씨의 거짓말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정씨는 능력 있고 집안 좋은 김씨가 더욱 멋져 보였다. 하지만 김씨는 다른 속셈이 있었다. 김씨는 2005년 5월 정씨에게 “영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부원장이 학원비를 들고 도망갔다”면서 강사들 월급 명목으로 500만원을 빌리는 등 2008년 12월까지 투자금 등의 명목으로 총 7억3800만원을 가로챘고, 정씨의 지인에게도 2억여 원을 빌린 뒤 차일피일 갚는 것을 미뤘다.

김씨는 정씨와 정씨의 지인에게서 뜯어낸 돈으로 서울 강남의 한 호텔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면서 호텔 사람들에게도 사기를 쳤다. 거주하고 있는 호텔 회장의 아들로 위장해 “좋은 투자처가 있다”며 호텔 등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접근한 것.

2007년 6월 김씨는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송모씨에게 “나는 호텔 회장의 아들인데 투자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사모펀드 투자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편취했다. 또 비슷한 수법을 이용, 장모씨에게 3000만원, 임모씨에게 6400만원을 챙기는 등 총 1억여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챘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서울대가 아닌 서울 모 대학 법학과를 1년 다니다가 중퇴한 뒤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었으며, 법조인이나 호텔 회장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검찰은 김씨가 현직 검사를 사칭해 비슷한 수법의 사기 행각을 더 저지른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밥투정 50대, 80대 노모 집에 방화
“밥 안주고 용돈 왜 안줘”

아침을 제때 차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80대 노모의 집에 불을 지른 철부지(?) 패륜아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노모의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최모(59)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방화 이유는 아침식사 시간이 늦고, 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14일 오전 8시50분께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한 다세대주택 지하 1층에 세 들어 사는 어머니 이모(88·여)씨의 집에 들어가 소지하고 있던 라이터로 벽의 달력에 불을 붙였다.

어머니의 집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영세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최씨는 평소 어머니 집에 자주 들러 끼니를 해결했지만 사건 당일 어머니가 제때 밥을 차려주지 않은데다 용돈 요구마저 거절당하자 홧김에 불을 지른 것.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최씨 누나의 신고로 소방대와 경찰이 신속하게 출동해 큰 불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최씨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해 보이는 데다 재범의 우려가 있어 경찰은 구속을 결정했다. 

한편, 최씨의 어머니 이씨는 평소 하반신 마비 증세로 식사를 준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 최씨 행각의 철없음이 더욱 도드라졌다.


전국곳곳 여학생 노린 ‘바바리맨’ 검거
초딩 노린 ‘모질이’, 핫팬츠 입은 ‘찌질이’

평범한 회사원인 척 살아가다가 여학생들만 보면 변태짓을 일삼던 20~30대 바바리맨이 경찰에 붙잡혔다.
먼저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19일 하굣길의 초등학생들에게 자신의 성기를 보여 주며 음란행위를 한 장모(23)씨에 대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장씨는 지난 15일 오후 2시15분께 청주 시내 한 초등학교 교문 앞에 주차된 차량 뒤에 숨어 있다가 하교하던 여학생 3명에게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며 자위행위를 했다.

장씨는 이 같은 짓을 한 뒤 주변을 배회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으며, 조사 결과 2008년과 2009년에도 비슷한 짓을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서 장씨는 “아이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에서는 북구 호계동 일대를 주름잡던(?) ‘변태’가 경찰에 붙잡혔다. 등교하는 여고생들을 상대로 1년 여간 변태행위를 일삼던 30대 남성이 꼬리가 잡힌 것.

울산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회사원 김모(39)씨는 지난 20일 오전 7시10분께 호계동 골목에서 등교하는 여고생들을 상대로 바지를 내리고 음란한 행위를 하다가 경찰에 신고됐다.

여학생들은 “변태가 나타났다”고 신고하면서 ‘변태’의 인상착의에 대해 “엉덩이 바로 밑까지만 오는 짧은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라고 설명했다.

마침 이 일대에 바바리맨이 자주 출몰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경찰이 등교시간에 맞춰 순찰 중이었고, 신고를 받고 곧장 해당 장소로 출동했다.

그 사이 김씨는 100미터 정도 떨어진 컨테이너 박스 앞으로 장소를 옮겨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고 변태행위를 하고 있었다.

내일모래 마흔을 내다보는 김씨가 ‘핫팬츠’라는 튀는 옷차림을 하고 있어 경찰의 눈에 쉽게 띄었고, 결국 그 자리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의 차량을 조사한 결과 일반적인 바지가 따로 준비되어 있었고, 이 같은 점으로 미루어 보아 평소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하다가 학생들의 등교시간에 맞춰 변태짓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고생 성추행한 20대 양성애 남성 적발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절도 행각 벌이던 남고생 2명 유인 성폭행
동성애자 아닌 것으로 보아 양성애자인 듯

남고생 2명을 유인해 성폭행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지난 21일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김모(29)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달 14일 오전 3시30분께 전주시내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A(15)군 등 고등학생 2명이 차량 내비게이션을 훔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다.

이들을 꾸짖던 김씨는 학생들을 경찰에 신고할 것처럼 위협했고,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알아낸 뒤 자신의 아파트까지 유인했다. 학생들을 아파트로 데려온 김씨는 돌변했다. 이들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TV를 함께 보면서 긴장감을 누그러뜨린 것.

하지만 목적은 따로 있었다. 김씨는 학생들에게 호의를 베푼 뒤 이들에게 번갈아가며 유사 성행위를 시켰고 성폭행까지 한 뒤 돌려보냈다.

결국 김씨는 피해 학생들 부모의 고소로 경찰에 붙잡혔고, 경찰에서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우발적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가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밝혀 양성애 성향을 지닌 것으로 추정했고, 차량 내비게이션을 훔치려 한 혐의로 A군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여성 울린 불법 식품 알고 보니 ‘태국산 칡’
“가슴 커진다더니…자궁비대 하혈만”
사용금지 태국산 칡 사용 가슴 커지는 식품 판매
가상 아이디 후기 작성 소비자 현혹 부작용 발생

식품으로 사용 금지된 ‘태국산 칡’으로 캡슐과 분말을 만들어 ‘여성의 가슴이 커지는 식품’으로 광고하고 인터넷 쇼핑몰에 판매한 일당이 관리당국에 적발됐다.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20일 정모(26)씨 등 3명을 식품위생법 제4조(위해식품등의판매등금지) 위반혐의로 인천지방검찰청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이들이 만들어 판매한 ‘푸에라리아 파우더’ 등 3개 제품은 인터넷을 통해 총 6993개가 판매됐으며, 이는 시가 3억1469만원에 달한다.

조사 결과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회원제 비밀카페를 운영했으며 가상의 아이디로 다량의 사용 후기를 작성해 소비자들을 현혹시켰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이들이 ‘가슴이 커지는 식품’ 재료로 이용한 ‘태국산 칡’은 복용 시 여성호르몬 활성작용으로 자궁비대 등의 부작용이 있어 식품으로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흰 쥐에게 태국산 칡을 먹이자 적혈구와 백혈구가 줄어들고 자궁이 비대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도 존재하고, 이와 관련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태국산 칡을 ‘독성식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해당 제품을 구매해 복용한 일부 여성들은 하혈을 하거나 생리가 멈추지 않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경인식약청은 해당 인터넷쇼핑몰에 관련 제품에 대한 유통 판매금지를 요청했으며, 시중에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푸에라리아 미리피카’ 함유 제품을 복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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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